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어떻게 월가에 입성했을까?

by 사소한 질문들

🔊 이제 오디오로도 들으실 수 있어요
이 오디오는 목소리 하나로 나를 표현하는 곳, 스푼라디오에서 활동하는 DJ 크타, 스푼운영자와 함께 합니다. (질문자 = 스푼운영자 / 신순규 = 크타)

혹시… 제목을 보고,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가 월스트리트에서 일하게 되기까지 고난과 역경을 겪고 이겨냈다는 눈물겨운 스토리를 기대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이 아티클에서는 그가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의 순간은 담지 않았습니다.

이번 비대면 인터뷰의 주인공 애널리스트 신순규 님은 시각장애인이 맞지만 장애를 허들이나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입니다. ‘장애에 지배되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지침을 가지고 살아온 신순규 님과의 대화는 그의 커리어, 투자 인사이트, 앞으로의 삶의 목표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신순규

△ 현재 미국에 거주중인 신순규 애널리스트. 비대면 인터뷰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 시각장애인이 드문 일을 해내면, 사람들은 그 일을 해낸 데에만 초점을 둔다. 내가 출퇴근하는 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랍다고 말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거의 3시간 정도를 매일 길에다 버리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 눈이 보이지 않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것을 많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 눈에는 무엇보다 먼저 내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부터 보이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


시각장애인에게도 그를 둘러싼 현실, 그가 붙잡고 추구하는 생각과 일 그리고 삶을 변화시킬 만한 사랑이 그의 삶에 있어 시각장애보다 더욱 중요할 수 있음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나에게는 증권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하는 업무를 맡은 현실, 불공평한 세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삶을 헤쳐나갈지에 대한 생각, 그리고 가족을 향한 나의 사랑 등이, 내가 앞을 볼 수 없다는 사실과 이로 인해 출퇴근에서 겪는 불편함보다 더 중요하다.
–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 28p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신순규입니다. 세 갈래로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네요. 27년차 기업 분석 애널리스트 입니다. Brown Brothers Harriman 자산운용 사업 내 채권부 소속이에요. 그중에서도 회사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YANA(You Are Not Alone) Ministry라는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YANA는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유학, 성경학교 등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요. 2011년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7명의 아이들이 무사히 유학 프로그램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왔는데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잠시 멈춰있는 상태입니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어떤 도움이든 줄 수 있는 단체로 성장하는 것이 저희의 장기적인 비전이에요.

마지막으로 Semi-Professional 작가인데요. 틈틈이 써왔던 에세이를 모은 책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을 출간했고, 매일경제에서도 5년간 칼럼을 썼어요. 지금은 조선일보 ‘아무튼 주말’ 코너에서 칼럼을 쓰고 있고요. 앞으로도 책은 계속 쓸 계획입니다.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최근에 출간하신 에세이 책도 정말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놀랍게도 하버드, MIT, Wall Street까지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의 주인공인데요. 모두에게 높은 관문일텐데 어떻게 넘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학창시절, 입사 초기 이야기도 들을 수 있을까요?

항상 운이 좋았다는 답을 먼저 해요. 정말이거든요. 전 부모님이 둘이나 있어요. 한국에도 계시고, 미국에도 계시죠. 서울에서 태어나 9년 동안 비장애인으로 살았고, 아홉 살에 녹내장과 망막박리가 오며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됐어요. 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권유하셔서 배웠고, 13살에 미국 순회공연을 떠나게 됐어요. 그때 오버브룩 맹학교에서 초청을 받아 15살에 혼자 미국 유학을 떠났습니다. 당시 저를 돌봐주신 분들이 미국에 계신 부모님들이고요.

△ 어머니의 권유로 일찍부터 피아노를 시작했고, 13살에는 미국 순회공연을 떠나기도 했다.

하다보니 제 음악 역량이 그렇게 특출나지 않은 편이더라고요. 일반 고등학교로 진로를 바꿔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유명한 고등학교 아니었냐고요? 아뇨, 미국 부모님이 사시는 시골 동네에 있는 학교였어요. 다행히 공부가 적성에 맞았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시골이라 할 일도 없으니(웃음) 뮤지컬도 하고 학생회도 열심히 했죠.

