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경제 위기, 멀리 보고 금융력 키우는 법

by 박현아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의 후유증으로 생활이 팍팍해진 요즘. 특히 작년까지 좋았던 주식시장이 약세장으로 이어지며 은행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금리와 환율이 치솟는 시대에 무작정 “상승장은 돌아올 것이니 지금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마저 “금리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고 했다. 역사를 돌이켜봐도 고금리 시대에 한참 동안 주식 시장이 어두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해야 한다 vs 하지 말아야 한다’가 핵심이 아니라, 경기 흐름을 읽는 안목을 키우며 내 선택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부모와 아이의 요즘 경제 관심사 1. 지금은 기본기를 다지는 시기로 

떨어진 주식을 손절해야 할지, 한다면 언제 팔아야 할지 고민하기보다 ‘좋은 기업’을 제대로 찾아보자. 비용 증가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만큼 가격 결정력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매입 또는 소각해 주주가치를 올리는 기업을 선별해보는 것이다. 바닥을 찍은 저평가 성장주에 올라타기보다 현금화가 쉬운 고배당주에 투자해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배당주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주식에도 ‘왕’과 ‘귀족’이 있다?‘를 읽어보자.

‘기회는 항상 시장 안에 있을 때 오는 법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아무 주식이나 사서 10년 이상 머무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의 상황에 따라 목돈이 필요한 시점을 대비한 투자 전략을 세워 때가 아닐 때 시장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만들라는 뜻이다. 고물가 시대인 만큼 가정 내 불필요한 지출을 차단하고 포트폴리오 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조절하며 투자의 기본기를 닦아야 한다.

자녀 명의로 산 주식 그대로 둬도 괜찮을까? 부모(본인)의 계좌와 다르게 자녀의 주식 계좌는 ‘시간의 힘’을 믿고 기다리는 방법이 최선이다. 잦은 매매와 수익률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단지 이를 실천하기 힘들 뿐이다. 사실 우리 집의 경우도 매도 없이 매수만 하는 자녀 계좌 수익률이 가장 높다.가능하면 자녀의 계좌만이라도 최소 10년 이상을 바라보고 매수만 해두길 추천한다. 왜냐하면 세금 문제를 생각해서라도 자녀 주식을 단기로 매매하는 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부모가 아이를 대신해 재산을 증식했다고 간주되면, 즉 자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가 대신 매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 추가로 증여세를 납부해야 할 수도 있다.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직접 거래하도록 하는 것이 절세는 물론 자녀의 경제적 독립에도 도움되는 일임을 잊지 말자.

주식 투자를 해서 손해 볼까 아이가 걱정한다면? 투자를 해서 돈을 벌었다면, 원금을 보장받지 않는 대가도 치를 일이 생긴다는 걸 아이도 알아야 한다. 위험하지 않은 투자는 없고, 투자를 한다는 건 시장의 변동성을 경험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손실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대비책을 아이에게 알려주자.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음식보다는 적당한 온도의 음식이 먹기 좋고 맛도 잘 느낄 수 있듯이 투자도 마찬가지다. 변동성이 큰 주식에만 투자하면 뜨거워 위험할 수 있고, 반대로 식어가는 안정적인 주식만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뜨겁거나 차가운 주식을 고루 담아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는 ‘분산 투자’ 방법을 아이에게 이야기해봤다.

강똘똘: 한꺼번에 여러 회사 주식을 사는 방법이 있어요? 엄마: 다양한 기업을 한 번에 투자할 수 있도록 묶어둔 상품을 ‘펀드’라고 해. 그중에서도 주가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는 ‘인덱스 펀드’라고 하지. 그 인덱스 펀드를 주식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게 만든 게 ‘ETF(상장지수펀드)’란다. 우리 가족은 우리나라 200개, 미국의 500개 대표 기업이 포함된 지수에 투자하는 ETF에 투자하고 있단다. 

