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과 구찌도 온라인에서 사는 시대

by 김명선

Editor’s Note

얼마 전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어요. 코로나19로 인한 보상 소비가 백화점으로 향하며 지난 2021년에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백화점이 10곳이나 된다고 해요. 특히 해외 명품 매출이 크게 늘면서 백화점 업계 실적이 좋았다고 합니다.

<요즘 펀드매니저의 요즘 테마> 4화는 ‘오픈런’ 현상과 더불어 글로벌 럭셔리 기업 LVMH, 에르메스, 케링의 실적, 온라인 명품 시장을 살펴볼게요. 참, 여러분이 좋아하는 구찌는 케링 소속이랍니다. 오늘(1/12) <하우스 오브 구찌>란 영화도 개봉했다고 하니 이참에 명품 산업의 세계를 자세히 들여다봐도 좋겠네요.

이번 아티클은 분량이 긴 편이에요. 온라인 명품 시장과 명품 중고 거래 플랫폼이 궁금하신 분들은 후반부인 3번과 4번 목차로 바로 넘어가 읽어도 무방합니다.

목차
1. 새벽부터 샤넬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사람들
2-1. M&A로 70여 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명품 그룹, LVMH
2-2. 글로벌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의 위엄, 에르메스
2-3. MZ세대가 좋아하는 브랜드는 다 모였다, 케링
3. 이제는 명품도 온라인에서 사는 시대
4. 명품 중고 거래 플랫폼의 등장

1. 새벽부터 샤넬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사람들

아침 10시 30분, 오늘도 샤넬 매장 앞에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다. 나도 이 글을 쓰는 동안 ‘샤넬 오픈런*’을 시도해 봤다. 하지만 새벽부터 기다린 사람들이 많아 매장에 들어가는 데 실패했다.
* 매장이 오픈하면 바로 달려간다는 의미.

온라인 명품 커뮤니티에는 오픈런 후기와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먼저 매장에 들어간 사람들은 현재 매장에 무슨 물건이 있는지 커뮤니티에 공유하기도 한다. 물건이 입고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 휴가를 쓰면서까지 오픈런을 단행한다. 사람들이 이렇게 샤넬에 열광하며 오픈런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명품 수요가 늘어서일까?

오픈런 현상에는 실수요자뿐 아니라 리셀(재판매)을 위해 뛰어든 사람도 있다. 지난해 샤넬이 2월, 7월, 9월, 11월에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면서 온라인에서는 프리미엄을 붙여 리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수요가 몰리는 몇몇 인기 제품은 20% 이상 웃돈을 줘야 겨우 구할 수 있다. 일단 오픈런에 성공하고 인기 제품을 구매하면 20%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일명 ‘샤테크’로 불린다.

리셀 시장은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서 상품을 구할 수 없으니 프리미엄을 붙여서까지 사려는 욕망이 만들어낸 새로운 시장이다. 실수요자인 경우, 2021년에만 가격을 네 번 인상한 샤넬이 또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에 하루라도 빨리 사는 것이 저렴하다는 인식이 퍼지며 오픈런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 프랑스 명품 3사 2021년 주가 흐름. 2021년 1월 1일 주가를 기준가 1,000으로 산정하여 계산했다. (자료: 각 사)

뜨거운 명품시장만큼이나 명품업체들의 주가도 뜨겁다. 2021년 기준, 에르메스 인터내셔널(이하 에르메스)은 연초 대비 80.15%나 상승했고, 그 뒤를 이어 루이비통모에헤네시(이하 LVMH)는 38.37% 상승, 케링(Kering)은 19.13% 상승했다. 유로 STOXX 50지수가 연초 대비 18.43% 상승, 프랑스 CAC 40지수가 연초 대비 25.94% 상승했음을 고려했을 때, 에르메스의 주가 퍼포먼스는 놀라운 수준이다.

