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광고 사업을 해야 한다
ㆍby 커피팟
1. 우버의 광고 사업 확장
우버가 광고 사업을 공격적으로 늘릴 예정이에요. 광고 부문을 공식적으로 론칭하고, 인앱 광고 경험을 책임질 서비스인 ‘저니 애드(Journey Ads)’를 최근 공개했어요. 지난 8월에는 또 다른 승차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인 리프트(Lyft)가 “우버처럼 광고를 늘리겠다”라며 광고 사업을 담당할 ‘리프트 미디어’라는 조직을 새로 만들기도 했는데요. 모빌리티 회사들, 나아가 이런 플랫폼들이 광고 사업을 확대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버가 광고주들 끌어모은 비결
앞으로 사용자는 우버 또는 우버이츠를 이용하기 위해 앱을 여는 순간부터 서비스가 종료될 때까지 한 번 이상은 광고를 만나게 될 예정이에요. 광고는 사용자의 위치 등 데이터를 이용해 맞춤형으로 추천되고요. 독특한 점은 한 여정에는 하나의 브랜드만이 광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즉,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우버를 호출했다면 실제 이동이 끝날 때까지 한 브랜드만의 광고를 반복적으로 보게 되는 거예요.
저니 애드는 이미 하이네켄 등을 포함한 40여 개의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어요. 우버는 “약 2분간 광고에 노출된 고객의 브랜드 퍼포먼스가 2~6배 높아지는 것을 발견했다”라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 100%의 확률로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했어요.
이를 위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포인트에 소비자를 만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브랜드 광고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분석도 제공할 예정이고요. 이외에도 차량 위 광고판 등 여러 형태의 광고를 통해 광고 사업을 2024년까지 10억 달러(약 1조 4380억 원) 규모로 키우고 싶어 해요. 본격적으로 광고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죠.
플랫폼은 광고 사업을 해야 한다
우버는 전 세계 대표 승차 공유 서비스이지만, 그간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어요.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의 특성상 우버가 독점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기 전에 해외 각지에서 경쟁사들이 빠르게 성장했고, 사용자들도 쉽게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죠. 많은 시장에 가장 먼저 이 모델을 들고 들어갔지만, 지배적인 점유율을 확보하지는 못했고 무리한 팽창에 따른 비용이 컸어요.
우버는 차량 호출과 배달 이외에도 수익 흐름을 만들기 위해 에어 택시, 자율주행, 마이크로 모빌리티(전동 킥보드 및 자전거) 등 (비용이 크게 드는) 미래를 본 사업들도 추진해 왔어요. 하지만 팬데믹 동안 경영난은 더욱 악화되었고, 이 사업들을 이어갈 형편이 안 됐는데요. 결국 에어 택시 사업부는 미국 스타트업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에, 자율주행차 사업 부문은 역시 미국 스타트업 오로라(Aurora)에, 전동 킥보드 공유 회사인 점프(Jump)는 경쟁사인 라임(Lime)에 매각했어요.
이후 승차 공유 서비스와 우버이츠(Uber Eats)에 집중한 결과 실적이 개선되면서 지난 2분기에 창업 이래 두 번째로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차감 전 이익) 기준 흑자를 달성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회사 사업 구조는 불안정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방법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죠.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광고 사업이에요. 우버는 일찍이 우버 이츠를 통해 광고 사업으로 큰 성과를 내고 있어요. 연간 기준으로 3억 5000만 달러(약 5,040억 원)의 매출이 예상되고 30여 개국으로 광고 사업을 확대했다고 자랑하기도 했는데요. 우버 이츠를 통해 쌓은 광고 사업 역량을 이제 우버 앱으로도 가져가 수익을 내려는 거예요.