주식, 채권, 금, 원자재, 부동산 등 완벽한 분산 투자를 위한 설명까지는 아직 하지 않았다. 다만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수익 내는 기업만 골라서 투자할 수는 없기에, 아이의 흥미와 관심사를 반영한 몇 개의 우량 기업과 ETF 투자를 병행하기로 했다. KOSPI, S&P500 등의 지수를 따르는 ETF에 투자하면 시기별 우량 종목에 고루 투자하는 효과가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다. 실제로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 주식 계좌의 50%는 ETF로 구성해두기도 했다. 

ETF 투자도 아이의 관심사에서 출발할 수 있다 자녀와 함께하는 투자 종목을 고를 때는 아이의 관심사에서 출발하곤 한다. 아이가 로봇을 좋아한다면 유망한 로봇회사를 직접 방문해 보면 좋겠지만 보통 부모의 열정으로는 힘들다. 대신 로봇 ETF에 투자하며 로봇과 관련된 회사 정보를 접하기로 했다. “똘똘이가 좋아하는 로봇을 만드는 회사가 일본에 있었네? 수술용 로봇을 잘 만드는 회사이기도 하구나”처럼 수익률보다 경제적 대화 거리가 끊임없이 생겨나는 장점이 크다.

ETF는 소액으로 분산 투자가 가능하고 거래 비용이 저렴하고 실시간 조회와 매매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주식처럼 가격이 변동되므로 사고파는 시점을 고민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개별종목 투자보다 변동폭이 크지 않아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지만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는 점도 염두해둬야 한다. 게다가 요즘처럼 하락장이 지속될 때는 이를 반영한 지수도 함께 떨어지기 때문에 특정 종목보다 ETF 투자의 손실률이 클 수도 있다.

부모와 아이의 요즘 경제 관심사 2. 미래 산업 키워드를 알아본다

아이와 함께 투자를 시작한 뒤로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신문, 영화, 뉴스를 보며 미래 산업을 이야기하고,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전망도 같이 고민하게 됐다. 요즘 학생들은 과학 만화나 유튜브 채널, 학교 교과 시간을 통해 미래 산업에 대한 배경 지식을 쌓을 기회가 풍부하고 습득도 빠르다. 부모는 신문과 뉴스를 통해, 아이는 책과 영상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정보를 공유하며 미래 사회에 한 발짝 다가서보자.

미래 산업 키워드 1. 메타버스 ‘초월’을 뜻하는 ‘meta’와 ‘세상, 우주’를 뜻하는 ‘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 어른들에게 현실과 가상공간의 경계가 무너진 세상은 낯설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세계의 문턱을 이미 넘고 있다.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동물의 숲, 제페토 등 메타버스형 게임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만 봐도 짐작이 가능하다. 메타(구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기업들도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거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산업계의 거대한 트렌드로 자리잡은 메타버스. 아이와 함께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키워드다.

미래 산업 키워드 2. 우주 항공산업 국내 기술로 만든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하며, 우리나라는 세계 7대 우주 강국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우주는 우리 세대에 비해 한층 현실감 있는 터전이 된 것이다. 뉴스와 기사에 소개되는 내용이 어렵다면 우주가 배경인 영화를 함께 봐도 좋다. ‘미래 먹거리는 우주에 있다’ 라는 말을 대변하듯 테슬라와 아마존과 같은 굴지의 기업이 우주산업에 뛰어들어 경쟁하고 있다. 우주관광 산업, 우주 인터넷 산업, 소행성 채굴 산업, 화성개발 산업 등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우주산업을 앞으로 주시해보자.

미래 산업 키워드 3.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 드론이 배달하는 피자를 먹고, 드론 택시를 타고 공항을 간다? 더 이상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차세대 이동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UAM. 우리나라도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신 시스템, 항공관제 시스템, 안전 문제, 자율주행 규제 문제, 이착륙장, 환승센터 건립 등 해결해야 할 숙제는 아직 많다. 환경을 보호하고 시간을 절약해 주는 착한 교통(운송)수단으로 거듭나 줄지 아이와 함께 지켜보는 건 어떨까.

