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준비는 장기투자로 해야 하는 3가지 근거
ㆍby 영주 닐슨
이직할 때마다 퇴직금 찾아서 여행 다녀오셨나요?
2022년 퇴직연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퇴직금은 반드시 IRP 계좌로 받게 되었다.* 따라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이직한다면 기존 회사에서 받을 퇴직금(퇴직연금)이 IRP 계좌로 들어온다.(이때 원래 IRP가 없었다면 가입해야 한다.) 그리고 이직한 회사에서는 새롭게 퇴직연금 적립이 시작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이렇게 IRP 계좌로 수령한 돈은 은퇴까지 잘 굴러가고 있을까? 과연 IRP 계좌의 유지율은 얼마나 될까? *만 55세 이후에 퇴직하거나, 퇴직금이 300만 원 이하일 때는 IRP로 받지 않아도 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결과는 암담하다. 2022년 IRP 계좌 해지율은 98.2%였다. 연도별 IRP 해지율을 살펴보면, 2015년 91.4%, 2016년 93.8%, 2017년 96.2%, 2018년 101.1%, 2019년 102.5%, 2020년 98.2%로 나타났다. 6년 치를 합산한 전체 해지율은 97.3%에 이른다. 이는 사실상 IRP 계좌를 유지하는 사람이 10명 중 1명이 될까 말까 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6년 동안 1인당 평균 IRP 이관 금액은 1,520만 원, 1인당 평균 해지 금액은 1,329만 원으로 집계되었다. 금액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도 해지의 주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1억 원이라면 사용하지 않고 유지하려고 노력하겠지만, 1,000만 원이라면 상대적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초년생 시절 2~3년간 한 직장에서 일하다가 이직하면 손에 쥐는 퇴직금이 천만 원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직 후 잠시 쉬면서 그동안 열심히 일한 자신을 위해 해외여행을 다녀오거나, 오랫동안 눈여겨보았던 노트북이나 최신 휴대전화를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실제로 이러한 소비성 지출로 퇴직금을 쉽게 사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결국 IRP는 시간의 힘이 발휘되어야 효과적인 계좌이지만, 사람들은 이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여지없이 해지해버리고 만다. 장기간 유지하며 몇십 년 뒤 얻을 수 있는 이점보다는, 당장 해지해서 손에 쥐는 돈이 더 커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10년, 20년 넘게 IRP 계좌를 유지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오늘은 왜 퇴직연금에서 장기투자가 중요한지, 그리고 장기투자를 했을 때 실제로 어떤 이점이 있는지 알아보자.
왜 장기투자를 강조할까? 데이터가 증명하는 장기투자의 이점
은퇴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시간’이다. 20대에 첫 직장을 시작하면 은퇴까지 무려 30~4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퇴직연금을 운영하게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말로만 강조할 뿐, 실제로 왜 장기투자가 중요한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실천하는 경우도 드물다. 이제 은퇴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시간’의 가치를 제대로 짚어보자.
이럴 때 데이터만큼 좋은 근거는 없다. 단기간(2년)과 장기간(10년)을 기준으로 투자했을 때 얼마나 변동성과 수익률 폭이 달라지는지 직접 살펴본다면 장기투자를 강조하는 이유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우선 똑같은 투자(똑같은 종목에 똑같은 금액)를 2년과 10년 두 가지 기간으로 나누어서 한다고 가정해보자. S&P500에 2000년 1월 1일부터 2024년 10월 30일까지 투자했다면 평균 연수익률을 7.5%, 연변동성(상승이나 하락의 변동폭)은 15%이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누적수익률은 503.42%이다. 그럼 이제 연수익률 7.5%와 연변동성 15%인 종목에 2년간 투자했을 경우와 10년간 투자했을 경우의 시뮬레이션을 각각 1,000번씩 진행해봤다. 이때 나온 결과는 아래 그래프에 있다.