누가 데이터를 더 모았나의 경쟁
애플이 앱 추적 투명성(ATT, App Tracking Transparency) 정책을 도입한 이후 사용자의 써드 파티(third-party) 데이터를 이용한 맞춤형 광고를 이전처럼 사용하기 어려워졌죠. 이제 광고주들은 자사의 서비스 또는 플랫폼에 사용자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기업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어요. 우버의 위치 기반 데이터나 우버이츠의 주문내역과 같은 퍼스트 파티(first-party) 데이터를 이용해 맞춤형 광고를 하겠다는 거예요.
우버뿐만 아니라 라이벌 승차 공유 플랫폼인 리프트(Lyft), 음식 주문배달 플랫폼인 도어대시(Doordash)와 고퍼프(GoPuff), 대형 리테일러인 월마트, 타겟(Target) 등도 각각 디지털 광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요. 아마존이 역시나 지배하는 시장이지만, 월마트도 2021년 광고 사업으로 21억 달러(약 3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하는 등 네트워크를 빠르게 구축하고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었죠. 올해 미국의 리테일 광고 시장은 400억 달러(약 57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새로운 기업들이 디지털 광고 사업에 많이 뛰어든 영향도 있어요.
지금은 광고 비즈니스가 지속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계속되고 있어요. 하지만 현재 심각해지는 중인 전 세계 경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따라 광고 시장의 성장세도 물론 달라질 수 있어요. 또 모두가 광고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계속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요. 결국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사랑받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더 많은 사용자와 그들의 데이터를 모은 플랫폼이 광고 사업도 유의미하게 확대할 수 있을 거예요.
2. 새로운 넷플릭스의 탄생?
광고 사업을 확장하는 건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도 마찬가지예요. 넷플릭스가 예상보다 더 빨리 움직이면서 광고 구독제가 11월 첫째 주부터 주요 시장에서 순차적으로 제공되기 시작했어요. 1시간당 4~5분의 광고가 포함된 더 저렴한 구독제(미국 6.99달러, 한국 5500원 등)의 모습은 그간 업계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뉴스였죠.
일각에서는 이번 광고 구독제 도입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요. DVD를 우편으로 배송해 주며 연체료도 없는 서비스로 시작해 블록버스터라는 강자를 무너뜨리고, 거대한 스트리밍 플랫폼을 만들어 기존 방송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대적인 변화를 불러온 넷플릭스가 이제 또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드는 단계에 진입했다면서요.
실행 속도에 다들 감탄하는데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넷플릭스도 광고 구독제를 도입할 생각이 있다”라고 밝힌 건 불과 6개월 전이었어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구독자가 (200만 명이나) 감소한 1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즉흥적으로) 밝힌 이 이야기는 내부적으로도 그 여부가 결정된 상황이 아니었죠.
준비 중인 것도 아니었고, 관련 인프라나 조직이 없는 상황이기에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새로운 광고 구독제를 론칭하려면 1년은 필요하다고 예상했는데요. 얼마 안 있어 “4분기 중에는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하더니 7개월 만에 제품을 론칭해 결국 약속을 지키게 된 것에 업계는 놀라는 분위기예요.
물론 빠른 실행력은 본래 스타트업 시절부터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에 녹아 있는 가장 큰 장점이었어요.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던 2018년에도 ‘스피드’를 강조하며 빠르게 많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을 만들고 확보하는 전략을 내세우면서 성장 모멘텀을 키웠고, 이는 2020년에 찾아온 팬데믹 이전까지 넷플릭스 성장 전략의 핵심이었죠. 지난 6개월 동안에도 광고 구독제를 기획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파트너로 선정해 협업을 시작하고, 업계의 유명 광고 영업 담당자들을 채용하면서 윤곽을 잡은 이후 라이벌인 디즈니+보다도 1달 넘게 앞서 도입하면서 넷플릭스가 여전히 빠르게 움직이면서 시장 환경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일단 나오고 있어요.
