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서 한 권을 실패없이 완독하는 법
ㆍby 김얀
자기계발서는 늘 뻔한 이야기만 하는 것 같고, 경제경영서는 두껍고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돈 공부를 시작하고 난 뒤에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두꺼워도 포기하지 않게 되는 경제경영서가 분명히 있었다.
자기계발과 성공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나폴레온 힐’의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1, 2⟫를 처음 읽었을 때는 조금 충격이었다. 그동안 문학 작가를 꿈꾸며 소설 외 다른 책, 특히 자기 계발서는 조금 시시한 분야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 책은 분야와 상관없이 잘 쓴 책이었다. 경제경영서 중에는 ‘피터 드러커’의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처음 읽었을 때 그런 기분이 들었다.
다니던 치과를 그만두고 1인 기업을 준비하고 있을 때 희철이라는 친구가 추천해 준 책이었다. 그는 내가 만든 ‘경제 공부하는 예술인 모임, 머니 앤 아트’의 회원으로 경영학을 전공하고 실제 창업 경험이 있는 글 쓰고 노래하는 친구다. 부끄럽게도 그전까지 나는 ‘경영학의 아버지’라는 피터 드러커를 알지 못했다. 대신 나의 장점 중 하나인 ‘빠른 실행력’을 살려 추천 받은 그날 바로 서점으로 갔고, 그건 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선택 중 하나였다.
경제경영서는 소설이 아니라는 걸 기억하기
초판 날짜가 무려 2001년 1월이라 적힌 그 책은 표지도 촌스러웠고 본문 디자인도 마치 교과서 같았다. ‘과연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추천해 준 친구를 생각해서 페이지를 펼쳤다. <한국의 독자들에게>로 시작하는 서문까지는 흥미롭게 읽었지만, ‘제1장 새로운 사회의 거대한 변화 – 지식의 전환과 지식 사회’라는 장에서부터 조금씩 막히기 시작했다.
제목처럼 너무 거대하고 원론적인 이야기들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내가 가진 또 다른 장점 중 하나가 바로 ‘긴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긴 글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일단 재미가 없고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책장을 덮는 대신 그 부분은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이다.
경제경영서는 소설이 아니다. 모르는 부분이나 흥미가 떨어지는 부분을 ‘뛰어넘기’ 하더라도 소설의 스토리처럼 연관이 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그냥 ‘폴짝’하고 점프해 버려도 된다. 책 읽기가 어렵다는 사람, 그래서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의 문제점 중 하나가 모든 글을 한 자, 한 자, 다 읽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독서의 진도가 나가지 않고, 졸음이 쏟아지면서 결국 머리맡으로 던져진 책과는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문장 하나만 건지겠다는 마음으로 경제경영서 읽기
1년에 200권의 책을 읽어 별명이 ‘책선생’인 동네 친구는, 어떤 책이든 마음에 드는 문장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 책은 좋은 책이라고 말했다. 그런 마음이라면 어떤 책이든 세상에 나쁜 책은 없을 것이다. 조금 어려운 부분, 흥미가 떨어지는 부분은 그냥 쭉쭉 넘어가면 된다. 그러다 보면 분명 한 번쯤은 내 마음을 사로잡는 문장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프로페셔널의 조건⟫이라는 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볍게 쭉쭉 읽다가 건너뛰기를 반복하고 있다 보니 어느덧 ‘제6장 인생을 바꾼 7가지 지적 경험’ 파트에 이르렀다. 놀랍게도 이 부분부터는 도저히 밑줄을 긋지 않을 수 없었다. ‘제13장, 리더십은 어떻게 발휘하는가’에서부터는 이 책과 완전히 사랑에 빠져버리게 되었다.
1909년생이었던 미국의 피터 드러커 씨의 글과 생각들이 어떻게 2022년 한국에 살고 있는 40대 여성인 나에게까지 이런 깨달음을 줄 수 있는 건지 신기할 뿐이었다. ‘역시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릴만하다’, ‘유명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책과 독서의 힘을 느꼈다. 만약 초반의 그 거대한 담론과 예시들을 견디지 못하고 이 책을 덮어버렸다면? 정말로 후회할 뻔했다.
보통 200~300 페이지의 책을 대략 2~3시간만에 읽을 수 있는 비결은 문장을 빠르게 훑어보며 읽는 것이다. 재미가 없는 부분은 더 빠르게 훑어 버리고, 흥미로운 부분이 나오면 집중해서 그 부분을 제대로 읽는다.
책선생 역시 속독가로 유명한데 그 역시 글을 빠르게 훑어버리고 관심이 가는 부분에서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읽는다고 한다. 다독가이거나 속독가라고 해서 책의 모든 문장이 눈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들은 이 책에서 보석 같은 한 문장을 만나기 위해서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목적지를 향해 가다가 돌부리를 발견했다면 폴짝 뛰어넘고 다시 길을 가는 것처럼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장애물이 나타난다면 폴짝 뛰어넘어 버리면 된다. 인생 역시 그럴 것이다.
Edit 이지현 Graphic 이은호
– 해당 콘텐츠는 2022. 11. 25.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 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토스팀 브랜드 미디어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