그래프를 보면 두 가지 투자의 다른 결과가 한눈에 들어온다. 2년 단기투자의 연수익률은 그래프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된 영역처럼 연수익률 -20%부터 40% 이상까지 편차가 굉장히 크다. 10년 장기투자의 경우 초록색으로 표시된 영역에서 보이듯 연수익률 편차가 훨씬 적어진다. 게다가 가장 나쁜 연수익률도 단기투자의 -20%보다는 훨씬 낫다. 즉 2년 단기투자보다는 10년 장기투자가 불확실성의 범위가 훨씬 좁아진다는 결과를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장기투자에도 위험이 존재한다
물론 10년 이상 기다린다고 해도 손실의 위험을 아예 피해갈 수 있는 투자는 없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 주식시장은 50% 넘게 하락했다. 제아무리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한다고 해도 이런 폭락장에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확률은 낮다. 실제로 유명 자산운용사나 국가기금 역시 큰 손실을 입었던 시기였다. 만약 이 시기에 공교롭게 은퇴를 하고 퇴직연금을 받는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대표적인 은퇴 상품인 TDF를 살펴보자. TDF는 은퇴 시점에 주식배분율이 약 40%대로 떨어진다. TDF로 투자한 자산에서 약 40% 정도가 주식시장에 투자되어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로 인해 전체 수익률의 하락을 막을 길은 없으며, 자산의 가치가 곤두박질쳐서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적어진다. 제아무리 장기투자의 장점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은퇴 시기에 급락장이 찾아와 손해 본다면 장기투자의 노력은 빛을 잃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위기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미국 시장을 놓고 보면 이런 급락장은 100년에 세 번 정도 찾아왔다. 아래 그래프는 1927년부터 S&P500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데, 2008년 금융위기 때 S&P500가 절반 넘게 하락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급락장은 1927년부터 살펴본다면 세 번이고, 2000년 이후에는 한 번이었다.
하락의 시기가 세 번 정도 크게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두 배 이상 성장을 반복하면서 우상향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출처=블룸버그, 맨그룹 분석(Bloomberg, Man Group calculations)
조금 더 구체적으로 수익률을 살펴보자. 아래 자료는 각 연도별 수익률이 특정 구간에 얼마나 자주 속했는지를 보여준다. S&P500이 시작된 시점부터 -10% 이상의 급락장은 11번이었고, -30% 이상은 두 번뿐이었다. 또한 하락장보다 상승장이 더 많았다는 점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100년 동안 몇 번 오지 않을 위험이 무서워서 장기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출처=맥켄지 포트폴리오 애널리틱스(Mackenzie Portfolio Analytics)
‘시간’은 확실성에 가까워질 수 있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
물론 은행의 예금 같은 원리보장형에 투자한다면 돈을 잃을 위험 없이 내가 미래에 얻을 수익이 확실하다. 하지만 이는 물가상승률과 비교해본다면 결국 돈을 잃는 결과와 다르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예적금 금리는 연 1~3% 수준이었지만,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은 연 2~4%이었다. 금리가 2%이고 물가상승률이 3%라면, 실질 수익률은 -1%이다 보니, 스스로를 투자에 서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자산 분배를 다양하게 해둘 필요는 분명하다.
그후 수익의 확실성을 높이는 방법은 꾸준히 넣고, 기다리는 것이다. 단기적인 수익률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어딘가 돈 쓰고 싶은 욕구에 못 이겨 해지해버리지 말고, 장기 투자를 통해 시간의 힘을 활용하면 연금 적립금은 노후의 든든한 구석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IRP는 꺼낼 수 없는 돈주머니라고 생각하고 1) 꾸준히 절세 혜택을 누릴 정도의 일정 금액을 넣는 것, 2) 위험도나 시장을 잘 분배해 운용 지시하는 것만 하는 거다. 중요한 건 어린 시절 빨간 돼지저금통처럼 중간에 배를 가르지 않으려면 계획적인 금전 관리를 통해 중도 해지를 막는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은퇴 시점이 왔을 때 소중히 여겨온 빨간 돼지저금통을 꺼낸다면 어떤 보상을 만나게 될지 기대되지 않는가?
Edit 주소은, 김현미(아이랩) Graphic 조수희, 이제현 ✱<노후 준비 액션플랜> 시리즈는 은퇴자금 관리를 돕는 🔗글라이드와 함께 만듭니다. 글라이드는 퇴직연금 투자, 관리, 인출 플랜 솔루션을 제공하는 아이랩의 소프트웨어 서비스입니다.
모두가 인생 설계를 통해 안정적인 은퇴를 맞이하도록 투자, 관리, 인출 플랜을 돕는 아이랩을 설립하고 '글라이드(www.glide-path.org)'라는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만들었다. 미국에서 인공지능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월가의 JP모건, 시티그룹 등에서 15년 이상 알고리즘 트레이딩 헤드와 헤지펀드 최고투자책임자로 일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글로벌 경영전문대학원의 재무 분야 교수이자, AI MBA 학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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