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

시장은 정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일까?

by 김경곤

교수 K (이하 K): 에디터 님, 혹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에디터 G (이하 G): 네, 교수님! 예전에 경제 수업에서 들어봤어요. 신문, 기사 등 다양한 곳에서도 활용되고요.

K: 그렇죠. 많은 분들에게 익숙한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대표작인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 처음 등장한 용어예요.

그는 각 개인이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하는 행동들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린 것처럼 결과적으로는 사회 전체 자원의 효율적 배분으로 이어진다고 보았는데요. 오늘은 정말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움직이는지를 살펴보도록 할게요.

보이지 않는 손의 핵심 도구는 바로 ‘가격’

K: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도구가 하나 필요한데요. 무엇일까요?

G: 음… 시장이 자율적으로 돌아가게 하려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얼마인지 정해져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K: 잘 파악하셨어요. 바로 ‘가격’이 필요합니다. 이전에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비싼 가격도 영원할까” 아티클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됩니다.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신호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죠.

예를 들어, 소비자들은 가격이 낮아지면 더 많은 제품을 구매하려고 하지만,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를 줄이게 됩니다. 반면 생산자들은 가격이 높아지면 더 많은 이윤을 기대하며 생산을 늘리고, 가격이 낮아지면 생산을 줄입니다.

G: 서로 반대로 움직이네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세일 행사에 많이 몰릴 수밖에 없는 거고요.

K: 그렇죠. 이와 같은 가격 메커니즘은 시장에서 초과 공급이나 초과 수요를 완화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가격이 균형 지점으로 수렴하도록 만들게 됩니다.

가격 메커니즘에 따르면, 희소한 자원일수록 가격이 올라가고 흔한 자원은 가격이 자연스럽게 내려가게 되는데요.

팬데믹 초기를 떠올려볼까요? 초기에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면서,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인해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적이 있었어요. 이러한 가격 상승은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여 생산량을 늘리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했고, 마스크 생산과 공급 확대로 이어졌습니다. 가격은 원래대로 돌아오게 되었죠.

G: 똑똑히 기억나요. 흔한 소비재였던 마스크가 구하기 어려워지고, 그로 인해 가격이 몇 배는 뛰었어서 정말 혼란스러웠거든요.

K: 그쵸, 많은 분들이 처음 겪는 현상이라 놀라셨을 거예요. 이렇게 외부의 별다른 개입 없이 시장 스스로 가격을 조정하고, 이를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결과적으로 사회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것이 보이지 않는 손 이론의 핵심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 실패와 정부의 개입

G: 교수님, 그럼 보이지 않는 손은 늘 시장에서 완벽하게 작동하나요?

K: 좋은 질문이에요. 항상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내면서 유독 물질을 공기 중으로 몰래 배출했다고 가정해보죠. 이때 공장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오염 물질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될 겁니다. 이 상황을 그냥 시장에 맡겨둘 경우, 오염 물질로 인해 발생하는 부가적인 피해에 대해 공장은 아무런 비용도 지불하지 않을 거예요.

이처럼 한 사람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상황을 외부효과(externality)라고 부르는데요. 환경오염으로 인한 부정적인 외부효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장 실패(market failure)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G: 아무래도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테니, 제동을 걸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힐 수 있겠네요. 다른 사례도 있을까요?

K: 시장 실패의 또 다른 예시로 시장지배력(market power)으로 인한 가격의 자동 조절 기능 상실을 들 수 있습니다. 스탠더드 오일(Standard Oil) 회사의 실제 사례를 살펴볼게요.

스탠더드 오일은 1870년에 존 D. 록펠러(John D. Rockefeller)가 설립한 회사인데요. 19세기 말에 스탠더드 오일은 미국 석유 시장의 약 90%를 장악하며 독점적인 지위를 구축했습니다. 이를 위해 경쟁사들의 계약을 방해하거나, 가격 덤핑 전략을 사용하여 소규모 석유 회사들을 하나씩 퇴출시켜 버렸고요.

이렇게 시장을 지배하며 더 이상 경쟁을 할 필요가 없게 되자, 스탠더드 오일은 가격을 인위적으로 인상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연료비를 부담해야 했죠.

이와 같이 시장이 소수의 기업에 의해 지배되면 가격은 더 이상 자유롭게 조정되지 않고, 자원의 배분도 왜곡됩니다.

G: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재화에 대해 서로 다른 가격을 가진 여러 개의 제품이 있어야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아무 비교도 없이 하나의 기업이 제공하는 재화만 하나의 가격에 구입해야 하니… 시장 독점이 위험한 이유겠네요.

K: 그렇습니다. 지난 시간에 “부자는 반드시 사회에 환원해야 할까?” 아티클에서 살펴본 것처럼, 국방 서비스와 같은 공공재는 누군가 소비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동일한 재화를 소비하는 데에 제한이 없습니다.

또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사람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죠. 이렇게 공공재는 경합성과 배제성이 낮기 때문에, 시장에 맡겨두면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외부효과, 시장지배력, 공공재의 공급 제한 등과 같은 상황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돼요. 결국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게 됩니다.

G: 정부가 개입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나나요?

