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카트에 담긴 물건들이에요

토스가 만드는 커머스의 가능성

by 정경화

아웃사이트 7화. 토스의 양쪽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다

토스는 지난 2023년 3월 토스페이 탭 안에 ‘공동구매' 서비스를 선보였고, 이어 9월에는 판매자들을 위한 어드민(Admin・관리 시스템)을 정식 론칭했어요. 이후 업계에서는 많은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금융의 슈퍼앱 토스가 커머스 영역에서는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았어요.

이제는 매달 400만명 넘는 사용자가 토스페이 탭에 찾아와요. 제주도 감귤과 부대찌개 밀키트 등 먹거리부터 의류, 화장품 등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있고요. ‘고양이 키우고 간식 받기’ ‘10초 구경하기’ 등 사용자에게 재미와 보상을 주는 기능도 발굴해 냈어요. 채 서른 명이 안되는 담당 팀원들은 커머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서 좌충우돌 하고 있어요.

매달 400만 명 이상이 찾는 토스페이 탭. 계절에 맞는 먹거리부터 의류, 화장품 등으로 판매 품목이 늘고 있다.

쇼핑 사일로와 쇼핑 플랫폼 팀, 커머스 비즈니스 팀, ML(머신러닝)페이 팀 등 여러 직군들이 모여 마치 하나의 스타트업처럼 일하고 있습니다. 여러 실패와 좌절, 그 뒤에야 찾아오는 작은 성공의 사이클을 온전히 겪으면서요.

그 중 쇼핑 사일로 PO 이송화 님과 커머스 비즈니스 팀 리더 박진우 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토스가 커머스 실험에 나선 진짜 이유, 커머스 분야의 왕초보로서 겪어야 했던 실패와 좌절, 그 과정에서 발견해 낸 토스 커머스의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시작은 완전한 실패로부터

이 이야기는 2022년 하반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토스는 간편결제 ‘토스페이'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커머스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렸어요.

매달 1,500만 명 넘게 방문하는 토스 앱에서도 토스페이 가맹점을 노출해주면 어떨까? 판매자들에게는 토스 앱이 새로운 매출처가 되고, 토스는 토스페이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어요. 품질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면 사용자에게도 가치 있는 서비스일 거고요.

그런 맥락에서 출시한 ‘장바구니 모아보기'는 토스 내부에서도 큰 기대를 모았어요. 외부 쇼핑몰과 연동해, 토스 앱 안에서 그 쇼핑몰 장바구니를 조회하고 바로 결제할 수 있도록 만든 획기적인 제품이었어요.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하루에 1~2건 결제가 일어날까 말까 했어요. 완전한 실패였습니다.

또 하나의 비밀 병기는 ‘매일특가'라는 제품이었습니다. 한 쇼핑몰에서 라면, 생수, 화장지 등 매일 단 하나의 제품을 평소보다 특별히 싼 가격으로 공급해주기로 했거든요. 토스 앱에서 이 특가 상품을 사려는 유저는 아웃링크를 타고 쇼핑몰로 넘어가고, 대신 결제 수단을 토스페이로 한정하는 조건이었어요. 빠른 속도로 제품을 만들었고, 또 빠르게 접었습니다. 하루에 100건, 300만원어치도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에요.

공동구매에서 발견한 가능성의 씨앗

반년 만에 사일로의 분위기는 무거워졌어요. 잘될 거라는 기대와 확신은 사라지고, 침묵과 충돌이 늘어났습니다. 와해 직전 “마지막으로 딱 하나만 더 실험해보자"며 시작한 것이 바로 ‘공동구매'였어요. 매일특가와 별다를 것은 없는데 공동구매라는 포장지를 덧씌우는 실험이었어요. 특가 상품을 사려면 예약을 해야 하고, 예약한 사람이 최소 100명은 모여야 결제가 이뤄지는 구조였죠.

공동구매가 오픈됐고, 일 거래액은 곧 800만 원을 기록했어요. 같은 물건이라도 당장 사지 못하고 ‘예약’을 해야 한다는 점, 나 말고도 사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희소성을 강조해 준 거였죠. 오랜만에 팀원들 사이에서 활기가 돌았습니다. 만약 ‘매일 특가’ 실험을 하지 않았더라면, 800만 원도 작게 느껴졌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앞선 실험 덕분에 ‘지난번보다 이번 콘셉트가 3배나 효과적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그럼 뭘 바꾸면 더 좋아질까?’라는 대화가 시작됐어요. 당시 파트너사 세일즈를 도맡다시피 했던 박진우 님은 “작은 성공이 모두의 눈을 빛나게 했던 순간”이라고 이 날을 기억합니다.

