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는 왜 지금 ‘리브랜딩’을 했을까?

토스가 새 로고(CI)를 공개했습니다. 기존 로고가 ‘공 던지듯 쉬운 금융’을 의미했다면, 새로 공개된 로고는 파란색 원을 비튼 입체적인 모습으로, 고정관념을 깬 ‘새로운 차원의 금융’을 선보이겠다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기존 로고가 2019년 2월에 변경되었으니 약 3년 만에 리브랜딩이 진행된 것이라 볼 수 있는데요. 이를 다르게 보면, 3년 만에 브랜드 방향성에 큰 ‘변화’가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토스의 새로운 앱 아이콘

토스는 일명 ‘잘하는 브랜드’로 불립니다. 금융권을 뒤흔드는 ‘메기’ 같은 존재로 등장해, 어느덧 업을 선도하는 ‘리딩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토스가 하면 뭔가 다를 거야’ 라는 인식도 자연스럽게 생겨났죠. ‘잘하는 브랜드’가 리브랜딩을 통해 어떤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은지는 많은 분의 관심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토스는 왜 리브랜딩을 했을까요. 그리고 리브랜딩으로 선언하는 토스가 꿈꾸는 미래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리브랜딩을 알리기 위해 어떤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토스 리브랜딩의 ‘전부’를 샅샅이 살펴보고자 합니다.

단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된 토스

“사람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뭘까?” 토스 서비스의 첫 시작은 이 질문이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 토스는 서울의 한 카페에서 유심히 사람들을 관찰했습니다. 무려 한 달 동안 현장에서 사용자를 직접 보고, 사용자에게서 직접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깊게 들여다봤습니다.

그렇게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사용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송금과 결제를 하는데, 이 과정이 참 ‘불편’하다는 것을 말이죠. 송금을 위해 계좌번호와 더불어 공인인증서 비밀번호와 보안 카드 번호를 입력해야 했고, 암호가 몇 번 틀리면 공인 인증서를 다시 발급받아야 했으며, 다른 은행 간 송금은 수수료 인해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불편함이, 토스에게는 ‘당연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토스는 생각했습니다. 금융을 ‘쉽고 간편하게’ 만드는 것에 먼저 도전해보자고 말이죠. 그렇게 토스의 도전은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다양한 혁신을 선보였습니다. 3분 걸리던 송금은 10초로 줄여졌고, 자동 이체 예약 덕분에 은행 점검 시간이 끝나길 무한정 기다리는 일은 추억이 됐습니다. 원할 때 언제든지 신용 점수를 확인할 수 있게 됐고, 여러 은행에 발품 팔지 않고도 대출 상품 비교가 가능해졌죠.

그렇게 7년 동안 토스는 ‘금융을 쉽고 편리하게’라는 단 하나의 브랜드 미션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고 그 결과 2,400만 명 사용자의 선택을 받는 ‘금융 슈퍼앱’으로 성장했습니다.

토스에게 주어진 ‘새로운 도전’

토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용자’입니다. 사용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어 임팩트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토스가 지금까지 성장해온 전략이며 사용자의 선택을 받은 비법이라 할 수 있죠. 토스는 이 ‘사용자’라는 가치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토스가 아직 ‘닿지 못한’ 사용자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금융권이 간주하는 핵심 고객층에 빗겨있어 즐길 수 있는 금융 서비스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은 비대면 계좌 개설이 불가능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야만 통장 개설이 가능했죠. 시니어 고객은 새로운 앱 사용이 익숙지 않아 스마트 금융을 누리기 어렵습니다. 중·저신용자는 금융 이력이 부족해 꼭 필요한 순간에 대출받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고, 장애인 사용자에게 복잡한 UX의 금융 앱은 마치 암흑 속에서 길을 찾아가는 느낌입니다.

토스는 이처럼 ‘닿지 못한’ 사용자를 보며 ‘새로운 차원의 금융’을 생각하게 됩니다. 쉽고 편리한 금융을 넘어, 직장인이 아니어도 대출에서 소외되지 않고, 나이에 상관없이 금융 생활을 하며, 장애가 금융 생활의 장벽이 되지 않도록, 토스가 바꾸어 내고 싶다고 말이죠.

그리고 생각해보면, 이런 토스의 새로운 방향성은 토스의 ‘성장’에도 긍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금융 슈퍼앱’으로서의 입지가 더 탄탄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금융권 울타리 안에 있는 사용자가 토스의 주 사용자층이었다면, 이제는 금융권 울타리에 들어오지 못한 사용자를 토스 생태계로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다른 금융 서비스가 아닌 오직 ‘토스’를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내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토스도 2,400만 사용자를 넘어 더 많은 사용자와 만날 수 있죠.

