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눈사람이 살아남는다

다정한 눈사람이 살아남는다

by 정경화

아웃사이트 1화. 사용자와 친밀한 관계 쌓기

토스팀은 바깥 세상과 사람을 유심히 관찰하고 대화를 나눠요. 거기서 배운 것들을 토스가 만드는 제품과 일하는 문화에 녹여내고요. 내적인 통찰만큼이나 외부 세계를 지각하고 소통하는 힘 역시 중요하니까요. 그렇게 쌓은 이야기들을 다시 세상과 나누는 토스팀 인터뷰 시리즈 ‘아웃사이트(Outsight)’를 시작합니다.

오레오와 나눈 우정과 사랑으로 나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난 연말, 토스에서 동그랗고 새하얀 눈사람 친구가 찾아왔어요. 눈사람에게 따뜻한 옷을 입히고 모자를 씌워주고 나면 어린이들을 위한 연말 기부에 참여하는 이벤트였어요. 눈사람을 꾸미고 기부에 동참한 사람은 29만명, 그렇게 모인 후원금액은 약 6억2000만원이었습니다. 토스팀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참여였어요.

토스 사용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 옷을 입힌 눈사람들.

토스 사용자들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UX 덕분에 기분 좋게 기부까지 마쳤다” “올해 버킷리스트 중 하나, 기부하기도 완료. 귀여운 눈사람 만들기는 덤” 등 수백건에 달하는 정성스러운 후기를 남겨주었답니다.

토스팀이 연말을 맞아 ‘나만의 눈사람 만들기’ 이벤트를 고안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 사용자경험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고민을 나누었을까요? 사용자들은 눈사람의 어떤 면모에 이끌려 기부에 동참하게 됐을까요? #guild-seasonal의 브랜드 디자이너 김유라 님, UX 라이터 구슬 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눈사람에게 따뜻한 옷을 입혀준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따뜻함을 전해주지 않을래?

기부하지 않은 경우(왼쪽)에도 자신이 만든 눈사람 이미지를 공유할 수 있다. 기부를 완료했다면 화면 오른쪽 상단에 작은 뱃지가 붙는다.

Q. 나만의 눈사람 만들기 이벤트를 기획한 배경이 궁금해요.

“연말이 좀더 즐겁고 따뜻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저희가 시즈널 이벤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길드를 꾸리게 된 이유가 그런 맥락이었어요. 명절이나 생일, 연말연시와 같은 특별한 때를 맞이한 사용자들에게 다정한 인사 한 마디를 건네고 싶었거든요.

11월 초에 준비를 시작해 한 달 반 만인 12월 중순 이벤트가 시작되었는데요. 그 사이 눈사람을 그리고 인터랙션을 설계한 디자이너들, 이를 구현한 개발자들, 기부금 영수증 발급 등 재단과 기부 프로세스에 관한 커뮤니케이션을 도맡은 세일즈 매니저 등 10명 넘는 눈사람 용사단이 모였어요. 마냥 즐겁기보다는 의미있고 위로가 되는 이벤트였으면 좋겠다는 모두의 의견에 따라 연말 기부를 택했답니다. 고민 끝에 ‘눈사람에게 따듯한 옷을 입혀주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도 따뜻함을 전하자’는 컨셉으로 최종 결정했구요.”

*길드(guild) : 특정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하는 조직. 서로 다른 사일로나 팀에 속한 팀원들이 공통의 관심사에 따라 느슨하게 모이며, 과제가 해결되고 나면 해산한다.

Q. 이벤트 전반에 녹아있는 다정한 표현이 인상적이었어요.

“사용자가 기부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지 않았으면 해서, 문구 하나하나에 신경 썼어요. 눈사람을 다 만들고 나면 기부 페이지가 뜨는데요, ‘기부하지 않을래?’라고 직접적으로 묻는 대신 ‘따뜻함을 전해주지 않을래?’ 라고 넌지시 이야기를 건네죠.

