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후원을 지속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면?

사람들이 후원을 지속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면?

by My Money Story

비영리 스타트업 뉴웨이즈는 만 39세 이하 젊치인(젊은 정치인)의 도전과 성장을 돕는 ‘정당 밖의 인재팀’이다. 뉴웨이즈 박혜민 대표는 소셜 벤처 ‘위즈돔’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임팩트 액셀러레이터 소풍벤처스, 신규 항공사 에어프레미아 등을 거쳐 뉴웨이즈를 창업했다.


창업하기 전에는 계속 직장생활을 하셨어요.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그냥 기질이에요. “혬*은 대표해야겠다”라는 얘기를 모든 조직에서 들었어요. 심사역 겸 액셀러레이터*로 일했던 소풍벤처스도 사실 창업을 전제로 한 입사였고요. *박혜민 대표의 닉네임 *초기 창업자를 선발하고 투자하는 등 교육해 주는 전문가

왜 다들 그런 얘기를 했을까요?

자꾸 시스템을 바꾸려고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속한 공간의 사람들을 너무 좋아해서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종종 불행이 찾아오는 건 시스템 때문이라고 봤어요.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의 관성에 따라가기보다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고요.

힘과 권력을 얻어 시스템을 바꾼 뒤 사람들을 따르게 하는 방식도 있겠지만, 저는 사람들을 모아 자연스럽게 시스템의 관성을 바꾸는 방식에 더 마음이 가더라고요. 이전 회사들에서도 사람들에게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하고 제안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게 저의 즐거움이자 행복이고 보람이었죠.

결국 창업은 언제 하느냐의 문제였지, 할지 말지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혜민 님이 창업한 뉴웨이즈는 ‘젊치인(젊은 정치인)의 도전과 성장을 돕는 에이전시’를 표방하고 있어요. 많은 산업 중에 정치 산업에 뛰어든 이유가 있을까요?

0의 상태에서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전략을 세워서 실행하고 검증하는 것들을 잘하고 좋아해요.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할 때 스스로를 ‘솔루션 디벨로퍼’라고 불렀는데요. 비즈니스 디벨로퍼는 상업적인 기회를 찾아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게 만들고 새로운 기회가 수익으로 이어지게 한다면, 솔루션 디벨로퍼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찾고 그걸 솔루션으로 만들어서 유효한 지표와 결과로 만들겠다는 의미였어요.

그런데 당시에 정치 뉴스를 볼 일이 많았어요. 바쁘면 보지도 않았을 텐데…(웃음). 어떤 SNS에 들어가도 정치 얘기니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의사결정권자가 어떤 방식으로 선택되길래 정치는 매번 나를 대변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지?’라는 질문이 생기게 된 거예요. 그 문제를 제가 잘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데이터도 찾아보고, 가설도 세워보고, 질문을 연결하다 보니 깨달았어요.

제가 다양한 개인의 영향력을 연결해서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고 기존의 관성을 바꾸는 일이 즐거운 사람이잖아요. 정치가 이 방식을 적용하기에 너무 적절한 산업인 거예요. 정치는 1인 1표니까 영향력이 돈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지 않거든요.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방식으로 임팩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볼 수 있겠다 싶었던 거죠. “한번 해보고 안 되면 말지!”라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제 3명의 직원과 함께 일하고 계시네요.

이제 저까지 하면 벌써 4명이에요. 큰일 났어요. 그때는 실험의 마음이었다면 요즘은 사명이 생겼어요.

액셀러레이터로 일하면서 수익 모델을 끝내 만들지 못한 기업들도 보셨을 것 같은데요. 두려운 마음은 없었나요?

오히려 2가지 마음이 들었는데요. 하나는 사회 문제를 푸는 사람의 해사한 얼굴이 있어요. 모두가 안 될 거라고 해도 그 문제를 나는 해결해 볼 거라는 얼굴을 보면 사람의 마음이 떨리는 게 있더라고요. 저런 얼굴을 가질 수 있다면 나도 몰입해서 일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다만 봐온 게 있기 때문에 그냥 하는 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스타트업에는 린(lean)하게 실행하고 검증한 뒤에 다음 방향을 결정하는 문화가 있긴 하지만, 저는 안 될 걸 하는 건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될 만한 전략을 먼저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저희 회사도 밖에서 보면 에너지가 높고 달려 나가는 것 같지만, 어떤 결정을 하기까지 되게 신중하거든요.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한 충분한 정보를 모으는 데 시간을 많이 써요.

