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는 장애인의 금융 생활도 편하게 바꿨을까?
ㆍby 사소한 질문들
장애인과 연애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농인은 농인끼리만 결혼한다? 시각장애인의 모기 잡는 꿀팁 전수, 점자 시계・점자책・흰지팡이 시각 장애인 물품 ASMR까지.
장애에 대한 대담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유튜브 채널이 있습니다. 심지어 이야기들은 유쾌하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이야기가 오고가죠. 한국장애인개발원 유튜브 채널 ‘당장만나’는 다양한 장애 당사자 게스트를 초대해 생활밀착형 정보를 나누고, 때로는 차별금지법과 같은 묵직한 화두를 던지기도 합니다.
당장만나 채널에서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고 있는 진행자 신홍윤(지체장애), 이현학(시각장애)을 만났습니다. 장애 청년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어 온 신홍윤, 이현학과 금융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장애는 돈이 많이 든다’. 당장만나 유튜브 채널에서 재밌게 본 영상이었습니다. 영상에서는 농인 유튜버 하개월님을 두 분이 인터뷰하셨었는데, 오늘은 두 분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이현학: 없으면 안 되는 생활 필수품들이 있어요.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점자정보단말기*, 지체장애인의 경우는 전동 휠체어를 사용하잖아요. 이런 보조기구들이 비싸요. 점자정보단말기는 500만 원 정도예요. 공동모금회 같은 금전적 지원을 받으면 80만 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기는 해요. 그런데 경쟁률이 치열하고, 대기수요도 많아서 어렵죠. 점자정보단말기도 휴대폰처럼 버전이 계속 업그레이드되는데요. 구형 모델은 사실 쓰기 불편한데 아무래도 비싸니까 신형이 나와도 쉽게 바꾸진 못해요. *점자정보단말기: 시각장애인의 문자생활을 위한 도구. 문자와 점자를 상호 호환해, 점자의 글자 하나하나를 만지면서 읽을 수 있다.
신홍윤: 저는 여러 보행 보조기구들을 처분했어요. ‘전동휠체어에 쓸 돈을 재활 운동에 한번 다 써보자’ 결심하고 재활을 시작했어요. 헬스장에서 PT받는 것도 비싸잖아요. 병원에서 받는 PT는 더 비쌉니다. 재활 치료 비용은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금액이에요. 재활 치료 해서 지금은 혼자서도 보행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지금까지 쓴 수술비나 의료비만 해도 정말 억 단위로 들어갔을 거예요. 근데 저는 다른 장애인 친구들에 비해서 돈이 덜 든 것 같아요. 더 큰 수술이나, 치료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경우는 정말 많은 비용이 들어가죠.
필수 비용까지는 아니지만, 일상에서 어쩔 수 없이 쓰게 되는 돈도 꽤 많죠?
이현학: 교통비가 많이 들어요. 저는 택시를 진짜 많이 타고요. 지체장애인은 차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되게 커요. 삶의 질 자체가 달라진다고 해야 하나? 근데 차 사는 게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신홍윤: 맞아요. 이번에 통장 잔고를 다 털어서 차를 구입했어요. 비용이 부담스러워도 안 살 수가 없는 게, 대중교통을 타면 몸도 힘든데 마음도 힘들어요. 지하철에서 손잡이 잡고 서 있으면 앞에 앉아계신 분이 안절부절 하시는 게 보이잖아요. 노약자석으로 가면, ‘어린놈이 여기 왜 있어’ 하는 말도 듣고요. 실제로 저는 노약자석 앉았다가 맞은 적도 있어요. 마음까지 힘들어지니까 택시를 타거나 차를 구입할 수밖에 없죠.
이현학 : 그래서 잘 모르는 친구들은 장애인이 되게 잘 사는 줄 알아요(웃음)
신홍윤: 맞아요. 없는 돈 쪼개서 쓰고 있어요!
이현학: 또 지인들에게 밥을 많이 사게 돼요. 똑같이 어디를 함께 가더라도 제 눈이 되어주니까 고맙고 미안하거든요. 비장애인 친구들은 쉽게 할 수 있는 건데 저랑 뭔가 같이하면 ‘친구가 나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도 있거든요. 그러면 밥을 사게 되죠. 대학 생활할 때도 밥을 정말 많이 샀었어요.
신홍윤: ‘밥을 많이 산다’ 이건 진짜 디테일인 것 같아요. 물론 친구들이 우리가 밥을 사길 바라는 건 절대 아니죠.
이현학: 그런 건 절대 아니죠.
