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는 여정에 함께하는 사람들, 브랜드 디자이너를 만나다
ㆍby 송수아
‘브랜딩’이란 무엇일까요? 간단한 질문이지만, 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라는 것은 기업에서 수행하는 여러 활동들의 누적된 산물이니까요. 토스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많은 팀에 속한 여러 직군의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토스라는 무형의 브랜드를 시각 언어로 표현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토스의 찐팬을 만들고 사용자에게 좋은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브랜드 디자이너(Brand Designer)를 만나 일하는 방식에 대해 물었습니다.
Q. 지난 2020년 4월에 인터뷰할 당시만 해도 브랜드 디자이너가 두 분뿐이었는데, 어느새 5분이 되었네요. 각자 소개를 부탁드려요.
심석용: 안녕하세요. 저는 브랜드 디자이너 심석용입니다. 현재 브랜드 디자이너는 크게 두 팀에 소속되어 일하는데요. 저는 민수님과 함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에 소속되어 외부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브랜드 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최민수: 저는 커뮤니케이션 브랜딩을 맡고 있는 최민수입니다. 저랑 석용님은 토스다움을 정의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토스의 사용자들이 모든 접점에서 토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도록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고 디자인하고 있어요.
Q. 브랜드 ‘디자이너’이지만 하는 업무가 디자인에 국한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최민수: 맞아요. 저희는 사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행하는 면이 있어요(웃음). 무엇을 해야 하는지부터 스스로 미션을 설정하고, 기획과 디자인을 하는데요. 토스의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는 소재를 소개하기에 광고가 적합하다 싶으면 광고를 하고, 공간이 필요하다면 공간을 만들고, 컨퍼런스가 효과적이라면 컨퍼런스를 기획하는 식으로요. 이런 활동들을 통해 저희가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토스의 찐팬을 만드는 거예요.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Q. 지윤님과 유라님도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요. 현재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가요?
김지윤: 저랑 유라님은 ‘프로덕트 브랜딩(Product Branding)’ 팀에 속해 있어요. 프로덕트 브랜드 디자이너는 말 그대로 토스 제품 내에서 브랜딩을 전개하는 역할이에요. ‘토스’라는 회사가 어떻게 보여야할지가 아닌, 토스 ‘서비스’가 고객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어떤 가치를 전해야 할지 설계하는 팀이에요.
김유라: 좀 더 덧붙여보자면, 프로덕트 브랜딩 팀은 ‘토스라는 앱 안에서 유저들에게 더 말랑하고 촉촉하게 다가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토스 앱이 기능적인 부분에서는 잘 되어 있는 만큼, 이제 사용자들에게 유대감이나 정서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는 포인트를 고민하게 된 거죠. 브랜드 디자이너
Q. 먼저 대외 브랜딩부터 얘기해볼게요. 최근 사기계좌조회 광고와 평생 무료 송금 광고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어요.
‘평생 무료 송금’ 광고
김유라: ‘평생 무료 송금’ 브랜딩은 제가 토스에 합류하고 처음 맡은 업무예요. 아시다시피 평생 무료 송금을 결정하기까지 회사 내의 수많은 의견이 있었잖아요. 그렇지만 결국 고객 중심적 사고에 따라 재무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 평생 무료 송금을 하기로 했고요. 회사 내의 큰 결정이면서, 사용자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정책이기 때문에 잘 알리고 싶었어요.
최민수: 단순히 토스에서 내는 또 하나의 정책이나 서비스로 치부하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사람에게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영상 콘텐츠로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광고 제작까지 이어지게 됐고요.
김유라: 제가 처음 시안을 들고 왔을 때 여기 계신 디자이너분들이 다 반대했어요. 그간 토스가 보여준 디자인과는 결이 조금 달랐거든요. 그래도 저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설득했고, 대신 연출을 진짜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광고에 여러 디테일을 많이 심어놨는데요. 예를 들어 광고 번호판에는 ‘210802’라는 번호를 썼는데 이건 ‘평생 무료 송금 정책이 2021년 8월 2일에 발표됐다’는 의미예요. 그릴 배지에는 학, 이순신 장군 등 화폐에 나오는 인물과 사물을 담아 배치했고요. 토스는 굉장히 직관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이스터에그처럼 심어 놓은 장치를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광고가 릴리즈되니 사람들이 디테일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어요. 디테일 덕분에 바이럴도 많이 됐고요. 여지를 두는 게 좋은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던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해요.
