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가 타다를 인수한 진짜 이유를 공개합니다
ㆍby 정경화
토스 코멘터리 7화. 상자 바깥에서 생각하다, 토스벤처스
2021년 10월, 토스가 타다를 인수한다는 뉴스가 시장을 뒤흔들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쏘카가 가진 타다 운영사 VCNC의 지분 6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토스가 금융 아닌 영역에 발걸음을 내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타다 인수 작업을 주도적으로 이끈 것은 토스 내 투자 팀이라 할 수 있는 토스벤처스 다. 기업 전략 헤드(Head of Corporate Strategy)인 서현우 님은 “투자를 결정할 때 무엇보다 토스 서비스와의 시너지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미 완료된 투자를 비롯해 앞으로의 투자 방향도 같다. ‘토스의 외연을 넓혀 사용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핵심 기준이다.
서현우 Head of Corporate Strategy
“토스벤처스는 상자 바깥에서 생각하는(Think outside the box) 팀입니다. 시장에 나와 있는 딜(Deal)을 수동적으로 검토하는데 그치지 않고 토스 사용자에게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냅니다. 투자해야 할 범위와 한계는 정해져 있지 않아요.앞으로 더 속도를 내려고 합니다.지난 1년간 일어난 투자 활동이, 이제는 6개월만에 일어날 거예요.”
Build or Buy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토스는 비유기적(inorganic) 성장✽을 위한 투자를 간헐적으로 실행해 왔다. 시작은 2015년 인포텍 지분 투자였다. 송금과 계좌 조회 등 토스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스크래핑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2019년에는 한국전자인증에 투자하면서 토스가 인증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즈음까지는 토스가 신규 사업에 나서면서 적합한 파트너사를 찾아 제휴를 맺고 투자하는 형태였다.
그러다 LG U+의 PG사업부를 인수해 토스페이먼츠를 설립한 2020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토스 커뮤니티가 성장의 모멘텀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투자 기회를 더욱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검토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토스증권이나 토스뱅크처럼 회사를 새로 설립해(build) 바닥부터 다져 나가는 방법도 있지만, 진출하려는 영역에서 이미 자리잡고 있는 기업을 인수함으로써(buy) 성장에 필요한 시간을 아끼는 쪽이 나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토스의 사업 전략과 투자 유치 등을 담당해 온 Corporate Development(이하 Corp Dev)팀이 역할을 맡았다. 팀 내에서도 투자 이니셔티브를 주도하는 멤버들을 ‘토스벤처스’로 명명했다. 이들은 토스가 사용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영역에 먼저 진출하는 것이 맞는지, 그 경우 Buy 와 Build 중 어느 쪽이 효율적인지 판단하고 결정하며, 실행에 옮긴다.
토스벤처스는 투자할 산업 분야나 기업 규모, 투자 금액 등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토스가 도약하기 위한 전략과 맞아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그때부터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내는데 집중한다. 규모가 크고 시장에 파급력을 가지는 인수합병 뿐 아니라, 지분 투자나 인재 인수 등 토스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투자를 실행한다.
타다 인수도 그랬기에 가능했다. 이미 대기업이 차지한 모빌리티 시장에서 토스의 타다 인수는 작은 돌멩이 하나를 너른 호수에 던져 넣는 일인지도 모른다. 타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승차 호출(ride hailing) 서비스를 선보인 기업으로, 사용자가 수백만에 이르는 등 2년 전 혁신성이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하지만 2년 전 규제 이슈로 성장의 동력을 잃었고, 택시 호출 서비스 기반의 특정 플랫폼이 모빌리티 시장의 95%를 장악했다. 고객이 이동 경험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제한됐다.
