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가 오프라인 시장에 던진 두 가지 질문

by 박혜주

토스가 토스플레이스란 이름으로 오프라인 매장 시장에 공식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지 약 3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어요. (토스플레이스가 궁금하다면?) 이제 그 첫 번째 결과물인 결제 단말기 1세대를 시장에 선보일 일만 남았는데요.

2022년을 결제 단말기를 만드는데 불태운 류관준 산업 디자이너를 만났어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토스의 첫 번째 결제 단말기를 만드는 과정 중에 일어났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끝도 없이 이어졌는데요. 쭉 듣다 보니 깨닫게 되었죠. 이번 결제 단말기를 통해 토스플레이스가 기존 오프라인 시장에 던진 질문은 제품에 대한 것뿐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요.

‘더 편리하고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 수 있지 않나?’하는 질문과 더불어, 기존 제조 시장에서 당연하게 깔려 있던 일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졌어요. ‘꼭 그렇게 일해야 할까? 토스가 일하는 방식대로 일할 수는 없을까?’ 하고요.

Q. 곧 토스플레이스의 1세대 결제 단말기가 세상에 선보여져요. 직접 자랑 좀 해주세요.

보기에도 아름답고 사용하기에도 편리한 결제 단말기예요. 스마트폰처럼 세로 타입의 디스플레이로 마치 토스 앱을 쓰듯 결제 단말기를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첫 번째 특징이에요. 점원의 특별한 설명 없이도 손님들이 쉽게 사용하도록 하나하나 고심해서 만들었어요

Q. 어떤 면에서 사용하기 편리한가요?

기존 단말기들은 용어가 어렵거나 매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기 어려웠지만, 토스플레이스의 단말기는 정말 토스 앱을 옮겨다 놓은 것처럼 쉽게 사용할 수 있어요. 점원과 고객이 사용하는 단말기가 서로 등을 지고 배치되는 점을 고려해서 모든 버튼의 위치와 단말기의 각도를 통일했어요. 그 외에도 제품의 모든 디테일에는 사용성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숨겨져 있죠.

토스플레이스의 결제 단말기

카드를 꼽는 위치부터 꽂는 각도, 태그하는 위치 등 사용자 관점에서 치열하게 고민했어요. 기존 단말기는 사이즈를 줄이는 데에만 치중한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막상 손님들이 카드 꽂는 위치를 몰라 물어보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희는 사이즈는 기존 사이즈는 유지하면서도 손님 입장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Q. 정말 세심하게 고민하셨네요. 제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디자인하셨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산업디자인이란 생활하는데 필요한 모든 물품, 제품의 외형과 구조, 기능을 디자인 하는 디자이너인데요. 사실 기존의 제조업에서는 디자인에 대한 자율성이 높지 않아요. 기획단에서 부품부터 콘셉트까지 정해져서 산업 디자이너에게 오고 그것을 기준으로 많은 디자이너가 해석해서 디자인 시안을 수십 개 만들어요. 그중 결정권자에게 선택받는 하나가 제품으로 탄생하죠.

하지만 이 결제 단말기는 디자이너가 기획단부터 목표를 함께 정하고 질문을 던지면서 모든 과정에서 디자인이 함께 고려되어 기획되었어요.

Q. 제조 산업에서는 유례없던 일이었겠네요.

토스라서 가능했던 일이죠. 토스는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DRI*를 가지잖아요. 그렇기에 토스플레이스에서는 디자인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디자이너가 갖게 된 거죠. 다른 부서에 이관한다는 개념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제품을 완성할 수 있고, 제품이 생산되었을 때의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있어요.

*DRI: 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의 약자로, 업무의 최종결정권자를 의미해요. 토스에서는 자신이 맡은 업무의 최종결정권을 자신이 가지고 있어요. 보고 체계를 통해 확인과 허락을 맡는 회사 문화와 반대되는 개념이죠.

Q. 기쁘기도 하겠지만 부담감도 컸을 거 같아요.

설렘이 더 컸어요. 책임을 진다는 것은 자율성이 늘어난다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디자인 결정권에 대한 책임이 막중한 만큼 Mock-up*제작을 통한 사용성 테스트와 조형감을 보기 위한 스케치 및 모델링을 평소보다 두 배 이상 했던 것 같아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끼면 자발적으로 했죠. 그런 과정에서 다시 한번 학생 시절에 경험했던 디자인하는 재미와 열정을 느끼게 됐고, 매일이 즐거웠어요.

