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항공권은 왜 직항보다 경유가 더 저렴할까?

by 김경곤

에디터 G (이하 G): 7월 말이 되니 장마가 물러가고, 본격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것 같아요. 교수님은 휴가 계획 세우셨나요? 이번 휴가 때 해외로 나가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더라고요.

교수 K (이하 K): 그러게 말이에요. 휴가 계획, 특히 해외 여행을 가기로 계획한다면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항공권일텐데요. 여행을 떠나고 싶은 도시의 항공권 가격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다 보면, 직항 항공편이 경유 항공편보다 비싼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G: 맞아요! 왜 같은 목적지인데도 경유 항공편이 직항보다 저렴한 걸까요? 그동안 당연하다고만 생각해왔는데… 교수님이 이 이야기를 꺼내시는 것을 보니 여기에도 경제학 원리가 숨어있나 보군요.

K: 하하, 에디터 님 추측이 맞습니다. 왜 직항 항공편과 경유 항공편의 가격이 차이나는지 몇 가지 경제학 이론으로 살펴볼게요.

1) 수요와 공급의 원리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입니다.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직항 항공편은 중간에 내릴 필요 없이 목적지까지 한 번에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긴 여행일 경우 기내식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따로 밥을 사먹을 필요 없이 비행기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죠.

반면, 경유 항공편은 중간에 비행기를 갈아타는 과정에서 시간이 더 듭니다. 다음 연결 편을 기다리는 동안 경유하는 공항에서 식사나 간식을 사먹는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요.

이는 수요자 입장에서 경유 항공편에 비해 직항 항공편의 수요가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유 항공편이 시간과 돈이 더 많이 들고,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는 등 불편하기 때문이죠.

이전의 다이아몬드 수요 관련 아티클에서도 확인했었는데요. 다른 조건이 일정한 상황에서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이 올라가고,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은 떨어지게 됩니다.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직항 항공권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경유 항공권의 가격보다 비싼 이유가 설명되는 것이죠.

G: 수요자 입장에서는 확실히 말씀하신대로 경유보다 직항이 선호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경유 항공권은 중간에 들르는 공항에서도 꽤 긴 시간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여행지에 도착하는 시간도 늦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K: 그렇죠. 수요자뿐 아니라 공급자 관점에서도 항공권의 가격이 차이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데요.

항공사가 직항 노선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의 승객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인기 노선은 괜찮지만, 상대적으로 수요의 불확실성이 높은 노선에서는 직항 항공편의 좌석이 다 차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상대적으로 수요가 일정하지 않은 노선에 대해 항공사는 두 가지 선택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직항 항공편을 유지하되, 수요의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기 위해 더 높은 요금을 부과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런 노선일수록 직항편이 희소하여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항공권 가격이 올라가게 되죠.

두 번째는 해당 직항 노선을 폐지하고, 경유 노선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좌석이 반쯤 빈 직항편을 운행하는 대신, 경유 노선을 통해 연결 도시로 가는 좌석이 꽉 찬 비행기를 운행하는 것인데요. 그 도시에서 또 다른 승객들을 태우고 최종 목적지로 가게 하는 것이죠.

G: 아하, 이런 이유로 경유 항공편이 생기는 거군요. 그럼 직항 항공편 대신 경유 항공편을 운영하는 것이 항공사에게는 어떤 이점이 있는 걸까요?

2) 고정비용과 가변비용

K: 비용 측면에서 분석해보죠. 경제학에서 비용은 크게 ‘고정비용(fixed costs)’과 ‘가변비용(variable costs)’으로 나누어집니다.

고정비용은 항공사가 항공편을 운영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 중, 승객 수나 항공편 수에 관계 없이 일정하게 발생하는 비용을 말합니다. 항공기 리스 비용과 유지 보수비, 조종사와 승무원 급여 등이 있죠. (참고로 항공기 한 대 가격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직접 구매하기 보다 리스를 주로 합니다)

반면, 가변비용은 항공사가 항공편을 운영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 중 승객 수나 항공편 수에 따라 변하는 비용입니다. 연료비, 공항 이용료, 기내 서비스 비용 등이 있어요.

고정비용 관점에서 보면, 승객이 많든 적든 항공기 리스 비용과 직원들에 대한 급여는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야 하는데요. 경유 항공편은 한 항공기를 여러 구간으로 나누어 운영하기 때문에, 탑승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 항공기로 더 많은 승객을 태우면 원래 나가야 하는 고정비용이 여러 구간의 승객들에 의해 분산될 수 있는 것이죠.

G: 몇 명이 탑승하든, 몇 번의 항공을 담당하든 고정비용은 어차피 나가야 하는 돈이니 항공사 입장에서 손해를 안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겠네요.

