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

왜 새해 결심은 작심삼일이 되는 걸까?

by 김경곤

에디터 G (이하 G): 박사님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카운트다운을 한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24년도 한 달이나 지나갔어요.

박사 K (박사 K): 에디터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많은 분들이 새해를 맞이하며 여러가지 계획들을 세우는데요. 그동안 세운 계획들을 빠짐없이 실행하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 같고, 처음에 야심차게 세웠던 계획이 어느새 흐지부지 되어 버린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오늘은 새해 결심이 왜 ‘작심삼일’이 되기 쉬운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죠.

G: 와! 저는 새해맞이 계획 중 몇 가지는 지금까지도 진행중이고 몇 가지는 벌써 흐지부지 되어가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요… 흐지부지된 계획 때문에 괜히 자괴감도 들고 그러더라고요. 왜 새해 결심은 이렇게 작심삼일이 되기 쉬운 걸까요!

새해 결심, 결국 작심삼일로 끝나는 이유

K: 먼저, 새해 결심이 작심삼일이 되고 마는 패턴 하나를 살펴볼게요.

평소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는 나피로 씨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매일 30분씩 걷기 운동을 한다”는 새해 계획을 세웁니다. 1월 1일이 되자, 나피로 씨는 새로 장만한 스마트 워치를 차고 동네 공원으로 향했어요. 공원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걷거나 뛰고 있습니다. 그 틈에 끼어 걷다 보니, 30분이 금방 지나갑니다. 1일차 미션은 성공적이었어요. 뿌듯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다음 날에도 나피로 씨는 공원에 가서 30분 동안 열심히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걷다 보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 좋은 걸 왜 진작 하지 않았을까!’ 나피로 씨는 생각합니다. 이렇게 매일 매일 걸으면 체력도 금방 올라갈 것 같습니다. 2일차 미션도 성공이네요.

3일차가 밝았습니다. 간밤에 기습 한파가 몰려와서 기온이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지고, 눈도 내려서 길이 꽁꽁 얼어버렸습니다. 나피로 씨는 고민에 빠집니다. ‘매일 30분씩 걷는다’는 목표를 지키기 위해 계획대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오늘 하루 걷기를 건너뛸 것인가… 말이죠.

G: 으, 최근의 한파처럼 추운 날씨에는 정말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이렇게 추운 날씨에 나갔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하지, 혹시 빙판길을 걷다가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들이 앞서니까요…

K: 그렇죠. 나피로 씨는 결국 나가서 걷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이렇게 30분 걷기를 하루 건너 뛰자, 다음 날에도 걷는 것 대신에 자연스럽게 거실 소파 누워서 TV를 보게 되네요. 결국 ‘매일 30분 걷기’라는 결심은 작심삼일로 끝나게 됩니다.

G: 마치 저의 새해 결심을 보는 것 같네요.

K: 하하, 많은 분들이 그럴 거예요. 나피로 씨의 사례를 통해 처음 계획을 세울 때만 하더라도 ‘매일 30분 걷기’가 최적의 선택이었는데, 갑자기 한파가 닥치고 길이 꽁꽁 얼어버린 상황에서는 걷는 것보다는 집에서 쉬는 것이 오히려 최적의 선택이 되어버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과거 시점에서 최적이었던 선택이 시간이 지난 뒤에는 더 이상 최적이 아닌 상황을 가리켜 ‘시간의 비일관성(time inconsistency)’이라고 부른답니다.*

* Kydland, F. E., & Prescott, E. C. (1980). “Dynamic optimal taxation, rational expectations and optimal control,” Journal of Economic Dynamics and Control, 2, 79-91.

‘시간의 비일관성’ 이 결정에 미치는 영향

G: ‘시간의 비일관성’이요? 처음 들어보는 말인 것 같아요.

K: 경제학 용어라 조금 생소할 수 있습니다. 비단 새해 결심뿐 아니라 일상 생활 곳곳에서 우리는 시간의 비일관성이 내재된 상황을 종종 맞닥뜨리게 되는데요. 이번에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오경제 학생의 사례를 살펴보도록 할게요.

