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토스를 응원하는 이유
ㆍby 임정욱
토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다
토스 피드의 ‘인사이트’ 코너는 토스팀 구성원의 인사이트는 물론 금융 및 스타트업 분야 인플루언서의 인사이트도 함께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이번 기고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Startup Alliance) 임정욱 센터장님의 ‘내가 토스를 응원하는 이유’를 공유합니다.
스타트업이 중요하다고 만방에 알리는 일을 하다 보니 강연요청을 많이 받습니다. 오래된 대기업부터 공공기관, 대학교까지 다양한 곳에서 강연을 합니다.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부터 유니콘스타트업까지 설명하면서 저는 왜 이렇게 온 세상이 스타트업으로 뜨거운지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런 다음에 실제 스타트업의 사례를 가지고 스타트업이 어떻게 매너리즘에 빠진 업계에 변화를 일으키며 성장을 하는지 알기 쉽게 설명을 합니다. 그럴 때 제가 거의 반드시 사례로 드는 회사가 비바리퍼블리카(토스)입니다. 스타트업의 탄생에서 성장 과정 그리고 창업자가 갖춰야 할 특징까지 토스가 모두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항상 “여기서 토스 앱을 쓰고 있는 분이 계신가요?“하고 묻습니다. 젊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조직일수록 토스를 많이 쓰는 편이고 연령대가 높고 보수적인 조직일수록 토스에 대해서 잘 모르는 편입니다. 특히 대학생들을 만날 때는 항상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손을 번쩍 들고 토스를 쓴다고 해서 깜짝 놀라고는 합니다.
이승건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지금부터 약 4년 전인 2014년 5월입니다. “미국에는 벤모라는 혁신적인 송금 앱이 있다“고 트윗을 했더니 누가 “한국에는 토스가 있습니다“라고 알려줬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바로 길 건너편에 사무실이 있던 이 대표를 만나게 됐습니다.
당시 이 대표는 “한국에서는 공인인증서, 액티브엑스 등 복잡한 절차 때문에 돈을 송금하기 너무 어렵다“며 “이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비바리퍼블리카는 막 프로토타입 앱을 내서 아이디어를 테스트해본 단계였습니다.
그의 아이디어는 은행이 통신요금 등 정기 자동계좌이체에 사용하는 CMS망을 활용해서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전화번호만 가지고 쉽게 돈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정 한도까지는 무료로 송금할 수 있도록 해서 더 많이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열정적인 이 대표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저는 ‘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보수적인 대형시중은행이 이 작은 스타트업과 제휴해서 송금망을 열어줄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당시 한국에는 벤처 특별법하에 모태펀드의 자금을 받은 벤처캐피탈은 금융업과 부동산업회사에는 투자를 할 수 없는 규제가 있었습니다. 송금서비스도 금융에 해당하니 한국 투자자들에게는 투자받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료로 돈을 송금해준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돈은 어디서 벌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일었습니다. 적은 돈이라도 송금수수료를 은행에 줘야 할 텐데 그 비용을 작은 스타트업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투자를 받지 않고서는 진행하기 어려운 사업인데 똑똑해 보이는 친구인데 안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러다 포기하겠지 싶을 만큼 무모해 보였습니다. 솔직히 그것이 제 첫인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약 한, 두 달 뒤 놀라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1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첫 투자로 10억 원이면 상당히 큰돈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온 알토스벤처스가 투자했습니다. 무릎을 쳤습니다. “아, 실리콘밸리 VC라면 한국의 규제를 받지 않으니 금융업 투자제한에 신경 쓰지 않고 투자할 수 있겠구나.”
알토스 김한준 대표님에게 왜 투자했는지 직접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돈을 보내는 것이 불편해서 고생하고 있잖아요. 저는 토스 이승건 대표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어요. 그리고 첫 제품을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아서 넉넉하게 10억 원을 투자했죠.”
하지만 은행이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송금서비스를 만들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데 비바리퍼블리카에게는 또 운이 따랐습니다. 2014년 가을부터 한국에 핀테크 바람이 불어닥친 것입니다. 정부부터 나서서 핀테크 보급에 나섰습니다. 마침 2015년 1월 청와대에서 금융위의 업무보고 회의가 있었는데 저와 이승건 대표가 업계 대표로 같이 참석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핀테크 스타트업이 성장하는데 은행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이 대표의 발언이 있었고 당시 기업은행 행장의 화답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다음 달부터 첫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토스에 대형시중은행으로는 기업은행이 유일하게 들어가 토스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그다음부터 비바리퍼블리카는 스타트업의 교과서에 나올 법한 성장을 보여줍니다. 스타트업은 목표했던 성과(마일스톤)을 보여주면서 자신을 증명합니다. 그리고 그 성장단계에 맞는 투자를 정기적으로 받습니다. 10억 원의 초기투자금을 받은 지 거의 1년만인 2015년 7월에 비바리퍼블리카는 KTB네트워크, 알토스벤처스, IBK기업은행 등에서 50억 원의 시리즈 A 단계 투자를 받습니다. 토스가 제대로 작동하는 서비스인 것을 보여준 만큼 이제 제대로 성장하기 위한 자금이었죠.
