코로나 때문에 하루에 10권도 못 팔아요

by My Money Story

빅이슈 판매원 김훈재의 머니 스토리

코로나 때문에 하루에 10권도 못 팔아요.

5년 가까이 빅이슈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오후 3시부터 저녁 8시까지가 회사가 정해준 판매시간인데요. 그 시간만 일을 해서는 먹고살기 힘들잖아요. 날씨가 춥지 않고 컨디션이 괜찮으면 보통 8시 반이나 9시까지 판매를 해요. 

시간을 아껴서 한 권이라도 더 팔려고 판매처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고시원에서 지내고 있고요. 날씨가 판매에 영향을 미치니까 아침에는 꼭 TV 뉴스를 챙겨보고 나옵니다.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는 책 판매량이 확연하게 줄었어요. 예전에는 매일 20권 정도는 팔았는데 요즘에는 하루에 10권을 못 판 적도 많아요. 얼마 전까지 퇴근 시간에는 판매가 잘 됐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그 시간에도 잘 팔리지 않아요. 대면으로 책을 사야 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책을 만졌다가 코로나가 옮을 것 같아서 그런지… 책을 구입할 때도 쌓여있는 책들 중에 아래에 있는 책을 빼 가시는 분들이 늘었어요.

잡지 파는 일이 회사 다니는 것보다 좋아요.

빅이슈 판매 전에는 30년 간 볼트를 만드는 엔지니어로 일했어요. 재직하던 회사가 IMF 때 휘청거려서 퇴직을 하게 되었고, 곧 노숙자가 되었어요. 

노숙 생활을 5년 정도 하던 즈음 우연한 계기로 노숙자들의 재기를 돕는 사회적 기업인 ‘빅이슈’를 알게 되어 잡지 판매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빅이슈를 판매하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구애받지 않아서 좋아요. 제가 스스로 출근 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저녁에도 상황에 맞게 더 팔다가 갈 수도 있으니까요. 

이 일을 하던 중 예전에 일하던 분야의 회사에서 취업 제안이 왔는데 거절한 적도 있어요.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거든요. 노숙자로 2년을 지내고서 새로운 회사에 취직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노숙 생활이 몸에 배어있다 보니, 다시 회사에서 일하는 게 몹시 어렵더라고요. 쉽게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동료들과 트러블도 많이 생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떠나게 되었죠. 

이후 다른 회사에 들어갔을 때도 비슷한 이유로 퇴사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지금도 가끔 연락이 오는 회사가 있기는 한데 모두 거절하고 있어요. 빨리 나오게 될 것 같아서요.

노숙 생활을 하면서 큰 사기를 당한 적이 있어요.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 제 명의로 핸드폰을 다섯 대만 개통을 하면 50만 원을 준다는 거에요. 그 사람의 말만 믿고 시키는 대로 다 해줬는데 그게 사기였던 거죠. 

결국 그 일로 몇 천만 원대의 빚을 지게 됐고, 신용불량자가 됐어요. 지금은 신용회복위원회의 도움을 받으면서 신용을 회복하고 있지만, 아직 제 명의의 통장이나 카드는 쓸 수가 없습니다. 돈을 출금할 때도 보통 사람들은 현금지급기에 가서 찾으면 되지만, 저는 꼭 은행의 창구를 찾아가야 하고요. 그래도 잡지 판매를 하면서 매월 차곡차곡 빚을 갚아 나가고 있습니다.

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없었어요.

젊어서 직장 생활 할 때는 돈을 꽤 잘 벌었어요. 그러다 보니 돈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죠. 

예전에 선을 보고 나서 마음에 들었던 여성이 있었는데요. 그분이 제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이유로, 홧김에 전 재산 2,000만 원을 탕진한 적도 있어요. 다 술값으로 날린 거죠. 그만큼 돈에 대해서 무지했고, 돈을 유용하게 쓰는 방법을 몰랐어요. 

잡지를 팔면서 철이 든 것 같아요.

나이를 먹고 잡지를 팔면서부터는 돈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잡지 팔아서 돈 번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잡지를 꾸준히 구입하시면서 저와 대화를 나누는 분들이 몇 분 계세요. 

그 분들과 이야기하면서 많은 걸 배웠는데요. 그중 하나가 절약정신이에요. 지금은 옛날처럼 살지 않아요.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한 번 더 생각을 하고 사요. 돈이 있다고 팍팍 쓰지도 않고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돈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를 해보고 싶습니다.

먹고 살 정도만 있으면 돼요.

돈에 관해서 별다른 목표가 없어요. 열심히 벌어서 제 앞가림을 하는데 지장만 없으면 될 것 같아요. 만약 큰 돈이 주어진다면 집을 가지고 싶긴 하네요. 

그리고 솔직히, 복권이라도 당첨된다면 (지금 제 상황을 봐서는 우스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저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고 싶어요. 저는 제가 먹고 살 정도만 가지고 있으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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