코로나19로 각국 오프라인 매장의 영업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고,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2020년 프랑스 명품 3사의 실적은 역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21년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보복소비(revenge spending) 열풍이 일어나면서 명품 수요가 급증했고, 다시 3사는 2021년 우수한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 프랑스 명품 3사 매출액 추이 (자료: 각 사)

가장 주가수익률이 높은 에르메스의 2020년 3분기 누적 대비 2021년 3분기 누적 매출액 성장률은 50.23%에 달하고, 그 뒤를 이어 LVMH가 42.37%, 케링이 31.40% 성장했다. 매출액 성장률이 높은 순서대로 주가 퍼포먼스가 좋았음을 알 수 있다.

△ 프랑스 명품 3사 매출액 성장률 비교 (자료: 각 사)

LVMH, 에르메스, 케링이 각각 어떤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으며 각 기업의 매출 성장이 어떤 제품과 지역에서 두드러지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 서두에 언급한 샤넬은 현재 비상장 회사라 본 글에서 제외했다. 샤넬의 재무 실적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편집자 주

2-1. M&A로 70여 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명품 그룹, LVMH

LVMH(LVMH Moët Hennessy Louis Vuitton, 티커: MC)는 루이비통과 모엣 헤넷시의 합병으로 탄생한 회사로, 70여 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 브랜드로는 루이비통(Louis Vuitton),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 펜디(Fendi), 셀린(Celine), 로에베(Loewe), 불가리(Bulgari), 태그 호이어(Tag Heuer) 등이 있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 대표 주얼리 브랜드인 티파니앤코(Tiffany & Co.)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 합병은 2019년부터 시작해 2021년 7월에 마쳤다.

LVMH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2020년 기준으로 패션 및 가죽제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향수 및 화장품이 12%, 와인 및 주류가 11%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아시아* 매출은 34%, 미국 매출 24%, 유럽 매출이 그 뒤를 이어 16% 등이다.
* 여기서 일본은 제외한 수치다. LVMH는 자사 실적 보고서에서 일본 지역 매출을 따로 집계하여 관리한다. – 편집자 주

△ 자료: LVMH IR 페이지

현재 LVMH의 매출 성장을 이끄는 지역은 미국과 아시아 지역이다. 2021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미국은 48%, 아시아는 47% 성장했다. 팬데믹 영향이 있기 전인 2019년과 비교했을 때도 미국은 23%, 아시아는 29% 성장하여 그룹의 신경 쓰는 핵심 지역으로 떠올랐다.

아시아의 성장세를 보고 투자자들은 안도했다. 2021년 8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동부유’ 정책을 발표하며 중국 명품시장이 급속히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LVMH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중국 중산층의 명품 수요는 여전하며, 대부분의 중국 고객은 ‘공동부유’ 타깃인 억만장자가 아니라 부유한 중산층이기 때문에 영향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 공동부유 (共同富裕)
‘함께 잘 살자’라는 뜻의 분배중심 경제정책. 시진핑 주석은 2021년 8월 30일 열린 중앙전면개혁심화위원회 회의에서 “반독점을 강화하고 공정경쟁 정책을 심화하는 것은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개선하기 위한 내재된 요구”라고 강조하면서 중국의 핵심 국정기조가 되고 있다.

2020년 11월 알리바바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 상장 전격 취소를 시작으로 중국 당국은 반독점, 반(反)부정경쟁, 금융 안정, 개인정보 보호, 국가 안보 등 다양한 명분을 앞세워 빅테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으며, 알리바바·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 주가는 2021년 들어 20% 넘게 하락했다.

△ 지역별 매출액 성장률 (자료: LVMH)

사업부문 중에는 패션 및 가죽제품이 전사 성장을 이끌었다. 해당 사업부는 (코로나 영향이 있기 전인) 2019년 3분기 누적 매출 대비 2021년 3분기 누적 매출이 38% 성장했다. 해당 사업부에 속하는 브랜드 중 루이비통, 크리스찬 디올, 펜디, 셀린, 로에베의 성과가 특히 좋았다. LVMH는 디올의 카로(Caro)와 셀린의 트라이엄프(Triomphe) 라인, 로에베의 고야(Goya bag), 아마조나(Amazona bag)의 판매 실적이 높았다고 발표했다.

