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운영·재무 헤드 “제품의 성장만큼 회사의 지속가능성도 중요해요”
ㆍby 손현
1. 늘 하던 방식이 불만인 신입사원
신입사원 시절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저는 기존에 일하던 방식에 불만이 많은 사원이었어요. 2006년 물류회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 해외영업, 사업개발 업무를 맡았어요. 오래된 과거 같지만, 그때에도 이미 해외 거래처와 인터넷으로 메일을 주고받는 세상이었어요. 속도도 그리 느리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어느 영역에서는 여전히 팩스를 주고받았어요. 이해가 가지 않았죠. 아무리 중요한 문서라도 팩스는 분실 위험이 있고, 수신 확인도 안 되잖아요. 신입사원임에도 “팩스 다 없애야 해요”라는 떠들고 다녔어요.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때, 늘 새로운 걸 하자고 말했던 당돌한 신입사원이었어요.
불만 많은 신입사원을 둔 리더의 반응은요? 그때 팀장님이 그걸 다 받아주셨어요. “그래? 그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한 번 다 해봐.” 적절한 자원도 주셨지만 무엇보다 팀장의 심리적 지지가 가장 든든했어요. 신입사원이던 저를 믿고 많은 걸 맡겨 주신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빠르게 학습할 수 있었어요. 중간 관리자가 매번 확인하는 구조도 아니었고요. 팀장님뿐 아니라 저희 팀 자체가 그렇게 일했어요.
그다음 금융, 투자 쪽으로 커리어를 옮기셨죠. 왠지 일터의 분위기가 더 보수적이었을 것 같아요. 운이 좋았어요. 제가 만난 팀장님들 모두 비슷한 스타일이었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건방져 보일 수도 있는데 그대로 일할 수 있게끔 해주셨어요. 금융사와 자산운용사에서 일했는데요. 보수적인 환경에서 급진적인(radical) 발언을 해도, 항상 수용해 주고 더 나은 방향으로 지원해 주는 분들이셨어요.
토스에 합류하기 전에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도 담당했어요. 벤처캐피탈리스트(VC)처럼 투자자로 남았을 수도 있는데, 스타트업 씬으로 온 계기가 있나요? 두 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우선 투자자 커리어는 어느 정도 정해진 수순이 있어요. 각 단계마다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죠. 그런데 앞서 투자자의 길을 걷고 있던 사람들이 대거 스타트업 씬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관찰했어요. 싱가포르, 런던 등 출장을 다니면서 만난 사람 중 기억에 남는 분이 있어요. 그는 실리콘밸리나 뉴욕에서 이미 좋은 커리어를 쌓고 싱가포르 어느 초기 스타트업에서 고생 중이었거든요. 궁금했어요. ‘왜 잘 나가던 사람이 이곳에서 사서 고생일까?’
왜 그랬을까요? 제가 물었죠. “왜 여기서 일하고 있냐?” 그분이 답했어요. “너무 지루했어요.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세상에 임팩트를 만들고 싶어서 스타트업으로 왔어요.”라고요. 그 이야기의 울림이 컸어요. 심지어 비슷한 경우를 스타트업씬에서 전반적으로 자주 마주쳤어요.
비슷한 커리어에 있던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며 변화를 체감했겠어요. 🔊 그동안 많은 투자를 검토하면서 저 역시 스타트업이 세상을 바꿀 거라는 믿음은 있었어요. 그런데 투자하던 사람들도 스타트업으로 직접 합류하는 걸 보면서, 스스로 지금의 커리어를 계속하는 것이 문득 무의미해졌어요. 이미 비즈니스 차원에서 새로운 임팩트를 만들어 내는 스타트업도 많이 등장하고 있었고요.
