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할인

왜 학생들은 항상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by 김경곤

에디터 G(이하 G): 박사님 영화 좋아하시나요? 저는 영화관에 가서 영화 보는 것을 즐기는 편인데요. 영화 값이 야금야금 올라서 너무 비싸졌더라고요. 학생일 땐 그래도 좀 싸게 볼 수 있었는데, 이제 저는 학생이 아니니까…

박사 K (이하 K): 그쵸. 학교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 아무래도 많은 것들이 달라집니다. 가장 큰 것은 방학이 없어진다는 것이죠. 그리고 말씀하신 영화 할인 혜택도 없어지고, 놀이공원 할인 혜택도 못 받게 되죠.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를 구입할 때 받을 수 있었던 할인 혜택도 사라지고요.

G: 맞아요. 학생일 땐 꽤 많은 곳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었는데. 왜 학생일 때만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걸까요?

K: 경제학에서는 이렇게 학생과 일반인들 간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것을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이라 하는데요. 오늘은 이 가격차별의 원리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G: 오랫동안 알고 싶었던 궁금증 중 하나가 풀리는 날이 되겠군요!

가격결정 원리

K: 가격차별 원리에 대해 이해하기에 앞서 가격결정 원리를 먼저 살펴볼게요.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어떻게 매겨지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대학교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나커피 씨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커피를 판매하는 셀러(seller)로서 나커피 씨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일까요?

G: 커피나 음료를 얼마나 많이 팔 수 있는지?

K: 그렇죠. 얼마나 팔고 얼마만큼의 이윤(profit)을 얻는지가 중요하겠죠. 이윤은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요? 이윤은 수입(revenue)과 비용(cost)의 차이로 정의할 수 있는데요.

수입이 증가하고 비용이 감소하면 둘의 차이는 커질 것이고, 그 결과 이윤은 점점 증가하게 됩니다. 이윤 극대화를 위해 어떻게 하면 수입을 최대한 늘릴 수 있을지, 또 어떻게 하면 비용을 최소로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바로 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어요. 가격결정 원리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요소겠죠.

G: 그럼 수입부터 먼저 계산해봐야겠는데요!

K: 좋아요. 나커피 씨의 수입을 먼저 계산해볼까요? 수입은 가격(price, 이하 P)과 수량(quantity, 이하 Q)의 곱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나커피 씨의 카페에서는 3,000원짜리 아메리카노만 판매한다고 가정해 볼게요. 이때 하루 수입을 계산해봅시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인 3,000원에 오늘 판매된 아메리카노의 갯수 100을 곱해주면? 300,000원이 수입으로 산출되겠죠.

G: 흠, 나커피 씨가 하루 30만 원의 수입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요?

K: 카페 월세 내고, 재료 사고 그러다보면 부족하겠죠. 30만 원 수입으로는 여전히 배가 고픈 나커피 씨입니다. 어떻게 이윤을 더 늘릴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문제를 간단히 하기 위해 비용 측면에서는 더 이상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 이윤을 늘리는 유일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G: 수입을 더 늘리는 것?!

K: 맞아요! 수입을 어떻게 더 늘릴 수 있을까요?

G: 아메리카노를 많이 팔거나… 아메리카노 한 잔 당 가격을 올리기!

K: 정답!! 조금 전 알려드린 ‘수입=가격×수량’ 식을 잘 활용하셨네요. 이 식에 따르면 가격(P)을 올리거나 수량(Q)을 늘릴 때 수입이 늘어나죠. 나커피 씨는 잠시 고민에 빠집니다. '가격을 올려야 하나, 수량을 늘려야 하나, 아니면 둘 다 올려야 하나?' 에디터 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G: 저는 수량을 늘리는 시도를 할 것 같아요.

K: 왜요?

G: 원래 3,000원에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는 가게였는데, 가격을 올려버리면 원래 오던 손님들도 끊길 것 같아서요.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는 특히…!) 가격은 유지하거나 내리면서 수량을 늘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요.

수요의 법칙

K: 가격결정 과정에 중요한 이야기를 짚어주셨어요. 이 시점에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법칙 하나가 등장하게 되는데요. 바로 '수요의 법칙(law of demand)'입니다.

G: 오호, 수요의 법칙이요?

K: 법칙이라 하니까 왠지 어려워 보이는데요. 사실 여러분은 이 법칙을 이미 생활 속에서 체감하고 계십니다. 대표적인 예가 중고거래를 할 수 있는 당근마켓이죠. 이젠 잘 안 쓰는 물건 팔아보신 경험, 한번쯤 있으시죠? 당근마켓에 판매할 물건을 등록하면서 가장 고민했던게 뭐였는지 혹시 기억나세요?