미래 산업 키워드 4. 3D 프린팅 3D프린터로 집을 짓고 로켓을 만들고 인공 심장과 간, 대체육까지 만드는 시대다. 개인별 신체 상황에 따라 성분이 조절된 약을 만들고, 맞춤 장기 또는 조직을 만들어 이식을 가능하도록 하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도 개발 중이다. 산업 곳곳에서 3D 프린팅 기술이 더해지고 있다. 3D펜을 가지고 노는 아이와 함께 미래 산업 속 무궁무진한 3D프린터의 활용 범위도 알아가 본다.

미래 산업 키워드 5. 클라우드 개별 기업들이 수많은 데이터를 기록, 저장하며 서버 구축 및 관리, 보안까지 책임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 기술 덕분에 효율적인 비즈니스 환경 구축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클라우드 속 데이터를 어떻게 세공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수십 배로 불어나기도 한다. 클라우드로의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은 아니다. 이제 어떤 클라우드를, 어디에, 어떻게 도입하느냐가 기업 성장의 바탕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클라우드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기업들의 성과를 눈여겨볼 필요도 있다.

부모와 아이의 요즘 경제 관심사 3. 나누는 마음을 키우는 것도 경제 공부

자신의 돈과 시간, 재능을 나누며 현재에 감사할 때 행복하다는 것을 어른이 되고서야 알게 됐다. 사실 정확히는 언제 알게 되었는지 알 수 없기에 어릴 때부터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그중에서도 나누는 일은 대단한 것을 가지지 않아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자선은 집안에서, 정의는 이웃에서 시작된다”는 말처럼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내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동생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구구단 가르쳐 주기, 할아버지, 할머니께 휴대폰 기능 알려드리기 등. 쓰지 않는 깨끗한 물건을 정리해 중고 거래로 돈을 벌어보는 것도 좋지만, 아름다운 가게나 주변 복지관을 통해서 기부해보는 것도 좋다. 정기 후원을 시작할 때는 국내 또는 해외의 아동들을 도울지, 월 얼마면 지속적으로 실천 가능할지 상의했더니 아이도 의외로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경제적인 사고와 나누는 마음은 서로 멀리 있지 않다. 

시즌1 연재를 마치며 

경제 흐름을 따라가는 삶은 다르다 뉴스를 보면서 종종 모르는 단어를 물어보는 아이와 뉴스는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아이의 차이는? 원하는 물건을 사고 싶어서 돈을 모아본 아이와 그때그때 부모를 졸라 원하는 걸 샀던 아이의 차이는? 용돈 10만 원으로 게임에 현질한 아이와 좋아하는 회사의 주식을 조금 사본 아이의 차이는? 어른이 되어 우리가 체감했듯이 금융력이나 경제적인 사고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유튜브 강의 몇 편 본다고 길러지는 것은 아니기에 돈 공부는 어릴 때부터 해야 하고,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언젠가 스스로 앞날을 계획해야 하기에 경제 감각만큼은 밝혀주고 싶었고 의외로 아이들은 ‘온전한 내 자산’이 생겼을 때 뿌듯함을 느끼며 높은 관심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선택과 행동으로 인해 늘어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경제 흐름을 파악할 줄 아는 안목이 훗날 꿀 수 있는 꿈의 크기를 결정할 것이므로, 가장 가까이서 아이가 어떤 것을 왜 습득하는지 알려주고 함께할 수 있는 시기부터 돈 공부 시작을 강력히 추천한다.


Edit 주소은 Graphic 조수희

– 해당 콘텐츠는 2022. 7. 29.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 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토스팀 브랜드 미디어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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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아

어린이 경제교육 강사 겸 칼럼니스트. 재테크 유튜브 채널 ‘알고tv’를 운영하며, 두 아이와 함께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어린이 경제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온라인 라이브 키즈 스쿨 ‘꾸그’에서 금융・경제 클래스를 진행한다. 저서로는 ⟪우리 아이 주식부자 만들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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