K: 맞습니다. 좀더 자세한 예시를 들어 볼게요. 서울에서 파리로 가는 직항 항공편은 한 번의 비행으로 전체 고정비용을 충당해야 합니다. 반면, 서울에서 두바이를 경유해 파리로 가는 항공편은 서울 - 두바이, 두바이 - 파리 두 구간으로 나누어 각 구간 승객들에게 고정비용을 분산하여 부담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가변비용 관점에서 보면, 경유 항공편은 연료비와 공항 이용료 등이 직항편에 비해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유편 운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고정비용 절감 효과에 비해 가변비용의 증가분은 크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에서 파리로 가는 두바이 경유 항공편의 경우, 두바이에서 추가 승객을 태워 얻을 수 있는 추가 이익이 추가로 발생하는 연료비와 공항 이용료보다 더 큰 것이죠.

G: 결과적으로 항공사는 경유편 운영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이런 이유로 경유 항공편 가격이 직항 항공편보다 저렴하게 설정될 수 있는 것이군요.

K: 그렇죠. 참고로 미국은 땅이 워낙 넓다 보니,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 (우리가 기차 타듯) 거의 모든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잖아요. 비행기 사용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으니, 미국 주요 항공사들은 직항편보다 주요 허브 공항을 중심으로 여러 목적지를 연결하는 방식인 허브 앤 스포크(Hub-and-Spoke)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델타 항공은 애틀랜타(Atlanta) 공항, 아메리칸 항공은 댈러스-포트워스(Dallas/Fort Worth) 공항, 유나이티드 항공은 시카고 오헤어(Chicago O’Hare) 공항을 허브 공항으로 사용하는데요. 경유 항공편을 통해 여러 승객을 허브 공항으로 모으고, 거기서 다시 다양한 목적지로 연결시킴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죠.

G: 같은 이유로 미국 내 이동을 담당하는 항공편 역시 직항보다 경유가 저렴하군요. 직항 항공편은 허브 공항을 거치지 않고 바로 목적지로 가는 편리함을 제공하니, 더 높은 요금이 부과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고요.

3) 가격 차별 (price discrimination)

K: 맞습니다. 한편, 경유 항공편이 직항 항공편보다 저렴한 이유를 ‘가격 차별’ 관점에서도 설명할 수 있는데요. 보통 기업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동일 제품이나 서비스에 가격을 다르게 설정하곤 합니다. 얼마나 비용을 지불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에 따라 고객군을 구분하죠.

항공편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출장 목적으로 항공기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시간에 민감해요. 출장 비용은 보통 회사에서 지원을 받기 때문에 시간을 아끼기 위해 더 비싼 직항 항공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요.

반면 상대적으로 시간에 여유가 있거나 비용을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들은 시간이 더 걸리고 불편하더라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 경유 항공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이렇게 서로 다른 성격을 갖는 고객들에게 다른 가격을 책정한 항공편을 판매하고자 합니다. 직항 항공편과 경유 항공편에 서로 다른 가격을 책정하고,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수익을 늘리려 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가 항공사들은 더 싼 비용을 선호하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경유 항공편을 낮은 가격에 제공합니다. 학생이나 예산이 한정되어 있는 여행객들을 주된 타겟으로 삼는 것이죠. 저가 항공사 입장에서는 고가의 직항 항공권 대비 저렴한 경유 항공권을 다양한 조건으로 판매하는 전략이 항공 시장 내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라 판단한 것이죠.

G: 그렇겠네요. 비용에 민감한 고객들을 데려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니까요.

K: 이러한 가격 차별 원리를 항공편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예전에 살펴본 학생 할인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학생들은 직장인 대비 구매력이 떨어지는 고객이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아예 학생과 직장인 두 그룹으로 소비자를 구분해 서로 다른 가격을 매기는 것이죠.

우리가 많이 이용하는 유튜브도 가격 차별 원리를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는 광고가 없는 유료 서비스와 중간에 광고가 포함되는 무료 서비스를 나누어 제공하고 있는데요. 비용을 내더라도 끊김 없이 시청하고자 하는 고객과 중간 광고가 좀 불편하더라도 비용을 아끼는 것이 더 중요한 고객을 아예 구분하고, 각각의 고객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죠. 광고 없이 시청할 수 있는 상품에 비해, 중간 광고가 나오는 상품 가격이 더 저렴합니다. 시간이나 편의성을 중요시하는 고객에게는 프리미엄 버전을, 비용을 중시하는 고객에게는 보다 경제적인 버전을 제공하는 가격 차별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죠.

오늘은 경유 항공편이 직항 항공편을 비교해 보면서 항공사들이 어떻게 가격을 책정하고, 왜 일부 노선이 상대적으로 저렴한지에 대해 1) 수요와 공급의 원리, 2) 고정비용과 가변비용, 3) 가격 차별 - 세 가지 경제 이론으로 살펴보았는데요. 앞으로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이 개념을 떠올리면서 항공권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이제현

김경곤 에디터 이미지
김경곤

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이며, 거시경제와 국제금융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돈, 경제, 세상의 흐름에 대한 책 ≪경제의 질문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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