‘도전’을 사용자에게 응원받는 일까지

토스의 도전은 정해졌습니다. ‘누구든지 주체적인 금융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도전으로 말이죠. 브랜드의 도전은 어찌 보면 ‘브랜딩’에서 제일 중요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브랜드의 도전과 미션을 공표하고 대중의 공감과 지지를 얻어 브랜드를 응원하는 팬이 많아지는 일. 모든 브랜드가 원하는 일인 것과 동시에 토스 역시 바라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토스는 ‘새로운 도전’을 알리기 위해 큰 결정을 내렸습니다. 바로 ‘리브랜딩’인데요. 로고(CI)를 변경하고, 토스의 변화를 알리기 위한 리브랜딩 캠페인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다름 아닌 ‘다짐’과 ‘소통’을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토스는 캠페인 핵심 키워드를 ‘도전’으로 선택했습니다. 토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도전’인 만큼, 리브랜딩 캠페인도 ‘도전’을 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선보인 콘텐츠가 ① 리브랜딩 오프닝 필름과 ② 브랜드 필름, 그리고 ③ 나만의 응원카드 이벤트입니다. 리브랜딩 오프닝 필름은 제작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었고, 브랜드 필름에는 토스가 계속 도전하는 이유를 담았으며, 나만의 응원카드 이벤트는 사용자의 도전을 토스가 응원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었습니다.

① 리브랜딩 오프닝 필름

브랜드 오프닝 필름은 브랜드·그래픽 디자이너와 영상 PD가 팀을 만들어 새로운 별(로고)을 찾아가는 도전의 여정을 동화적인 3D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영상입니다. 영상의 분위기에 가장 잘 맞는 배경 음악을 위해, 인디밴드인 ‘실리카겔’과 협업한 일명 ‘비디오 아트웍(Video Artwork)’이라 할 수 있는데요.

공개된 영상을 보면, 영상의 제작 자체가 ‘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3D 모션 그래픽을 활용해 브랜드  서사를 6편에 걸쳐 풀어냈고, 인기 밴드와의 협업으로 배경 음악을 만드는 ‘독특한’ 브랜드 오프닝 필름을 만들어냈기 때문인데요. 캠페인 자체를 도전적으로 잡아, 토스 자체의 도전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오프닝 영상을 사람들은 어떻게 봤을까, 궁금해서 후기를 찾아봤습니다. 살펴보니 실리카겔과 토스의 만남이 정말 신선하다, 사운드와 그래픽이 너무 좋다, 영화관에서 광고로 보면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음악이 좋아서 매일 보고 있다 등의 반응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이 중 마지막 반응인 ‘매일 보고 있다’는 후기가 개인적으로는 인상 깊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광고 영상’으로 분류될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보는 콘텐츠로 바꿔낸 힘이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② 브랜드 필름

가장 마지막에 공개한 브랜드 필름의 핵심 메시지는 ‘토스가 계속 도전하는 이유’입니다. 유스, 시니어, 청년으로 이뤄진 총 3편의 브랜드 필름을 보면, 금융의 시선이 닿지 못했던 사용자가 차례대로 등장합니다. 아이들의 시간에 금융은 여전히 없고, 시니어 사용자에게 여전히 금융은 어려운 서비스며, 금융 이력이 부족한 청년에게 금융은 닿지 않는 존재로 느껴집니다. 토스는 이런 사용자에게 꼭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담담하게 말합니다.

필름에 담긴 메시지가 다른 금융 브랜드의 영상보다 더 ‘진정성’ 있게 다가왔던 이유는, 이미 토스가 유스·시니어·청년 등 그동안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된 사용자를 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사례가 있습니다. 토스는 ‘토스유스카드(USS)”라는 카드 상품을 출시해 초등학생도 자신의 이름이 적힌 생애 첫 카드를 가질 수 있게 했습니다. 걷기 운동이 일상인 시니어 사용자를 위해 만보기 서비스를 출시하여 금융 앱도 ‘카톡처럼’ 일상적이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전하고 있습니다. 

만 7세도 발급 가능한 토스 유스카드.

중·저신용자를 위해서는 ‘사잇돌대출’ 상품을 출시해 금융 이력이 없어도 대출에서 소외되는 일을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사용자를 위해 인터넷 은행 최초로 비대면 통장 개설을 선보이기도 했고, 장애인 사용자를 위해 앱 접근성에 ‘진심’이기도 했습니다. (참고: 토스가 모바일 접근성에 진심인 이유는?)

