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넥스트 애자일을 고민하다

by 정경화

1을 100으로 만드는 사람들,
프로덕트 매니저(PM)를 소개합니다

지금까지 토스는 메이커 조직을 ‘애자일(Agile)’하게 운영해 왔습니다. 한 사일로에 프로덕트오너(PO)와 디자이너, 개발자, 데이터 애널리스트 등 제품을 만드는 여러 직군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구조입니다. PO는 시장이 원하는 혁신을 만들어 내기 위해 짧은 주기로 수많은 실험을 해 나갑니다. 세상에 없던 혁신을 탄생시킨다는 측면에서 토스의 PO는 0에서 1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어느덧 금융의 슈퍼앱이 된 토스가 서비스 하는 제품은 40가지가 넘습니다. 송금과 신용 조회처럼 매달 사용자가 수백만 명에 이르는 오래된 제품이 있는가 하면, 후불결제나 유스카드처럼 갓 런칭해 사용자를 모으고 있는 제품도 있지요.

토스의 수많은 제품이 서로 다른 사이클에 놓인 지금, 조직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때가 왔습니다. 잦은 실험보다는 안정성을 확보하고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주는 제품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역할을 프로덕트 매니저(PM)가 맡게 되었습니다. 토스의 PM은 1에서 100을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혁신의 완성도를 높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기 때문이지요.

토스 전체로 보자면 애자일을 고수하던 조직이 애자일과 기능 중심 조직이 결합한 형태로 진화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제품을 다루면서도 직능별로 모인 팀이 처음으로 생겨난 것입니다. 토스에서 PO와 PM이 추구하는 가치는 어떻게 다른지, 두 직군은 어떻게 협업하고 있는지, ‘넥스트 애자일’로의 진화가 토스 서비스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집니다. 현재 PS팀 리더이자 19명의 PM 챕터를 이끌고 있는 이준목 님으로부터 속시원한 설명을 들어 보았습니다.


Q. 토스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는 어떤 일을 하나요?

프로덕트매니저

토스의 각 제품은 태동기와 유아기, 성장기를 거쳐 안정기에 이르는 사이클을 가지고 있는데요. PM은 성장기와 안정기에 도달한 제품을 주로 맡습니다. 신용관리, 송금하기, 토스페이, 회원 서비스, 보험 서비스, 마이데이터 등이 그 예입니다.

PM은 성장의 궤도에 오른 제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풀어야 할 문제를 정의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며 실행합니다. 제품의 매출이나 사용자 수를 극대화하는 일뿐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고 고객의 불편을 확인하고 해소하는 일, 또 규제 리스크에 대응하고 파트너사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일 등에서 최종의사결정권(DRI)을 가지고 있습니다.

PM이 전담하는 제품은 보통 사용자가 300~500만 명 이상이기 때문에, 제품의 완성도나 편의성이 1%만 개선돼도 최소 3만~5만 명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혁신의 완성도를 높여 토스 사용자의 만족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임무를 PM이 맡고 있어요.


Q. 그럼 PM은 어디에 소속되어 누구와 일하나요?

PM은 토스의 다양한 팀 혹은 사일로에 소속돼 일하고 있습니다.

우선 안정기에 도달한 제품들이 모여있는 Product Stability 팀에는 여러 PM이 각 제품의 운영을 더 효율화하거나 개선할 지점을 찾아 나갑니다. 이 팀에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도 직군별로 모여있어서, 각 직군 단위로 커뮤니케이션해 나갑니다. 광고부스팅 팀에서는 제휴사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관리자(Admin) 페이지를 만들기도 하고요, 머신러닝 팀에서는 토스의 각종 서비스에 머신러닝 모형을 접목해 데이터 제품을 만듭니다. 인터널 팀의 PM은 토스 내부 구성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도구들을 다듬고 있습니다.

한편, 태동기 혹은 유아기 단계의 제품이라 하더라도 사일로의 필요에 따라 PM이 조속히 투입되기도 합니다. 제품의 업무 범위가 넓고 파트너사 등 외부 커뮤니케이션의 비중이 큰 경우, PO와 PM이 한 사일로에서 협업하며 ‘효율화’의 관점을 제품에 반영해 나갑니다.

현재는 페이퍼제로 팀을 예로 들 수 있겠는데요. 여러가지 기능을 다루고 있을 뿐더러 외부 커뮤니케이션이 상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제품 운영 체계를 초기부터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PM마다 담당하는 제품은 다르지만, 같은 직군으로서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역량을 강화하며 함께 성장하기 위한 PM 챕터도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챕터 위클리를 통해 제품 운영 과정에서 고민되는 점, 한주 동안 일하며 얻은 인사이트를 나눠요. PM 챕터는 토스 커뮤니티가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하고, 자동화 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하면 바로 실행에 옮깁니다.


Q. PO와 PM은 무엇이 다른가요?

토스는 PO와 PM이 같은 사안을 매우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고객’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부터 달라요. 혁신을 탄생시키는 역할을 맡은 PO는 앞으로 제품을 사용해 줄 잠재 고객을 찾습니다. 하지만 PM은 현재 고객에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용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집중해요.

또 고객의 목소리에서 제품을 확장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PM은 고객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해 만족감을 높이는 데에 우선순위를 둡니다. PO가 전략적 직관에 기반해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한다면, PM은 수많은 고객들로부터 쌓아온 현재의 데이터를 치밀하게 분석해 가설을 설계합니다.