신홍윤: 그런데 어렸을 때 부모님도 친구들한테 ‘우리 친구~ 같이 잘 지내자, 잘 부탁해~’ 약간 이렇게 되면서 쏘는 게(?) 습관화가 된 것 같아요. 이야기 하다 보니까 장애인으로 살면서 가장 많이 들어가는 비용은 밥값이네요. (웃음)
이런 경험으로 ‘장애는 돈이 많이 든다’고 말씀하셨던 거군요. 크고 작은 비용들을 감당하려면 경제 활동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죠.
신홍윤: 맞아요. 그런데 보통 장애 청년의 경제생활 시작점을 보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저 같은 중증 장애인은 아르바이트를 못 하잖아요. 20살 때 진짜 별별 곳에 다 가봤죠. 동네 만화방, pc방, 식당 다 도전해봤는데 안 되고 유일하게 했던 아르바이트가 텔레마케팅. 영업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마음처럼 안되더라고요. 한달 만에 정리했죠. 통계를 보더라도 전체 청년 인구와 청년 장애 인구를 비교했을 때, 경제활동 참가율이나 고용률이 차이가 많이 나거든요. 경제적 자립을 시작할 때 어려운 건 저 뿐만아니라 모든 장애 청년들이 경험했을 거예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건 청년 세대 뿐만은 아닐 것 같아요.
신홍윤: 장애인 임금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어요. 현행법 상, 장애인에게는 최저임금을 반드시 주지 않아도 돼요*. 어차피 장애인들은 돈 벌기 어렵고, 취업도 어려우니까 이렇게라도 해야지 사업자가 장애인을 고용할 것 아니냐, 이런 논리들이 근거가 되는 거죠. *최저임금법 7조(최저임금의 적용 제외)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일할 능력이 현저하게 낮은 이가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를 받으면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음
이현학: 저도 월 80만 원 줄 테니까, 주 3회 9 to 6로 일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니까요.
신홍윤: 장애인 임금노동자 월평균 임금과 전체 평균을 비교해봐도 차이가 70만 원 이상 나더라고요. 중증장애인 노동자 중에는 한 달 수입이 30만 원이 안 되는 분들도 30%정도거든요. 그래서 최저임금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장애계를 비롯해 많이 되고 있어요.
지금까지 두 분은 어떤 일을 해오셨나요?
신홍윤: 저는 직장 생활도 했었어요. 대기업, 공기업 거쳐서 회사원으로 일했죠. 장애인으로서 기업이라는 조직문화에 녹아 들어가기가 쉽진 않았어요. 상사분들 발걸음 따라 맞추기도 어렵다고 느낄 때쯤 회사 밖 세상이 보였습니다. 그 후로 장애 인식 개선을 주제로 콘텐츠 만들고 방송과 강연 하면서 경제생활을 이어오고 있어요. 퇴사해도 더 벌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어요. 실제로 지금 더 벌고 있습니다.
이현학: 저는 직장생활은 해본 적 없어요. 그런데 정말 여러 가지 일을 해왔어요.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운영도 해보고, 카페 자영업도 해보고요. 지금도 방송, 강의, 노래와 같이 여러 일을 병행하면서 살고 있어요.
두 분 다 여러 일을 해오셨네요.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나요?
이현학: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때때로 했었어요. 어찌 보면 이러한 부분은 장애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프리랜서들이 공통으로 느끼게 되는 갈증이라고 생각해요. 20대 중반까지는 사업 운영이 어려워서 한 달에 30만 원으로 생활해야 할 때도 있었어요. 당시에는 장애인 연금도 없던 상황이었거든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기 때문에 주거비용은 해결됐었는데, 먹고 입는 것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죠. 당시에 돈이 너무 없어서 휴대폰이 자주 정지됐어요. 지금은 통신사 VIP고객이고 요금 미납도 없고요. 통신사 우수 고객이 된 것이 제게는 열매와 같이 느껴지기도 해요.
요즘은 모든 일을 휴대폰으로 해결하잖아요. 금융업무도 마찬가지고요.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는데, 두 분의 금융 생활은 어떠신가요?
신홍윤: 디지털화되면서 편의가 많이 좋아졌죠. 특히 간편 로그인이나, 간편 인증이 편해요. 펜을 잡고 서면으로 인증 절차 하기 어려웠는데 손가락 가볍게 갖다 대면 지문 인식이 되니까요.
이현학: 저는 온라인 인증 절차 하면 자괴감 들어요. 인증할 때 제 개인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노출할 수밖에 없어요. 인증의 모든 절차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으면 혼자 긴 시간을 들여서라도 하는데, 꼭 막히는 지점이 1-2개씩 있어요. 그럴 때면 도움이 필요하니까, 지인에게 개인정보를 알려줘야 하는 상황이 있죠.
