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에서 노인까지 변해가는 모습

IRP(개인형 퇴직연금)도 똑똑한 가입 방법이 있다

by 영주 닐슨

퇴사 전에 IRP를 미리 알아봐야 하는 이유

취업준비생이 입사하고 싶은 기업을 조사하면 늘 10위 안에 드는 한 회사는 2023년 20대 직원의 자발적인 퇴직률이 30%에 가깝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10명 가운데 3명은 꿈꿨던 회사를 제 발로 걸어나오는 셈이다. 또한 잡코리아가 2024년 초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10명 중 9명이 올해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숫자는 이보다 적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실제로 이직과 퇴직이 빈번해졌음을 체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후 대비 측면에서 ‘퇴사 전에 챙겨야 하는 필수사항 리스트'에 들어가야 할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회사를 그만둘 때는 그간 적립한 퇴직금을 IRP 계좌로 수령하게 된다. 직장을 다닐 때는 관심이 없다가 급하게 계좌를 개설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고, 허둥지둥 주거래 은행에 방문해 만들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몇 번 물어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재직 중에도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IRP 계좌를 개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만약 전자라면 꼼꼼하게 알아보기 힘들지만 후자는 여러 IRP를 비교하고 나에게 더 큰 메리트가 있는 상품을 선택할 시간이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퇴직금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최대치의 혜택을 받으면서 노후에도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을 고를 수 있을까?

IRP의 장점은?

개인형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개인형 퇴직연금)는 근로자가 퇴직하거나 직장을 옮길 때 받은 퇴직금을 자기 명의의 퇴직계좌에 적립해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며, 납입금은 가입 기간 동안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만 55세 이후부터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또한 직장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 역시 가입해서 노후자금 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근로자들은 만 55세 이전에 퇴직하면 법적 퇴직급여를 IRP에 의무적으로 이체해야 한다. DB형이든 DC형이든 모두 IRP 계좌로 옮긴다. 수령한 돈은 노후 대비 목적으로 계좌를 유지할 수도 있고, 수수료를 떼고 일시 지급받을 수도 있다. 물론 퇴직할 시점이 아니어도 언제든 가입할 수 있지만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 소득이 있어야만 가입이 가능하다. 소득이 없어도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연금저축펀드, 연금저축보험 등과 가장 다른 부분이다.

IRP 가입에 있어 당장 체감되는 장점은 1) 납입금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과 2) 운용 수익에 대한 과세 이연 혜택이다. 먼저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세제 혜택 부분을 살펴보자. IRP에는 연 1,80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그중 연 900만 원 한도까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근로소득자의 경우 총급여가 5,500만 원 미만이면 16.5%(최대 148만 5천 원), 5,500만 원 초과이면 13.2%(최대 118만 8천원)이다.

뿐만 아니라 계좌에 적립한 금액을 운용하면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세금도 곧바로 내지 않고 55세 수령 시점까지 미뤄준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직접 ETF나 펀드 등에 투자해서 이익이 발생하면 세금 15.4%가 부과되지만, IRP 적립액을 운용해서 수익이 발생하면 연금 수령 시점까지 수익에 대한 세금 납부를 미룰 수 있다. 이 미뤄둔 세금만큼의 금액은 다시 재투자하여 복리 효과까지 누릴 수 있으며, 미룬 세금 15.4%는 만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연금소득세(3.3~ 5.5%)로 낮게 부과된다.

이런 혜택을 최대치로 누리면 좋겠지만, IRP에 납입한 돈은 중도 인출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기억해두자. 법에서 인정되는 중도 인출 사유는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거주 목적의 전세보증금 마련, 본인과 배우자 및 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 시 필요한 의료비 지출, 가입자 본인의 개인회생 또는 파산선고 및 재난 피해 발생 등이다.

