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가 금융을 더 쉽게 만드는 또 하나의 방법, UX Writing

by 금혜원

“금융은 용어부터 너무 어려워서 손해보는 경우가 많잖아요. 토스 사용자분들은 그런 진입 장벽 없이, 정보를 잘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려운 금융 정보를 쉽게 가공해 잘 알려드리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토스 사용자들은 모든 과정에서 일관된 경험을 느낄 수 있습니다. TDS(Toss Design System)를 기반으로 한 제품 디자인이 그 역할을 하고요. 40여개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한 사람이 말하는 것 같은 라이팅 톤(Writing tone) 또한 그 역할을 합니다. 토스에는 UX Writer가 있거든요. 

UX Writer 포지션은 아직 한국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처음 들어보는 분들도,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계실텐데요. 구글, 애플, 스포티파이, 아마존 같은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에서는 UX Writer 필요성을 체감하고 적극 채용중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금융을 어려워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표현도 많고요. 그런 표현들을 모두 이해하기 쉽게 바꿔나가는 UX Writer 강령님을 모시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는지, 어떤 목표와 비전을 향해 일하고 계신지 이야기 나눠봤어요. 함께 보실까요?

 

Q. 안녕하세요 강령님, UX Writer 포지션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UX Writer 김강령입니다. UX Writer는 제품 안에 들어가는 모든 텍스트를 관리하고, 텍스트로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제안합니다.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어요. 

첫 번째는 고객이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어요. 제품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지, 일관된 보이스톤을 적용하는지, 에러 상황에서 겪는 불쾌한 감정을 최소화하는지 등을 고려하며 텍스트를 개선하고 있어요. 

두 번째는 토스에 대해 더 좋은 마음이 들게끔 하고 있어요. 제품을 잘 안내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추천하거나 감정에 공감하는 등 마음을 사로잡는 시도를 하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동료들과의 협업 효율을 높이는 일이에요. Writing Principle(토스가 지키고자 하는 제품 글쓰기 원칙)을 만들어서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거나, 컴포넌트별 라이팅 규칙을 TDS 안에 심는 등 작업 공수를 최소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Q. 주로 어떤 분들과 협업하시나요?

프로덕트 디자이너분들과 밀접하게 협업하고 있어요. 사내 메신저 슬랙으로 도움을 요청주시기도 하고, 글 작성할 때 고민되는 지점을 공유해주시기도 하고요. 대면/화상 미팅 등을 통해 직접 이야기 나누며 제품 내 문구를 다듬기도 합니다. 물론 제가 먼저 제품에 대한 개선 의견을 제안하기도 해요. 제플린이나 프레이머에 직접 개선 제안 방향 댓글을 남기면서요.

아, 이미 배포된 화면에서 이상한 점이 있으면 팀원 분들이 슬랙 #problem-of-writing 채널(제품 내 텍스트 오류가 있을 때 공유하는 채널)에 제보해주시기도 하는데요. 프로덕트 디자이너분들과 이야기 나눠 빠르게 개선 방향을 찾아 반영합니다.

UX Writing

 

Q. 아무래도 다양한 팀, 사일로와 일하시는 만큼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제품을 잘 설명하려면 사일로에 계신 분들만큼 제품을 잘 이해해야 하는데요. 학습량이 엄청나요. 처음엔 좀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디자이너 위클리 미팅에 매주 참여하면서 지속적으로 팔로업하다보니, 많이 해결됐어요. 

 

Q. 토스는 어떤 이유로 UX Writer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되었을까요?

많은 분들이 어렵게 생각하시는 금융 분야이기도 하고, 업계 선도에 욕심을 내는 조직이라서? (하하) 해외 디자인 컨설팅 업체 인터콤의 리서치 결과, 앱스토어 상위 랭킹 서비스를 분석해봤을 때 인터페이스 안에 들어가는 텍스트의 비중은 30~40%에 달한다고 해요. 금융 서비스인 페이팔은 47%나 차지하고요. 