K: 대표적으로 ‘세금’이 있겠죠. 정부는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기업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고, 오염 물질을 상대적으로 덜 배출하는 재생 에너지를 사용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 등을 통해 외부효과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부는 ‘공정거래법’ 등을 통해 기업의 독과점을 규제하여 시장에서 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스탠더드 오일의 경우 ‘셔먼법(Sherman Act)’이라 불리는 반독점법에 따라 34개의 기업으로 분할하라는 판결을 미국 연방대법원이 내리게 됩니다.

최근 구글이 인터넷 검색시장에서 독점적인 시장지배력을 남용하여 경쟁을 저해했다는 이유로 미국 법무부가 구글에 대한 기업 분할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생각들

G: 앞서 설명주신 상황 외에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 있을까요?

K: 경제가 대규모의 침체기에 빠졌을 때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1920년대 후반에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이 발생했을 당시만 해도, 경제학자들은 가격 메커니즘을 신봉했습니다.

대규모 경제 침체가 일어나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소비도 줄겠죠. 물건이 팔리지 않아 재고가 계속 쌓이게 되면 가격은 점점 떨어지게 되고요. 이렇게 가격이 계속 떨어지게 되면 어느 시점에는 다시 수요가 증가하게 될 것이고, 경제는 결국 스스로 제 자리를 찾아가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논리였어요.

G: 실제로는 어떠했나요?

K: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어요. 미국의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치솟아 25%까지 오르고, 국민 소득은 반 토막이 났거든요. 보이지 않는 손은 침묵을 지키게 됩니다.

이때 경제학계에 한 줄기 빛이 내려오는데요. 바로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 입니다.

케인스는 불황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요. 시장의 수요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정부가 직접 나서서 돈을 지출하거나 세금을 삭감함으로써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요.

실제로 케인스는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정부가 지출을 늘리게 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효과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전체 경제에 영향을 주게 되는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를 근거로 미국이 대규모 공공부문 지출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어요.

G: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강조한 거군요.

K: 맞습니다. 케인스는 보이지 않는 손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시장의 자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함을 강조한 대표적인 경제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케인스의 이론에 모든 경제학자들이 동의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시카고대학교의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과도한 정부 개입은 오히려 경제적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또한 그는 “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케인스가 주장한 정부의 재정 정책보다는 통화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습니다.

G: "과도한 정부 개입이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프리드먼의 주장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K: 물론입니다. 프리드먼은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메커니즘을 신뢰했어요.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왜곡될 것을 걱정했습니다. 정부가 대규모 재정 정책으로 소비를 촉진하려 할 때, 자금이 오히려 비효율적인 부문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어요. 이 과정에서 개인의 선택과 자유가 침해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 거죠.

당시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해 물가는 상승하고 경제는 침체되었는데, 프리드먼은 이를 방지하려면 통화 정책이 더 적합하다고 봤습니다.

G: 그렇군요. 그래서 그는 정부가 직접 돈을 쓰는 방향보다, 통화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흐름을 ‘간접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주장했군요.

K: 맞습니다. 케인스의 이론을 따르는 경제학자들과 프리드먼의 이론을 따르는 경제학자들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설전을 이어갔는데요.

프리드먼은 만약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방치한 채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에만 정책 목표를 둔다면, 결국에는 물가 상승만을 초래하고 기존의 일자리를 파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주장은 특히 1970년대에 발생한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합쳐진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 주목받았어요. 프리드먼의 주장이 사실로 증명되었거든요. 이때부터 이른바 ‘통화주의’가 힘을 얻게 됩니다.

한편, 굳이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시장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도 등장했는데요. 바로 로널드 코즈(Ronald Coase)가 제시한 ‘코즈의 정리(Coase Theorem)’입니다.

코즈에 따르면 “외부효과와 같은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소유권이 명확히 정의되어 있고, 정보의 수집과 협상에 들어가는 비용 등과 같은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이 낮다면, 시장 참여자 간의 협상을 통해 자원이 얼마든지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G: 코즈는 프리드먼과 다른 의견이었군요. 시장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누구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명확하고 사람들이 서로 대화하거나 합의하는 데에 드는 비용이 크지 않다면,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일까요?

K: 맞습니다. 이는 정부의 개입 없이도 가격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나눌 수 있다는 뜻이죠.

예를 들어, 공장이 오염 물질을 배출해서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었을 때, 피해 주민과 공장 소유자가 협상을 통해 오염 물질을 줄이도록 서로 합의한다면, 굳이 정부가 중간에 개입하지 않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오늘은 “시장은 정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가?”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보이지 않는 손은 가격 메커니즘을 통해 시장이 자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현실 경제에서는 외부효과, 독과점, 공공재 공급 제한 등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장이 스스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고요.

다만, 시장이 항상 완벽하지 않은 것처럼 정부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시장과 정부는 대립하는 관계이기 보다는 서로의 불완전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관계에 가깝습니다.

앞으로 경제 뉴스를 보실 때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과 정부의 ‘보이는 손’이 어떻게 서로 협력하는지를 유심히 관찰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참고자료

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이제현

김경곤 에디터 이미지
김경곤

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이며, 거시경제와 국제금융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돈, 경제, 세상의 흐름에 대한 책 ≪경제의 질문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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