기부를 택하지 않은 사용자들은 ‘마음만 보내기’라는 버튼을 누르게 돼요. ‘아니오’ 혹은 ‘닫기’ 대신이요. 기부하지 않아도 기분 좋게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해서 붙인 표현이었어요. ‘마음만 보내기’를 눌러도 기부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꾸민 눈사람 이미지를 만나게 돼요. ‘따뜻한 마음 우리가 잘 전달할게’라는 문구와 함께요. 기부자에게는 눈사람 위에 작은 뱃지 하나가 붙는 정도로만 표시했고요.”

Q. 눈사람을 통해 기부를 제안하는 방식도 신선했어요.
후원 대상인 어린이들의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대신요.

“기부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타인의 불행을 이용하지 말자고 약속했어요. 후원 대상자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크게 부각시켜 동정을 유발하는 방식은 피하고 싶었어요. 토스가 대상자들을 직접 돕는 단체가 아니고, 다른 이의 삶에서 한 단면만을 드러내는 것이 옳지 못하다고 느꼈거든요. 연말에 기부하고자 하는 마음은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을 테니, 억지로 설득하기보다 재미있게 토스다운 방식으로 풀어보자고 결정했어요.”

천원부터 기부할 수 있어요

‘기부하자’는 권유는 ‘따뜻함을 전해주지 않을래?’로, ‘기부하지 않기’는 ‘마음만 보내기’로 바꿔썼다. 기부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기 위해 기본값은 ‘천원’으로 정했다.

Q. 월 3만원, 5만원씩 정기 후원을 등록하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눈사람 이벤트는 1천원 일시 후원이 기본값으로 설정돼 있더라고요.

기본값을 1천원으로 설정한 건 심리적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였어요. 기부를 경험해 보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크니까요. 기부 유도 페이지에서 CTA 문구 자체를 ‘천원 기부하기’로 넣어버렸어요. 이 버튼을 누른 사용자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어요. 얼마를 기부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 경계심이 낮아졌던 거죠. SNS에도 ‘1천원 단위로 기부할 수 있어서 좋다’ ‘소액으로 기부할 수 있으니 한번 해봐’ 등의 바이럴이 많았어요. 친구들에게 공유하기 좋은 포인트였다는 걸 발견했어요.

‘사용자에게 가장 좋은 경험을 설계해보자’는 것을 목표로 잡은 덕분에 사려깊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어요. 단순히 많은 기부금을 모으고자 했다면 ‘천원 기부하기’나 ‘마음만 보내기’는 떠올리지 못했을 거예요. 그런데 ‘좋은 사용자 경험’에 초점을 맞췄더니 오히려 정량적으로도 놀라운 성과를 얻게 된 거예요. 토스는 대체로 사용자의 수고로움을 줄이고 퍼널을 단순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데, 눈사람 꾸미기와 같이 잘 설계된 수고로움은 사용자들의 만족스러운 경험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눈사람이 무뚝뚝해보인다는 사용자의 의견을 듣고 미소짓는 입을 그려넣었다. 한결 다정해보이는 눈사람.

Q.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여섯 명의 사용자를 인터뷰 했다고 들었어요.
사용자들의 어떤 목소리가 이벤트에 반영됐나요?

“저희가 유저 인터뷰를 진행한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어요. 눈사람을 꾸미고 난 뒤 마지막에 기부를 하라는 페이지가 뜨는 것이 어색하진 않을까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만나 본 사용자은 기부로의 연결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더라고요. 누구에게나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을까 했던 저희 가설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대신 다른 부분에서 여러 개선점을 도출해 냈어요. 먼저 처음 그려진 눈사람은 표정이 없어서 무뚝뚝하게 느껴진다는 의견에 따라 웃는 입을 그려 넣었어요. 따뜻함을 강조하는 제품에서는 그래픽도 감정적인 교류를 최대화하도록 고민해야 한다는 배움을 얻었죠.”

Q. 눈사람이 더 귀여워졌네요. 사용자가 제일 이해하기 어려워했던 지점은 어디였어요?

“기부를 어디에 얼마나 하는 건지, 금액을 직접 수정할 수 있는지 등 기부를 결정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가 사용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었어요. 한 페이지에 너무 많은 정보가 담겨있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기부 금액을 수정하는 기능과 기부 관련 정보 전달을 두 개의 화면으로 쪼갰어요.