또한, 함께하는 팀원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저도 산업디자이너로서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결제단말기는 처음 다뤄보는 영역이었는데요. 심지어 결제 단말기는 카드사 인증 등 규제받는 영역이 많아서 디자인하기 정말 까다로워요. 엔지니어분들이나 BDM** 분들이 워낙 이쪽 분야에 경험도 많으시고 인사이트가 있으시다 보니 도움을 많이 주셨죠. 처음에 디자인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검증하는 과정에 있어서 팀원분들의 인사이트를 많이 참고했어요.

*Mock-up: 제품 디자인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실물 크기의 모형

**BDM: Business Development Manager. 사업개발 직무.

Q. 사실 토스의 업무 문화는 ‘속도’를 중요시하잖아요. 물리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제조업에서는 적용하기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맞아요. 토스는 빠르게 실패하고 그 실패를 통해 다시 해결 방법을 도출해는 방식으로 혁신을 이뤄냈어요. 하지만 제조 기간 자체가 길고, 업데이트가 불가능한 하드웨어에는 빠른 실패, 빠른 개선을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죠. 하지만 실패를 권장하는 문화가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무언가에 도전할 때 주저하는 시간이 낭비되지 않았어요.

또한 앞서 말했듯이 각자가 DRI를 가지고 스스로 결정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보고와 시안 작업에 시간을 쓸 필요가 없어요. 해결책을 찾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죠. 또한, 어떤 문제에 당면했을 때 모든 팀원들이 ‘이 문제가 실제로 꼭 풀어야 할 문제인지’만을 기준으로 두고 포커스를 맞춰 빠르게 논의해서 일을 진행해요. 커뮤니케이션에 들이는 시간도 줄고 실제 효과가 미비한 업무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없죠.

Q. 오, ‘실제로 풀어야 할 문제인지’만을 기준으로 둔다는 건 어떤 방식이에요?

예를 들면, 제가 입사하기 전까지 토스플레이스 단말기 디자인 초안은 외부업체와 협력으로 진행되고 있었어요. 제가 업무에 투입된 후에 살펴보니 이 단말기가 그대로 생산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되었어요. 그래서 다시 처음 단계로 프로젝트를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죠. 입사 한 달 정도밖에 안 된 뉴비가 말이에요(웃음)

보통 일반적인 관념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에요. 하지만 토스 팀은 저의 이런 결정에 큰 응원과 지원을 해줬어요. 그냥 무조건적으로 저를 신뢰한다는 뜻이 아니라, 이 문제로 인한 파급효과는 무엇인지 논의해서 이 문제가 꼭 풀어야 하는 문제인 게 합의가 되었기 때문이에요. 그 후로는 모든 팀원이 해결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달릴 수 있었어요.

Q. 입사 한 달 차에 디자인을 뒤집다니 대단한걸요?

원래 버전이 틀렸고 제가 맞았다는 류의 주장이 아니었어요. 실제로 기존에 진행되어 있던 디자인 초안 작업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탄탄하고 새로워진 단말기가 탄생할 수 있었고요.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제가 느꼈던 건 팀원 모두 개인의 욕심이나 생각보다는 팀의 성공에 초점을 맞춰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태도를 가지고 계셨다는 점이에요. 덕분에 설득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기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어요.

Q. 이야기를 들으니 앞으로의 토스플레이스 팀이 더 기대되네요. 관준님과 함께 일할 팀원을 뽑으신다고 들었어요.

네, 저와 함께 2세대 단말기 제품을 디자인할 산업 디자이너를 채용하고 있어요. 저는 산업 디자이너가 미대와 공대 사이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인 감각과 이론을 통해 시장에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을 고안하고, 이를 실제 현실 세계에 구현해내는 사람들이죠. 마치 불편했던 단말기를 사용하기 편리하고 아름답게 구현해낸 것처럼요.

1세대는 우리가 기존 단말기를 사용하면서 느꼈던 문제를 해결한 단말기라면, 2세대는 우리가 만든 단말기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문제를 해결한 제품이 될 거예요.

Q. 어떤 분이 함께하길 원하세요?

앞으로 토스플레이스의 산업 디자이너는 결제 단말기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면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좀 더 아름답고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도전할 거예요. 그래서 일상에서 접하는 제품들 혹은 오브제에서도 아이디어를 얻고 제품에 어떻게 반영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분이면 좋겠어요. 함께 몰입해 즐겁게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Photo 김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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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주

토스 콘텐츠 매니저. 금융 이야기를 쉽고 빠르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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