신홍윤: 부득이하게 제가 현학 님 치명적인 개인 정보들을 많이 보게 된 거 같아요. 아까도 앱으로 형 계좌를 제가 본의 아니게 봤잖아요. 미안해요.
이현학: 괜찮아요, 핵심 계좌는 공개하지 않았어요. (웃음)
금융은 굉장히 사적인 영역이잖아요.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다 보면 곤란한 상황도 생길 것 같은데요.
이현학: 그런 경험 많죠. 택시를 탔는데 카드를 놓고 온 거예요. 계좌이체로 택시비를 내려고 하는데 비장애인에 비해서 빠르게 못 하잖아요. 택시 기사님은 재촉하시고, 마음이 급하니까 제 휴대폰을 보여드리면서 계좌번호 입력해달라, 그리고 비밀번호는 뭐다, 이렇게 제 개인정보를 노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어서 아쉽죠 많이. 가까운 지인들도 제 통장 비밀번호를 다 알고 있어요. 정말 믿는 지인들이니까 배신하진 않겠죠 (웃음)
말씀 주신 택시에서의 일화는, 장애인이 사용하기에 서비스가 충분히 편리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것 같아요. 비장애인이었다면 겪지 않았을 상황이니까요. 현학 님이 보시기에 금융 앱 접근성은 어떤가요?
이현학: 저는 여러 금융앱을 쓰는데요. 전반적으로 접근성*이 점점 좋아지고는 있어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는 디지털화되면서 인증과 보안 절차가 더 까다로워진 은행들이 있거든요. 물론 개인의 보안을 지켜주기 위한 거긴 한데, (비밀번호 입력할 때) 숫자 배열이 계속 바뀌는 거 있잖아요. 비장애인은 그냥 눈으로 보고 누르면 되는데, 시각장애인은 비밀번호를 누르는 데만 1분 걸려요. 보안 관련해서는 여전히 불편하다고 생각해요. *접근성: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 기기 등의 접근 가능성. 접근성이 높다는 것은 이들이 어떠한 것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편리하다는 것을 뜻한다.
또 불편했던 점은요?
이현학: 보통 앱에 들어가면 광고가 뜨잖아요. 광고 창을 닫는 게 어려워요. 눈으로 보면 ‘닫기’ 버튼이 바로 보이지만, 시각장애인은 광고창 닫는 버튼 찾느라 화면을 한참 터치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보통 광고는 이미지 형태잖아요. 보이스오버(Voice Over)*로 광고를 읽어보면 그냥 둥둥둥- 이런 먹통 소리가 나요. 그래서 사실 저는 그 광고가 무슨 내용인지도 몰라요. 유익한 혜택 광고라면, 나도 혜택을 받고 싶은데 이미지 형태의 광고 내용은 설명이 안 되니까요. *보이스오버(Voice Over): 사용자가 화면을 볼 수 없는 경우에도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스처 기반 화면 읽기 도구. 화면을 터치하거나 화면 위를 손가락으로 드래그하면 항목을 오디오 설명으로 제공한다.
그래서 차라리 정말 심플했으면 좋겠어요. 네이버 메인 화면과 구글 메인 화면을 비교했을 때 구글 메인 화면 심플해서 좋다고 하잖아요. 저는 금융앱도 좀 그랬으면 좋겠어요. 보이스오버가 훨씬 더 적은 정보를 읽으면서 핵심만 있도록요.
신홍윤: 발달장애인에게도 중요한 포인트예요. 정보가 크게 표시되거나, 인포그래픽화 되면 발달장애, 지적장애 분들도 사용하기 더 편할 것 같아요.
그럼 현학 님은 오프라인 은행 지점도 자주 이용하시나요?
이현학: 은행 창구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해서 직원분이 대처해 줄 수 있으니까 이용하는데요. 이용하면서도 늘 불편한 이야기를 들어야 해요. “혼자 오셨어요? 보호자랑 같이 안 오셨어요?” 몇 년 지나면 제가 부모님은 부양해야 하는 그런 나이대가 됐는데, 여전히 보호자랑 안 왔냐는 얘기를 들으면 거북할 때가 많아요.
요즘 은행 창구에서 업무 봐도 디지털화가 많이 됐잖아요. 종이 대신 패드를 쓴다거나요.
이현학: 종이에다 서명할 때는 어디에 사인하면 되는지 손가락으로 짚어주세요, 하고 사인하면 됐었거든요. 근데 패드는 손을 대는 순간 인식이 되니까, 왼손으로 짚으면 오른손으로 쓰는 게 인식이 안 돼요. 그래서 되게 웃기면서도 슬픈데, 청원 경찰분이 제 손을 잡고 사인을 함께 해주시는데 ‘이게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 요즘에는 바이오 인증도 있잖아요. 제 친구 중에 의안을 낀 친구가 있는데, 홍채 인증을 해야 하는데 안되는 거예요. 의료용으로 만든 보형물이니까요. 이런 기술이 더 편하자고 만든건데, 이용을 못 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도 생겨요.