Q. 저도 보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가 하면 석용님은 만 14세 미만 사용자를 위한 ‘토스유스카드’를 제작했어요. 사용자들에게 반응이 좋았다고 하던데요.
심석용: 맞아요. 저도 토스 와서 처음 맡은 프로젝트였는데요. 사실 이미 ‘토스머니카드’라는 게 있었고, 그 카드에 칩만 심어도 되는 상황이라 굳이 디자인을 새로 하지 않아도 됐어요. 하지만 10대 청소년을 위한 카드 디자인은 20~30대를 위한 카드 디자인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10대 사용자들과 인터뷰해 보니 “10대는 자신을 표출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라는 것을 알게 됐고요. 그래서 카드 디자인을 넘어 토스의 세계관이나 서브 브랜드를 만든다는 개념으로 접근했어요.
유스카드 디자인을 살펴보면 ‘USS’라는 글자와 지구본 그래픽이 들어가 있어요. 이는 유스카드를 사용하게 될 만 14세 미만의 사용자(토스에서는 YOUTH라고 불러요)를 위한 독립적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소속감을 부여하기 위함인데요. YOUTH는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를 하나의 세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리고 이 추상적인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 이모지를 자주 쓰죠. 여기에서 착안해 YOUTH가 속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금융 세계’라는 의미의 지구본 그래픽을 넣게 되었어요. USS는 이 YOUTH 대상자를 표현하기 위한 네이밍이고요. USS가 무엇의 약어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Youth・Toss・Support・Yourself・Future 등 유스카드 및 유스카드 사용자를 표현하는 단어에서 추출한 알파벳을 조합한 이름이에요.
Q. 카드 디자인이 총 5가지예요. 이렇게 많은 종류를 디자인한 이유도 있나요? 그리고 캐릭터를 쓰지 않은 이유도 궁금해요.
심석용: 우리는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이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청소년을 너무 작고 귀여운 존재로만 어른들이 규정하고 있는 건 아닌가 고민이 들었어요. 그래서 유스카드를 쓰는 청소년들이 “우리도 충분히 멋지고 독립적인 사람들이야”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디자인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캐릭터를 넣지 않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시작했고요.
유스카드 디자인은 총 5개인데요. 각각 다른 페르소나가 가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한 결과물이에요. 보통의 카드 디자인은 똑같은 디자인에 색만 바뀌는데요. YOUTH는 소지품이나 패션 아이템으로 본인의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니,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카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유스카드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하나의 오브제가 되는 거죠.
Q. 유스카드를 처음 봤을 때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전에 토스에서 나왔던 카드와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김지윤: 맞아요. 기존 토스의 분위기와는 달라서 반대했어요. 토스에서 이렇게까지 과감한 디자인이 가능한지, 토스다움이란 무엇인지 논쟁을 많이 했고요.
심석용: 제가 합류한 지 1년 정도 됐는데요. 지금 유스카드를 만든다고 하면, 이렇게까지 과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여전히 USS라는 네이밍을 한다든가, 카드 플레이트를 새로운 소재로 만들어보겠다는 결정은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토스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곳이다 보니 쉽고 직관적인 것을 지향하지만,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쉽다’는 것은 기본값(디폴트)인 것 같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서비스는 토스만의 차별점을 한 꼬집 넣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확신이 있어요. 그래서 피드백이 들어오면 취할 건 취하고, 확신이 있는 부분은 설득해가면서 완성했던 것 같아요.
김지윤: 토스의 일관된 브랜딩을 유지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는데, 두 분과 논의하다 보면 오히려 제가 고정관념에 갇혀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질문하게 되더라고요. 두 분이 틀을 많이 깨주신 거죠.