그리고 기부금은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에 전달된다는 점, 일시 후원이라 매달 돈이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점, 후원금에 대해 20%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결제 수수료는 토스가 부담한다는 점을 친절하게 설명했어요. 이 단계에서 망설이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개선된 제품에서는 이탈률이 매우 낮았어요. 기부를 결정할 때 가치 있는 정보였다는 걸 확인하게 되었죠. ‘One thing per one page’라는 토스의 제품 원칙이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도요.”

내가 만든 눈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옷과 액세서리를 고를 때마다 말을 걸어오는 듯한 눈사람.

Q. 옷과 모자, 목도리 등을 골라 눈사람에게 입혀주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한 인터랙션인지 궁금해요.

“하얗고 동그란 눈사람은 누구에게나 친근감과 호감을 자아내는 소재잖아요. 설렘과 순수, 동심을 상징하기도 하고요. 옷을 하나씩 고를 때마다 눈사람이 말을 걸어오는 듯한 말풍선이 나타나도록 만들었죠. 목도리를 둘러주면 ‘포근포근해’, 코트를 입히면 ‘나한테 딱 맞아, 행복해’ 하는 식으로요. 옷 입히는 과정을 거치고 나니, 화면 속 눈사람에게 생명력이 생기고 사용자와 교감할 수 있는 존재가 되더라고요.

사실 눈사람 꾸미기는 사용자가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일이에요. 저희가 사용자에게 약간의 수고로움을 요구하는 셈이죠. 그런데 내 취향과 선호에 맞게 눈사람을 꾸미고 나면, 놀랍게도 눈사람에 대한 작은 애착이 형성돼요. 그때 눈사람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도 따뜻함을 전해주지 않을래?’하고 물어오면, 그 부탁을 들어주고 싶어지는 거예요. 작은 부탁을 들어주면 큰 부탁도 쉽게 들어준다는 심리학 이론도 있잖아요. 실제로 ‘내가 만든 눈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는 귀여운 후기도 있었어요.”

Q. 사용자들이 눈사람에게 제일 많이 입혀준 옷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경우의 수는 400가지가 넘는데요, 그 중에 빨간 산타 착장 조합이 압승했어요. 산타 모자에 산타 목도리, 산타 옷으로 깔맞춤한 경우가 13%를 넘더라고요. 아무래도 크리스마스 하면 산타니까요. 그런 대표성이 승리를 거두는 것 같아요. 아무 옷도 입히지 않은 ‘순정’ 눈사람이 7위를 차지한 것은 의외의 포인트였어요.”

Q. 연말 내내 SNS에 기부를 인증하는 눈사람 이미지는 물론 정성스러운 후기들이 올라오더라고요.

“SNS에는 600건 가까운 인증샷과 후기가 올라왔어요. ‘기분 좋다’ ‘따뜻하다’ ‘감동적이다’ ‘귀엽다’ ‘눈물이 난다’ 등 긍정적인 키워드로 가득했어요. ‘따뜻함과 다정함’이라는 메시지와 기획 의도가 정확히 전달되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전하려는 가치에 공감하면 사용자들은 기꺼이 자발적인 홍보 대사가 되어준다는 점도 깨달았고요.

Q. 정성적인 반응만큼이나 정량적으로도 좋은 성과를 거두었나요?

“유입 속도가 놀라웠어요. 시작한지 이틀만에 기부금 액수가 1억원을 넘어섰고, 약 2주간 6억원 넘는 후원금이 모였으니까요. 눈사람 이벤트를 기획하며 처음 가늠했던 것보다 10배 이상 많았어요. 연령별로는 20대 초반과 40대, 50대 순으로 참여자 수가 많았답니다.

