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접근성은 무엇이고 왜 필요할까?
ㆍby 사소한 질문들
스마트폰 없이 며칠, 아니 몇 시간이나 버텨보셨나요? 스마트폰 없는 생활, 생각만 해도 막막하죠. 우리는 디지털 세상에서, 디지털 정보를 이용해 살아갑니다. 디지털 정보는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이용하는 웹 사이트나 모바일 앱뿐 아니라 가전제품, 이러닝(E-learning) 콘텐츠, 음원, 영상, 키오스크 등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이용하는 모든 소프트웨어와 디지털화된 모든 정보를 뜻합니다.
사실상 우리는 디지털 정보에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날로그의 대표적 상징인 ‘지폐’만 보아도, 답을 쉽게 찾을 수 있죠. 월급, 축의금, 조의금, 결제, 심지어 용돈까지. 일상생활에서 실물 지폐는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시중 은행의 점포는 6개월간 46곳이 줄었다고 합니다. 대면 서비스의 감소는 금융 영역뿐만의 일은 아닙니다. 장보기, 쇼핑하기, 뉴스보기, 시설 예약하기 등 일상 생활에서 부터 등본・증명서 발급, 민원업무와 같은 공공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에 걸쳐 진행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비대면 서비스는 PC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구축되고 있습니다. 참 편리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참 편리한 세상이 ‘모두에게’ 편리한 세상인지요. 디지털 비대면 서비스는 사용자가 스스로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제합니다. 이것이 디지털화된 비대면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점이기도 하죠. 즉, 사용자가 혼자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이용이 어렵거나 불가능합니다. 더불어 디지털 서비스가 가속화되면서 대면 서비스와 병행되는 것이 아니라 대체되고 있다는 점 또한 문제입니다. 타인의 도움 없이 개인 스스로가 디지털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 불편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정보이용 약자(정보 약자)라 부릅니다. 대표적으로 장애인과 고령자가 정보 약자에 해당합니다. 누군가는 배우고, 익히고, 경험하면 된 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장애, 신체의 노화로 인해 디지털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문제는 개인적인 노력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비장애인도 디지털 서비스 이용에 있어 장애인과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순간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이나 도서관에서는 음성을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음성보다는 자막에 의존하게 됩니다. 스마트폰 액정이 심하게 깨지거나 화면에 문제가 생기면 시각 정보보다는 음성 정보가 필요하게 되고요. 손을 사용할 수 없는 비상상황에서는 음성명령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처럼 정보 접근성이란 어떠한 이용 환경에서도 디지털 서비스의 사용성을 보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시적이든, 영구적인 상황이든 사용자의 다양하고 극한 상황에서도 사용성을 보장하는 노력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싶을 수도 있습니다. 정보 접근성을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하드웨어를 생각해 보세요. 혹한의 날씨, 강한 충격 등 극한의 상황에서도 기기의 사용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많은 이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부분에서 사용자의 극한 상황을 고려하는 것은 아직 익숙하지 않죠. 하지만 이것이 어렵고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고 관련 기술들이 국내외 표준화되어 보급되어 있습니다.
해외의 경우 강력한 규제에 의해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 접근성 준수를 의무화하고 있고 이에 따른 인식의 변화도 가져왔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정보 접근성 관련 기술들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의 자동 자막(auto-caption) 기능은 청각장애인을 위해 개발되었고, 애플의 시리(siri)는 지체장애인, 보이스오버(voice over)*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개발되었으나, 현재는 비장애인도 유용하게 사용하는 기술이 되었습니다.
*보이스오버(Voice over): 사용자가 화면을 볼 수 없는 경우에도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스처 기반 화면 읽기 도구. 말하기 속도 및 음높이를 사용자의 필요에 맞게 조절할 수 있으며, 화면을 터치하거나 화면 위를 손가락으로 드래그하면 보이스오버가 아이콘, 텍스트를 포함해 사용자가 손가락으로 터치한 항목을 오디오 설명으로 제공한다.
