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혁신적으로 정직한가

by 이영균

Editor’s Note

여러분은 자신의 욕망에 얼마나 솔직한가요? <밀레니얼이 부동산을 만났을 때> 2화는 밀레니얼인 저자가 스스로의 욕망을 인정하고 솔직해졌을 때 나오는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돈과 부동산에 관한 욕망을 측정하기 위해 나 자신을 실험도구로 사용했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내 뇌는 거짓으로 꽉 차 있다. 나쁜 뜻이 있어 하는 말은 아니지만 당신 뇌도 마찬가지다. 이에 매시간, 매초 거짓말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 뇌가 보스턴 다이내믹스 같은 첨단기업에서 조립해 오지 않은 데 있다. 우리 뇌는 수만 년간 진화를 거치며 축적된 엉터리 집합체다.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았고 그 결과 마음에 없는 결정을 내려왔다. 한 학자가 말했듯 우리 몸은 21세기에, 우리 뇌는 원시시대에 산다. 당연히 내 뇌도 원시시대에서 왔다. 특히 부동산 뉴스레터를 만들어온 지난 1년간 내 뇌가 벌인 일은 원시적 거짓말의 황금기라 할 만했다.

나는 박봉으로 비싼 월세 오피스텔을 계약한 친구에게 부럽다고 조아렸다. 할머니에게 강남 아파트를 증여받은 친구 앞에선 내야 할 증여세가 많다며 부럽지 않은 척했다. 거짓말이었다. 거짓말은 때론 세상을 둥글둥글하게 한다. 내 심신을 위로한다. 거짓말이 없다면 친구 사이는 깨진다. 가정은 파탄 나고 직장에서 해고된다. 특히 국회는 전복된다.

어젯밤 나는 내 뇌를 보수하기로 마음먹었다. 현대에 걸맞게 말이다. 내 뇌 속 모든 거짓말과 편견, 케케묵은 가치관을 갈아엎고 진실만 말하는 실험을 하리라. 이름도 정했다. ‘혁신적인 정직 실험’. 이걸 하는 이유? 이 칼럼을 쓰기 위해서다. 겨우 연재 2회차 만에 소재가 떨어진 탓이다.

나는 실험을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심리치료사로 일하는 친척 형에게 실험을 잘하는 요령에 관해 물었다. 형은 “뇌와 손가락 사이에 있는 필터를 없애”라고 짧게 대답했다. 뭔가 떠오르면 곧장 쓰라는 거였다. 좋아, 당장 해보자. 그러니 여기서부터 내가 쓰는 글을 읽고 분개하지 마시길. 누구를 무작정 험담하려는 의도도 없으니 오해하지 마시길. 그럼 시작.


나는 한 번도 칼럼에서 부동산정책 얘길 하지 않았다. 정치 싸움으로 비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못 참겠다. 한 마디 해야겠다. 현 정부 부동산정책은 대실패다. ‘실패’ 앞에 큰 대(大)자를 200개쯤 넣어야 할 정도다. 이는 오직 내 주장도 아니다. 최근 한 조사에서 청년 10명 중 8명이 현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옥상에서 돈 뿌리듯 규제를 쏟았지만 집값에 이어 전셋값까지 치솟으며 불신이 커진 탓이다.

지난 4년간 정부에게 빌런은 다주택자였다. 정부는 이들을 ‘적폐’라고 불렀다. 그래서 이들을 못살게 굴었다. 일단 세금을 왕창 올렸다. 적폐들이 집을 팔 때, 살 때, 보유할 때 모두 세금을 팡팡 때렸다. 하지만 보유세보다 양도세를 무겁게 하다 보니 적폐들은 집을 팔지 않았다. 자식에게 증여하는 이도 늘었다. 매물은 오히려 더 잠겼고 집값은 더 올랐다. 정치적 셈법으로 정책을 펼친 결과였다.

하나 더. 정부는 정말로 중요한 걸 몰랐다. 한국 사회에서 어떤 직업을 갖겠다는 욕망 중 하나는 부동산을 갖겠다는 욕망과 겹친다는 사실 말이다. 부동산을 어떻게든 손에 넣은 이들은 자연스레 주택 수를 늘리려 한다. 그게 돈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만 이걸 몰랐다. 한국인에게 부동산은 결코 단순한 집 한 채가 아니다. 우리는 이를 경험으로 안다. 잘 모르겠다고? 그럼 이 시대 생애 주기를 떠올려보자.