오경제 학생의 부모님은 경제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 겨울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미리 사회 생활도 경험하고, 용돈도 스스로 벌어보면서 책임감을 키우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 학생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게 됩니다.

“만약 네가 이번 겨울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 대학 입학 후 들어갈 1년치 생활비 전부를 지원해 줄 것이다. 하지만 겨울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대학 입학 후 필요한 생활비에 대한 지원은 전혀 없을 것이다.”

G: 앗, 이런 제안이라면 당연히 겨울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는 선택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K: 과연 그럴까요? 경제 학생은 곰곰이 생각에 잠깁니다. 갑작스런 부모님의 제안에 놀란 마음을 먼저 진정시키고, 이 상황이 일종의 ‘게임’과 같음을 깨닫죠.

게임의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경제 학생은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그림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자료: Taylor, H. (1985). “Time Inconsistency: A Potential Problem for Policy Makers,” Business Review. Federal Bank of Philadelphia.

경제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 부모님은 생활비를 지원할 것인지, 지원해주지 않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약속한 것처럼 부모님은 당연히 생활비를 지원해줄 것입니다.

G: 아마도 그렇겠죠? 부모님은 경제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립심과 경제력을 기르기 바라시니 큰 이변이 없는 이상 약속을 지킬 것 같아요.

K: 맞아요,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경제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경우에도 부모님은 생활비를 지원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만약 부모님이 1년 동안 생활비를 전혀 주지 않으면 경제 학생은 당장 쓸 돈이 없어서 여러모로 대학 생활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며, 학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겠죠.

G: 네, 부모님은 이런 결과는 원하시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요.

K: 애초에 경제 학생의 부모님이 이 제안을 설계했을 때, 부모님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선택지는 ‘경제 학생이 먼저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 후에 부모님이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에 경제 학생이 겨울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버티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G: 음… 부모님 입장에서 자녀가 돈이 없어서 대학 생활과 학업에 어려움이 생기도록 두기엔 굉장히 힘들 것 같아요.

K: 그렇죠. 아무래도 상황이 바뀌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경제 학생이 겨울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면… 부모님 입장에서는 생활비를 주지 않아 경제 학생이 힘든 상황을 겪게 하는 것보다 경제 학생이 무사히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생활비를 주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되어 버립니다.

바로 이것이 ‘시간의 비일관성’이에요. 이를 간파한 경제 학생은 본인이 어떤 선택을 하든 부모님이 자신에게 생활비를 줄 것이라 예상하고, 겨울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기로 합니다.

G: 경제 학생 이 녀석… 뭔가 똑똑한 듯 괘씸하네요.

K: 하하, 괘씸할 수 있죠. 금융 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경제 학생을 ‘금융 기관’, 부모님을 ‘정부’라고 해보죠. 정부는 금융 기관들이 주어진 룰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방만한 경영을 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절대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 드러난 것처럼, 금융 기관들은 막상 실제로 문제가 생기면 금융 시장 전체로 위기가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결국엔 정부가 자신들을 구제해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어요.

이렇게 ‘시간의 비일관성'으로 인해 금융 기관들은 규제를 회피하고, 위험한 투자를 감행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빠지기 쉬운 것이고요.

G: 경제 학생과 부모님 사이의 약속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싶을 것 같은데, 금융 시장에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큰 문제일 것 같아요.

‘시간의 비일관성' 으로 인한 결정,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K: 이렇게 ‘시간의 비일관성’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G: 시간이 흘러 상황이 달라지고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이 더 낫더라도, 처음에 제안한 말과 약속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K: 맞아요. 처음에 한 약속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앞서 예를 든 경제 학생의 상황을 다시 살펴볼게요. 경제 학생이 겨울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선택을 했을 때, 부모님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G: 처음 이야기한 대로 경제 학생에게 생활비를 절대 지원해주지 않아야 해요.