그러다 보니 아이비리그에서 원하는 학생의 모습이었나봐요. 하버드는 학업 외 활동도 유심히 보는데 외국인, 유학생, 장애인이라는 유니크한 점이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학업 성적도 좋고, 학업 외 활동도 다양하게 했으니 합격하게 된 케이스죠.

애널리스트

△ 종종 신문에 실리기도 했던 어린 시절의 신순규 애널리스트. 부모님, 가족과 함께한 고등학교 졸업식

월 스트리트에서는 JP Morgan에서 인턴으로 시작하게 됐는데요. 당시 도전하게 된 이야기가 재밌어요. 하버드 대학 졸업 후 MIT 대학원에서 ‘장애인의 전문직’에 대한 리서치를 하고 있었어요. “장애인이 어떤 과정을 통해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 수 있을까?”라는 주제였습니다.

당시 1990년 ADA(미국 장애인법) 통과 후 미국 연방법이 됐는데 이런 조항이 있어요. ‘고용주는 피고용인이 장애가 있다 해서 차별할 수 없고, 장애로부터 오는 여러가지 어려움 및 필요에 따라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처음 생긴 법이다 보니까 정확하게 무슨 의미인지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참고할 만한 이전 케이스도 없고, 법 개정과 함께 정책이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대기업 입장에서는 법을 어기면 회사에 위협이 될 수 있으니 더욱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제가 리서치를 제안했을 때 흔쾌히 협조를 해준 것입니다. 이 법이 어떻게 실질적으로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해서요.

리서치 목적은 이거였어요. 장애인들이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분야에 접근할 때, 어떤 과정을 통해 그 직업이 장애인들에게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을지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 사전조사를 해보니 월가에 있는 몇몇 회사에서 일선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애널리스트, 트레이더 등 priority를 만드는) 중 시각장애인들이 좀 계시더라고요. 이런 분들을 만나 어떻게 해낼 수 있었고, 어떤 과정을 통해 정착하게 됐는지 리서치하는 것이 첫 목표였어요.

그런데 큰 규모의 투자은행들에 연락할 때마다 하나같이 시각장애인 직원은 없다는 거예요. 알고보니 리서치를 통해 찾게 된 사람들은 모두 소규모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이었고,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라 취업하게 된 케이스였던거죠. 저는 캠퍼스에서부터 리크루팅되어서 인턴으로 정식 입사해 한 계단씩 올라가는 절차를 밟은 사람을 찾고 싶었는데 말이죠. 정말 아무도 없더라고요.

그때 교수님이 “자네가 한 번 해보지.”라고 제안하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JP Morgan에 지원해 합격했고, 인턴으로 일을 시작하게 됐죠.


애널리스트 꿈을 가지게 된 계기도 궁금한데요.

하버드에서 심리학 학사 과정, MIT에서 경영학과 조직학 박사 과정을 밟았는데요. 사실 애널리스트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한 것은 아니었어요. 원래는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70년대 말, 앞을 완전히 못 보시는 분이 의대를 나와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그 분에게 동기부여를 받은 많은 시각장애 학생들이 80년대 중후반에 의사의 꿈을 많이 꿨었고요.

그런데 미국 의사 협회에서 규정을 바꾸게 됐어요. ‘의사라면 외부 도움 없이 환자를 진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정책을 만들며, 시각장애인들이 넘기 힘든 장벽을 만든 것입니다. 물론 그 장벽을 무시하고 계속 간 사람들도 있어요. 보통 정신과 의사가 되는데요. 저는 그 쪽에 꼭 뜻이 있던건 아니었어요. 동기부여가 되지 않더라고요.

코스를 바꿔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MIT에서 진행하던 리서치 중 투자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으며 흥미가 생기게 됐죠. 자료를 모으고 검토하면서 모의 투자(mock investing)를 해봤는데, 투자 분석을 하는 직업이 저에게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애널리스트,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되면 내가 일을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데이터’에서 나타나게 될테니까. 장애를 이유로 걸고 넘어질 사람들도 없을테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제 성과를 인정받거나 (혹은 쫓겨나거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데이터 보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인터넷 나온지 얼마 안 됐을 때, 주가 데이터를 매일 다운로드받을 수 있었는데요. 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지고 있는 것들만 모아보면서, 왜 이렇게 떨어지고 있는지 데이터로 먼저 파악하고, 그 다음에 어떤 이슈가 있는지 알아보는게 재밌었어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고요. 무엇보다 기업의 흥망성쇠를 데이터로 볼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생동감있게 느껴지더라고요.