토스도 금융을 다루다보니 텍스트 비중이 높아요. 디자인 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용어나 설명해야 할 정책들이 너무 많죠. 텍스트를 잘 가공하는 것을 넘어, 어떤 정보까지 텍스트로 전달할지부터 근본적인 고민을 할 사람이 필요했을 거예요. 또, 실리콘밸리에 비해 국내에서는 아직 UX Writing의 중요성이 많이 논의되지 않은 환경인데, 토스는 워낙 변화에 열린 조직이라 그 흐름을 빠르게 캐치했던 것 같아요.

 

Q. 토스 UX Writer로서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조직 문화요. 말씀드린 것처럼 국내에는 아직 UX Writing 분야가 생소해요. 그럼에도 토스는 이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전사적으로 형성되어 있거든요. 먼저 제안드리면 열정적으로 반응해주시는 것은 물론 피드백도 적극적으로 주세요. 또,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제품을 빠르게 학습해야 하는데 그 환경이 잘 마련되어 있어요.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기 때문에 인수인계 같은 번거로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거든요.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 내가 맡은 일의 최종 의사결정권은 내게 있다는 문화)도 좋아요. 사수나 상사라는 개념이 없거든요. 누군가의 컨펌 없이 제가 원하는 프로젝트를 언제든지 시작하고, 그만둘 수 있어요. 특히 UX Writing 분야는 아직 그 가능성이 검증되기 전이고 잠재력이 엄청나다보니 그만큼 위험 요소도 많은데요.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도록, 팀원을 믿고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분위기죠.  

UX Writer

 

Q. 앞서 Writing Principle을 잠깐 소개해주셨는데요. 좀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품의 Writing 퀄리티를 높이고 보이스톤을 통일하기 위한 원칙입니다. 그중 ‘잡초 뽑기(Weed cutting)’라는 항목이 있어요. 잡초는 문장 안에서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는 단어를 의미하는데요. 이런 단어는 제거해도 의미 전달에 문제가 없어요. 간결한 문장을 쓰자는 의미에서 만든 항목이죠. 

UX Writing UX Writing

△ 왼쪽이 잡초가 있는 버전, 오른쪽이 잡초가 없는 버전이에요. 훨씬 간결해졌지만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꼭 담아내는거죠.

 

Q. 토스 UX Writing이 간결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있었네요. 이런 원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디자이너분들이 좋은 문구를 선택할 때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서로 피드백을 줄 때도 “이거 잡초 같은데요?”, “원칙에 맞지 않는 문장인 것 같아요.”라고만 말해도 되어서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요. 

그리고, 토스의 각 서비스들을 만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모두 달라요. 글쓰는 방식도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사용자는 토스를 ‘하나의 서비스’로 받아들입니다. 비슷한 보이스 톤이 유지되어야 이용하는 입장에서도 혼선이 줄어들어요.

UX Writing

△ 같은 메시지라도 디자이너마다 각자 다르게 썼었는데, 하나의 보이스 톤으로 바꿨어요.

 

Q. 모든 분들께 가이드를 잘 전달하고, 인지의 차등 없이 업무에 잘 녹여내도록 하는 것… 쉽지 않겠는데요.

제품 내 텍스트 원칙이다 보니 프로덕트 디자이너분들 중심으로 전파하고 있어요. 디자인 챕터는 ‘PP(Product Principle) 리뷰’라는 위클리 미팅을 진행하는데요. 디자이너들이 모여 서로의 디자인을 보면서 제품 원칙을 잘 지켰는지 피드백을 주는 시간이에요.

토스 Product Principle

저도 그 미팅에 매주 참여하면서 Writing 피드백을 드리고 함께 제품을 개선해 나가고 있어요. 외워서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번 말씀드리며 서로의 기대치를 맞춰나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라 생각하거든요. 다행히 디자이너분들도 좋아해주시고 학습하면서 받아들여주시더라고요.

