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vs PBR

내 주식이 싼지 비싼지 알 수 있는 방법 : PER vs PBR

by 정민규

주식을 살 때 누구나 고민하는 것이 있죠. 이 주식은 싼 걸까, 비싼 걸까. 

내가 사고 싶은 주식의 가격이 현재 기업 가치보다 낮게 형성되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훨씬 높게 형성되어 있는 것인지의 문제는 늘 풀기 어려운 숙제 같아요. 낮다면 앞으로 주가가 더 오를 수 있으니 ‘사보자’ 쪽으로 마음이 기울 수 있죠. 반대라면 주식 구매에 신중해야 할 거고요. 

이렇게 내 주식이 싼지, 비싼지를 평가할 때는 기업의 가치, 즉 밸류에이션이 항상 따라붙어 이야기될 수밖에 없어요.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말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지표는 PER, PBR인데요. 이 지표들이 무엇이고, 이것만 보면 우리가 원하던 답을 알 수 있는 것인지 살펴볼게요. 

PER, 뭐냐면요 

PER은 매우 직관적인데다 계산하기도 간편해서 주식 시장에서 많은 투자자가 즐겨보는 밸류에이션 지표인데요. ‘Price Earning Ratio’의 줄임말이에요. 기업이 벌어들이는 돈 대비 주가의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어요. 

쉽게 말해 1주의 가격이 수익의 몇 배인지를 계산한 것인데요. 만약 PER이 5라면 이 기업이 주식 1주 가격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의 5배 수준으로 주가가 거래된다는 것이고, 10이라면 10배 수준이라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보통 PER이 낮으면 ‘기업 가치보다 주식이 싸다’고 보는데요. 싼 주식을 사겠다는 생각으로 PER이 낮은 주식을 골라서 구매하는 투자자도 많아요.

계산도 쉽게 해볼 수 있는데요. 이 기업이 전체 발행한 주식 수와 현재 거래되고 있는 주식 1주당 가격을 곱해서 나온 시가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누면 구할 수 있어요. 당기순이익은 회사가 1년 동안 장사를 해서 벌어들인 돈에서 직원 월급, 원자재 비용, 은행 이자 등등 지출한 돈을 모두 빼고 나서 남은 순수한 이익을 말해요. 

시가총액과 당기순이익을 각각 ‘기업이 발행한 주식 수’로 나누면 ‘시가총액 / 주식 수’는 해당 기업의 주가가 되고, ‘당기순이익 / 주식 수’는 1주당 순이익을 뜻하는 EPS(Earning Per Share)가 된답니다. 그래서 PER은 주가를 주당 순이익(EPS)으로 나누면 구해지죠. 예를 들어 시가총액이 10,000원인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2,000원이라면 PER은 5가 되겠죠? 

PER은 원금의 회수 기간을 의미하기도 해요. 예를 들면 주가가 1,000원이고 EPS가 200원인 기업을 매수했다고 생각해볼게요. PER은 주가를 EPS로 나눈 것이라고 했으니 PER 5배짜리 기업을 매수한 것이 되겠죠. 세금이 없고 시간 가치가 없다고 가정하면 매년 200원씩의 EPS를 벌어들여 1,000원의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 데 정확히 5년이 걸리겠죠? 그래서 PER 배수는 투자 원금의 대략적인 회수기간을 보여주기도 한답니다.

PER은 장점이 많은 동시에 많은 허점이 존재하고 단순한 PER 배수 외에 생각해야 할 것도 많은 지표랍니다.

매년 EPS가 200원과 40원을 왔다 갔다 하는 기업의 주식을 예로 한 번 들어볼게요. 주가 1,000원인 이 기업은 EPS가 200원일 때는 PER 5배의 주식이 되지만 EPS가 40원일 때는 PER 25배의 주식이 되어버려요. 이렇게 이익의 변화하는 정도가 큰 경우, PER 변동성이 확대되어 한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평가하기 적합하지 않아지는 것이죠. 

대부분의 기업은 영업환경 변화와 함께 실적도 변하게 돼요. 특히 경기 변화에 민감한 업종의 경우 경기 수축과 확장에 따라 순이익 역시 큰 폭의 변화를 보이기도 해요. 특히 한국은 많은 업종이 글로벌 경기 변화에 민감한 경우가 많아요. 한국을 대표하고 있는 반도체, 조선, 철강, 화학, 자동차 등은 모두 경기민감업종에 속한답니다.