△ 사업부문별 매출액 성장률 (자료: LVMH)

루이비통은 2021년 10월 대규모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이미 2020년 5월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11% 인상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가격을 인상한 셈이라 사람들의 불만을 샀다. 주요 제품의 가격이 적게는 2%, 많게는 33%까지 올랐다.

루이비통은 대규모 가격 인상 외에도 일부 상품에 한해 국가별로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며 올렸다. 특히 한국에서는 2021년에만 다섯 번의 가격 인상이 있었고, 이번에 발표된 건 여섯 번째다. 여섯 번이나 가격을 올려 불만을 사고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더 이상 루이비통 상품을 사지 않을까?

△ 루이비통 주요 제품 가격 인상률 (자료: LVMH, 언론보도)

과거로 돌아가 보자. 아래 그래프는 루이비통의 대표 상품인 스피디 25(Speedy 25)의 가격 추이다. 꾸준히 가격이 올랐으나 소비 저항이 없었기 때문에 LVHM의 매출 총이익률*은 코로나 영향을 받은 2020년을 제외하고는 상승 추이를 보였다. 즉, 가격을 올려도 물건이 잘 팔려서 마진이 꾸준히 상승한 것이다.
* GPM, gross profit margin. 매출액 대비 매출총이익(매출액 – 매출원가)의 비율.

△ 루이비통 Speedy 25 모델 가격 추이 (자료: 언론보도)

2014년 64.7%였던 LVMH의 매출 총이익률은 2016년 65.30%를 지나 2018년 66.60%까지 상승했고, 잠시 코로나19로 주춤하다가 2021년 상반기에는 68%까지 상승했다.

△ LVMH 매출 총이익률(GPM) 추이 (자료: LVMH)

결국 어떤 명품은 한 해에 가격을 여섯 번이나 올려도 사람들이 구입한다. 이처럼 명품업은 정말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가격을 올려도 소비 저항이 없다.

2-2. 글로벌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의 위엄, 에르메스

에르메스(Hermès International, 티커: RMS)는 1837년 설립되어 왕실과 귀족들에게 승마용품을 납품하던 회사였다. 산업화에 따라 마차보다 자동차 수가 점차 증가하자 카테고리 다변화를 통해 가방, 여행용품 등 생활용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현재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가방인 버킨(Birkin)은 카우보이의 새들백(saddle bag)*에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다. 에르메스의 제품들은 장인이 소량 생산하는 체제를 따르고 있어, 판매 가능 수량이 적은 편이다. 버킨백은 VIP 고객도 최소 2년은 대기해야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 안장가죽으로 만든 튼튼한 가방으로 주로 어깨에 메고 다닌다.

에르메스는 총 7개의 사업부로 구성되어 있다. 사업부문별 매출비중은 2020년 기준으로 가죽제품과 승마용품이 50%, 의류 잡화 22%, 스카프 등 실크제품 7%, 보석 및 가정용픔 10%, 향수 4%, 시계 3%, 기타 4%를 차지하고 있다.

△ 에르메스 2020년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 (자료: Hermès international)

가장 큰 매출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죽제품과 승마용품 사업부는 2019년 3분기 누적 대비 2021년 3분기 누적 실적이 27% 성장했는데, 이는 3분기 제품 출하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에르메스는 자사의 생산지를 ‘공방’이라 부른다. 지난해 9월에 프랑스 지롱드(Gironde)에 19번째 공방을 열었다. 올해는 외르(Eure), 2023년에는 아르덴(Ardennes), 2024년에는 퓌드돔(Puy-de-Dôme)에 공방을 추가로 만들 예정이다.

△ 에르메스 2020년 사업부문별 매출액 성장률 (자료: Hermès international)

에르메스는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에도 타사 대비 매출액 역성장 폭이 적었다. LVMH와 케링의 전년 대비 2020년 실적이 각각 -14.18%, -14.92%로 역성장했을 때, 에르메스의 폭은 -4.25%에 그쳤다. 전 세계 곳곳에서 락다운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역성장 폭이 적었다는 사실은 이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높은 충성도를 반영한다.