1990년대 신도시 개발로 아파트 건설 팡파르가 울린다. 신혼부부였던 부모 세대는 청약해 집 한 채를 마련한다. 20~30년쯤 세월이 흘러 중·장년에 이른 부모는 고민한다. 안 먹고 안 입고 안 사고 안 타며 마련한 집 한 채는 평생 프라이드였지만, 정작 자식들은 아무리 돈을 모아도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부모가 마련한 집 한 채에 기대 자식이 살아야 하는 세상. 오버한다고? 이제 증여와 노후 보장은 부모와 자식 간 완벽한 ‘거래’ 대상이 됐다.

나는 부모랑 밀당 같은 건 못 해 먹겠다고 하는 이들은 불법을 저지른다. ‘LH 사태’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결코 복부인 같은 기름진 얼굴을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밝은 표정으로 머리를 숙이며 주거 복지를 실현하던 평범한 공무원들이었다. 2021년 10월 현재, 또 다른 부동산 문제로 시끄럽다. 정치인과 법조인 등 어디서 얼마나 더 튀어나올지 모른다.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파면 팔수록 황금 광산일 듯싶다. 하나 보장하는데, 이번에 나올 투기 수법은 우리 상상을 뛰어넘을 거다.

이들에 비하면 적폐로 몰리는 현금 부자들이 하는 ‘줍줍’은 귀여운 수준이다. 심지어 범죄도 아니다. 세금도 잘 낸다. 우리는 때로 망각한다. 정부가 뉴스를 통해 내놓는 말에 잘 속는다. 갭투자가 범죄라는 주장에 현혹된다. 다주택자가 적폐라는 주장에도 잘 넘어간다. 우리는 ‘서울에서 10가구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 965명’이라는 제목에는 분노한다. 하지만 ‘정관계 인사가 연루된 수천억 원 부동산 비리’라는 제목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나 역시 욕망 가득한 한 인간으로서 부동산 비리를 아예 이해 못하진 않는다. 인간은 원래 그런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원동력 중 하나는 탐욕이다. 우리는 큰돈을 벌 기회가 눈에 어른거리면 분별을 잃는다.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고 우주까지 날아간다. 그 과정에서 도덕이나 법은 내팽개친다. 아닌 척해도 더 먹고 더 벌고 더 누리고 싶어 하는 존재다.


여기까지 쓰고 나는 심리치료사로 일하는 친척 형에게 급하게 다시 전화했다. 형에게 혁신적인 정직 실험에 대한 내 시도가 생각보다 소극적이라고 토로했다. 뇌와 손가락 사이에 있는 필터를 제거할 수 없다고 했다. 몸과 마음이 혼연일체 되지 않아 100% 진실이 나오지 않는다고 괴로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번에 형은 바쁘다며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뚱딴지같은 소리 말고 내가 전에 말한 청약이나 넣어.”

나는 이 글을 경기도 어딘가에 들어서는 공공 분양 아파트 청약을 넣으며 쓰고 있다. 추첨제 적용으로 수도권 거주자와 가점 낮은 이도 청약이 가능한 아파트다. 친척 형은 “당첨되면 로또보다 더 번다”라고 설명했다. 어느 때보다 마우스를 바삐 움직이고 있는 내 몸과 마음은 어느새 혼연일체를 이뤘다. 뇌와 손가락 사이에 존재한 필터도 드디어 사라졌다. 접속자가 몰려 자꾸 다운되는 청약 홈페이지 창에서 20여 분째 ‘광클’을 시도하는 나는 이미 집을 가지고 있다.

내가 광클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돈을 벌고 싶어서다. 현 정부는 돈을 벌고 싶어 하는 평범한 인간 욕망을 적폐라고 부른다. 하지만 욕망은 통제 대상이 아닌, 인간 본질 그 자체다. 욕망을 이해하지 못하면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 경제도 이해할 수 없다. 이에 내년에 새롭게 들어서는 정부는 인간 욕망이 한데 뒤엉켜 가장 뜨겁게 부딪히는 곳이 부동산시장임을 이해하는 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

혁신적인 정직 실험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한다. 이 실험에 대한 내 시도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솔직히 순도 100% 진실을 내놓진 못했다. 그래도 83%는 솔직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그간 자신이 비교적 솔직하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깜짝 놀랄 정도로 솔직하지 못했다. 한국 사회에서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며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이 글을 3시간째 퇴고하며 다시 깨달았다. 만일 내가 모든 상황에서 필터를 제거했다면 토스피드에 이 글을 싣지도 못했을 거다. 물론 당신도 이 글을 읽지 못했을 테고.

Edit 송수아 Graphic 이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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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균

    프리랜서 피처 에디터이자 뉴스레터 부딩 대표. Noblesse, artnow, GEEK 등을 거쳐 현재 부딩에서 밀레니얼을 위한 부동산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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