타다를 인수함으로써 낼 수 있는 시너지란 토스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토스의 사용자가 얼마나 더 많은 서비스를 더 편리하게 누릴 수 있는가에 방점이 찍혀있다.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 온 토스에게 모빌리티 산업은 낯설었지만 ‘결제’라는 분명한 접점이 있는 분야였다. 이미 국내 택시 시장 규모는 연 매출 12조로 추정되고, 그 중 스마트폰 앱을 통한 호출 비중은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로부터 혁신을 시작했다는 것도 토스와 타다 의 공통점이다. 현재 토스벤처스는 고착화 된 시장에 경쟁을 불어 넣는 것과 동시에, 토스 고객 모두가 타다를 더욱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신주환 Corporate Development Manager
“단순히 재무제표만 봤다면 모빌리티 산업을 처음 접하는 토스가타다 를 인수한다는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거예요.타다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파괴적 혁신의 기억을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도전했습니다.지금은 토스와 타다 고객들에게새로운 가치를 드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어요.”
최종 의사결정권자 = 토스벤처스
토스벤처스에는 그간 투자은행과 벤처캐피털, 기업 내 투자팀(SI), 컨설팅사 등 금융·투자 각 영역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팀원들이 모였다. 토스벤처스는 자율성과 주도권을 갖고 있으며, 동시에 그만한 책임감도 뒤따른다. 전통적인 투자 조직에서 일하는 실무자와 달리 토스벤처스 팀원 한명 한명이 최종적인 투자 결정을 내리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의사결정 과정 또한 짧고 빠르다. 다른 조직에서 5~10명이 수개월간 검토하는 건을 토스벤처스에서는 1~2명이 몇 주 안에 실행 여부를 정한다.
팀을 이끌고 있는 서현우 님은 토스에 오기 전 자산운용사에서 시리즈 B·C·D 단계의 벤처 기업을 발굴해 투자했다. 당시에는 재무적 투자자로서, 운용하는 펀드의 포트폴리오에 맞게, 회사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투자를 진행했다. 그는 “당시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살폈던 지표들의 진정한 의미를 토스에 와서 체감했다”고 말한다. 고객 한 명이 모바일 앱을 한번 켜는 활동이 얼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창업가 혼자만이 아니라 팀원 구성이 얼마나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인지 이해가 높아졌고, 투자의 관점도 넓어졌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금융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신주환 님은 ‘핀테크에 미래가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 토스팀에 합류했다. 송금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토스가 높은 진입장벽을 넘어 인터넷은행과 증권사 인가를 얻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에 반했다. 주환 님은 “한 회사를 인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 보다 ‘이번 투자가 토스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집중하고 세부적인 데이터를 샅샅이 분석하는 과정이 즐겁다”고 말했다. 토스의 모든 서비스가 사용자의 불편을 해결하는 데서 시작하듯이, 토스벤처스의 투자도 사용자에게서 출발한다는 의미다.
기업 컨설팅 및 창업 경력을 가진 김동연 님은 토스팀 합류 초반 Corp Dev. 팀 내에서 신사업 전략 수립을 맡았다. 이미 결정된 사업의 전략을 세우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사업을 토스팀 내부에서 시작할 것인지 외부 투자처를 물색해 볼 것인지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역할이 차츰 확장됐다. 동연님은 “고객사로부터 일감을 받아 일할 때보다 몰입도와 성취감이 훨씬 크다. 토스에 즉각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투자부터, 중장기적으로 토스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투자까지 폭넓은 시각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서창훈 님은 국내 대기업의 전략투자 조직에서 일하며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이후에는 동남아에서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직접 설립한 경험도 있다. 이미 오랜 기간 투자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더욱 다양한 딜을 경험해 보고 싶어” 마치 베팅하듯 토스팀에 왔다. 창훈님은 “몇 달, 몇 년에 걸쳐 커다란 투자 한 건에 참여하는 것도 의미있지만, 토스벤처스에서는 서로 다른 단계의 투자 활동을 주도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서창훈 Corporate Development Manager
“토스에서는 투자 결정을 내리기 위해 상대가 누구라도, 심지어 창업자라도,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치열하게 토론합니다.반대로 토스팀 리더라도 어떤 투자를 추진하기 위해서는최종 의사결정권자인 토스벤처스 를 설득해야 하죠.별다른 이유 없이, 그저 상사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옆 팀의 견제 때문에 일이 어그러지는 경우는 없습니다.그래서 일이 정말 재미있어요.”
