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 투자가 답일까?
친구들이 적금밖에 모르는 바보래요. 적금과 예금으로 돈을 모아온 30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투자 경험이 없다 보니 친구들에게 ‘적금밖에 모르는 바보’란 소리도 듣습니다. 투자를 시작해야 할까요?
투자하려는 그 돈, 여유자금인가요 목적자금인가요? 개인재무코칭을 하다 보면 ‘저축이냐 투자냐’로 고민하시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데 정작 수입과 지출내역을 함께 정리하면서 수지균형부터 살펴보면, 고민이 무색하게도 저축 여력이 거의 없는 분들도 많습니다. 설령 ‘여유자금’이 얼마 정도 있어서 이걸 어디에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 고민이라도, 1년 후 전세보증금 인상분으로 쓰일 돈이라거나, 고금리 대출을 갚지 않고 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내가 가진 돈은 ‘여유자금’이 아니라 용도가 분명한 ‘목적자금’이 됩니다.
사실 ‘목적자금’은 투자용으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목적한 시기에 돈을 찾아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수익이 나고 있다면 언제든 돈을 찾아도 좋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인 경우 돈을 찾게 되면 목적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아울러 대출이 있는 경우엔 ‘여유자금’은 무조건 대출부터 우선 상환하도록 합니다. 세상에 대출 이자를 능가하는 수익률은 좀처럼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5년 안에 큰돈 쓸 일 있으신가요? 투자나 저축이냐를 논하기 전에 먼저 ‘비상자금’부터 확보해둘 것을 권합니다. ‘비상자금’은 월수입의 10~20%를 꾸준히 모아서 긴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거나, 대출상환금과 3개월 치 생활비를 합친 돈을 말합니다.
‘비상자금’이 확보된 후 생각해야 할 것은 ‘자금 필요시점’입니다. 향후 5년 안에 큰돈이 들어갈 상황이 있는지 차분히 체크해봅니다. 저축은 돈을 모아서 자산을 불려 나가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실은 ‘나중에 돈 쓸 일’에 대비하는 행위입니다. 지금 버는 돈은 지금 먹고사는 데 쓰고, 또 모아서 나중에 쓸 일에 대비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경제활동입니다. 결혼을 계획하고 있거나, 독립해서 살 집을 구해야 한다거나, 대학원에 진학해야 해서 학자금이 필요하다거나 하는 상황에 대비하는거죠. 5년 안에 분명하게 돈 쓸 일이 정해져 있는 경우에는 투자를 권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때 친구를 따라 투자했으면 지금쯤 얼마를 벌었겠지’하는 부질없는 생각에 마음이 괴로운데, 어떡해야 할까요?
잃은 자는 말이 없다 투자가 저금리를 상회하는 이익률을 낸다는 믿음은 어디에서 근거하는 것일까요? ‘투자 무용담’의 속성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이익을 얻은 자는 무용담을 이야기하지만, 잃은 자는 말이 없죠.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회자되는 약도 없는 병들이 있습니다. ‘그 주식 샀더라면’병, ‘그 집을 샀더라면’병, ‘조금만 더 노력해서 좋은 대학 갔더라면’병 등이죠.
재무상담을 하며 만난 대부분의 장기 투자자들은 입을 모아 ‘적금 이율’을 능가하는 투자수익률을 내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특정한 순간에는 이익을 낼 수도 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같은 예상치 못한 일로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세상에 안전하면서 예적금 금리보다 높은 금융상품은 단언컨대 없습니다. 금전적으로 투자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거나, 투자 공부에 시간을 들일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면, 원금이 보호되는 적금이나 예금이 최고입니다. 과거에 금리가 높았다고 하지만 물가 상승률도 마찬가지로 높았습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호재와 악재는 공존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금리가 낮든 높든, 자산가들에게 투자는 ‘수익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종 위험에 대비하여 자신의 자산을 지키는 ‘리스크 관리’ 전략입니다.
내 성향과 삶의 목표를 살펴보세요 ‘투자냐 저축이냐’는 개인 성향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이렇게 이자 받아서 언제 돈 모으지’라는 마음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투자하는 사람도 있고요. 내 돈을 잃지 않고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합리적 포트폴리오*를 제시해도 투자를 고려하지 않습니다. 자금 규모나 투자 트렌드, 친구들의 이야기를 떠나서 자신의 성향에 맞는 자금운용방법을 생각해보세요. ‘예・적금 밖에 모르는 바보’가 아니라 잃지 않는 자산 운용을 중시하는 성향일 수 있거든요. 트렌드나 정보를 따라가기보다 자신의 성향과 삶의 목표를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펴보실 것을 권합니다. *주식투자에서 위험을 줄이고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종목을 구성 하는 것
초보자가 시작해볼 만한 위험부담이 낮은 투자 방법은 없을까요? 예・적금으로는 돈을 모으는 수준이라 소소하게나마 돈을 불리고 싶은데요. 비교적 위험부담이 낮으면서도 초보자가 시작하기 좋은 투자 방법이 궁금합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 자산배분투자 투자는 전투에 비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투에 참전하려면 방탄조끼와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합니다. 안전장치의 하나로 ‘자산배분투자’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산배분투자는 변동성이 큰 주식과 상관관계가 낮은 채권, 금, 현금 등의 자산에 나누어 함께 투자하는 것입니다. 자산배분투자는 매우 전통적인 자산운용의 방식입니다. 전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나 해외 공적연기금도 자산배분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금융위기가 오면 주식, 채권, 금이 다 동반 하락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는 일시적인 현상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주식, 채권, 금 등 자산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요즘은 ETF(Exchange Traded Fund)를 통해 개인도 채권, 금에 쉽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ETF는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 시켜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을 말합니다. 인덱스펀드란, 일반 주식형 펀드와 달리 KOSPI 200과 같은 시장 지수의 수익률을 그대로 좇아가도록 구성한 펀드를 말하는데요, 프로그램대로 자동 매매가 이루어져서 지수를 추종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수수료가 저렴하고 수익률도 개별적으로 움직이기보다 대세를 따른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죠. ETF는 투자자들이 개별 주식을 고르는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펀드투자의 장점과, 언제든지 시장에서 원하는 가격에 매매할 수 있는 주식투자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상품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상 금융위기는 어떤 변수에도 느닷없이 나타나곤 합니다. 수익률이 괜찮던 어떤 투자도 순식간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투자수익률은 더하기 평균인 산술평균이 아니라 곱하기 평균인 기하평균으로 계산됩니다. 오늘 50%를 잃었다면 100% 수익을 올려야 원금이 회복됩니다. 고로 투자로 버는 것보다는 잃지 않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Edit 이지영 Graphic 이은호 이홍유진
– 해당 콘텐츠는 2020. 04. 16. 기준으로 작성되고, 2024년 03월 02일 기준으로 업데이트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