 

Q. 그동안 토스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인트로 문샷(moonshot) 프로젝트’의 자동차 보험료 조회 서비스 인트로 페이지요. 문샷 프로젝트란, PM Fit만 간신히 찾고 운영 모드로 돌아간 제품을 개선하는 작업을 말하는데요. 토스 제 1원칙 Customer Centric을 달성하고, 가슴 뛰는 제품 퀄리티를 달성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그중 자동차 보험료 조회 서비스 인트로 페이지 개선 프로젝트는 저희 디자인 플랫폼 팀이 다같이 참여한 작업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데요. 여러 보험사 제품의 보험료를 비교해주는 제품인 만큼, 쇼핑몰, 줄 세우기 등 다양한 메타포를 고민했었어요. 메타포에 맞는 키 메시지를 정하고, 제품의 강점을 최대한 잘 드러내는 문구에 멋진 그래픽과 인터랙션까지 더했어요.

보통 UX Writing이라 하면 디자인이 완료된 화면에서 문구만 바꾸는거라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화면 전체의 콘텐츠 구조를 잡거나 메타포를 정하는 일도 하게 됩니다.

 

Q. 글 쓸 때 어떤 부분을 가장 많이 고려하시나요? UX Writer로서요.

제품을 고려한 글쓰기’. UX Writer와 카피라이터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협업하는 사람 같아요. 카피라이터는 혼자 혹은 마케터와, UX Writer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일하잖아요. 아무리 멋진 글이라도 디자이너 분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니, 제품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죠. 심미적으로 예쁜 줄 길이라든가, 자극적이면서도 안내를 잘 할 수 있는 단어라든가, 한정된 영역 안에서 어려운 개념을 풀어쓴다든가… 제품 측면에서의 글을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Q. 토스는 제품 방향성이 데이터 기반으로 결정되잖아요. Writing도 같은 방식으로 결정되나요?

Writing Principle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원칙이에요. 여러 시안을 A/B 테스트하면서 쌓인 위닝 전략을 모아 원칙으로 정의했죠. 물론 정성적 어필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모든 의사 결정을 데이터 기준으로만 하지는 않아요.

UX Writing

예를 들면 실제로 전달하는 가치보다 부풀리거나 전혀 다른 내용을 써서 자극적으로 만든 알림이 클릭률은 더 높을 수 있지만, 토스가 지향하는 바는 아닌 것처럼요. 토스 사용자분들이 느낄 수 있는 효용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그것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지표를 높이는 문구를 지향하며 의사 결정하고 있어요.

 

Q. TDS(Toss Design System)에 텍스트도 포함되나요? 어떤 방식으로 녹여지는지 궁금합니다. 

그럼요. 가이드라인과 시스템의 차이라고 생각하시면 쉬울 것 같은데요. 앞에서 말씀드린 Writing Principle이 가이드라인이라면, TDS 컴포넌트 룰은 시스템이에요. 

가이드라인은 한 명이 모든 업무를 맡을 수 없기 때문에, 모두가 분담하기 위해 만든 규칙이잖아요. UX Writer가 없어도 Writing 논의가 가능하도록, 조직 자체가 UX Writing에 강해지게 만드는 거죠. 하지만 전파되기 쉬운 형태로 시스템화되지 않으면 결국 만든 사람만 보는 죽은 문서가 되는 거예요. 그걸 방지하기 위해 TDS 안에 Writing 가이드 라인을 심는 작업을 해요. 

예를 들면 바텀 시트라는 컴포넌트 내 타이틀은 한 줄로, CTA가 하나일 때 액션을 요청하는 문구는 ‘~하기’로, 다음 화면으로의 전환을 위한 문구는 ‘확인’, ‘다음’으로, 두 개일 때 취소 버튼에는 ‘취소’가 아닌 ‘닫기’나 ‘다음에’를 쓰기로. 이런 내용을 문서화한 다음 컴포넌트 안에 심어두는 거죠. 그러면 디자이너분들이 가이드라인 문서를 따로 확인할 필요 없이, 툴 안에서 더 좋은 문구를 고를 수 있게 돼요.