또 다른 배경은 무엇인가요? 투자가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어요. 펀드 매니저로서 그 펀드를 책임 지고 잘 굴리는 게 일인데 성취감을 잘 느끼지 못했어요. 투자로 수익을 거두는 건 미래의 일이에요. 그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죠. 짧으면 한 달, 혹은 두세 달 안에 회사를 잘 파악해서 중요한 투자 결정을 내리는 행위도 큰 부담이었어요. ‘내가 이걸 잘하고 있나?’ 자문하곤 했죠. 좀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그런 찰나에 토스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2. 역할을 확장하며 팀 리더에서 헤드가 되다
토스에 합류한 뒤, 초반에 어떤 일을 했나요? 2019년 12월, 코퍼레이트 디벨롭먼트 팀(Corporate Development Team, 이하 콥뎁팀) 소속의 코퍼레이트 디벨롭먼트 매니저 직무로 합류했어요. 지금은 회사가 커지면서 콥뎁팀, IR팀, 전략팀이 각각 기능별로 나뉘어 있지만, 그때만 해도 3~4명 규모의 콥뎁팀에서 이걸 다 하고 있었어요. 저는 그중 투자 업무를 맡았습니다. 당시 토스가 베트남으로 사업 진출을 고려 중이던 때라, 전자지갑(e-wallet) 기업을 발굴하고 인수하는 등의 딜을 검토하는 프로젝트들이 있었어요. 인터넷뱅크 설립, 증권업 인가 등 회사 차원의 굵직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면서 토스뱅크의 프로젝트 관리 오피스(PMO)*도 맡았고요. 6개월 정도 지나니 일이 점점 재미있더군요. * Project Management Office. 전사적 관점에서 프로젝트들 간의 관계를 정리하고 모든 이해 관계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전처럼 투자만 한 게 아니라, 점점 영역을 확장하셨군요. 만약 제가 토스에서 투자 업무만 추구했으면, 스스로도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지금 여기 남아있지도 않았을 거예요. 돌이켜보면 토스에서도 진행한 투자 건은 꽤 많아요. 다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필요한 투자를 했던 거지, 투자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거든요. 투자 유치(IR)도 많이 했어요. 계속 성장하려면 외부 자금이 필요하니 콥뎁팀으로서는 중요한 일이었어요. 투자와 투자 유치, 양쪽을 경험하면서 이전의 제가 그동안 기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투자를 많이 했다고 느꼈어요.
어느 순간 ‘내 업무 영역을 투자로만 한정하지는 말자’고 생각했어요. 이 회사가 기업체로서 잘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게 투자, IR, 전략, 프로젝트 관리 등 다양할 텐데, 제 전문성도 그쪽과 맞닿아 있으니까요. 그렇게 가능성을 열고 보니, 제가 할 일이 너무 많더군요. 재무팀이나 법무팀에 가서도 “우리 이런 거 같이 합시다”라고 제안했어요. 이런 사람을 두고 오지랖이 넓다고들 하죠. (웃음) 제품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점점 회사의 튼튼한 체력과 지속가능성도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몰입하며 재미있게 일하다 보니, 어느새 팀 리더가 됐어요. 2020년 11월, 토스로 온 지 1년이 조금 안 됐을 무렵이에요. 콥뎁팀 리더를 맡겠냐는 제안이 왔고, 망설임 없이 하겠다고 했어요. 하는 일은 전과 비슷했어요. 다만, 마음가짐이 바뀌었죠. 팀 리더가 됨으로써, 제 역할과 영역이 넘어가는 일들을 더 과감히 할 수 있었어요. 필요하다면 관련 영역들과 협업하고 새로운 걸 더 만들 수 있었죠.
콥뎁팀은 컨설팅 펌이나 투자은행 출신 등 숫자에 밝고 논리적인 팀원이 유독 많이 모인 곳이잖아요. 나보다 영어도 잘하고 유능한 동료들 사이에서 팀 리더로 일하는 부담은 없었나요? 내부 팀원보다는 외부를 대하는 부담이 더 컸어요. 팀 리더로서 이 회사를 대표하는 자리가 점점 늘어났거든요. 가령 토스팀 리더인 승건 님에게 느껴지는 어떤 아우라나 열정이 있잖아요. 저 역시 창업가와 회사를 대신해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기회가 많이 생겼어요. 이 회사가 재무적으로 어떻게 성장할 건지, 그 성장을 뒷받침하는 전략과 비전은 무엇인지 등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그걸 또 저만의 에너지로 잘 전달하는 게 큰 부담이었어요.
팀 리더가 된 지 1년이 안 됐을 무렵, 기업 전략 헤드(Head of Corp. Strategy)가 됐어요. 2021년 9월, 승건 님이 저에게 헤드 역할을 제안했어요. 그때 테크놀로지 헤드 형석 님과 UX 헤드 희연님이 있었고, 몇몇 분들도 이미 직함만 다를 뿐, 헤드 역할을 하고 있었어요. 회사도 헤드 포지션을 본격적으로 구상했던 것 같아요. 3~4명이던 콥뎁팀도 10명을 넘어가고 있었고, 토스 커뮤니티(이하 전 계열사)는 거의 1,000명이 넘어갈 정도로 규모도 커졌거든요. 팀이나 조직 차원에서의 미션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면서, 비어 있는 영역을 책임감 있게 이끌면서 가치를 더하는 헤드들이 필요해진 거죠.
