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경제경영서 작가들과 대화한다

by 김얀

새해마다 새로운 다이어리를 사는 것이 기쁨인 분들도 있겠지만, 올해부터 나는 다이어리 사는 일을 멈췄다. 돈을 벌고 쓰는 일을 기록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1인 콘텐츠 기업 ‘퍼시몬'을 운영하는 초보 경영자이기도 한 나에게 기록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언젠가부터 다시 찾아보는 기록장은 다이어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자주 되찾아보는 기록장은 책장에 꽂힌 책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경제경영서.

내가 ‘책을 아낀다’고 말하는 것은 ‘책을 깨끗이 본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인데 아끼는 책일수록 여기저기 밑줄과 낙서로 가득하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들이 깨달은 것에 내 상황을 대입해보며 답을 찾아가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책에 줄을 긋고 기록을 남긴다. 지식과 정보, 인사이트를 주는 것이 목적인 경제경영서에는 그래서 더 많은 밑줄과 메모가 가득하다.

경제경영서 작가의 문장에 댓글 남기기

책에 기록을 남기는 또 다른 이유는 작가가 쓴 문장에 내 생각을 더해서 적다 보면 작가와 대화를 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호리에 다카후미가 쓴 ⟪가진 돈을 몽땅 써라⟫는 돈 공부를 막 시작했을 때 읽었던 책이다. 당시 월급 200만 원 늦깎이 아르바이트생으로 내가 가장 몰두했던 재테크는 가진 돈을 최대한 쓰지 않는 ‘짠테크'였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라면 ‘투자'라고 생각되는 부분에는 과감하게 시간과 돈을 써야 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답을 찾지 못할 때였다.

작가는 책을 통해 “근면 성실함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주위에 즐거움을 주고 놀이를 제공하는 능력은 근면성실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된다"라고 말해 주었다. 거기에 내가 달아두었던 댓글은 '예전에 건강한 성에 대해 칼럼을 썼던 경험을 살려 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세미나를 만들어본다면 어떨까?'였다.

아직 실현하지는 못 했지만 이렇게 경제경영서 속에 남겨 둔 아이디어를 생각날 때마다 다시 길어 올리며 여전히 ‘나의 미래와 투자에 대한 방향’을 생각해 본다. 책은 이렇게 늘 새로운 영감이 되어주고, 거기에 답했던 예전의 생각들 역시 현재의 나에게 큰 자극이 된다.

작가의 질문에 대답하기

때론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 나만의 답을 적어놓기도 한다. 피터 드러커가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던지는 질문들에는 유독 많은 답을 적어뒀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더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가령, 기후환경 등의 문제로 여차하면 열심히 모은 돈을 써 보기도 전에 인류의 미래가 암울하게 끝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의 티핑 포인트*가 30개월도 남지 않았다는 뉴스와 세계적인 기업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과 제거하는 이산화탄소량을 더했을 때 ‘0’이 되는 ‘넷 제로(Net Zero)’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실천 중이라는 걸 보면 환경 위기는 이미 코 앞으로 왔다.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는 작은 변화들이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쌓이다가 작은 요인 하나로 인해 한순간 폭발하는 것을 말한다.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갑자기 뒤집히는 점'이라는 뜻이다.

기존 산업은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고 제품을 많이 팔아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여러 책을 통해 항상 “무엇에 어떻게 공헌할 것인가?”를 강조했다.

그의 질문 아래 내가 남긴 답을 살펴보면 “내 사업의 방향은 환경에 피해가 덜 가는 방향으로, 물질과 같은 제품 생산보다는 콘텐츠 발행을 우선으로 할 것, 미래 환경에 관한 걱정은 항상 가져가되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풍요로운 때라 생각하고 현재를 충분히 즐기는 것도 잊지 않기”라고 적어 두었다. “10년 앞과 10분 후를 동시에 생각하라”는 그의 말 역시 나에겐 큰 가르침이 되어 주었다.

이렇듯 작가들의 깊은 고민에서 나온 질문들은 나에게도 고민할 시간을 가져온다. 그 질문에 깊이 고민하고 답했던 순간을 다시 펼쳐보는 일은 그 자체로도 좋은 답이 된다. 현재의 답과 과거의 답이 다를지라도 말이다.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 답이 아니라 같은 질문에도 상황과 시기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들이 책 곳곳에 심어 둔 질문 뿐만 아니라 거기에 답해놓은 과거의 나의 문장들 역시 아낄 수밖에 없는 자산이 된다.

경제경영서 속 등장인물 되어보기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유난한 도전⟫. 바로 핀테크 플랫폼 토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야기다. 나 역시 치과 관련(나는 치기공과를 졸업했다) 일을 했기 때문에 치대를 졸업한 뒤 전문의로 일하다가 토스 서비스를 만든 이승건 대표의 이야기를 초기부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묘미는 빠른 성장과 큰 성과보다 작은 실패들과 변하지 않는 가치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더 새로웠다. (토스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아홉 번째 제품이었고, 그 앞 여덟 번의 시도가 실패였다고 책에 적혀 있다)

또 흥미로운 부분은 이승건 대표 역시 지독한 책벌레라는 점이다. 그는 특히 동서양의 철학과 역사에 매료되었다고 했었는데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등장하는 제왕들을 보면서 “그 누구도 사익을 좇지 않았다. 누가 더 현명한 방식으로 더욱 거대한 변혁을 일으키느냐가 그들의 관심사였다”라고 감탄하는 부분에서 스타트업 창업자의 마인드를 배울 수 있었다.

그 옆에 내가 낙서처럼 적어놓은 기록은 “결국에는 나에게도 좋고, 타인에게도 좋은 서비스를 팔고 싶다. 그렇게 해서 나 역시 내 주변 사람들을 조금 더 행복한 쪽으로 데려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였다.

이렇게 늘 책을 통해 멋진 창업가들과 만나고, 그들이 되어보기도 하며, 기록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눈다. 실제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도 친구가 되고 그들의 장점만을 골라 쏙쏙 배울 수 있는 ‘경제경영서 읽기'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dit 이지현 Graphic 이은호, 함영범

– 해당 콘텐츠는 2023. 1. 30.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 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토스팀 브랜드 미디어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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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얀

작가이자 경기도 부천에서 3명의 여자들과 함께 살고 있는 '김얀집'의 호스트. 쉽고 재미있는 재테크 입문서 《오늘부터 돈독하게》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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