무엇보다 PO와 PM은 목표하는 바가 다릅니다. PO는 혁신을 탄생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지만, PM은 혁신이 더 많은 이들에게 가닿아 그들의 삶을 진정으로 바꿔놓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래서 제품이 성공했을 때 PO는 ‘끝났다’고 외치고 또다시 새로운 혁신을 찾아 떠나는 반면, PM에게 제품의 성공은 ‘일의 시작’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제품을 완성시켜 나가야 할 때라고 느끼거든요.


🔎 PO가 일하는 방식이 더 궁금하다면?

Q. 한 사일로에 PO와 PM이 함께 있다면 둘 사이에 위계가 있나요? 두 직군 간 전환도 가능한지요?

수평 문화를 지향하는 토스팀에는 직군 간, 직군 내 위계 질서가 없습니다. PO와 PM 간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전략을 수립하는 사람 따로 있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아요. 팀 혹은 사일로가 설정한 목표를 향해 PO와 PM, 개발자, 디자이너, 데이터 애널리스트 등 구성원 모두가 고유의 DRI를 가지고 협업합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제품의 성장 단계에 따라 PM이 온전한 최종의사결정권(DRI)를 가지는 팀도 있지만, PO와 PM이 함께 하나의 제품을 꾸려가는 조직도 있습니다. 이 경우 제품에 대한 최종 DRI는 PO가 가지는 것이 맞습니다. PO는 조직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논의하되, 제품의 목표와 비전을 설정하는 단계부터 실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까지 ‘가장 좋은 방향’이 무엇인지 결정합니다. 그렇지만 제품 디자인에 대한 DRI는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개발에 관한 DRI는 개발자가 가지는데요. 이처럼 PM도 사일로·팀의 한 구성원으로서 제품의 운영 체계와 고도화에 대한 DRI를 가집니다.

그런데 제품이 다음 단계에 접어들면 상황이 바뀌게 됩니다. 충분히 성공을 만들어 냈다는 판단이 들면 PO는 다른 제품을 맡게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PM은 하나의 제품을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지요. 세부 사항을 다듬고 기술 부채를 해소하는 등 점진적으로 제품을 개선해 나갑니다. 이 때부터는 수십~수백만 명의 사용자에게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끝까지 제공하는 책임과 권한을 PM이 가집니다.

각자의 역할과 성향이 크게 다른 만큼 두 직군 간 전환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PO와 PM이 각각의 전문성 기반으로 시너지를 내면 토스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비즈니스 임팩트를 낼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는 만족도 높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죠. 조직 관점에서도 제품을 운영하는데 리소스를 낭비하지 않고 효율화하는 효과가 있을 거에요.


Q. 어떤 역량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PM으로 일하고 있나요?

토스의 PM들은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애자일 조직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을 막론하고 여러 분야에서 서비스를 기획하고 런칭한 경험, 운영 중인 서비스를 개선해 비즈니스 임팩트를 키운 경험, 한 서비스의 풀 사이클(Full Cycle)을 리드한 경험 등을 가지고 있어요. 경력이 3~10년 가량인 PM이 다수지만 그 기간에 제한을 두지는 않습니다.

PM의 핵심적인 스킬셋으로 저는 ‘전체를 바라보는 눈’을 꼽습니다. 하나의 사건에서 기인해 발생할 수 있는 A부터 Z까지의 가능성을 한꺼번에 상상하고 고려해 내는 역량을 말합니다. 이런 역량을 갖추면 제품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요소요소의 장애물을 미리 감지해 다룰 수 있습니다.

토스가 금융 분야를 주로 다루다 보니, 금융 도메인 지식을 갖췄을 것으로 추측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금융 지식보다는 제품 고도화를 위하여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제품의 개선점을 발견하고 정의하며 이를 자동화·효율화해 해결할 수 있는지 등의 역량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개발자, 디자이너, CX팀원 등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제휴사와 정부 등 관계자들과 원활하게 의사소통하는 능력 또한 필요하고요.


Q. PM이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사례를 하나 소개해주세요.

PM 챕터에서는 매주 우수한 업무 사례를 공유하고 있는데요, 최근 개발자로만 이뤄져 있던 송금 플랫폼 팀에 합류해 비효율적인 운영 업무를 발견하고 효율화 해낸 PM이 있습니다.

매일 자정이 되면 당일에 완료되지 않은 송금 건을 이 팀의 개발자가 일일이 체크하고 있었거든요. 이를 발견한 PM은 우선 이 업무를 비개발자도 운영할 수 있도록 관리자 기능을 만들고 자동화했습니다. 코드로만 쓰여 있던 일부 송금 프로세스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보기 좋게 정리했고요. 최종적으로는 고객 상담을 담당하는 CX팀으로 업무를 이관했어요. 그 결과, 개발자는 본연의 개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CX팀에서도 업무를 쉽게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PS Team Leader 이준목 님

“인적이 드문 작은 개울을 건너는 데에는
바윗돌 몇 개 놓아 만든 징검다리 정도면 충분할 겁니다.
하지만 왕래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이 돌다리 하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지죠.
건너다 물에 빠질 염려도 있고요.
그럴 때 폭이 넓고 튼튼한 다리를 건설하게 됩니다.
안전하게 난간도 세우고요.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개울을 건너는 데 걱정이 없을 거예요.
토스의 PM은 빠르게 놓여진 돌다리 같은 제품을
넓고 튼튼한 다리로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


Graphic 박세희 Photo 김예샘


넥스트 애자일로의 진화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PM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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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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