신홍윤: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모든 부분이 100% 좋아진 장애인은 없는 것 같아요. 청각장애인은 키오스크가 보편화 되면서 편해진 지점도 있지만, ARS 인증 번호같이 전화로 진행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어려움을 겪고요. 장애 유형마다 디지털화 되면서 편해진 포인트도 다르고, 어려움을 겪는 포인트도 다양한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이야기 해본 어려움이 해소되려면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함께 변화해야겠지요?
이현학: 제 아내가 지금 미국에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미국에서 생활 할 수 있을지 알아봤었어요. 캘리포니아 주와 서울을 놓고 복지나 혜택을 비교해보니까, 장애를 대하는 ‘마인드셋’이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한국에서는 장애인 연금을 주는 게, ‘장애를 가진 사람은 힘드니까 도움을 줘야 한다’ 이런 접근이라면, 미국은 다르더라고요. 캘리포니아주는 시각장애인에게 금전적인 혜택을 더 많이 준대요. 그 이유를 물어보니까, 시각장애인이 지원을 받았을 때 스스로 사회생활과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래요. 당당히 세금 내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는 거죠. 장애가 있지만, ‘이 사람 경제활동 할 수 있어! 얼른얼른 지원해서 자립하게 만들어!’ 이런 차이가 있더라고요.
신홍윤: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정책은 시혜적인 관점에서 디자인된 게 많아요. 자립할 수 있게 돕는 게 아니라, ‘힘들지? 시설에서 도움 줄게’ 이런 식으로 행정 편의적으로 진행되는게 많아요. 장애인 휴대전화 요금 할인이라던가, 특정 서비스 무료 이용이라던가 이런 것보다도, 장애인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아요.
장애인의 더 나은 금융﹒경제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것 한가지씩만 꼽는다면요?
이현학: 매달 내가 통장에 얼마 넣으면, 정부에서 추가로 지원해 주는 청년들 위한 금융상품들 있잖아요. 그런 금융상품들이 장애인 대상으로도 있거든요. 정부가 중증장애인 자산형성을 돕기위해 시행하는 제도였는데, 참여하려면 일정 교육을 들어야해요. 그래서 제가 교육을 들어봤는데, 초등학교때 배우던 그 수준이에요. ‘통장 만드세요, 저축하세요.’
저는 결혼 전까지는 ‘돈은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쓰는 거다.’ 이게 제 금융 생활이었어요. 제 연령대 분들은 아실 텐데, 저금을 장려했던 세대예요. 학교에서 단체로 은행 가서 통장 개설하고 땡그랑 한 푼, 땡그랑 두 푼. 그래서 저는 큰 저금통을 두고 지폐가 생길 때마다 넣으면서 지냈어요. 그런데 제 꿈이 좋은 아빠가 되는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금융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투자도 조금씩 하면서 바뀌었죠. 주변 시각장애인 친구들도 주식 투자 많이 해요. 주식 그래프 같은 경우는, 음의 높낮이로 주식 변동 현황을 볼 수 있어요. 또 주식은 정보가 중요하잖아요. 주식 정보는 유튜브를 통해 듣고 분석하죠.
요즘은 내 자산을 어디에 투자하느냐가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장애인 한테 재테크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그냥 저축하세요’ 하면 경제적 자립도 힘들뿐더러 비장애인들과 경제적 격차가 더 벌어지게 돼요. 장애인의 경제생활을 돕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신홍윤: 우리가 오늘 금융과 관련된 이야기를 열심히 했지만, 이런 이야기와 멀리있는 장애 청년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장애인은 비장애인들과 (경제적) 조건이 많이 다른데, 금융, 경제, 재테크에 대해서 같이 생각하고 고민해볼 자리가 없어요.
일반 기업에서도 많이 움직여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현학 님이 말한 것처럼, 통장에 잠들어있는 저축금을 어떻게 슬기롭게 키워갈 수 있을지, 기업들도 저희를 새로운 고객으로 개척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이현학: 그리고 ‘접근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필수이기 때문에 무조건 고려해 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끝으로 드리고 싶습니다.
Interview・Edit 이지영 Graphic 이은호 Photo 김예샘
세상의 중요한 발견은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태어납니다. 작고 익숙해서 지나칠 뻔한, 그러나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를 조명하며 금융과 삶의 접점을 넓혀갑니다. 계절마다 주제를 선정해 금융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필진 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