어디서 가입하느냐에 따라 IRP로 인한 수익이 달라진다

IRP 계좌를 만들 수 있는 곳은 크게 은행, 보험사, 증권사 3곳이다. 금융사별로 딱 한 개 계좌만 가입 가능하고, 각 사업자마다 수수료와 투자 가능한 상품군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곳을 찾아서 개설하면 된다. 어디서 가입할지 고를 때는 수수료, 투자할 수 있는 상품 종류, 수익률을 살펴본다.

우선 IRP 계좌에서 예상보다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은 바로 수수료다. 대체 어떤 수수료냐고? IRP 계좌에는 운용관리수수료와 자산관리수수료가 발생한다. 두 수수료 모두 IRP 자산의 비율로 부과된다.

⓵ 운용관리업무: 운용상품 제공, 가입자 교육, 운용현황 통지 등의 업무 수행에 대한 대가.

⓶ 자산관리업무: 계좌 관리, 운용지시 이행, 연금지급 등의 업무 수행에 대한 대가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2023년 IRP 평균수수료는 0.33% 정도이다. 이는 업계의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굉장히 낮아지는 추세이고, 온라인이나 모바일 앱처럼 비대면으로 개설할 경우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주는 혜택이 있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제공하는 증권사의 수수료율을 보면 0%부터 0.37%까지 다양하다. 또한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을 보면 은행과 보험사의 수수료율이 0.2%부터 0.5%까지 조금 더 높은 수수료율을 확인할 수 있다.(2024년 6월 기준)

유의할 점은 IRP 계좌로 넣는 돈은 퇴직할 때 지급받는 퇴직급여, 본인이 직접 납입하는 자기부담금으로 나뉘고, 그에 따라 수수료율도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퇴직급여 1억 원, 자기부담금 3천만 원을 적립한 경우, 자기부담금은 수수료 면제이고 퇴직급여는 0.1% 발생하는 조건이었다면 10년간 수수료가 100만 원 발생한다. 그러나 퇴직급여와 자기부담금 양쪽에 모두 수수료가 발생하는 조건으로 가입했다면 더 큰 비용이 수수료로 나가고, 가입 시점에 따라 다르지만 만 55세까지 보통 10년보다 더 긴 가입기간을 생각하면 수수료는 천만 원 단위로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수수료 면제 조건은 매번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한다. 따라서 본인이 가입하고자 하는 여러 사업자를 비교해서 정확하게 현재 조건을 알아보는 일이 중요하다. 2024년 6월 기준 수수료가 없는 곳은 한화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이 있다.

공격적인 투자를 하려면 위험자산에 70%까지

IRP는 노후를 대비하는 주요 수단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가입자가 운용상품별로 투자 한도를 설정한다. 위험도가 낮은 안전자산에는 100%까지 투자가 가능하고, 위험도가 높은 자산은 최대 70%까지 투자 설정을 해둘 수 있다.

⓵ 안전자산

첫째, 원리금 지급을 보장하는 금융상품(은행예적금, 저축은행예적금, 우체국예금, 보험사GIC, 증권사 ELB)이다. 우리가 흔히 예금으로 알고 있는 상품이 해당된다. 둘째, 정부와 공공기관이 원리금 지급을 보장하는 통화안정증권, 국채증권이 있으며, 셋째, 분산투자 등으로 투자 위험을 낮춘 상품인 외국 국채, 채권혼합형펀드, 적격TDF(Target Date Fund) 등도 여기 속한다. TDF는 은퇴 연도가 멀수록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80% 가까이 투자하기도 하지만 생애주기에 따라 은퇴에 가까워질수록 위험자산의 비중이 줄어든다.

⓶ 위험자산

보통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채권, 주식형 펀드, 혼합형 펀드, ELS, DLS, 주식형 ETF가 속한다.