 

Q. 어떤 분들이 UX Writer 포지션에 잘 맞을까요?

글이라는 매체를 익숙하게 다루는 분이요. 문장에 대한 감각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콘텐츠 문법에 대한 이해도 필요해요. 제품 안에 들어가는 글을 다루는 일이고 프로덕트 디자이너분들과도 밀접하게 협업하다보니 기본적인 디자인 지식도 필요하고요. 여기에 업무를 체계적으로 시스템화하는 역량까지 있다면 최고죠.

UX Writer

 

Q. 강령님은 어떻게 UX Writer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한데요.

저널리즘 콘텐츠로 글쓰기를 시작했어요. 디지털 환경에서 뉴스를 실험하는 조직이었고, 이때 디지털 리터러시를 많이 익혔어요. 어떻게 써야 사람들이 내 글을 클릭하고 싶어질지, 완독률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많이 고민했어요. 이후에는 콘텐츠 마케팅을 하면서 다양한 SNS 채널을 다뤄봤어요. 지금까지도 이때 시작했던 브런치커리어리, 네이버 블로그 등 다양한 글쓰기 플랫폼에서 꾸준히 글을 쓰고 있고요. 

그러다 디독이라는 디자인 뉴스레터를 발행하면서 UX Writing 직군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때는 국내에 자리가 잘 없기도 했고, 디자인 지식이 좀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디자인 에이전시에 입사했어요. 거기서 UX/UI 디자이너로 많이 배운 후 토스에 지원하게 되었죠. 사실 처음 지원 공고를 봤을 때 너무 설렜어요. 한국에서 이 일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Q. 제일 뿌듯했던 순간이 언제인가요?

제가 담은 진심이 전해질 때요. 토스에 신용 정보를 등록해두면 대출금을 갚을 때마다 알림을 보내드리고 있어요. 원안은 ‘대출 잔액이 줄어들었으니 확인해보세요’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대출금을 갚는다는 게, 굉장히 큰 사건이고 뿌듯한 일이기도 하잖아요. 단순히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것보다 응원이나 축하, 칭찬 메시지를 받으면 너무 기쁠 것 같은 거예요. 

△ (좌) 기존 알림 메시지 / (우) 바뀐 알림 메시지

그래서 ‘갚느라 고생 많으셨다’는 내용을 넣었는데 지표가 엄청 좋아졌어요. 게다가 민원을 넣는 창구에 ‘문구가 너무 힘이 된다, 고맙다’ 남겨주셨더라고요. 역시 진심은 전해지는구나 싶어 정말 뿌듯했죠.

 

Q. 토스 UX Writer로서 꼭 이뤄내고 싶은 목표와 비전이 궁금해요.

Zero Jargon(Jargon은 전문 용어를 뜻해요)! 금융 업계의 어려운 전문 용어를 전부 바꾸는 일이요. 금융에서는 용어부터 너무 어려우니까 시작도 못해서 손해보는 경우가 많잖아요. 알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닌데도요.

예전부터 정보 소외, 비대칭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어려운 정보를 쉽게 가공해서, 필요한 정보를 진입 장벽 없이 얻고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금융이라는 분야는 난이도가 극상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하네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토스팀에 관심있는 예비 지원자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려요.

앞에서 조직 문화에 대해 스치듯 말씀 드렸지만, 그것 말고도 좋은 점이 너무 많은 팀이에요. 특히 “동료가 복지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진심으로 동의해요. 새로운 시도를 할 때 흔쾌히 도와주는 것은 물론, 혁신에 대한 상상력의 한계를 넓혀주는 사람들이죠. ‘회사에 다니는 게 이렇게 행복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곳이에요.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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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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