장애인 및 고령자들은 보조 공학기술(AT: Assistive Technology)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보조 소프트웨어를 활용합니다. 대표적으로 시각 장애인용 화면 낭독기(screen reader)*, 저시력 장애인용 화면 확대 프로그램, 점자 표시를 위한 점자 디스플레이, 상지장애인을 위한 안구 마우스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는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제공되어 있는 기능들도 있습니다. 어르신이 스마트폰 구입 후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글자 크기를 크게 하는 것과 같이 장애인도 필요한 여러 가지 기능들을 설정하거나 구비합니다.
*화면낭독기(screen reader):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꿔 읽어주는 시각장애인용 소프트웨어
정보이용 약자를 위한 접근성 보장 방법의 원칙은 간단합니다.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를 보조공학 기술을 활용하는 사용자에게 지원될 수 있도록 제작하고 서비스하는 것입니다. 원칙은 간단하지만, 놓치고 있는 부분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텍스트를 이미지화해서 제공하는 하는 것인데요. 텍스트를 이미지화하게 되면, 폰트를 활용하는 기술을 지원하지 못합니다. 휴대폰 설정에서 큰 글씨 설정을 해도 글자가 커지지 않고, 화면낭독기를 이용해도 내용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다국어 언어 변환도 지원되지 않죠. 이 경우 특히 시각장애인은 잘못된 정보를 얻거나 전혀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됩니다. 때문에 아마존, 애플과 같이 접근형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서는 텍스트를 이미지화하지 않습니다. 이미지 위에 텍스트를 오버랩하는 방법을 사용해 음성지원과 폰트 활용지원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텍스트 가독성을 중요시하는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텍스트의 색상과 배경색의 명도 대비를 높이는 식이죠. 노란색이나 연두색 배경을 사용한다면 텍스트는 흰색보다 검은색을 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 뿐 아니라, 고령자, 시력이 좋지 않은 비장애인 사용자 모두를 위한 접근성 향상의 사례입니다.
사용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보・기능만 제공하거나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국내 포털과 구글, 국내 언론과 해외 언론, 국내 결제 시스템과 해외 결제 시스템을 비교해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국내 active-x 제거 움직임도 이러한 정보 접근성 향상을 위한 노력 중 하나입니다.
이외에도 국내외 정보 접근성 표준에서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진 이미지에 구체적인 대체텍스트*를 제공하는 것, 링크 기능의 용도와 목적이 명확하도록 제공하는 것, 인증 번호를 입력하는 것과 같이 시간 제한이 있는 경우 응답 시간 연장 기능을 제공하는 것, 개인 정보와 같이 특정 정보를 직접 입력해야 하는 입력 서식란에 용도와 목적을 알 수 있게끔 정보를 정확히 제시하는 것, 버튼 조작 범위를 넓게 제공하는 것, 오류 메시지에는 해결 방법을 함께 제시하는 것 등 많은 기술적 방법들이 있습니다. 이것들은 구현이 어렵거나 난이도가 높지 않습니다.
*대체텍스트: 이미지의 표현 또는 이미지를 설명하는 텍스트
화면을 볼 수 없거나, 소리를 들을 수 없고, 양손을 사용하기 어려운 사용자 환경을 모두 고려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공간은 장애와 비장애, 세대, 계급이 존재하지 않고 누구나 동등해질 수 있는 마법과 같은 공간입니다. 정보 접근성은 개발자의 아이디어와 기술로 향상 가능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생활의 디지털화가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이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디지털 서비스는 필수가 되었습니다. 기술이 절실히 필요한 사용자를 위해 정보 접근성을 준수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아닐까 합니다. 정보이용약자는 나의 가족, 친구 그리고 미래의 내가 될 수 있으니까요.
Edit 이지영 Graphic 이은호 엄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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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요한 발견은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태어납니다. 작고 익숙해서 지나칠 뻔한, 그러나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를 조명하며 금융과 삶의 접점을 넓혀갑니다. 계절마다 주제를 선정해 금융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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