공동구매 실험을 확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앱 바깥의 쇼핑몰로 사용자를 보내는 대신, 토스 앱 안에서 결제가 일어나도록 내재화할 차례였어요. 우선 여러 파트너사를 빠르게 모집했고요. 어드민 시스템을 만들기까지 3개월 넘게, 수백 곳의 파트너사로부터 상품 이미지를 하나 하나 편집해 수기로 상품을 등록했어요. 파트너사들은 “토스는 여전히 허슬(hustle) 넘치는 팀이네요”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죠. 거래액은 가파른 상승세를 탔습니다.

커머스는 토스도 처음이라

여러분은 지금 스팸을 주문하려고 토스 앱에 들어갔습니다.

왼쪽의 스팸 클래식과 라이트 각각 4캔 세트, 오른쪽은 클래식으로만 8캔. 둘 중 어떤 구성의 스팸을 고르시겠어요?

오른쪽 구성을 구매하는 비율이 2배 이상 높았습니다. 어카운트 매니저*가 제휴사와 여러 구성으로 바꿔가며 테스트해 얻은 성공 사례였어요. 할인율이 더 높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커머스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은 토스는 아직 모르는 게 많았어요. 오직 실험을 통해서만 깨닫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백화점이 정성 들여 상품을 진열하는 것처럼, 온라인 커머스에서는 제품 구성과 배열, 문구, 이미지의 미세한 각도까지 집요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요. 그렇게 무적의 조합을 하나씩 찾아 나갔습니다.

*어카운트 매니저(Account Manager) : 토스 비즈니스 트라이브에서 사업 개발 및 제휴, 영업을 담당하는 직군. 토스와 협업하는 외부 파트너사, 기관 등이 어카운트 매니저의 고객이며, 토스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이 고객들의 성공을 지원해요.

토스가 커머스 초보였던 탓에 몰랐던 사실은 또 있었어요. 토스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고객 중에는 4060 여성이 많았는데요. 최근 수년새 많이 유입된 사용자 군이에요. 토스에 입점한 셀러들이 생필품과 식품을 많이 팔고 있는데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팔기 위해 여러 개 묶음 구성을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생필품 소비량이 많은 3~4인 가구 위주로 구매가 일어나는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그런데 토스는 이들의 인구적 특성은 알지만, 행동 양식은 몰랐어요. 많은 온라인 쇼핑몰이 상품 상세 페이지에 ‘더보기' 버튼을 만들어 긴 설명을 접어두는 경우가 많은데요. 4060 여성 고객들은 이커머스에서 ‘더보기’ 누르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더보기 없이 상세 페이지를 길게 열어 뒀더니 구매 전환으로 이어지는 지표가 9%포인트 이상 좋아졌어요. 이 고객들은 내용이 길어도 하나씩 꼼꼼히 살펴보기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어요.

이전까지 줄곧 핀테크 서비스에 집중해 온 토스에는 커머스 산업을 잘 아는 팀원이 여전히 드물고, 전문성을 가진 동료가 간절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실험과 러닝, 개선의 사이클을 돌면서, 구성원들이 이 제품에 가지는 애정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새로 입점한 셀러의 매출이 뛰어오르면 함께 기뻐하고, 어뷰징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다 같이 속상해 하며 제품과 정책을 다듬어 가고 있어요.

작은 성공의 축적이 중요하다

‘매일방문'과 ‘고양이 키우고 간식받기' 서비스의 대표적인 화면. 토스페이 탭 안에서 사용자의 탐색을 강화하고 체류시간을 늘렸다.

2023년 하반기 토스의 커머스 지표가 빠른 성장 곡선을 그리는 데 기여한 실험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매일방문’을 통해 탐색을 강화한 거예요. 토스페이 탭에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구경 포인트를 지급하는 기능이었는데요. 사용자들이 토스에서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장치였어요. 4회 이상 탭에 방문하면 첫 구매가 일어난다는 아하 모먼트*를 찾아 냈거든요. 자주 방문해 어떤 물건이 있는지 구경하게 만들면 구매 전환까지 이어질 거라는 가설에 따른 실험이었죠.