실험해 볼 가설을 세우면 저희보다 정보량과 경험이 많은 분들에게 찾아가요. 그리고 이 실험이 망할 것 같은 이유를 얘기해달라고 하면 정말 보석 같은 이야기들을 해주실 때가 있거든요. 그럼 더 될만한 전략으로 바꿔서 실행하죠. 

모든 걸 다 예상할 수 없지만 비즈니스에서 논리적으로 가능한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작게 실험해 보거나 조언을 구하면서 가장 될만한 방향으로 시작해요. 이미 시작해 버리고 난 뒤에는 되돌리는 에너지가 더 크니까요. 물론 논리가 중요하지 않은 믿음의 영역이 있어야만 사업을 시작할 수 있기도 하고요. 이런 부분을 액셀러레이터로 일하면서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그렇게 세운 뉴웨이즈의 첫 번째 전략은 무엇이었을까요?

뉴웨이즈는 “개인의 영향력을 연결해 젊은 정치인을 키울 수 있다”라고 믿어요. 누군가는 개인의 영향력을 연결해서 시스템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건 저희가 가진 무논리의 믿음의 영역이에요. 이 미션을 성공하기 위해 고객 여정도 살펴보고 가설도 세우다 보니 유권자 그룹이 모이지 않으면 어떠한 가설도 실험해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먼저 우리의 아이디어에 사람들이 얼마나 붙는지 모아보기로 했어요. ‘캐스팅 매니저’라는 유권자 그룹을 모은다는 리드 페이지를 오픈하고 전환율 등을 살펴봤죠. 이후에는 각각의 캐스팅 매니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지, 어떤 부분에서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을 어렵게 느끼는지 인터뷰하면서 전략을 세웠고요.

동시에 후원을 받기 위한 준비도 시작했는데요. 수익 모델이 작동하려면 고객이 돈을 낼 정도로 엄청난 페인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치는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지만 돈을 지불해서라도 해결하고 싶은 구체적인 페인 포인트를 좁히기가 어려워요. 그럼 무언가를 사라고 하는 대신, 우리가 믿는 시스템의 가치를 설득하고 그걸 동의하는 사람들에게 이 시스템을 구축할 비용을 지불해 달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치를 수익화하는 게 저희가 생각해 낸 가장 뾰족한 방법이었죠.

제공=뉴웨이즈

뉴웨이즈 후원자 분들을 ‘빌더’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어요. 빌더 심볼도 만들고, 인스타그램 계정(@newways.builders)도 따로 있죠. 후원자들을 커뮤니티로 만드는 것이 후원을 지속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요.

첫 후원 캠페인에서 월 후원액 500만 원을 달성했어요. 그런데 한 번의 캠페인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지속 가능성을 위해 어떻게 하면 새로운 사람들이 더 많이 뉴웨이즈를 후원하게 만들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후원을 오래 지속할지 고민을 계속했어요. 그리고 뉴웨이즈가 후원자를 모셔 오는 것보다 뉴웨이즈를 이미 후원하고 있는 사람의 추천으로 후원을 시작했을 때 지속 기간이 더 길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실제로 빌더 분들을 살펴보면 면면이 너무 멋진 분들이 많거든요. 우리가 단순히 뉴웨이즈를 후원해달라고 하는 것보다, 우리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을 보고도 후원해 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빌더를 커뮤니티로 만들면서 정체성이 부여된 것뿐만 아니라 관계성도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빌더 분들은 굿즈로 서로를 알아보시거든요.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서로 알아보는 것, 그리고 만났을 때 나도 빌더라고 자랑하고 싶은 경험을 만드는 게 뉴웨이즈가 성장하는 데도 큰 동력이 돼요.

제공=뉴웨이즈

후원 이외의 수익 모델도 있을까요?