그만큼 급한 상황이라는 판단
넷플릭스가 정의한 고객의 문제는 기존 케이블 TV에 광고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어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더 저렴한, 광고가 없는 스트리밍을 제시했고 이는 넷플릭스를 지금의 빅테크 및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키우는 바탕이 됐죠.
하지만 시장을 개척하고 키우면서 절대적인 리더의 자리를 차지한 위상은 디즈니+, HBO맥스, 피콕, 파라마운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애플 티비+ 등의 서비스들이 계속 등장하고 성장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자신의 성공을 보고 따라온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은 상대로 성장하면서 넷플릭스는 가격’도’ 높은 서비스 중 하나가 됐거든요. 넷플릭스의 혁신으로 여겨졌던 콘텐츠 제작 방식마저도 모두가 차용할 수 있게 되면서 콘텐츠 경쟁력도 예전만 못하게 됐고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건 2021년 말부터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구독 해지율이 계속 뛰면서부터예요. 그동안 낮은 해지율은 넷플릭스가 탄탄한 사업을 구축했다는 근거로 내세우는 가장 중요한 데이터였어요. 하지만 얼마 전부터 신규 구독자의 두 번째 달 해지율이 (미국 기준) 20%를 넘어서면서 업계 평균에 이르렀죠.
일각에서는 넷플릭스가 자신들이 만든 큰 성공 경험에 기대느라 데이터가 나타내지 않은 흐름을 더 일찍 읽지 못했다고 분석해요. 팬데믹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언젠가부터 시장 전체가 고성장이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고, 분기별 수백만 명 혹은 연간 몇천만 명의 새로운 구독자를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사용자가 구독을 해지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됐는데요. 이를 위해 더 낮은 구독제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광고 구독제를 더 일찍,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건 변하는 시장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거라는 평가예요.
넷플릭스가 바라보는 시장
늦었음에도 넷플릭스의 광고 구독제가 경쟁자들을 다시금 압도할 제품이라는 시각도 커요. 모닝브루 마케팅 뉴스레터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론칭 시점의 광고 슬롯은 거의 완판됐다고 해요. 자동차, 식품, 의류 등 수백 업체의 광고가 준비됐고요. (참고로 담배, 화기, 정치 광고 등은 받지 않도록 정책을 세웠어요)
넷플릭스와 광고 파트너인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외부 데이터는 활용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대신 넷플릭스 서비스 내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한 광고를 제공할 예정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시청 국가나 프로그램 장르에 따라 사용자가 보는 광고가 달라질 수 있어요. 향후에는 구독자의 나이와 성별 등을 타겟팅에 활용할 거고요. 광고 시청률은 닐슨과 같은 별도 전문 기관을 통해 측정해요.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만, 일단 광고주가 몰리고 있다는 건 좋은 신호로 해석돼요. 너무 많은 기존 구독자들이 광고 구독제로 전환할까 봐 걱정하는 시각도 있지만, 해지하는 대신 광고 구독제로 갈아타는 인원도 많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죠. 물론 새로운 구독제를 통해 새로운 구독자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가 관건이지만요.
결국 넷플릭스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와요. 대표적인 스트리밍 업계 전문가인 루카스 쇼는 최근 블룸버그 칼럼을 통해, 현재 스트리밍이 TV 전체 시청 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국 기준) 35%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짚었는데요. 넷플릭스가 더 많은 사람들이 광고를 보지만 구독료도 내는 서비스로 넘어오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리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어요.
넷플릭스는 이미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콘텐츠 제공자예요. 이들이 광고 구독제를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전체 스트리밍 및 엔터테인먼트 시장도 새로운 단계를 맞이하게 됐죠. DVD 우편 배송 사업을 축소해가면서 스트리밍 서비스에 집중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큰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 때가 왔다고 보입니다.
Edit 송수아 Graphic 함영범
– 해당 콘텐츠는 10월 18일(화)과 10월 25일(화)에 발행된 커피팟의 뉴스레터에 기반해 11월 3일(수) 기준으로 재편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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