백화점 팝업 스토어가 3~4층에 배치된 데서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팝업 스토어에 가려는 사람들은 백화점 1~2층을 구경하며 올라가게 되고, 그러다 다른 물건을 구매하기도 하니까요.

7월 초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지 불과 일주일 만에 토스페이 탭의 방문자는 하루 100만 명으로 늘었어요. 월 거래액도 전달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이송화 님은 “이 성공의 경험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말합니다. 팀원들은 지난 해의 좌절로부터 자유로워졌습니다. 이후로는 실패를 맞이해도 타격감 없이 다음 시도를 준비하게 됐어요.

*아하 모먼트(Aha moment) : 신규 유저가 제품에서 처음으로 가치를 발견하는 시점을 말한다. ‘아하!’ 하는 깨달음의 순간이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용어다.

두 번째는 ‘고양이 키우고 간식 받기’입니다. 토스페이의 직접적인 성장을 목표로 만들었지만, 커머스와 강결합돼 있어 상부상조할 수 있었어요. 토스페이 탭에 방문해 상품을 탐색하고 구매하면, 그때마다 고양이 먹이와 장난감이 쌓이고요. 그걸로 새끼 고양이를 키우는 게임 형태의 제품이에요. 다 자란 고양이는 보상으로 아이스크림이나 햄버거, 커피 쿠폰 등을 물어다 주고요.

시작 전에는 ‘보상에 이르는 스킴이 복잡하다’ ‘왜 강아지가 아닌 고양이냐' 등 다양한 피드백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 고양이는 토스 사용자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월 175만 명이 쓰는 서비스로 성장했습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용자들에게 커머스 서비스가 자연스레 스며들었고요. 실험 4개월 만에 AMPU*는 플러스로 돌아섰어요.

*AMPU(Average Margin Per User) : 고객 1인당 평균 이익.

토스 커머스는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

토스팀은 1년 반 넘게 이어온 실험을 통해 작은 확신을 얻었습니다. 커머스 비즈니스가 사용자와 셀러(판매자)라는 토스의 양쪽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제품이라는 점이에요.

셀러들이 토스 앱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트래픽입니다. 토스 MAU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1,500만 명 이상이고, 이들은 월 평균 300회(와이즈 앱 기준) 가까이 토스 앱을 켭니다. 돈이 오가는 금융 슈퍼앱에서 상거래가 오가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기능으로 자리잡고 있고요.

상품을 등록하고 관리하는 어드민 시스템 측면에서는 아직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어요. 2024년 상반기에는 이 어드민 플랫폼의 완성도를 끌어올려 셀러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고객에게도 질 좋은 상품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매일 구성이 달라지는 ‘오늘의 상품'은 고객이 좋은 제품을 좋은 조건에 가져갈 수 있도록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어요. 토스는 포인트를 주는 ‘혜택’형 서비스를 여럿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은 포인트를 바로 출금하려고 하면 수수료를 물지만, 토스페이를 통해 물건을 구매할 때는 수수료 없이 차감할 수 있어요.

로켓처럼 빠른 배송, 거대한 물류 시스템, 검색 기반 커머스 등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은 이미 뚜렷한 정체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자연히 토스가 만드는 커머스의 본질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TV 홈쇼핑이 앱 안으로 들어온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처음부터 쇼핑하려고 TV를 켜는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괜찮은 상품을 마주치면 구매하는 것처럼, 아직은 쇼핑을 목적으로 토스 앱에 들어오는 사용자는 많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토스 앱을 탐색하던 사용자들은 우연히 좋은 상품을 발견하고, 구경하고, 구매까지도 이어갑니다. 토스 커머스의 본질은 결국 머지 않은 미래에 사용자들이 정의내려 주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기본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모든 셀러들이 새로운 제품 판매를 언제든 시도하며 자유롭게 경쟁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나가려 합니다. 그 편이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며, 토스에게도 어떤 거대 브랜드에 의존하는 것보다 건강한 성장을 가져다 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앞으로도 토스 커머스는 뚜벅뚜벅 걸어가보려 합니다. 아직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알 수 없지만, 그 점이 더 매력적입니다. 팀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시도하고 만들어 갈 수 있는 단계니까요.”

Graphic 이은호 조수희 함영범

토스가 만드는 커머스가능성을 함께 키워가고 싶다면
정경화 에디터 이미지
정경화

토스팀이 품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더 많은 분들께 알리는 일을 합니다.

필진 글 더보기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