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표정으로 인터뷰 중인 댄스위드비 윤성영 대표

꿀벌과 우리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by My Money Story

댄스위드비는 인간과 자연 생태계의 끊어진 관계를 연결하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커뮤니티 ‘댄비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꿀벌의 터전인 밀원지*를 지키는 토종꿀 분양 프로젝트 ‘댄비허니팟’을 제공하고 있다. * 벌이 꿀을 빨아 오는 원천이 되는 식물이 많이 있는 지역.


평생을 디자이너로 일해오다가 꿀벌과 인류의 공존을 위한 커뮤니티 댄스위드비를 운영하고 있어요. 왜 꿀벌인가요? 제가 공동창업한 프롬의 토종벌 복원 프로젝트로 시작했어요. 프롬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관계 기반의 커머스인데, 마침 서울대 푸드비즈랩을 통해 토종꿀을 브랜딩하고 유통하고 싶다는 문의가 왔거든요.

토종꿀을 브랜딩하려면, 꿀벌의 세계를 알아야겠군요. 토종꿀은 말 그대로 토종벌이 만들어요. 그런데 토종벌은 시내에서도, 시골에서도 보기 힘들어요. 대부분 깊은 숲 속에 들어가 있죠. 바람 소리, 풀 소리, 벌레 소리, 꿀벌 날아다니는 소리 등 아주 작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인적 드문 곳에요. 브랜딩 작업을 위해 꿀벌들을 공부하면서 이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리고 이 문제가 엄청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죠.

무슨 문제인가요?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꿀벌이 점차 사라지는 배경에 기후위기가 있어요. 기후 변동성이 높아지니 겨울에 먹이를 찾아 나섰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살충제 사용, 잘못된 양봉 방법* 등 다른 이유들도 있어요. 이 문제는 대량농업 방식과 연결되어 꿀벌에게 꼭 필요한 서식지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지고요. * 벌에게서 꿀을 모두 뺏고 설탕만 주는 행위는 100여 년간 지속되고 있다.

정말 어렵고 복잡한 문제군요. 너무 커다랗고 복잡한 문제라서 ‘그럼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안타까운 마음부터 들었어요. 그러던 참에 이런 문제에 답을 해주실 수 있을 만한 분들과 관심 있는 분들을 모아보자는 생각으로 댄비학교를 만들게 됐어요.

지금까지 댄비학교에서 강좌를 여신 분들을 살펴보니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 그린 디자이너 윤호섭 교수, 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 농부 시장 마르쉐 이보은 대표, 가은농원 남상대 대표 등 환경 분야에서 제법 유명하신 분들이에요. 절실한 마음을 담아 각 연사 분들께 장문의 편지를 보냈어요. 다들 와 주신다고 하셔서 너무 감사했죠. 특히 최재천 교수님은 “꿀벌을 살리는 일이 결국은 인류를 살리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도움을 주셨어요. 꿀벌의 문제는 곧 우리의 문제이니까요. 윤호섭 교수님은 제가 디자인을 공부했을 때 대학교 은사시기도 한데요. 댄비학교 덕분에 15년 만에 다시 뵙게 되었어요.

△ 연천 DMZ 지역 밀원지, 토종벌이 살고 있는 곳에서 생산자와 꿀친들이 함께 꽃을 심었던 날. (제공=댄스위드비)

꿀벌과 인간의 공존 문제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형성한 걸로 보이는군요. 댄비학교를 운영하면서 사회적 공감 능력과 감수성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우린 모두 경쟁하듯 목표를 향해 달려가며 살고 있지만, 한편으론 각자 자신들이 공감하는 가치로 서로 연결되기를 원하기도 하니까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가령 같은 사람이어도 호텔이나 백화점 갈 때랑 봉사활동 갈 때의 마음가짐이 다르잖아요. 댄비학교를 시작할 무렵, 별다른 홍보 없이도 많은 분들이 모였어요. 처음에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 커뮤니티를 2기, 3기로 이어가면서 여기 모인 분들이 적어도 이곳에서는 생태계의 가치를 이야기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걸 관찰하게 됐어요. 실제로 제로웨이스트, 집밥, 교육 등 관심사별로 모였으니 얼마나 신이 낫겠어요.