K: 이렇게 되면 경제 학생은 당장 쓸 수 있는 생활비가 없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해보고 아르바이트로 인해 학업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생각한다면, 부모님과 새로운 협상을 할 수도 있겠죠. 여름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 2학기부터는 생활비를 지원해달라고요.

바뀐 상황에서도 기존 제안을 고수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보면 고통이 따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더 바람직한 결과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G: 경제 학생이 게임이라 생각하고 그린 도표는 단기적 결과만 파악한 것이겠군요. 장기적으로는 어떤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K: 가령, 경제 학생들에게 동생들이 있다고 해보죠. 경제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자 부모님이 생활비를 정말로 지원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동생들이 보면, ‘부모님의 제안은 거짓이 아니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될 거예요.

그 결과 본인들도 대학 입학 전 똑같은 제안을 받게 된다면 반드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이를 통해 자녀들에게 ‘우리 부모님은 한다면 하는 분들이다’라는 평판이 쌓이게 될 것이고, 부모님의 말에는 점점 무게가 실리게 됩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도 이렇게 쌓인 평판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자녀들에게 무언가를 제안할 때는 더욱 신중해질 것이고요.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규제를 피해 위험한 투자를 해서 실제로 문제가 생긴 금융 기관들에게 처음에 이야기한 것처럼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면, 금융 기관들은 정부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될 겁니다. 까딱 잘못하면 자신들이 정말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도덕적 해이도 줄어들 수 있어요.

G: 부모, 자녀 간의 제안이든 정부 정책이든, ‘시간의 비일관성’을 극복하고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네요.

새해 결심, 작심삼일 넘어 습관으로 자리 잡게 하려면?

K: 그럼 이제 새해 결심으로 다시 돌아가보죠. 한파로 인해 작심삼일로 끝나버린 나피로 씨의 ‘매일 30분 걷기 운동’ 새해 결심에는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요?

G: 앞서 이야기해주신 것들에 힌트가 있겠네요.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변화와 상관없이 일관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요!

K: 맞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일관적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추위가 몰려오고 폭설이 내리더라도 원래 세운 계획을 고수하는 것이죠. 두툼한 파카를 입고, 비니를 쓰고, 장갑을 끼고, 눈길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 부츠를 신고 그냥 나가는 것입니다. 아니면 굳이 공원을 걸을 필요 없이 집 근처 피트니스 클럽에 등록하고 트레드밀 위에서 30분 동안 걸을 수도 있을 것이고요.

혹은 새해 결심을 자신의 ‘평판’과 연결시켜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예를 들어, SNS에 “새해에는 매일 30분 걷기 운동을 할 것이다”라는 결심을 공표하는 것이죠. 그리고 매일 걷기 운동을 하고 나서 그 결과를 SNS에 공유하는 겁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한번 세운 계획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기 위해 눈이 오든 비가 오든 걸으러 나갈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아요.

조금 더 극단적인 방법이지만, 친구들과 새해 결심을 걸고 내기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를 테면, 두 명의 경제학자가 9개월 동안 14kg을 감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만약 실패할 경우 상대방에게 1,300만원을 지급하기로 계약서를 쓴 뒤, 실제 살을 빼는 데 성공한 경우처럼 말이죠.*

* Thaler, R. H., & Sunstein, C. R. (2021). Nudge: The final edition. Yale University Press.

참고로, 이렇게 내기를 할 때는 실패했을 때 내야 하는 돈의 액수가 커질수록 새해 결심을 지킬 가능성도 올라가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G: 새해 결심이 작심삼일이 되는 이유를 ‘시간의 비일관성’과 연결시켜 살펴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어요! 흐지부지될 뻔한 새해 결심을 저도 일단 ‘그냥'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정 어렵다면 친구와 함께 해볼래요.

K: 이 또한 좋은 결심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새해 결심이 작심삼일을 넘어 꾸준히 지켜질 수 있길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도 재미있는 주제로 찾아올게요.


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함영범

해당 콘텐츠는 2024.1.31.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김경곤 에디터 이미지
김경곤

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이며, 거시경제와 국제금융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돈, 경제, 세상의 흐름에 대한 책 ≪경제의 질문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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