G: 물건이 좀더 좋아보이는 사진, 함께 올릴 상세 글, 어떤 카테고리를 선택할지… 하지만 제일 고민했던건 바로 ‘얼마에 내놓아야 팔릴까’ 였어요.

K: 그쵸, 아마 ‘가격’이었을 것입니다. 너무 비싸게 가격을 매기면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가끔 있지만 실제로 사겠다는 사람들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죠. 반면 싸게 내놓으면 불티나게 연락이 옵니다. 막상 팔고난 뒤에는 ‘아, 좀더 비싸게 올릴 걸 그랬나?’ 하는 생각까지 들고요. 왠지 더 가격을 올렸어도 팔렸을 것 같다는 아쉬운 기분, 아마 한번쯤 느껴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G: 맞아요. 시세와 비슷하게 올려두거나 조금 비싸게 올리면 간보는 사람은 많은데 안 팔리고… 시세보다 싸게 올리면 금방 연락와서 빨리 처분하게 되더라고요.

K: 중고거래 하시면서 가격결정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신 거예요. 이처럼 가격이 비싸면 사려는 사람들의 숫자, 즉 수요량(quantity demanded)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가격이 싸지면 수요량이 증가하죠. 이것이 바로 '수요의 법칙'입니다.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아요.

G: 가격과 수량은 반비례 직선을 그리게 되는군요.

K: 맞아요. 하나가 커질 때 다른 하나는 작아지는 관계이죠. 자, 그럼 나커피 씨의 사례로 다시 돌아가 보죠. 비용 절감이 어려운 상태에서 이윤 극대화를 위해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나커피 씨는 가격(P) 또는 수량(Q), 아니면 둘 다를 증가시켜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수요의 법칙에 따르면 가격과 수량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두 개를 동시에 증가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가격을 올리면 수량이 줄어들게 되죠. 따라서 수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가격을 내려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커피 씨의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적정 가격’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G: 3000원보다 조금 싸게? 2900원 이런 가격도 좋을 것 같아요. 100원 차이지만 맨 앞자리 숫자가 3에서 2로 바뀌니, 고객들 입장에서는 2천원대 커피라는 인식이 생겨서 수요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요?

K: 좋은 접근이에요. 사실 싱거울 수 있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양한 방법이 있다" 입니다. 실제로 미시경제학(microeconomics)에서는 이윤 극대화를 위해 어떻게 가격을 설정하는지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답니다. 가격은 특정 시장의 경쟁 정도나 소비자들의 특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거든요.

가격차별 원리

K: 시장에서 상품 가격이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대한 가격정책 원리를 충분히 살펴봤으니, 이제 오늘의 핵심 주제인 ‘가격차별 원리'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가격차별이란 각 구매자가 지불하려는 혹은 지불할 수 있는 가격에 맞춰 서로 다른 판매 가격을 책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사람들은 나커피 씨가 판매하는 아메리카노에 지불하고자 하는 최대 가격이 각자 다를 것입니다. A 고객은 10,000원을 주고서라도 나커피 씨의 아메리카노를 살 의향이 있습니다. 반면, B 고객은 이 아메리카노 한 잔에 지불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 5,000원이고, C 고객은 최대 2,000원까지만 지불할 생각이 있습니다.

G: 각자 느끼는 맛도 다르고 경험해본 커피의 종류도 다를 테니… 최대로 지불할 수 있다 생각하는 가격이 모두 다르겠네요.

K: 그렇죠. 이처럼 구매자가 어떤 상품에 대해 최대로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을 ‘유보가격 (reservation price)’이라 부르는데요. 만약 나커피 씨가 아메리카노 한 잔에 대한 A, B, C 고객의 유보가격 정보를 전부 알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G: 음… 각 고객에게 모두 다른 가격으로 아메리카노를 판매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래야 나커피 씨 입장에서는 가장 큰 수입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K: 맞아요. 이 때는 메뉴판에 단일 가격을 기재하지 않고 A 고객에게는 10,000원에, B 고객에게는 5,000원에, 그리고 C 고객에게는 2,000원에 아메리카노를 판매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가격차별을 ‘완전 가격차별’ 이라고 하는데요. 이를 통해 판매자는 더 많은 수입, 더 큰 이윤을 얻을 수 있습니다.

G: 그런데 C 고객이 A, B 고객이랑 마주쳐서 “저는 2,000원에 나커피 씨의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하면 A, B 고객이 나커피 씨에게 항의하지 않을까요? 같은 아메리카노인데 왜 나한텐 비싸게 파냐고요. A 고객이 제일 열받을 것 같은데요.