회사보다는 동호회 느낌이었겠네요. 그동안 디자이너로서 직장 생활을 10년 정도 하고, 저만의 디자인 회사를 창업해 또 10년 정도 운영하는 동안에도 실은 꽤 행복했어요. 아침, 저녁으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돈도 잘 벌고 ‘삶은 이런 거구나’ 싶기도 했었죠. 그런데 댄비학교에서는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걸로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분명 이전 회사를 운영할 때와는 다른 종류의 기쁨이었어요. 한편 어느 순간부터 이런 기쁜 모임들이 각자의 우선순위에서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생업 때문이에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버는 일이죠. 그 일이 때로는 보람과 기쁨, 또는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지만, 생업 자체는 나에게 너무나 중요한 요소인 거예요. 결국 돈을 벌지 않는 한 우리의 모임은 동호회나 우아한 취미 활동 같은 게 될 수밖에 없다는 걸 확인한 셈이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커뮤니티를 생업과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방법을 찾으셨는지 궁금하군요. 앞서 제가 디자인 회사를 10년 정도 운영했다고 말씀드렸죠. 그때 깨달은 점이 있다면, 자본소득의 힘이에요. 당시 여러 명의 직원과 다함께 열심히 일했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제가 가장 많은 돈을 벌었어요. 돈이 돈을 벌어다 줬으니까요. 그래서 커뮤니티에 모인 사람들이 만드는 가치를 자본소득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찾다가 한창 태동 중인 블록체인 산업을 공부하게 됐어요. 그때가 2017년이었어요.

비트코인 투자 광풍이 불던 때로 기억해요. 맞아요. 여전히 코인의 변동성도 높고, 인터넷의 태동기처럼 초기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생태계가 점차 확장될 거라 생각하거든요. 현재는 댄비학교 커뮤니티에서 발달장애 청년들이 그리는 그림들을 NFT로 발행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에요. 그림만 봐서는 이걸 그린 주체에게 장애가 있다는 걸 전혀 모를 정도로 너무 훌륭하거든요. 당장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림의 가치가 더 높아져서 궁극적으로는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에요.

△ 세계 최대 NFT 거래소 오픈씨(OpenSea)에 발행된 댄비학교의 NFT 일부 (이미지 출처=오픈씨)

자신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통해 꿀벌처럼 모인 커뮤니티이지만, 장기적으로 생업까지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제 역할은 커뮤니티에 모인 분들이 각자 가장 잘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그곳에 돈이 흐를 수 있게 해주는 거예요. 댄비학교는 연간 회비를 걷고 있어요. 회비의 일정 부분을 모임 운영비로 사용하면서 각 커뮤니티들이 하나의 프로젝트로서 지속가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나가고 있어요.

커뮤니티는 앞으로도 댄스위드비라는 조직의 필수 요건이자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걸까요? 돌이켜보면 토종벌과 연관된 환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몰라서 (이 문제에 답을 줄 만한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어요. 그렇게 셰프들과 협업해 토종꿀을 팔았고, 밀원지를 지키고 보전하는 프로젝트 댄비허니팟도 시작했죠. 지금도 댄비허니팟을 유지하고 있지만, 커뮤니티와 함께 스스로 성장하는 모델이 더 확산하기 좋고 지속 가능하다고 느껴집니다.

토종벌에 대한 관심이 커뮤니티를 통해 곧 우리 사회에 대한 관심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될 것 같아요. 꿀벌만큼 지구상에서 자연 그 자체를 드러내는 지표는 없어요. 꿀벌은 한 마리, 두 마리로 세는 게 아니라 수만 마리 단위의 군락으로 집계해요. 토종벌뿐 아니라 꿀벌들이 사라지면 머지않아 식량 위기가 터질 것이고, 이는 전쟁과도 직결될 거예요. 이 모든 건 다 연결되어 있고,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에도 영향을 미치니까요.