일 년 뒤인 2016년 8월에 256억 원의 시리즈 B 투자를 받습니다. 토스가 이제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좋은 인력을 확보하고 마케팅, 인프라 등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이었습니다. 2017년 3월에는 미국의 온라인송금 1위 회사인 페이팔까지 들어와 550억원의 거액 시리즈 C 투자를 받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투자를 토스가 유치했다는 좋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세계적인 투자사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세콰이어 차이나로부터 440여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각각 한국 스타트업 첫 투자, 한국 첫 투자 사례로 더욱 의미 있는 투자 유치가 아닐까 합니다.
처음에 단순히 송금서비스로 생각했던 토스는 이제는 제가 상상했던 이상의 서비스가 됐습니다.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금융 포털이 된 것이죠. 토스는 이제 송금뿐만이 아니라 제 모든 은행 계좌, 신용카드 등을 토스에 연동해 두고 수시로 확인하는 편리한 앱이 됐습니다. 제 신용도도 가끔 조회해보고 목돈을 펀드 등에 넣기도 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정부의 은행라이센스를 받고 수천억 원의 자본금을 모아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있습니다. 이들과 달리 비바리퍼블리카는 자신의 가설을 한 단계 한 단계 증명해 가며 투자금을 모으고 그에 맞게 성장해 이제는 800만 명이 이용하는 한국의 대표 핀테크 회사가 됐습니다.
토스의 수익모델에 대해서 걱정했던 것도 기우였습니다. 지난해 토스는 수수료를 통해 205억 원의 매출을 냈습니다. 물론 아직 큰 적자를 내고 있지만, 세계적인 스타트업들이 그렇듯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추가하면서 가치를 만들어내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저는 성공한 스타트업의 공통점을 설명할 때 토스 사례를 들어 이렇게 말합니다.
1. 사물을 보는 남다른 문제 인식에서 출발한다
많은 한국인이 돈을 보내는 데 불편함을 겪으면서도 “한국에서는 원래 그러려니” 했습니다. 문제의식을 느끼고 고쳐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창업가는 이런 문제를 남다르게 인식하고 해결에 나섭니다.
2. 많은 경우 자기 자신이 느낀 불편함에서 출발한다
본인이나 본인주위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인식하고 해결방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3. 창업자가 치열한 열정, 분석력, 실행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창업자는 열정뿐만 아니라 시장을 이해하고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울 줄 아는 분석력, 그리고 아이디어에서 끝나지 않는 실행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승건 대표는 금융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CMS망을 통해서 쉽게 송금을 하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말 뿐이 아니고 프로토타입 제품을 만들어서 자신의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4.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을 가지고 있다
스타트업이 원래 처음 계획대로 성장하는 일은 드뭅니다. 생각대로 되지 않아 중도에 포기하게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좌절하지 않는 창업자의 용수철 같은 회복력, 생존력이 없이는 성공까지 도달하지 못합니다.
5. 규제의 틀이라는 박스속에 갇히지 않은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안 되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모든 것을 기존 법규, 관례 등에 적용해서 생각하면 도대체 될 일이 없습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어차피 한국의 VC는 금융업에 투자를 못 하는 규제가 있어서 투자를 받을 수 없다“고 일찌감치 포기해버렸으면 오늘의 토스가 안 나왔을지 모릅니다. 규제에 적용받지 않는 실리콘밸리 VC를 공략한 것이 성공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6. 담대한 아이디어를 믿고 투자해준 초기 투자자의 존재
아무리 뛰어난 제품 아이디어가 있어도 적절한 자금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남들이 다 안 될 것이라고 하는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를 알아보고 밀어주는 눈 밝은 투자자가 없으면 큰 기업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우버, 에어비앤비 등 세상을 바꾼 기업의 뒤에는 일찍이 남들이 다 안 된다고 할 때 그 가능성을 보고 밀어준 투자자의 존재가 있습니다.
저는 토스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 쑥쑥 성장하길 바랍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는 문제를 풀기 위해 나선 열정적인 창업가를, 눈 밝은 투자자가 밀어주고, 정부와 대기업이 도와줘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핀테크 혁신기업이 나왔다”는 멋진 스타트업 스토리로 완결되기를 희망합니다.
조선일보, 다음, 라이코스 등 미디어와 IT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습니다. 현재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으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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