참여자 1인당 평균 기부금이 2126원이라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었어요. 기본값이 1천원으로 설정돼 있으니 평균 액수도 1천원대를 넘기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2주 내내 2천원 아래로 내려가지 않더라고요. 나중에 데이터를 살펴보니 1만원을 기부한 사용자가 5% 이상이었어요. 1만원은 선택지에 없어 숫자를 직접 입력해야 하는데도요. 심지어 10만원, 100만원을 기부한 분들도 있었고요. 기회가 닿으면 얼마든지 좋은 일에 참여하고자 하는 따듯한 마음을 느꼈어요.”

마음 깊이 파고드는 눈사람 의 다정함

사용자가 처음 만나는 ‘푸시(push)’ 문구부터 마지막 종료화면까지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눈사람.

Q. 토스에서 특별한 시즌마다 벌어질 이벤트를 기대해도 될까요?

“네, 앞으로도 연속적인 시즈널 이벤트를 통해 사용자들과 ‘사담(私談)’ 나눌 기회를 만들 거예요. 토스는 사용자들이 정말 유용하게 여기는 서비스지만, 다정하거나 따뜻한 브랜드로 다가가지는 못했다고 판단해요. 그런데 사용자와 친밀한 관계를 쌓고 싶다고 해서 아무 맥락없이 일방적으로 말 걸고 다가가기는 어렵잖아요.

그럴 때 ‘시즈널’이라는 맥락이 매우 효과적이에요. 작년 추석 때 ‘보름달 속 토끼에게 소원을 빌어봐!’ 하고,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벤트를 처음 열었는데요. 3일 연휴 동안 무려 250만명이 진입했어요. 이번에는 ‘기부금 결제’라는 다소 난도 높은 기능을 붙였는데도 잘 작동했고요.

추석과 보름달, 연말과 눈사람 등은 서로 연관검색어처럼 쉽게 떠오르는 심상이기에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어요. 시기와 메시지가 잘 맞아떨어지니 사용자들의 수용도가 크게 올라갔고요. 곧 다가올 설날 이벤트도 기대해주세요.”

Q. 토스는 왜 다정해지려고 하나요?

“저희는 ‘다정함’이 생존에 꼭 필요한 전략이라고 생각해요. 있으면 좋은 ‘Good to have’ 정도가 아니라요. 사람은 본능적으로 다정한 것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기 마련이니까요. 진화론의 측면에서도 우리 인류는 다른 동물보다 강하고 똑똑해서가 아니라, 서로 친밀한 관계를 다지고 의사소통하며 협력했기 때문에 생존할 수 있었다고 해요.

토스와 사용자의 관계도 마찬가지예요. 다정함은 상대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고, 이는 자연히 호감과 신뢰, 충성도로 이어져요. 시간은 걸리지만 한번 쌓이고 나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강력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거예요. 혹시 토스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사용자라도 그 인식을 긍정적으로 치환해 나가는 데 다정함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직접적인 유용함과 단기적인 혜택을 넘어, 자신의 삶과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때 사용자들은 브랜드에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되죠.

Q. 눈사람을 보며 느끼는 귀여움, 기부를 통한 소소한 행복이 토스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지면 좋겠네요.

“눈사람을 꾸미고 기부를 마친 많은 사용자들은 ‘뿌듯함’이나 ‘만족감’ 같은 정서적 가치를 느꼈다고 전해왔어요. ‘토스 덕분에 생애 첫 기부를 했다’ ‘연말 버킷리스트였는데 쉽게 이룰 수 있었다’ 등 기부라는 행동을 통해 얻은 긍정적인 감정이 곧 토스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으로 전이될 거라고 믿어요. 이런 경험들이 모여 토스라는 브랜드가 사용자의 마음 속 깊이 파고들기를 바라요.”

다정한 눈사람 이 마지막 인사를 전합니다.

“나를 멋지게 꾸며줘서 고마워! 친구들이 엄청 부러워한 거 있지?
그 때마다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
덕분에 지난 겨울은 참 행복했다고 기억할 것 같아.
2023년은 더 행복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할게.”





Graphic 이은호 함영범

– 위 콘텐츠는 2023.1.18.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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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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