폭넓은 투자 범위
타다나 토스페이먼츠의 경우와는 달리, 규모는 작지만 잠재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분야를 발굴하고 새로운 기술이나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2021년 초 토스의 올라플랜 인수는 일종의 어크하이어(Acquihire·인수고용) 형태로 진행됐다.
올라플랜은 청년들의 학자금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로 가득한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었다. 올라플랜 대표 한종완 님은 뚜렷한 비전과 실행력을 가진 창업가였다. 학자금 대출과 상환 관리 서비스는 토스도 ‘언젠가는 만들어야지’하는 목록에 올려 두었던 아이템이었다.
토스가 지분 인수를 고려하던 찰나, 규제 환경의 변화로 올라플랜이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국장학재단이 가진 장학금 신청이나 학자금 대출 관련 정보를 조회하려면, 올라플랜이 스스로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되거나, 다른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이용료를 내고 데이터를 받아와야 했다. 초기 기업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물리적·재무적 부담이었다.
그래서 종완 님에게 ‘토스팀에 PO로 합류해 학자금 관리 서비스를 만들면 어떠냐’고 역제안했다. “토스에서 작은 스타트업과 같은 ‘사일로(Silo)’를 꾸려, 올라플랜에서 하려던 것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토스의 비전과 문화에 공감한 종완님도 고심 끝에 토스벤처스의 제안에 응했다. 종완님이 토스팀에 합류한지 약 2개월 만에 토스는 한국장학재단과 MOU를 맺고 숨은 장학금 찾기, 학자금 이자 지원받기, 학자금 대출 계산기 등의 서비스를 출시했다. 곧 학자금 대출 관리 서비스도 시작한다.
토스의 첫 해외 투자도 최근 마무리됐다. 해외 비상장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미국의 플랫폼 기업 Republic에 지분 투자를 실행한 것이다. 유망한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어, 잠재적인 사업 시너지가 클 것으로 봤다. 토스벤처스 는 토스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좋은 투자 기회라면 투자 방식과 규모는 물론, 국내・해외를 가리지 않을 예정이다.
명중률이 높은 팀
지난 한해 동안 토스벤처스는 100건에 달하는 투자 기회를 검토했고, 올라플랜 인재인수, 호스팅사인 식스샵 지분 투자, 타다 인수, Republic 지분 투자, 카페24 지분 투자 등 성과를 거뒀다. 지금도 토스가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와 인접한 영역의 스타트업부터 해외 기업까지 다양한 투자처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투자 경험을 축적하는 단계’다. 마치 토스의 사일로와 같은 애자일 조직처럼 토스벤처스는 시행착오를 거치고 인재를 영입하면서 빠르게 보폭을 넓히고 있다.
토스벤처스는 고유한 투자 관점과 판단 기준, 네트워크, 실행력 등을 쌓아나가, 적중률(hit ratio) 높은 투자팀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물론 투자를 잘 하려면 재무, 전략, 협상 등에서 다양한 경험과 역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토스벤처스 는 무엇보다도 상자 바깥에서 생각할 줄 아는 이들을 갈구한다. 한계에 부딪쳤을 때 ‘왜 안돼?’라고 묻고, 남들과는 다른 뾰족한 관점으로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는 이들을 찾고 있다. 공인인증서 없이는 왜 송금이 안 돼? 금융업은 왜 진입 장벽이 높지? 왜 스타트업이 대기업 사업부를 인수하면 안될까? 토스는 지금껏 ‘왜?’ 라는 질문을 던지는 데서 시작해 놀라운 혁신과 눈부신 성장을 이뤄 왔기 때문이다.
김동연 Corporate Development Manager
“누군가는 ‘삐딱선을 탄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런 사고가 혁신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해요.토스벤처스는 ‘더이상 토스가 진출할 금융 분야는 없다’는 생각을 바꿔놓을 겁니다. 금융의 경계선 자체를 넓히는 새로운 방식으로요.”
Graphic 박세희 Photo 김예샘・엄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