실제로 에르메스는 팬데믹 때 오히려 최상위 하이엔드 브랜드에 대한 견고한 수요와 고객 로열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2020년 실적은 브랜드 파워가 기업의 꾸준한 실적 창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 에르메스의 매출액과 매출액 성장률 추이 (자료: Hermès International)

에르메스의 지역별 매출액 성장률을 살펴보자. 2021년 3분기 누적 실적은 2019년 동기 대비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일본, 그리고 미주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매출액 성장률은 지난 2년 사이 69% 성장했고, 일본은 같은 기간 동안 20%, 미주는 30% 성장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고성장은 중국에서 우수한 실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며, 태국과 말레이시아도 크게 기여했다.
* 에르메스 역시 자사 실적 보고서에서 일본 지역 매출을 따로 집계하여 관리한다. – 편집자 주

△ 에르메스 지역별 매출액 성장률 (자료: Hermès international)

최근 몇 년간의 추이를 보면 명품업체의 전체적인 매출 성장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이끌고 있다. 명품업체들은 지역별로 제품 가격에 차별을 두는데, 2020년 9월 보그 비즈니스(Vogue Business)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명품 가격이 유럽 대비 평균 최대 3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 Vogue Business

루이비통의 경우, 세계 최대 명품 소비국인 중국에서 2019년 8월부터 2020년 9월까지 평균 가격을 10% 넘게 인상하기도 했다.

△ 자료: Vogue Business

명품업체 입장에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판매량(Q)과 더불어 수익성(P) 측면에서도 성장하는 매력적인 지역일 것이다. 에르메스도 가격 인상 흐름에 동참했다. 에르메스의 버킨 35(Birkin handbag 35cm)는 2019년 1만 1,900달러에서 2020년 1만 3,200달러로 약 11% 인상되었고, 켈리(Kelly handbag)는 2017년 7,400달러에서 2020년 1만 700달러로 3년 새 44.6%나 올랐다.

버킨백의 연평균 성장률(compound annual growth rate, CAGR)은 약 5%다. 물론 구입하는 것 자체가 어렵지만, 구입해서 보유하면 가격이 계속 오르니, ‘명품테크(명품+재테크)’라는 말이 왜 붙었는지 이해가 간다.

△ 자료: Savespendsplurge, Hermès international, Bernstein Analysis

2-3. MZ세대가 좋아하는 브랜드는 다 모였다, 케링

케링(Kering, 티커: KER)은 구찌(Gucci), 생 로랑(Saint Laurent), 발렌시아가(Balenciaga),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등 MZ세대에 인기 있는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브랜드별 매출 비중은 구찌가 59%, 생 로랑이 14%, 보테가 베네타가 9%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기타 브랜드(발렌시아가, 알렉산더 맥퀸 등)이다.

최근 케링을 이끈 동력은 구찌의 매출 성장이다. 구찌는 최근 5년 사이에 기존의 낡은 이미지를 벗고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를 통해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고속 성장할 수 있었다. 2016년 5.8조 원에 불과하던 구찌의 매출액은 2019년 12.8조 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으며, 이들의 파격적 변신은 ‘It’s So Gucci’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실제로 구찌의 고객군은 MZ세대 비중이 높다. 2020년 기준 매출의 55%가 35세 미만이 소비자에게서 나왔다.

△ 케링 브랜드별 매출 추이 (자료: Kering)

구찌를 보유한 회사답게, 케링은 디지털 전환 속도도 빠르다. 온라인에 익숙한 MZ세대가 명품을 소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케링의 이커머스 매출은 리테일 매출액의 1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커머스 매출액 증가율도 매분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 자료: Kering

반면 구찌는 이미 지난 5년 동안의 성장세가 높았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구찌의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실제로 2019년의 매출액 성장률이 전년보다 떨어졌고, 이는 곧 케링이라는 기업 전체의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2021년 3분기 실적에서 구찌는 2019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31.1% 성장했으나,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 구찌 매출액과 매출액 성장률 추이 (자료: Kering)

생 로랑, 보테가 베네타 등은 성장 속도가 빠르지만, 매출 규모 면에서 구찌보다 작다. 따라서 케링 차원에서는 구찌와 버금가는 새로운 브랜드를 키워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계속 성장하기 위한 과제가 될 것이다.