애널리스트


순규님께 정말 잘 맞는 일인 것 같아요. 그러니 27년이나 해오셨을거고요. 요새는 어떤 기업들을 주로 보고 계신가요?

원래 헬스케어 쪽을 맡다가 올해 5월에 졸업하고 소비자 서비스/상품, 식음료, 환경 서비스 쪽으로 옮기게 됐어요. 이쪽이 보다 안전한 영역이라 그런지 살짝 지루한 면도 있네요. (웃음)

그래도 환경 서비스는 정말 흥미로워요. 요새 환경은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분야잖아요. 사회적 문제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지, 환경 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실행으로 옮기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죠. 환경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가진 회사들을 공부하는게 재밌습니다.


그간 담당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투자 결정이 있으신가요?

‘오바마 케어’가 발표됐을 때, 의료 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던 투자자들이 병원들이 발행한 채권을 많이 매각했어요. 하지만 저는 반대로 이들을 매입해야 한다 고집해서, 회사 역사에 없었던 병원채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워렌 버핏이 이런 말을 했어요.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과감하고, 반대로 과감해할 때는 두려워하라.” 채권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어서, 보통은 발행사들이 얼마나 파산하는지가 주요 포인트가 되는데요. 파산률이 제일 높은 영역이 바로 병원이었어요. 그래서 병원 채권이 제일 위험하다는 인식도 꽤 오랫동안 있었고요. 무엇보다 병원 채권은 저희 회사가 전통적으로 잘 접근하지 않는 영역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008년 오바마 상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됐고, 그 분이 계속 이야기했던게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바꾸겠다” 였거든요. 당선된 후 헬스케어 쪽 기업이 다들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중 하나가 병원. 그래서 병원 채권들이 계속 팔려나갔었었죠.

실제로 병원 채권이 파산하는 케이스가 많긴 했지만, 사실 세계적인 병원들은 파산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 봐도 무방하거든요. 귀족이나 부자들이 와서 이용하는 곳인 만큼, 아주 앞서나가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거든요. 심지어 그들이 가지고 있는 현찰은 부채 대비 2~3배 많아요. 그런데 이런 병원들의 채권까지 덩달아 싸지는 거예요. 저는 오히려 이 때가 기회라 본거죠. ‘이건 지금 사야지.’ 이들의 이자율이 올라가고 있다면, 20개, 30개까지도 병원에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겠다 생각했고 과감히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습니다. 많게는 8억 달러까지 채권을 가지고 있었고요.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과감한 선택을 하셨던 좋은 사례네요. 다만 ‘투기’라 생각한 사람들도 있지 않았을까요?

투자와 투기 그리고 도박의 차이점은 ‘태도’에서 옵니다. 혹자는 경마는 도박, 부동산은 투기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곤 하는데요. 주식도 투기 또는 도박이 될 수 있고, 채권도 마찬가지예요.

단적인 예로 저는 경마도 투자가 될 수 있다 생각해요. 말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고 경마에 대한 전문적인 노하우가 있어서, A 말과 B 말을 비교분석해 A 말이 이기겠다고 결정해서 돈을 버는 것은 도박이 아니라 투자가 될 수도 있는거죠.

근거 없이 그냥 찍는 것은 ‘도박’이고, 단기간 내 10~20% 이익을 보겠다 하는 것은 ‘투기’고, 분석과 공부를 통해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은 ‘투자’가 될 수 있는 겁니다.

도박, 투기, 투자는 돈을 베팅하는 대상이 무엇인지에 따라 나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을 가지고 돈을 운용하는지가 이들을 가른다 생각해요.


그럼 좋은 투자를 하려면, 어떻게 기업을 살펴보고 공부하는게 좋을까요?

우선 ‘얼마나 견고한 기업인지’ 검토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경제나 정부 정책 등에 민감하지 않은지, 경제가 약해지거나 금리가 올라가거나 정권이 바뀌어도 기업이 계속 사업을 탄탄하게 해나갈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며 그들만의 해답을 가지고 있는 기업인지 확인을 하는 것이죠.