사회나 환경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려는 조직 중에는 비영리 단체도 많은데요. 조직의 형태로 비영리를 택하지 않은 이유도 있나요? 어떤 사회 문제를 직면했을 때, 그걸 해결하고자 한다면 먼저 나의 생업(생계)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해요. 간접적으로 어딘가 후원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내가 직접 참여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내 삶부터 바꿀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서로의 삶이 변화할 때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겠죠. 그래서 영리, 비영리를 정하기 전에 생계의 해결이 선행되어야 해요. 오히려 돈 없이는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는 것이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의 엄연한 현실이고요. 그래서 저희는 영리를 추구하면서 서로가 만드는 다양한 행복을 생업과 함께 연결할 수 있을 때 세상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예전에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셨을 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에도 어떤 변화가 있나요? 한때 영리법인인 디자인 회사를 운영했을 때, 제 미래는 1년 단위로 굴러갔어요. 올해 매출은 어땠고, 다음 해는 얼마나 더 벌어야 할지 궁리했죠. 다만 지금은 3년, 5년 단위로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요.

돈 걱정을 전보다 덜하기 때문인가요? 돈 걱정은 매번 해요. 지금이라서 걱정을 덜하고, 그때라서 걱정을 더 했던 건 아닙니다. 다만, 그 시간 동안 이 조직이 살아남으면 되니까 오히려 스스로 무얼 더 이루고 싶은지, 그 문제 해결을 위해 누구와 어떤 걸 하고 싶은지가 목적이 됐어요. 늦둥이 아이가 태어난 뒤로는 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커졌고요. 우리 아이들이나 미래 세대에는 기후위기보다 끔찍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으니, 지금 세대에서 뭔가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해야죠.

지금 시대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사회적으로 더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시기라는 점은 저도 공감해요. 그럼에도 흔히 ‘남 좋은 일 하면 돈을 못 번다’는 세간의 인식이 있어요. 이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댄스위드비는 일반 기업의 비즈니스와 달리, 작은 공동체를 많이 만드는 게 모델이에요. 저희는 플랫폼으로서 이런 철학과 비전을 공유할 뿐이고요. 따라서 이 커뮤니티가 만약 수천, 수만 개로 커진다면 마치 기업에서 재무제표로 재정적 성공을 판단하듯이 저희는 분산화된 시스템 자체를 성공이라 볼 수도 있어요. 각 커뮤니티가 재정적으로 자생한다면, 그건 각자의 성공이 되는 거고요.

커뮤니티가 자생력을 갖추면서 지속 가능하게 운영되려면 곧 재정적으로도 자립할 수밖에 없겠군요. 마치 지금과 같은 대농(대량 농업) 이전의 소농(소규모 농사)처럼요. 현대사회의 소농은 각자도생해 왔어요. 각자도생의 결과, 지금은 낭떠러지밖에 없거든요. 서로 도울 수 있는 동료들과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 연대하고 서로 연결되어야 해요. 그게 제가 꿀벌들에게 배운 것이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대표님처럼 가치에 공감하여 창업하려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모든 창업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진짜 나의 모습을 알려면, 나와 관계된 대상들을 알아야 해요. 그 대상이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던 시절에는 파트너나 직원들이었고, 지금은 꿀벌과 댄스위드비 회원들인 것처럼요. 저희처럼 커뮤니티를 업으로 하는 관점에서는 동료를 만나는 과정이 곧 창업이에요. 그러니 좋은 동료를 최대한 많이 만나고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정말 원했던 일이 뭔지, 어떤 삶을 살아야 되는지 모두들 고민하며 살잖아요. 그런데 나를 알고 싶으면 내가 관계하는 존재들을 알아야 돼요. 그동안 나의 가족, 친구 또는 회사 동료가 나의 세계이자 관계였죠. 그런데 꿀벌이라는 존재 덕분에 내 관계가 더 넓어졌어요. 이제는 다른 식물, 동물까지 이해해야 비로소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전까지는 돈 열심히 벌고 남들한테 피해를 덜 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 걸 제 삶이라 여겼어요. 꿀벌이라는 작은 아이가 그것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려줬어요.” — ‘꿀벌과 함께 춤추는 사람들, 경기도 연천 DMZ 비밀의 화원’ 영상 중


Edit 손현 Photo 김예솔, 조수희

My Money Story - 사회를 위해 돈 버는 사람들 시리즈는 '헤이그라운드'와 함께 만듭니다. 헤이그라운드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체인지메이커'들이 입주하는 커뮤니티 오피스로, 세상의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개인과 회사가 함께 모여 시너지를 내고 성장하는 커뮤니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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