국내 거주 외국인 고객을 위한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 시작.
청각장애인을 위해 ARS 번호 인증 시 스마트폰 화면에도 숫자를 보여준다.

이처럼 누구든지 주체적인 금융 생활을 할 수 있고, 금융의 불평등과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도전의 ‘결과물’이 있었기에, 그들의 브랜드 필름에서도 고스란히 도전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금융의 시선이 온전히 닿지 못한 곳을 세심하게 바라보며, 도전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지 말이죠.

③ 나만의 응원카드 이벤트

토스는 사용자의 ‘도전’도 응원했습니다. 자신의 성격에 가까운 이모지를 선택한 뒤, 도전 카드를 받고, 이를 이미지로 저장해 간직할 수 있는 이벤트를 선보였는데요. 내 성격에 어울리는 도전을 제시해주는 것과 함께 새 로고 심볼이 성격에 따라 디자인된 것이 돋보였습니다. 받아본 응원카드 디자인이 기대보다 훨씬 예뻐서 스마트폰 배경 화면으로 해놓을까 잠시 고민하기도 했었는데요. 이벤트 후기를 찾아보니, 이렇게 카드 디자인 나오면 무조건 갈아탄다는(!) 의견까지 있는 것으로 보아, 응원카드 디자인을 맘에 들어 하는 분이 저뿐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내가 뽑은 나만의 응원카드.

이렇게 총 3개의 캠페인 콘텐츠를 살펴보며, 토스가 새로운 도전을 선언한 것과 더불어, 리브랜딩 캠페인 자체도 ‘도전’을 잘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전적인 콘텐츠를 만들었고(브랜드 오프닝 영상), 도전의 이유를 담백하게 풀어냈고(브랜드 필름), 사용자의 도전을 응원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나만의 응원카드 이벤트).

그러면서 캠페인을 관통하는 ‘도전’이라는 키워드가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던 배경에는 ‘실천’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금융 소외 계층이나 금융 취약 계층을 포용하겠다는 금융권 브랜드의 메시지는 참 많았는데요. 하지만 대부분이 사회 공헌 활동에 가깝고, 일회성 캠페인에 치우쳐 있으며, 즉시 도입할 수 있는 재원을 활용한 금융 지원 등에 활동이 한정되어 있던 점이 다소 아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반해 토스는 금융권에 없던 혁신적인 서비스와 상품을 출시하며 목표를 ‘실제로’ 실천하기 위해 도전했습니다. 저는 이 점이 이번 리브랜딩 캠페인을 돋보이게 한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금융 브랜드가 또 외칠 뻔한, 진부할 수 있는 메시지가, 실천을 위한 도전의 여정이 있었기에, ‘브랜드 미션’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이는 앞으로도 토스의 변하지 않는 목표가 될 것입니다.

마치며

토스의 새로운 도전에 관한 배경부터, 도전을 잘 알리기 위한 브랜드 캠페인 이야기까지 살펴봤습니다. 이 전체 과정을 지켜보며 개인적으로 좋았던 지점은 ‘토스의 시선’이었습니다. 금융 생활에서 소외된 사용자를, 기존 금융권과 달리 핵심 사용자로 포용하고, 모두가 주체적인 금융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에게 ‘따뜻한 금융’으로 다가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등학생도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카드를 가질 수 있고, 외국인도 앱으로 통장을 쉽게 개설하며 송금 수수료를 낼 필요 없는 세상. 직장인이 아니어도 대출이 가능하고, 부모님도 금융 앱을 ‘카톡’처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세상. 장애인 사용자도 어렵지 않게 금융 앱을 쉽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세상. 이런 세상을 조금 더 일찍 만날 수 있는 건, 해당 사용자는 물론이며 누구나 환영하는 일일 테니까요.

그리고 이런 세상이 만들어지면, 토스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토스의 충성 사용자가 그만큼 많아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토스유스카드를 썼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토스를 계속 사용할 확률이 높습니다. 토스를 경험한 외국인 사용자는 주변 외국인 친구에게 토스를 알리는 자발적인 마케터가 될 것입니다. 사용자가 브랜드에 고마움을 느끼며 스스로 브랜드를 위해 뭔가를 노력하는 ‘브랜드 공명(Brand resonance)’ 현상이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와 사용자가 더 끈끈해지는 것이죠. 한 명 한 명의 사용자를 감동하게 하는 일은, 결국 쌓이고 쌓여 토스의 좋은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토스의 여정과 도전에 응원을 보내며, 글을 마칩니다.


Writer 생각노트

브랜드 마케터로 시작해, 지금은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의미 있는 브랜드와 트렌드에 주목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생각의 쓰임》 《교토의 디테일》 《도쿄의 디테일》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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