K: 그러니까요. 나커피 씨가 각 고객들에게 “당신이 얼마에 아메리카노를 사 마시는지 다른 고객들에게는 절대 말하지 마십시오.” 라고 신신당부하지 않는 이상, 모든 고객들이 그 약속을 철저히 지키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완전 가격차별을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G: 그러고보니 결혼 준비할 때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정찰제로 진행하지 않는 업체들이 많다는 점이었어요. “좋은 가격에 해드렸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말하면 안 된다” 하면서, ‘가격 정보를 발설하지 않겠다’는 조항이 있는 계약서에 사인해야 한다 하더라고요. 불합리하다 생각했지만 위법은 아닌 것 같아 딱히 항의하기도 어려웠던 기억이 있어요.

K: 아무래도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는 시장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죠. 가격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 특수한 시장들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나커피 씨가 완전 가격차별을 하기 어려운 이유, 에디터님이 예상하신 것 말고 또다른 상황이 있어요.

G: 그게 무엇인가요?

K: 나커피 씨는 각 고객이 생각하는 최대 지불 가능한 가격을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즉 구매자가 최대로 지불하고자 하는 유보가격 정보를 판매자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거죠.

관광지에 있는 노점상에서 무언가를 판매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봅시다. 판매자들은 구매자들의 생김새나 옷차림 등을 통해서만 유보가격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유보가격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처음부터 높은 가격을 부를 가능성이 높은 반면, 유보가격이 낮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높은 가격을 부르면 물건을 사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낮은 가격을 부를 가능성이 높은거죠. 보통 그 지역에 다시 올 가능성이 낮은 관광객에게 높은 가격을 부르고, 다시 올 가능성이 높은 그 지역 주민들에게는 낮은 가격을 부를 테고요.

G: 맞아요. 해외여행 가면 그 지역 주민과 관광객에게 아예 다른 가격을 매기는 경우도 꽤 있더라고요. 국내 여행지들도 그 지역 주민에게는 할인가를 제공하는 경우를 봤고요.

K: 관광지에서 ‘흥정’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관광지 노점상은 정찰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으니, 가격 흥정할 땐 최대한 유보가격이 낮은 것처럼 행동하셔야 싸게 살 수 있을 거고요. 판매자가 부르는 가격에 일단 “너무 비싸다" 이야기하는 것도 팁입니다. 그렇게 흥정하다 보면 적정 가격이 되겠죠.

G: 그런데 노점상 주인들이 딱 보면 이 사람은 관광객이다, 저 사람은 주민이다 이렇게 알 수 있나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기엔 좀 어렵지 않나…

K: 당연히 그렇겠죠. 겉모습만 보고 관광객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주민일 수도 있고, 반대로 주민인 줄 알았는데 관광객일 수도 있는 것이죠. 유보가격을 잘못 파악하고 가격을 제시하는 상황도 일어날 수밖에 없을 거예요.

G: 판매자 입장에서는 유보가격을 예측할 수 있는 ‘확실한' 정보가 필요하겠네요.

K: 맞아요. 판매자 입장에서는 가격차별을 하기 위해 겉모습 외에도 구매자들의 유보가격을 판단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합니다.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대표 사례 중 하나가 바로 ‘학생 할인’이에요.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직장인들에 비해 소득이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떨어집니다. 같은 상품에 비해 직장인들보다 유보가격이 낮다는 의미죠. 판매자들은 이런 특성을 고려해 학생과 일반인, 두 그룹으로 소비자를 구분해 서로 다른 가격을 매길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가격 할인을 제공하면, 기존 가격이 비싸서 구매로 이어지지 않았을 학생 그룹을 추가 수요로 변화시킬 수 있게 되고요.

G: ‘학생’ 신분은 확실한 정보가 될 수 있겠네요. 증명할 수 있는 수단들이 있으니까요.

K: 그래서 영화관이든 놀이동산이든 학생할인 받으려면 학생증을 보여줘야 하고, 애플스토어에서 제품을 사려면 재학중인 학교 이메일 주소로 가입해 로그인하는 등 학생 신분의 진위를 검증하는 추가 수단을 요구하는 거겠죠.

이번 화에서는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가격결정 원리부터 가격차별 원리, 그리고 가격차별의 대표 사례인 학생할인까지 살펴봤어요. 이런 원리를 이해한 상태로 주변을 살펴보세요. 왜 이런 가격으로 결정됐는지, 가격차별이 왜 일어나는지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주변의 또 다른 가격차별 사례들, 어떤 것들이 있는지 꼭 한번 찾아보세요!


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함영범

– 해당 콘텐츠는 2023.3.14.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 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토스팀 브랜드 미디어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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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곤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며, 거시경제와 국제금융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돈, 경제, 세상의 흐름에 대한 책 <경제의 질문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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