최민수: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최종 의사 결정권자) 문화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의견을 드릴 수는 있지만, 각각의 프로젝트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유라님과 석용님이라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드릴 수도 있었고요. 브랜드 디자이너
Q. 개인의 의견과 결정을 존중하되, 그래도 하나의 브랜드에서 발신하는 메시지다 보니 통일된 이미지를 보여줘야 할 텐데요. 어떤 노력들을 하고 계신가요?
최민수: 저희가 두 팀을 나뉘었지만, 여전히 토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같이 정의를 내리고 있어요. 합의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광고에서, 카드에서, 제품에서 어떻게 드러나야 할지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요. 그러다 보니 큰 바운더리 안에서 일관성을 지키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담긴 브랜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생각해요.
Q. 토스 계열사의 브랜드 이미지도 함께 만들어 가고 계세요. 최근에 어떤 프로젝트들을 하셨나요?
최민수: 토스뱅크 출범에 참여했는데요. 먼저 토스뱅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고, 완전히 새로운 은행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의미에서 ‘New Banking, New Bank’라는 슬로건을 만들었어요. 그 슬로건을 중심으로 어떤 메시지와 비주얼을 표현할지 기획했고요. 토스뱅크 카드가 네온 컬러인데, 네온이 그리스어 ‘네오스(neos)’에서 파생된 말로 ‘새로운(new)’이라는 뜻이에요. 뉴뱅킹이라는 의미에 가장 맞는 컬러라고 생각해서 선택한 거죠. 이런 식으로 토스뱅크의 모든 것이 하나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안에서 파생하는 중이에요.
사전 신청 페이지도 ‘완전히 새로운 은행’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페이지에서는 아래 영상을 메인으로 보여줬는데요. 이 영상만 봐도 토스뱅크는 어떤 은행이고, 내가 고객이 되었을 때 어떤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 명확하게 보였으면 했죠.
출범식 기획도 같은 기조로 진행했어요. 은행 출범식이라고 하면 참석자 모두가 정장 입고 나와서 리본 커팅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잖아요. ‘완전히 새로운 은행’이라는 걸 전달하기 위해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것을 넘어 진짜 쓰고 싶은 은행으로 보여야 했고요. 그래서 Corporate Communication팀과 함께 출범식의 규모를 엄청나게 키웠죠. 오프닝 영상도 만들고, 토스뱅크의 수신과 여신이 어떻게 다른지 영상으로 만들어서 전달했어요.
출범식에서 신경 쓴 또 한 가지는 수어 통역이에요.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를 포함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생겼어요. 꼭 그게 아니더라도 예전부터 토스 구성원들은 ‘모든 사람을 위한 금융’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일해왔고요. 이런 저희의 메시지가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에게도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유라님의 제안으로 수어 통역을 함께 송출했어요. 그 이후로 수어 통역을 넣는 컨퍼런스들이 종종 보이더라고요. 좋은 선례를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Q. 대외 브랜딩뿐만 아니라 내부 브랜딩도 함께 하고 있어요. 특히 최근에 진행했던 ‘얼라인먼트 위크(Alignment Week)’ 작업을 보면서 감탄을 연발했는데요. 이렇게까지 내부 브랜딩에 진심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민수: 얼라인먼트 데이(Alignment Day)는 한 해의 반을 잘 마무리하고, 다음 반기 성장을 위한 방향성을 공유하는 자리예요. 모든 토스 팀원들이 모여 경청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이자 일종의 축제죠. 최근 들어 더 많은 계열사와 팀원들이 참여하게 되면서 하루 동안 행사하는 ‘얼라인먼트 데이’에서 일주일간 행사를 하는 ‘얼라인먼트 위크(Alignment Week)’로 확장됐어요. 그런데 회사가 얼라인먼트 위크 참석을 강제하지는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브랜딩이라는 수단을 통해 ‘토스의 원팀 정신을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축제’라는 걸 팀원들에게 알려줘서,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이 행사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끔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김유라: 토스가 기업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모두가 바쁜 와중에도 일주일이나 할애해서 이 행사를 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결속력이나 유대감을 더 끌어낼 만한 콘셉트를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Q. 안타까운 건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얼라인먼트 위크도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건데요. 그럼에도 오프라인 공간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이유가 있을까요?