구체적으로는 ‘서비스와 상품이 세상에 얼마나 필수적인 것인지’ 검토하고요, 그 분야의 미래 유망성을 분석합니다. 이후엔 경쟁사들과의 비교 우위를 파악하고, 성장과 이윤율을 따져 미래를 예상해봐요.

물론 현재 컨디션도 분석합니다. 캐쉬 플로우(cash flow)가 얼마나 흐르고 있는지, 상대적으로 부채 액수는 얼마 정도인지요. 합병을 통해 성장해 왔다면 성공과 실패 기록도 자세히 살펴보고요. 더 나아가 기업 금융 보고서에 나오는 정보를 이해하고 그 분야에서 쓰는 메트릭을 이해하고 비교할 수 있어야겠죠. 기초적인 회계 지식을 알아두면 더욱 좋습니다. 정성적인 부분도 중요해요. 주로 경영진들을 보는데요. 투명하고 정직하게 사업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인지, 그들의 성과가 어떤지 살펴봅니다.

결론은, 내가 이 기업에 투자할 때 누구에게나 아주 심플하게 ‘왜 투자하는지’ 설명할 수 있으면 됩니다. 유치원생을 이해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간단명료하면 더욱 좋고요.


순규님 만의 기업 분석, 투자 노하우도 살짝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기업이 가진 스토리를 잘 파악하는 것. 제가 소설을 정말 좋아해요. 소설에 나오는 캐릭터나 스토리처럼 회사도 캐릭터와 스토리를 가지고 있거든요. 회사를 볼 때도 소설을 읽을 때처럼 파악하려 해요.

예를 들어 어떤 회사 주가가 뚝 떨어졌어요. 왜 떨어졌나 살펴보기 시작했죠. ‘경영진 잘못인가?’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상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있었나?’ 역시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파악해야 하는건 ‘기업이 처한 상황’이 되겠죠. 불황이 닥치면서 기업에도 영향을 미친 거예요. 바로 이럴 때 저는 투자를 진지하게 검토합니다. 회사 내부 문제가 아니라, 외부적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사건이라면 불황을 지나 호황이 될 때 더 나아질 일만 남은거니까요.

이런 정보 파악을 위해 매일 쏟아지는 뉴스에 너무 많은 무게를 두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책을 많이 읽고, <The Economist> 같은 분야의 잡지를 봐요. 회사가 직접 하는 발표와 분기별 보고 등에 더 초점을 맞춥니다. 제가 담당하는 분야와 관련된 통계(Retail Sales, Personal Income, Beer/Wine Sales, Metal Prices 등)도 세심하게 파악하고요.


순규님이 담당하시는 분야가 ‘채권’이라 여쭈어보고 싶은 질문이에요. 투자 초보자인 제겐 채권이 주식보다 생소하거든요. 저 같은 투자 초보자에게 추천해주실 수 있는 채권 투자 공부 방법이나 노하우가 있을까요?

채권은 간단히 말해 투자자가 채권을 발행하는 발행사에게 돈을 빌려주는 겁니다. 투자자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는 이자를 약속한 날짜에 받고 원금을 만기일에 받는 것이죠. 하지만 만기일 전까지 변수가 생길 수 있어요. 기업의 신용질이 변할 수도 있고, 금리나 일드커브(Yield Curve: 수익률 곡선)가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런 기술적인 것들에 신경을 좀 써야합니다. 이 중 제가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신용질이에요. 그래서 견고한 발행사를 고집하는 것이고요.

일반 투자자들에게 비교적 친숙할 수 있는 주식과 비교해볼까요. 크게 보면, 투자의 목적은 인플레이션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얻어서 돈의 Purchasing Power을 높이는 것입니다. 주식은 성장률이 비교적 높고, 위험도도 높을 수 있습니다. 반면 채권은 비교적 성장률은 떨어질 수 있어도, 위험도 역시 낮아요. 기업이 파산할 때, 남은 가치가 채권자들에게 우선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채권자들의 투자 액수를 100% 회복시킨 후 남은 가치가 주주에게 돌아가는데요. 그래서 기업이 파산하는 케이스에서 주주들은 대부분 투자 액수를 다 잃게 되는거예요. 부자되는 것이 주주의 주 목적이라면, 원금을 지키면서 소득을 얻는 것이 채권의 주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퇴직한 분들이나 연금기관 등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 합니다. 이들은 갖고 있는 투자금에서 소득을 생산하면서 원금을 지켜야 합니다. 그래서 주로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고, 신용등급과 이자율(즉 위험도와 소득 액수) 그리고 상환 기간 등을 비교해서 투자 결정을 하는 편이지요.