바로 수락하셨나요? 이번에는 고민해 보겠다고 했어요. 헤드가 되면 소위 일반 관리자(general manager)가 되어 전문 영역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싶었거든요. 일주일을 고민하고 결정했습니다. 팀 리더로서 1년여간 해온 걸 복기해 보니, 이미 헤드에 준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더라고요.
”개인적 기여자(individual contributor)에서 리더로 변화하는 데 가장 어려운 부분은 선을 넘는 두려움이다. 부정 평판이 생길 수 있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팀에게 중요한 것, 팀원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수줍어하지 않고, 남에게 강하게 주장하는 캐릭터가 중요하다. 리더는 선을 넘는 리스크를 지는 사람이다. 남에게 참견하고 나의 한 마디 때문에 조직에 변화가 생겨, 그게 내 조직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걸 용기 있게 해내는 사람이다.” — 이승건(토스팀 리더), ‘토스에서의 리더십 포지션 101’ 중
헤드와 팀 리더는 어떻게 다른가요? 팀 리더는 내가 맡은 팀의 목표 달성에 집중한다면, 헤드는 전사 차원에서의 방향성을 고민해요. 내 팀을 넘어 다른 조직과 유기적으로 협업할 일들도 많고요. 제 사례를 들면 IR, M&A뿐 아니라 재무나 리걸 등 전 계열사의 운영과 관련 업무를 챙기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3. 다른 의견일수록 경청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리더로서의 강점은 뭔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동안 ‘리더로 일한다는 것’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않았어요. 토스에서 치열하게 일하다가, 어쩌다 보니 역할이 확장되면서 헤드 포지션까지 됐잖아요. 리더란 이래야 한다,는 뚜렷한 이미지를 갖고 있진 않아요. 그나마 제가 가진 강점은 공감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공감 능력은 리더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느껴요. 현우 님의 공감 능력은 어디서 기인하나요? 제 자신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최대한 많이 들으려고 해요. 가설을 미리 세울 때도 있지만, 결론을 섣불리 정한 적은 많지 않았어요. 경청하는 동안 그걸 소화해서 제 가설과 비교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리려고 해요. 그런 커뮤니케이션 과정 자체를 팀원들이 더 공감하는 것 같아요. 그게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지 간에요.
”공감 능력은 리더십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모든 사람에게서 최선을 이끌어내는 힘이기도 하다. 공감 능력은 개인이나 팀에 자신감을 심어주는 노력과 관련된 것으로 리더십 수업에서 가르치기는 하지만 쉽게 체득하기는 어렵다. 나는 공감 능력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자신이 이끄는 구성원들의 자신감을 키우기 때문이다.” — 사티아 나델라(마이크로소프트 CEO), 《히트 리프레시》, p.72
“마음을 움직이는 데 많은 영향력을 끼친다.” 팀원 중에는 이런 피드백도 있었죠. 2023년 6월부터는 재무 헤드까지 맡고 있어요. 회계, 재무 영역에서는 이미 저보다 전문가인 팀원들이 30~40명이나 있어요. 이들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최대한 많이 공감하면서 경청해야 해요. 물론 저도 새로 확장된 역할을 따라잡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요. 공부, 리서치, 팀원과의 미팅, 이전 히스토리 검색 등 모든 경로를 동원해 학습해요. 헤드뿐 아니라 모든 리더가 이런 과정을 겪을 거예요.
새로 리더가 된 분들에게 필요한 태도네요. 어떤 리더든 맡은 영역을 따라잡는 과정은 무조건 필요해요. 토스의 헤드는 ‘실무 천재’이자 ‘인사 천재’여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일반적인 기대 수준을 뛰어넘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까지 개척하거나 기존보다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을 뜻해요. 맡은 영역이 넓어짐에 따라 리더 역할을 잘하기가 점점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이걸 가능하게끔 하는 태도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2023년 7월 18일, 팀 채널을 통해 그동안 서포팅 빌리지(Supporting Village)의 명칭을 콥빌딩 빌리지(Corp. Building Village)로 바꾸면서 역할을 재정의했어요. 어떻게 하면 재무, 회계, 법무, 홍보 등 서포팅 빌리지*에 속한 팀원들이 더 몰입하고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을까? 이게 제 고민의 시작이었어요. “우린 경영 지원 부서이니까.” 등 ‘지원’이란 단어가 주는 오해가 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이 조직의 인원수는 결코 적지 않아요. 제품 조직과 거의 동등한 규모이고 토스의 위대한 여정에서 중요한 한 축을 맡고 있으니까요. 자조적 목소리가 사라져야 회사가 더 건강히 성장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 2023년 9월 기준, 토스의 조직은 크게 프로덕트 빌리지, 플랫폼 빌리지, 콥빌딩 빌리지로 나뉜다.