△ 케링 브랜드별 매출액 성장률 (자료: Kering)

△ 명품 3사 비교 테이블. 시가총액 및 적용 환율은 2021년 12월 17일 기준 (자료: 각 사, Bloomberg)

여기까지 잘 따라오고 계신가요? 지금까지 프랑스 명품 3사인 LVMH, 에르메스, 케링의 실적과 주요 사업을 알아봤다면, 이제부터는 이들과 공생 관계에 있는 온라인 명품 소비 시장과 명품 중고 거래 시장을 살펴볼 예정이에요. 아마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파페치,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더리얼리얼 등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3. 이제는 명품도 온라인에서 사는 시대

MZ세대가 주로 명품을 구입하면서, 온라인 명품 소비 시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연령대별 명품 구매 비중은 20대가 10.9%, 30대가 39.8%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온라인 쇼핑에 친숙한 MZ세대가 명품시장의 큰 손이 되면서 명품시장의 온라인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 자료: 신세계백화점

관련 기업도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파페치(Farfetch, 티커: FTCH)는 나스닥에 상장된 온라인 명품 구매 플랫폼으로, 총 상품 판매량(GMV)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파페치는 포르투갈 출신의 기업가 조세 네브스(José Neves)가 2007년에 설립한 회사이며 본사는 영국에 있다. 2008년 파페치 마켓플레이스를 런칭하여 현재는 총 3,500개가 넘는 브랜드를 190개국 이상의 고객에게 연결하는 이커머스 마켓플레이스로 성장했다.

📌 총 상품 판매량 (GMV)
Gross Merchandise Value. 거래된 상품, 서비스 가치의 총합을 뜻한다. 알리바바, 아마존, 이베이 등 이커머스 업체에서 특정한 기간 동안 상품이 거래된 총 거래액, 총 상품 판매량 등을 이른다. 반면, 할인, 반품 또는 재고가 판매되기 전 보관 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페치는 최근 5년간 평균 50%가 넘는 GMV 성장률을 보였다. 2020년 명품 브랜드들이 팬데믹으로 매출 타격을 입었을 때에도 파페치의 GMV가 전년대비 약 49% 성장했다. 2019년부터 분기별 GMV 추이를 봐도 거래액 규모가 꾸준히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파페치는 빠르게 성장 중인 온라인 명품 시장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회사다.
* 보통 이커머스의 4분기 매출은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계절적 성수기 영향 때문이다.

△ 파페치 연도별 GMV와 성장률 추이(좌), 분기별 GMV 추이 (자료: Farfetch)

파페치는 거래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고, 이를 매출로 인식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GMV가 성장하며 매출액도 고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적자 규모도 매년 늘고 있는데, 이는 사업 확장에 따른 일반관리비, 그리고 투자와 인수에 따른 무형자산 상각비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직원들에게 준 주식기준보상(스톡옵션 등)도 주요 요인 중 하나다. 파페치의 주가가 오르면서 보상지급 당시 주당 가치와 차이가 나면 이를 손실처리하는데, 이러한 비회계적 손실이 적자 확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 파페치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이 (자료: Farfetch)

해외에 파페치가 있다면, 한국에는 머스트잇과 트렌비, 발란이 있다. 이들의 GMV 역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투자 업계도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이다. GMV 기준 업계 1위인 머스트잇의 2020년 거래액은 2,514억 원. 머스트잇은 2021년 11월 자료를 통해 최근 누적 거래액이 9,000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으며, 2021년 연내 누적 거래액 1조 원 돌파를 전망했다. 머스트잇의 GMV 성장 속도는 놀랄 만큼 빠르다.