위 그림은 SK하이닉스의 연도별 당기순이익 규모예요. 연도별로 극심한 변동을 보이죠? 2010년 2조 원을 훌쩍 넘어섰던 SK하이닉스의 순이익은 바로 다음 해인 2011년 적자로 바뀌기도 했고, 2012년 적자 상태에서 바로 다음 해인 2013년 다시 약 3조 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되기도 했어요. 

이렇게 순이익이 위아래로 급변하는 기업을 PER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요. PER은 주가와 EPS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지표인데, PER로 위의 기업을 평가할 경우 이익 변동과 같이 주가도 2배로 뛰었다가 다시 7분의 1토막 나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2011년과 2012년 SK하이닉스가 적자를 기록한 해의 경우 PER은 더욱더 설명력이 떨어져요.(마이너스 PER은 투자자들에게 아무런 의미를 제시해주지 못한답니다.)

순이익에 1회성 손익이 포함될 경우 이를 조정해서 판단해야 하는 문제도 있답니다. 위의 그림처럼 연간 200원의 당기순이익이 꾸준히 발생하는 기업을 한 번 볼게요. 만약 이 기업이 2017년에 평소처럼 200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갖고 있던 부동산을 처분해 1회성 이익으로 300원을 추가로 인식했다고 가정해볼게요.

1,000원의 주가를 가정한다면 평소의 PER은 5배가 되겠죠? 2017년 500원의 당기순이익으로 PER은 2배가 되었지만 부동산 처분이익은 지속가능한 이익이 아니기 때문에 주가가 그대로 유지되어도 이 기업의 다음 해 PER은 다시 원래대로 5배 수준으로 돌아가게 돼요. 이런 1회성 손익은 발생 시점에 잠깐의 주가 변동을 만들어내지만 일반적으로 발생 전의 주가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랍니다. 따라서 PER을 면밀하게 적용하려면 그해에만 특수하게 발생한 1회성 손익을 제거해주는 작업이 추가로 필요해요.

이외에도 금융업처럼 대규모 부채가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업종 역시 PER로 평가하기 적합하지 않아요. 은행과 보험, 증권업은 각각 예적금 가입자, 보험 가입자, 증권사 계좌이용자 등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고 이를 보다 수익성 높은 자산에 재투자하거나 혹은 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하고 있어요. 

가입자 혹은 이용자가 보유한 자금을 유치했다가 특정 시점에는 돌려줘야 한다는 의무가 있는 거죠. 은행은 예적금 만기가 도래해 해지가 될 경우, 보험은 약관에 따른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할 경우, 증권은 이용자가 자금 인출을 신청할 경우 고객이 맡겼던 돈을 다시 돌려줘야 하죠. 이 모든 것은 회계적으로는 부채(빚)로 인식되지만 PER은 부채에 대한 그 어떤 것도 고려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해요. 

‘PER 2배’인 기업을 단순히 저평가라 할 수 없는 이유는 PER 2배인 기업에 부채가 얼마나 있고, 해당 부채를 상환한 뒤에도 주주의 주머니에 이익으로 발생한 현금이 유입될 수 있는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PER은 손익 변동성이 큰 기업이나 적자 발생 기업, 대규모 부채 조달이 필연적인 기업 등에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어요. 또 1회성 손익을 조정해줘야 하는 번거로움도 존재하죠. 그래서 낮은 PER과 저평가라는 것은 동의어가 될 수 없어요. PER 적용이 적합한 산업과 기업에 알맞게 적용했을 때만 PER로 저평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답니다.

PBR 도 살펴볼까요 

PBR은 ‘Price Book value Ratio’의 줄임말로, 각 기업의 시가총액과 순자산(자본총계) 간의 비율로 밸류에이션을 평가하는 지표예요. 간단히 예를 들면 시가총액이 10,000원인 기업의 순자산이 20,000원이라면 PBR은 0.5가 되겠죠?

시가총액과 순자산을 각각 ‘기업이 발행한 주식 수’로 나누면 ‘시가총액 / 주식 수’는 해당 기업의 주가가 되고, ‘순자산 / 주식 수’는 1주당 순자산을 뜻하는 BPS(Book value Per Share)가 된답니다. 그래서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BPS)으로 나누면 구해진답니다.

PBR은 기업의 시가총액이 재무제표상 주주의 몫에 속하는 가치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 지를 보여줘요. 순자산은 기업이 보유한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잔액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순자산은 온전한 주주의 몫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재무제표에 계상되어 있는 순자산을 시장에서 적절한 값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인지를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답니다.

