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금은 소득에 따라 달라질까?
ㆍby 김경곤
에디터 G (이하 G): 얼마 전 세금 수입이 줄어들었다는 내용의 뉴스를 봤어요. 우리나라 상반기 국세 수입이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조 원 이상 덜 걷혔다더라고요.
박사 K (이하 K): 맞아요. ‘세수 펑크’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하죠. 증가율로 계산해보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8.2%나 국세 수입이 줄어든 거예요.
세금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하는 자금의 원천인데요. 세금이 적게 걷히면, 그만큼 정부가 쓸 수 있는 자금의 여력에 제한이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 오늘은 세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G: 좋아요. 매월 꼬박꼬박 내는 세금인 만큼 관심이 높아지는 주제네요.
K: 세금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해요. 여러가지 기준에 의해 분류되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기준은 ‘누가 세금을 부과하는가?’ 입니다. 세금을 매기는 주체가 ‘국가’ 이면 ‘국세’, ‘지방자체단체’ 이면 ‘지방세’로 구분할 수 있어요.
G: 급여명세서 보면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로 나뉘어서 세금이 부과되는데, 소득세가 국세이고 지방소득세가 지방세가 되는거겠군요.
K: 맞습니다. 세금으로 걷힌 수입을 어디에 사용할지에 따라서도 구분할 수 있어요. 세금의 용도가 미리 정해져있지 않다면 ‘보통세' 고요. 세금의 용도가 걷을 때부터 미리 정해져 있다면 ‘목적세' 예요. 예컨대 지방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에 필요한 지방교육재정을 늘리려고 세금을 걷는다면, 이 세금은 목적세의 한 종류인 ‘지방교육세' 로 분류되는 것이죠.
G: 또 다른 분류 방식이 있나요?
K: 세금을 부담하는 구조에 따라서도 분류할 수 있습니다. 세율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면 ‘비례세’ 고요. 과세 대상이 되는 금액이 커질수록 세율도 같이 올라가면 ‘누진세’ 라고 합니다.
비례세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부가가치세’ 예요. 부가가치세는 상품의 거래나 서비스의 제공과정에서 얻어지는 부가가치에 대하여 과세하는 세금인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 과세자 기준으로 모두 동일하게 10%의 세율이 적용된답니다.
G: 오, 그렇군요! 누진세 사례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K: 대표적인 예가 바로 ‘소득세’ 인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2023년도에 귀속되는 소득분에 대해 아래 표와 같은 소득세율이 적용됩니다.
(예시) 만약 내 과세표준 소득이 6,000만 원이라면? 산출세액은 624만 원 + (1,000만 원 * 24%) = 864만 원
G: 많이 벌수록 세율도 점점 커지는 구조네요.
K: 맞아요. 과세표준*이 올라갈수록 세율도 점점 올라가죠? 현재의 소득세법 기준으로 최고 세율은 10억 원 초과하는 금액에 적용되는 45%입니다.
* 과세표준: 종합소득 금액에서 각종 소득공제를 해준 이후의 금액
G: 왜 소득 금액에 따라 다른 세율이 적용되는걸까요?
K: 꼭 필요한 질문을 해주셨어요. “왜 고소득자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도 연결될 수 있겠지요. 국가가 국민들에게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 비해 세금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세금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높은 사람들에게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함으로써 정부의 자금을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득 불평등의 해소’라는 목적도 깔려 있습니다. 이를 테면, 고소득자들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 저소득자들을 위한 사회 복지 비용으로 지출하는 것인데요. 이를 통해 부를 재분배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죠.*
* Joumard, I., M. Pisu and D. Bloch (2012), "Tackling income inequality: The role of taxes and transfers", OECD Journal: Economic Studies, vol. 2012/1
G: 그렇군요.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누진적 구조의 소득세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K: 아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191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10% 미만이었어요.
그런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각국 정부는 전쟁을 치르기 위해 많은 돈을 필요로 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세수 확보를 위해 고소득자들에게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하게 된 것이죠.
제2차 세계대전 때도 동일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1942년 영국의 소득세 최고 세율은 자그마치 98%로 치솟았고, 미국의 소득세 최고 세율도 1944년에 94%로 올라가게 됐어요. 이러한 사실을 통해 누진적인 소득세의 시작은 ‘부의 재분배’ 보다는 ‘정부 자금 확보’ 목적이 더 강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Piketty, T., & Goldhammer, A. (2014).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Harvard University Press.
G: 와, 90%를 넘어가는 세율이라니… 그래프를 보니 전쟁 이후에는 미국의 세율이 다시 확 낮아졌네요.
K: 맞아요. 한 때 90%를 상회했던 미국의 소득세 최고 세율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재임했던 1980년대 후반에 28%로 뚝 떨어집니다.
이후 미국의 소득세 최고 세율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고, 현재는 37%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 최고 세율이 적정한지를 두고 지금까지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G: 어떤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K: 최고 소득세율이 높아지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은 이런 점을 지적해요. 고소득자들의 수가 많지 않다는 거예요. 보통 고소득자들에게 최고 세율 소득세가 매겨질텐데, 이들의 비중은 전체 인구 대비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이를 통해 거둬들이는 세금의 절대적인 금액 또한 크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따라서, 높은 소득세율은 ‘징벌적 의미'가 강하다는 것이죠.
또한 소득세율이 올라가면 추가적으로 얻는 소득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합니다. 일을 더 많이 해서 돈을 더 많이 벌면, 세금을 더 많이 내야하는거죠. 이런 구조는 오히려 사람들의 의욕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주장해요.
그리고 세율이 너무 올라가면, 고소득자들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더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다른 나라로 이주할 수도 있겠죠? 오히려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도 지적됩니다.
G: 그렇군요. 반대의 입장은 어떠한가요?
K: 최고 소득세율이 높아지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소득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에게 낮은 수준의 세금을 매겨진다면, CEO 자신들의 보수를 더욱 인상하고자 하는 동기가 강해질 것이라는 거죠.
그 결과, 최고 소득세율이 떨어질수록 최상위 소득자들의 소득은 점점 더 증가하고, 전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커지게 되겠죠. 이렇게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최고 소득자들에 대해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면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해요.
또 이렇게 확보하는 자금으로 중하위 소득계층을 위해 사용할 수 있기에 국가 운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생각하고요.
G: 다양한 의견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는 주제네요. 그런데 이렇게 의견이 대립한다면, 최적의 최고세율을 찾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일 것 같아요.
K: 맞아요. 참고로 <21세기 자본>을 쓴 토마 피케티는 경제성장을 둔화시키지 않으면서, 부의 재분배에도 효과적인 미국의 최적 최고세율을 약 83%로 추정했답니다.* 현재 미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인 37%와는 큰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죠.
* Piketty, T., Saez, E., & Stantcheva, S. (2014). “Optimal Taxation of Top Labor Incomes: A Tale of Three Elasticities”, American Economic Journal: Economic Policy, 6(1), 230-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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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함영범
해당 콘텐츠는 2023.8.30.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