  • 주식형 펀드: 주식투자 한도가 펀드 재산의 60% 이상인 펀드.
  • 혼합형 펀드: 주식투자 한도가 펀드 재산의 40~60%인 펀드.
  • ELS: 개별 주식의 가격 또는 주가지수에 연계되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파생결합증권.
  • DLS: 금리, 환율, 실물자산의 가격 또는 이를 기초로 하는 지수 등에 연계되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파생결합증권.
  • ETF: 특정 지수 또는 가치의 추종을 목적으로 설정, 운용되고, 거래소에 상장되어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거래되는 펀드.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표현해보면 100%까지 투자가 가능한 상품은 모두 10가지이고, 70%까지만 선택이 가능한 상품은 다음 6가지이다. 주식과 같은 고위험 자산에는 투자가 불가능하다.

투자 수익 추구 vs 안전 추구

이렇게 IRP 계좌에서 투자 가능한 상품 종류가 다양하지만 은행, 보험사, 증권사마다 제공하는 상품의 종류가 다르다. 보통 보험사 IRP 계좌에서는 금리형 보험·펀드의 2가지 운용 상품만을 선택할 수 있고, 은행은 정기예금·펀드·ETF 등 3가지, 증권사는 정기예금·ELB, 펀드·국내 상장 ETF·리츠 등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은행과 보험사에서도 투자할 수 있는 종류를 늘리는 추세를 보인다.

은행과 보험사의 IRP는 증권사 IRP와 다르게 실시간 매매가 아니라는 점도 또 하나의 차이점이다. 매수 신청 시점과 매수 체결 시점은 시간 차이가 날 수 있으며, 일정 시간이 지나야 주문체결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보험사의 IRP는 연금을 수령할 때 종신형 연금으로 전환도 가능하다는 점 등 각각 상품마다 장단점이 있다.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사람이 늘면서 은퇴자금을 안정적으로 묶어두기보다는 공격적인 투자로 수익률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는 점 또한 최근 IRP 운용의 특징이다.

퇴직연금 관리를 위해서는 계속해서 공부가 필요하다. 그 발판을 마련하는 IRP 계좌 선택에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팁을 더 전해본다. 먼저 IRP 계좌 가운데 다이렉트라는 이름이 붙은 계좌는 최근 많은 사업자가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단 모바일이나 웹을 통한 투자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 적합하다. 비대면을 전제로 수수료 없이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적극적인 투자를 마음먹었다면 적격TDF와 ETF를 염두에 두고 많은 상품을 가지고 있는 증권사가 잘 맞을 수 있다.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투자에 익숙하지 않아서 원금보장형을 보유하고 적격TDF를 조금 섞겠다고 생각한다면 최근 1년간 우리은행, KB은행 등 대형은행의 원금보장형의 수익이 3% 중반대까지 갔기 때문에 고려해봄 직하다. 상품별로 구체적인 수익률은 금융투자협회(증권사), 전국은행연합회(은행)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질 4화에서는 IRP 운용에 있어 중요한 디폴트 옵션 잘 설정하는 법을, 5화에서는 TDF에 관한 개념을 알아보자.


✱이 콘텐츠는 은퇴자금 관리를 비롯해 인생 설계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글라이드와 함께 만듭니다. 글라이드 홈페이지 혹은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ETF, TDF 수익률 비교 등 연금 운용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Edit 주소은, 김현미(아이랩) Graphic 조수희 해당 콘텐츠는 2024.06.14.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영주 닐슨 에디터 이미지
영주 닐슨

모두가 인생 설계를 통해 안정적인 은퇴를 맞이하도록 투자, 관리, 인출 플랜을 돕는 아이랩을 설립하고 '글라이드(www.glide-path.org)'라는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만들었다. 미국에서 인공지능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월가의 JP모건, 시티그룹 등에서 15년 이상 알고리즘 트레이딩 헤드와 헤지펀드 최고투자책임자로 일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글로벌 경영전문대학원의 재무 분야 교수이자, AI MBA 학과장이다.

필진 글 더보기
0
0

추천 콘텐츠

연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