지금 시대의 리더도 재정의할 수 있을까요? 리더의 어원을 찾아보니 여정, 여행, 항해와 연관되어 있더군요. ‘누군가 어디로 가도록 하거나 여행하게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였어요. 리더는 각 구성원이 기업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각각의 팀원들이 몰입하고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요. 앞서 제가 어떻게 하면 우리의 본질적인 미션을 추구하면서 더 힘나게 할까 고민했던 것처럼요. 이런 역할들이 리더에게 더 요구된다고 봐요.
기업 간 갈등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중재하나요? 제 관점에서는 전 계열사와 연관된 갈등 조율이 가장 빈번하고, 가장 어려워요. 큰 방향은 같지만 기업 대 기업으로서 이해관계의 디테일을 조율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거든요. 법과 규제에 적합한 선에서 최선의 합의를 도출해야 하고요. 계열사가 늘고 팀원이 늘다 보면, 서로 멀어지려는 힘이 작동하거든요.
초기 미션은 있지만, 각자 성장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원심력이 작동하는군요. 그 원심력을 구심력으로 전환하는 게 어쩌면 제가 맡은 일이기도 해요. 각자의 미션과 성장도 도모해야 하지만, 계열사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모두에게 유리할 거라고 판단하거든요. 우선 비바리퍼블리카든 계열사든 왜 이런 요구를 하는지 각 입장을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스스로 제3자의 관점이 되어 공통 미션이 뭔지 생각해 봅니다. 그다음, 어떻게 하면 이 결정들이 구심력으로 전환될지 고민해요.
역시 잘 듣고 공감해야 하는군요. 그 과정에서 상대의 기분이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해요. 🔊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점은 솔직함이거든요. ‘너는 왜 이렇게 생각하고, 나는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솔직해야 합니다. 뭔가를 숨겼다가 그게 들통났을 땐 정말 큰 원심력이 작동하거든요. 이건 팀원 간 갈등 조정에도 중요한 것 같아요.
당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원칙을 꼽는다면. “예를 들어 직원들과 회의할 땐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첫째, 항상 솔직한 생각을 모두 다 털어놔야 한다. 둘째, 끊임없이 토론하고 배우며 자신의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 셋째, 의견이 끝내 충돌하더라도 감정을 털어내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극단적(radical) 진실과 극단적 투명성이 최선이라고 믿고 있다. 이 두 요소가 없다면 조직원들이 최선의 해법을 도출해 낸다고 믿기 어렵게 된다.”
진실과 투명성을 어떻게 끌어내는가. “브리지워터는 사내 거의 모든 회의를 비디오로 녹화한다. 나중에 다시 보고 들으며 객관적인 관점에서 배울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긴다는 취지에서다. 또한 직원들의 실수는 빠짐없이 ‘오류 기록’에 기록된다. 실수가 발생하면 기록으로 남겨 문제의 중대성을 분석하고 책임자를 분명히 밝히는 절차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 레이 달리오(헤지펀드 브리지워터 회장), 2019년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기사 중
팀원끼리 다른 의견으로 갈등을 겪을 땐, 직접 개입하는 편인가요? 팀 리더였을 때는, 일단 기한이 충분하고 급한 사안이 아니라는 전제 아래, 각자의 DRI에 맞게 결정되게끔 두는 편이었어요. 그게 토스의 문화이기도 하고요. 간혹 DRI가 명확하지 않거나, 어떤 결정 자체에 공감이 되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는 저도 강하게 의견을 냈습니다. 모든 사안을 항상 평등하게 해소할 순 없거든요. 때로는 먼저 깃발을 꽂아야 할 때도 있어요.
제 나름대로 머릿속에서 모델링을 해요. 굳이 나서서 결정하지 않아도 되면, 기다려요. 데드라인이 가까워지는데, 가령 둘 중 하나를 지지해야 하거나 어떤 결정을 내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는 푸시하고요. 어느 수준까지 감내 가능한지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4. 복잡할수록 문제의 본질이 중요하다
각 사업의 비즈니스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전반적으로 복잡한 상황일 때는 어떻게 하죠? 복잡한 상황이라면 단순화를 먼저 해야죠. 단순화하면 무엇이 교집합이 될지, 어떤 영역에서 교집합을 만들 수 있을지 보이거든요. 리더에게는 단순화하는 역량도 중요한 거 같아요.