심석용: 팀원들이 재택을 많이 하지만 가끔 사무실에 나오기도 하거든요. 그때만이라도 콘셉트에 맞게 만들어진 오프라인 공간을 보면서 얼라인먼트 위크의 존재와 취지를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김유라: 콘셉트를 잘 전달하고 커뮤니케이션하기에 오프라인만큼 강력한 매체가 없죠.
최민수: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어 놓으면 그걸 보는 팀원들은 ‘우리가 얼라인먼트 위크를 정말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 비록 온라인 공간에서 모이더라도, 이 행사의 의미와 중요도를 상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거예요. 브랜드 디자이너
Q. 이번에는 프로덕트 브랜딩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얼마 전에 만들어진 팀인데요.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나요?
김지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그동안 브랜드 디자이너가 맡은 역할이 너무 넓었어요. 토스의 제품, 비즈니스, 문화, 비전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모든 업무를 수행했죠. 제품 사운드를 만드는 일과 토스 광고를 만드는 일이 같은 팀에서 이뤄지고 있었으니까요.
토스 제품은 이미 업계 표준이 되었어요. 특히 UI와 그래픽은 많은 기업에서 레퍼런스로 삼고 있죠. 그만큼 제품을 만들 때 사용성이나 UX Writing, 그래픽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하지만 ‘브랜딩’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어요. 제품 브랜딩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이 개념을 Learning by Doing(하면서 배워가는 것)으로 쌓아나갈 예정이에요.
프로덕트 브랜딩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분야예요. 서비스 브랜딩과 유사한 말일 수도 있지만, 전통적인 브랜딩이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어떻게 소비자에게 전달할지 고민한다면 저희는 제품의 탄생부터 함께 고민하기 때문에 그 역할이 더 넓다고 할 수 있어요. 요즘은 제품을 사용하는 모든 순간이 브랜드 경험이고, 제품이 곧 브랜드니까요. 제품을 통해 토스만의 브랜드 경험을 제공했을 때 임팩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브랜드 디자이너
Q. 그간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나요?
김지윤: 프로덕트 브랜딩 팀이 생기기 전에, 가능성이 보였던 건 ‘생일을 축하해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2019년부터 사용자의 생일을 축하하는 생일 케이크를 그래픽으로 만들어서, 생일을 맞은 사용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어요. 토스가 사용자의 소소하지만 축하할 만한 순간을 챙겼던 최초의 사례였던 거죠. 그런데 그게 아직도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이 많이 올라와요. 신기해하시기도 하고, 좋아하시기도 하더라고요. 지금은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런 개인적인 경험을 더 발굴하고 싶어요.
작년에 내가 소비한 내역에 따라 태그를 주는 ‘소비태그’ 기능을 만들었어요. 사용자에게 개인화된 경험을 주는 동시에, 위트를 더해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했죠. 사용자의 월급날과 대출을 모두 상환한 날을 함께 축하해주기도 하고요. 이런 것들이 모두 제품 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어요. 토스를 그저 재미없는 금융 앱이 아니라 친구처럼 유쾌하게 느끼는 사용자들이 생기고 있다는 게 피부로 느껴져요. 앞으로도 사용자와 더 깊은 유대감을 쌓아나가고 싶어요.
Q. 프로덕트를 브랜딩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없다면 어떻게 기준을 세워나갈 예정인지 궁금해요.
김지윤: 토스에는 정말 많은 기능이 있어요. 기능 그 자체로 두어서 편리함을 증대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보안성처럼 브랜딩을 통해 우리의 가치를 보여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죠. 편리함을 극대화해야 하는 경우엔 편리함을, 재미를 강조할 땐 재미를 추구하려고 해요. 명확한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각 기능에 맞는 심상과 감정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브랜딩해갈 예정이에요.