‘돈’, ‘부’가 화두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계시다 해도 과언이 아니고요. 애널리스트 순규 님께 ‘돈’은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어떻게 활용해야 그 순기능을 다할 수 있다 생각하시는지요?

돈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위험한 것이기도 합니다. 돈에 지배되지 않으려면, 처음 목적한 바로 돈이 흐를 수 있도록 나의 정체성을 지켜낼 수 있어야 합니다. 나와 가족의 행복 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안위와 행복을 향해서도 돈을 흘려보내는 겁니다.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요. 돈은 흘러야 제 역할을 하거든요. 그래야 내가 돈을 지배할 수 있어요.

저는 캐쉬 플로(Cash Flow)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사업하시는 분들도 그런 말을 많이 하죠. ‘돈은 돌아야 한다’고.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돈을 쌓아두는 이유는 뭘까요? 기본적으로 쌓여있는 돈이 가져다주는 안정감이 있을거고요. 다른 사람들보다 쌓아둔 돈이 많다는 사실에서 오는 우월감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건 사실 거짓 안정, 거짓 우월성이 된다 생각해요. 돈은 항상 있을 수 없거든요. 슬프게도 돈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게 너무 자연스러워졌어요. 사실 부모를 잘 만난다는 것이 사회 불평등의 가장 큰 근원이 되는건데 말이죠. 출생로또라고도 하니까.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차 타고 이런게 사람답게 사는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저는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는 것도 돈이지만, 사람을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도 돈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돈이 흘러야 한다고 강조하는 거예요. 한 계좌 혹은 한 가족에게 오래도록 머물지 말고요.

YANA

△ 2012년 진행된 Flying Happiness 프로젝트, 미국에 방문한 동명보육원 아이들과 함께한 신순규 애널리스트.

저는 노후 계획을 위한 자산 제외하곤 모두 흘려보내고 있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재산이 많지 않거든요. 다 써요. 필요한 곳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도 항상 말합니다. “엄마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대학 교육까지야.” 절대 더 물려주는 일 없을 거예요. 모든 것을 공평하게 만들 수는 없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서 불공평을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는 기여하고자 해요. YANA를 운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고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으신가요.

애널리스트

의미찬 삶을 사는 거겠지요. 제가 존재했기에 삶의 질이 좋아진 사람들이 있기를 바라면서요. 사람 살리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장 의미있는 일이기도 해요.

YANA를 통해 만나게 되는 아이들과 청년들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그 중 하나이지요. 부모에게 외면 당하는 것만큼 큰 마음의 상처가 없어요. 그 트라우마에서 회복되려면 아주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YANA 아이들이 이 아픔을 극복하고 건강한 가족을 이루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어요.

또 지금처럼 계속 글을 쓰면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도 해당될 수 있겠어요. 난치병에 걸려 병상에 누워계시던 분이 제 책을 읽고 힘을 얻어 꼭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감사하다는 연락을 주신 적이 있어요. 이런 일들이 더 많이, 자주 생기면 좋겠어요. 일을 하고 삶을 사는 이유가 되겠지요.

Interview & Edit 금혜원 Graphic 이은호 엄선희 Photo 판미동(민음사)

<사소한 질문들> 겨울호 : 장애와 접근 – 커버 그래픽 비하인드 스토리 💬
시각장애인이 세상을 볼 때 어두컴컴하기 마련,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도 목표를 향한 노력이 남긴 발자국은 선명하다는 것을 표현. 발자국 옆에 새겨진 지팡이 자국도 찾아보세요!

애널리스트

* 장애인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장애인이 느끼는/처하게 되는 상황’에 집중하는 메타포를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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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질문들

세상의 중요한 발견은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태어납니다. 작고 익숙해서 지나칠 뻔한, 그러나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를 조명하며 금융과 삶의 접점을 넓혀갑니다. 계절마다 주제를 선정해 금융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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