단순화하는 게 왜 중요한가요? 문제의 본질을 볼 수 있거든요. 복잡한 상태로 계속 두면, 무엇부터 건드려야 할지 모르거든요. 그러니 본질을 파악하고, 몇 가지를 건드려야 할지, 그 안에서 우선순위가 뭔지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해요.
토스의 헤드로서, 어떤 미래를 그리시나요? 현재 토스의 미션은 금융의 모든 걸 온라인에서 해결하고 시장에 건강한 경쟁을 불어넣음으로써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쉽고 빠르게, 더 좋은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경험하도록 하는 거예요. ‘금융’하면 ‘토스’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도록요. 제가 맡은 영역에서는, 토스가 이 미션을 달성할 수 있도록 기업으로서의 모습을 잘 갖추고 동력을 만들어야 해요. 구체적으로는 수익을 내고 인프라와 시스템을 만들고, 리걸, 컴플라이언스, GRC 등 전 계열사 관점에서 구심력도 계속 유지하는 일일테고요.
전사 발표 때, 위대한 기업에는 위대한 팀이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죠. 위대한 리더도 필요하겠네요. 위대한 리더도 위대한 팀의 일부인 것 같아요. 팀은 기업의 전 구성원을 일컫는 거니까요. 현재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으로 불리는 곳의 20~30년 전 모습을 살펴보면 지금의 토스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들도 그 안에서 훌륭한 리더들이 많이 탄생했기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있거든요. 토스 안에서 훌륭한 리더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신입사원 시절의 당차고 당돌했던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도 있을까요? 눈치 보지 말고 질러보기. 눈에 보이는 걸 넘어 본질을 파악하려고 노력할 것. 이렇게 두 가지 조언을 하고 싶군요. 비단 저의 신입사원 시절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분들께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러면 어떤 단계에 있든 빠른 학습 곡선을 그릴 수 있거든요.
지속 가능하려면 무엇에 신경을 써야 할까요? “방법은 하나뿐이죠. 자신이 가진 근본을 단단히 하는 것. 직업에 귀천이 없고, 세상에 없던 직업이 나올 수 있는 시대인만큼 뿌리가 중요해요. 그래서 ‘근본적(radical)’이라는 말을 좋아하기도 해요. (…) 근본적이라는 말은 라틴어 ‘radicalis’에서 유래한 ‘뿌리의’, 또는 ‘뿌리로부터’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어요. 동시에 급진적이란 의미도 있죠. (…) 바라보는 뿌리는 다를 수 있어요. 다만 근본을 인식하고 문제에 접근한다면, 최소의 개입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늘 이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 매거진 B 편집부, 《잡스 건축가》, ‘네임리스 건축’ 인터뷰 중, p.95-96
스트레스는 주로 어떻게 해소하나요? 잠을 푹 잡니다.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느낄 때에도 스트레스가 풀려요. ‘이거 도대체 어떻게 풀어야 하지’ 고민될 정도로 정답이 없는 일이 많잖아요. 어떤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거나, 제가 직접 해결하진 않더라도 팀원들이 저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힌트를 얻었다는 느낌을 받을 때 스스로도 리프레시가 돼요.
새롭게 리더가 된 분들에게도 한 마디 전해주세요. 나만의 페이스를 잘 유지해 주세요. 이건 저도 잘 못하지만요(웃음). 건강 관리, 중요하고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합니다. 만약 리더가 3개월 바짝 타오르고 번아웃이 온다면, 그 조직은 위험해요. 가령 저는 주말 동안 가족과,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일에서 완전히 거리를 두려고 해요. 뭔가 메신저에서 바로 대응해야 할 때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시지 초안만 써놓고, 월요일 아침에 처리해요. 주말 동안 제가 온전히 쉬는 만큼 저와 함께 일하는 분들이 쉬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리더도 사람이잖아요. 회사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만큼 내 컨디션 관리도 필요해요.
서현우는 물류회사, 금융사 전략기획실, 자산운용사를 거쳐 2019년 12월 비바리퍼블리카(토스)에 합류했다. 코퍼레이트 디벨롭먼트 팀 리더(Corporate Development Team Leader), 기업 전략 헤드(Head of Corporate Strategy)를 거쳐 현재 운영 헤드(Head of Operation), 재무 헤드(Head of Finance)로서, 전사 운영과 재무, 투자유치 및 인수합병(M&A) 등을 총괄하고 있다.
Words 서현우 Interview 손현 Graphic 이은호, 함영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