2가지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요. 첫 번째는 정치인을 위한 정치 학습 플랫폼 ‘뉴웨이즈 메이트’인데요. 지금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나중에는 정당이나 정치 학습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관들과 협업해 수익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두 번째는 2030 유권자를 만나볼 수 있는, 카톡으로 받아보는 정치인 소식 서비스 ‘뉴웨이즈 피드’예요. 지금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이나 블로그는 사실 유권자향 커뮤니케이션은 아니거든요. 저희가 유권자향의 언어로 설득하는 걸 도와드릴 수도 있고, 데이터 기반으로 지역구의 지지 기반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겠죠. 지금은 수익화보다는 더 많은 분들이 이 서비스를 쓰게 하도록 고민하고 실험하는 단계지만, 나중에는 서비스 이용료를 받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공=뉴웨이즈

비영리 기업의 수익 모델은 해결하려는 문제의 본질과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명확하게 미션에서 수익화를 시작하려고 해요. 지원 사업을 받거나 프로젝트를 따와야 수익이 나는 상황이라면 진짜 해결하고 싶은 본질의 문제를 실험할 수 있는 시간과 자원이 부족해지는 거니까요. 처음부터 해결하고 싶은 문제에 지원 사업을 붙이는 방식을 생각해 왔죠.

물론 비영리 기업이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할 돈트(Don’t)들도 있어요. 요즘 비영리 기업들이 스타트업 방식으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많이 고민한다면, 저희는 “스타트업이 비영리 방식으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는 편이에요. 매주 지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수익을 고민하지만, 당장의 이익을 낼 방법이 저희의 미션을 해친다면 그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준들을 계속 설정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근본적인 질문이 하나 들었는데… 뉴웨이즈는 왜 비영리 조직을 선택했나요?

거버넌스와 의사 결정의 문제 때문이에요. 영리 기업은 법인을 세우면 주주 구성이 생기고, 돈의 자본에 따라 주식 수가 달라지고 의결권의 크기가 달라지잖아요. 주주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서 일해야 하니 “어떻게 돈 벌지?”가 중요해질 테고요.

반면 비영리, 특히 저희 같은 사단법인에는 주주가 없고 이사회보다 정회원이 더 높은 위치에 있어요. 수익 사업을 할 수는 있지만 돈을 벌어도 목적 사업에 다 환원해야 하죠. 사단법인으로 설립하면 목적 사업을 달성하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가 의사결정의 우선순위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비영리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남 좋은 일 하면 돈 못 번다’라는 이야기가 꼭 등장하는 것 같아요. 이 명제에 대한 혜민 님의 의견을 여쭤보고 싶어요.

돈을 얼마나 벌어야 잘 버는 걸까요? 저도 사기업 다닐 때보다는 뉴웨이즈 시작하면서 급여가 줄어든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저는 언제든지 창업할 거라고 생각을 해왔잖아요. 그래서 직장 다닐 때 한 달에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 사람인지 확인하는 시간을 되게 오래 가졌어요. 절대적인 고정비를 늘리지 않으려고 노력했고요. 언젠가 내가 도전하고 싶거나 창업을 시작했을 때 그 돈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을 못 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기를 바랐죠.

사람들은 언제나 연봉이 높아지길 기대해요. 당연한 욕망이라고 생각하고, 저도 언제든 돈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많아진 돈으로 “뭐 할래?”를 물어보면 잘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 돈에 대한 기준을 스스로 세우고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하지만 돈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내가 하는 일의 가치나 자부심을 느끼기 위해서는 남 좋은 일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거든요. 먼저 재원을 마련한 뒤 채용을 진행하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내 삶이 지속가능할 때, 남을 위한 마음도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비영리 조직이 사회적 임팩트를 내면서도 비즈니스적으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도 아직 만들어 가는 과정이지만…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가 분리되지 않아야 하는 것 같아요. 첫 프로젝트에서는 성장 지표와 임팩트 지표를 따로 측정했어요. 그런데 “캐스팅 매니저 수가 늘어나기만 하면(성장 지표), 젊치인이 더 나은 의사 결정권자로 성장할 수 있는가?(임팩트 지표)” 질문했을 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사단법인 전환하면서는 무조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성장 지표와 임팩트 지표를 동일하게 만들어 에너지를 집중해서 쓰자고 했어요. 펀딩을 받기 위한 설득을 할 때도 뉴웨이즈의 성장이 사회에 미치는 임팩트와 연결됐을 때 더 신뢰하면서 후원하거나 펀딩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임팩트도 커지는 구조를 찾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Edit 송수아 Photo 김예솔 조수희

My Money Story - 사회를 위해 돈 버는 사람들 시리즈는 ‘헤이그라운드’와 함께 만듭니다. 헤이그라운드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체인지메이커’들이 입주하는 커뮤니티 오피스로, 세상의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개인과 회사가 함께 모여 시너지를 내고 성장하는 커뮤니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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