이미 있는 기능이나 만들어질 기능을 브랜딩하는 것을 넘어 저희가 직접 기능을 만들기도 해요. 올 초에 ‘새소식’이라는 기능을 만들었는데요. 새로 나온 기능들, 사용자들이 원했던 개선사항이 반영된 것들, 사용자들이 궁금해하는 사용법 등을 매주 소개하고 있어요. 실제로 매주 새소식에 300여 분이 의견을 남겨주고 계시는데, 꼼꼼히 읽어보고 유관부서에 전달해드리고 있어요. 새소식 기능을 운영하면서 사용자들과 부쩍 가까워졌다고 느꼈는데요. 어떻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 어떻게 더 세심한 소통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김유라: 기능을 넘어 정성적인 가치를 강조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디일지 많이 생각해요. 최근에는 YOUTH(만 14세 미만) 사용자 전용으로 칭찬과 응원을 듬뿍 담은 따뜻한 콘셉트의 제품을 제작했어요. ‘즉시이자받기’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의 가치를 잘 알리기 위한 캠페인 페이지도 만들었고요. 이러한 시도를 통해 토스가 진정성 있고 따뜻한 제품으로 다가간다면 좋겠어요.
Q. 각자가 생각하는 브랜딩이란 무엇일까요?
김지윤: 이렇게 어려운 질문이(웃음). 저희가 아까부터 많이 이야기했지만, 저희 팀이 생각하는 브랜딩은 토스가 앱을 넘어서 사용자에게 세심하고 든든한 친구가 되어 믿고 맡길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금융을 모두에게 쉽게 만들고 싶다는 토스의 비전을 사용자들이 믿어주고 응원해줬으면 좋겠어요. 브랜딩은 교감하는 것, 유대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잘 된 브랜드여도 내 피부에 와닿을 수 없다면, 그 브랜드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실패했다고 생각하거든요. 토스 라는 브랜드가 더 자주, 많이 사용자들과 교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유라: 좋은 브랜딩이란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혹은 추천하고 싶은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맛있는 걸 먹거나 좋은 경험을 하면 혼자만 알기보단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잖아요. 경험했을 때 너무 좋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앱이 되고 싶어요. 이때 토스를 추천하는 이유가 ‘편해서’를 넘어 ‘감동적이야’ 수준으로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저의 목표에요.
심석용: 토스에서의 브랜딩은 두 가지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요. 첫 번째는 사용자와의 관계성이에요. “우리는 이런 브랜드를 지향하고, 이런 회사야!”라며 일방적으로 외치는 브랜딩을 하는 기업들을 많이 보는데, 토스는 사용자들과 계속 인터랙션하면서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말을 건네는 느낌이에요. 그게 토스의 최대 강점이자 뚜렷한 특징이라고 생각하고요. 두 번째는 IT 기업인 만큼 혁신적인 브랜딩을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혁신’이라는 말 자체가 굉장히 모호하면서 추상적이죠. 저도 토스에 합류하기 전에 걱정하는 지점이기도 했고요. ‘디자인의 혁신이라는 게 앞으로 존재할까?’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우리가 혁신적인 브랜딩을 하고 있다는 게 맞다는 확신이 들어요. 시각적인 화려함뿐만 아니라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생각의 과정이나 시퀀스, 그리고 솔루션이 다른 회사에서는 시도하지 않는 것들이거든요.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이 토스의 브랜딩이 아닐까 싶어요.
최민수: 저는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말해보자면, 수많은 금융 서비스가 있을 텐데 다른 이유 없이 ‘토스니까’ 토스를 쓰고 싶게 만드는 게 브랜딩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Q. 어떤 분들이 토스의 브랜드 디자이너로 합류하시면 좋을까요?
김지윤: 앞서 석용님이 혁신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는데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분, 어떤 툴이나 매체에 제약받지 않는 분이 오시면 좋겠어요.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할 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체를 넘나들면서 사고할 수 있는 사람이 토스와 잘 맞지 않을까 생각해요. 모든 툴을 쓸 수 있고, 모든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경계 없이 상상할 수 있는 분이 필요해요.
최민수: 덧붙여보면, 사실 예전에는 일당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브랜드는 수많은 접점이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걸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되거나, 혹은 안 해봤더라도 해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좋다는 생각으로 지난 3년을 보냈는데요. 앞으로는 토스팀도, 브랜딩 조직도 함께 커질 것이기 때문에 한 영역에 전문성을 가진 분이 오셔도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토스에 인터널 브랜딩만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렇다면 토스의 전문성도 더 깊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