PER이 단일 시점에 벌어들인 이익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과 달리 PBR은 수년간 누적된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일반적으로 한 기업의 순자산은 설립 시점의 자본과 함께 한 기업이 영업활동을 하면서 기록한 당기순손익이 누적되어 만들어져요. 누적된 성과를 기준으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PER 평가가 적합하지 않은 산업 중 일부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실제로 SK하이닉스의 PBR밴드, PER밴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역사적 밸류에이션 트렌드를 살펴보면 어떤 밸류에이션 지표가 반도체 산업을 더 의미 있게 설명하는지 알 수 있어요. 오른쪽의 PER 밴드를 통해서는 어떠한 특성을 찾기가 힘들지만 왼쪽의 PBR 밴드를 통해서는 SK하이닉스가 수년간 PBR 0.9배에서 1.8배 사이에서 평가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PBR 지표는 이렇게 PER 지표로 설명하기 힘든 일부 산업의 밸류에이션을 적절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일반적으로 PBR은 위 예시처럼 이익의 변동성이 높거나 대규모 부채 조달이 필요한 산업에 속한 기업을 평가하는 데 적합해요. 국내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는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금융업이 모두 이런 특성에 해당하죠.

PBR은 그럼 단점이 없을까요? PBR도 주의해서 봐야 하는 이유들이 있어요. 우선 PBR은 한 사업이나 기업의 체질이 변화하는 시기를 적절하게 평가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어요. 설립 이후 아래와 같이 연간 꾸준히 200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인 기업이 7년 시점을 기점으로 연간 2배씩 순이익이 증가하는 구조적 성장에 돌입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볼게요.(주가는 1,000원으로 가정할게요.) 

주식의 값어치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있어요 

PER, PBR 외에도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보는 방법은 정말 다양해요. 

매출액을 기반으로 밸류에이션을 평가하는 PSR(Price Sales Ratio), 주식 가치와 이자부 부채(이자를 발생시키는 부채), 각 시점에서 기업이 발생시키는 현금흐름을 할인하여 현가의 합계로 주식 가치를 평가하는 DCF(Discounted Cash Flow), 사업부문이나 자회사의 가치를 별개로 계산한 뒤 이를 총 합산하여 가치를 구하는 SOTP(Sum Of The Parts) 등이 있죠. 

밸류에이션 방법이 이렇게 다양한 것처럼 과연 어떤 밸류에이션 잣대로 하나의 기업이나 산업을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어요.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내린 생각은 지금 시장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특정 산업에 적용하는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들은 반도체, 금융, 화학, 철강 산업을 평가할 때 PBR로 해당 산업의 기업을 평가하고 있는데,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별 고민 없이 PER로 평가해 저평가나 고평가로 결론을 내리는 방식은 아주 위험해요. 

어떤 기업을 PER로 평가하면 저평가로 판단될 수 있지만 PBR로 평가하면 고평가이고, 또 다른 방법을 사용하면 적정 가치로 결론이 날 수 있어요. 적용하는 밸류에이션 방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거예요. 

때문에 최소한 현재 시장참여자들이 각 산업에 적용하는 밸류에이션 잣대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아주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시장에서 과일을 고르는 일과 비슷해요. 예를 들어 맛있는 수박을 고르기 위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줄무늬가 선명하고 맑은 “통통” 소리가 나는 수박을 고르죠? 그런데 나 혼자만의 기준을 잡고 수박을 고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맛없는 수박을 고를 가능성이 커지는 거죠.

PER vs. PBR, 내 주식을 평가하기 적합한 방법은 

주식 격언 중에는 ‘밸류에이션 값이란 각자의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어요. 밸류에이션이라는 것이 각자 적용하는 방법과 계산하는 방식에 따라 수도 없는 경우의 수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모두가 다른 밸류에이션 값으로 한 기업을 바라보고 있을 수 있죠. 

그럼에도 이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특정 산업과 특정 기업에 적용되는 공통된 기준은 명확하게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요. 때문에 각각의 산업에 적용되고 있는 업계의 기준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것도 주식 투자에 있어서는 아주 중요한 작업 중 하나죠. 

애널리스트들이 작성한 보고서가 좋은 힌트가 될 수 있어요. 애널리스트들이 해당 기업을 평가하기 위해 선택한 밸류에이션 방법을 따라가는 것이죠. 기관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의 주장을 모두 반영해 투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애널리스트의 자료와 논리를 참고해 의사결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초보 투자자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거예요. 

Edit 이지현 Graphic 이은호 김예샘


– 해당 콘텐츠는 2022. 11. 7.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 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토스팀 브랜드 미디어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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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규

S회계법인에서 M&A 실사, 밸류에이션, 인수 매각 자문 업무를 수행했고, 현재 A자산운용 펀드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약 12년 동안 개인투자를 해오면서 경험한 시행착오를 토대로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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