△ 국내 명품 플랫폼 연간 거래액 (자료: 각 사, 언론보도)

머스트잇은 2020년 7월, 1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이후 2021년 6월,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케이투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로부터 13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다. 현재 기업가치는 약 2,300억 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트렌비도 2021년 3월 IMM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총 22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발란은 2020년 네이버에서 투자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 주요 온라인 명품 플랫폼 누적 투자금 (자료: 언론보도)

머스트잇은 2020년 상반기 결산자료를 통해 당사 고객의 연령대를 밝혔다. 20대가 48.9%로 가장 많았고, 10대가 23.2%, 30대가 16.3%로 뒤를 이었다. MZ세대가 명품업계의 큰손으로 떠오르며 이 시장이 온라인에서도 성장 중임을 다시 한번 알 수 있다.

△ 국내 온라인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 고객 연령 (자료: 머스트잇)

4. 명품 중고 거래 플랫폼의 등장

2019년 7월, 미국 나스닥에 더리얼리얼(The RealReal, 티커: REAL)이 상장했다. 더리얼리얼은 상장 첫날 주가가 46%나 상승했다.

2011년 설립된 더리얼리얼은 미국의 명품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현재 온라인 사이트와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 플랫폼에서 자신들이 쓰던 중고 명품을 팔거나, 가격 태그가 붙어있는 새 상품을 다시 팔 수도 있다.

명품을 중고로 거래할 때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명품의 진위 여부다. 더리얼리얼은 제품을 직접 검수하기 위해 핸드백, 보석, 시계 등 각 카테고리의 전문성을 갖춘 100명 이상의 제품 인증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또한 AI 및 데이터 기반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여 가품을 가려내고 있다.

위탁자가 더리얼리얼의 오프라인 매장에 제품을 직접 맡기거나 택배를 보내면, 감정 후 가격이 책정된다. 그 가격에 사겠다는 구매자가 나타나면 판매 및 배송이 이루어진다. 전문가가 감정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사람들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리얼리얼 또한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 영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위탁물품도 감소하는 추이를 보여 일시적으로 GMV가 역성장했다. 반면 2021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점차 벗어나며 GMV가 다시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더리얼리얼의 GMV 성장 추이 (자료: The RealReal)

더리얼리얼의 특징 중 하나는 높은 재구매율이다. 재구매자의 거래액이 전체 GMV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77%에서 2020년 83%로 꾸준히 늘고 있으며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고 명품 거래는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가 중요한데, 재구매 횟수가 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두 가지를 유추할 수 있다. 첫째, 이 플랫폼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가 높다. 둘째, 고객과 더리얼리얼의 신뢰관계가 탄탄히 구축되고 있다.

△ 더리얼리얼의 전체 GMV 중 재구매자의 거래액 비중 (자료: The RealReal)

한편 더리얼리얼은 적자규모도 계속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출액이 늘고 있지만, 동시에 외형 성장에 따른 영업비용도 늘었기 때문이다.

△ 더리얼리얼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이 (자료: The RealReal)

더리얼리얼의 실적 자료에 따르면 2025년까지 명품시장의 29%가 온라인으로 전환될 것으로 추정된다. 명품시장의 온라인화를 이끄는 건 Gen Y(밀레니얼)와 Gen Z이며, 두 세대가 2025년 즈음 명품시장의 약 55%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 출처: The RealReal, Bain-Altagamma <Luxury Goods Worldwide Market Study>, May 2020

한국도 중고 명품 거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내 최대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인 필웨이는 2020년 연간 거래액이 3,000억 원을 넘어섰다. 연간 거래액 1,000억 원대인 구구스는 최근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아주IB투자가 1,450억 원에 인수했다. 국내 대표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도 나날이 값비싼 중고 명품 거래 글이 늘고 있다.

명품시장의 온라인화는 현재 진행 중이며, 지금의 10, 20대가 주 소비층이 되면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케링은 이 추세에 발맞춰 디지털 전환을 타사보다 빨리 시작했다. 다른 명품업체들은 팬데믹으로 타격을 받고서야 디지털 전환을 시도 중이다. 준비가 늦은 만큼 온라인 매출 비중도 케링보다 현저히 낮은 편이다. 케링은 전체 리테일 매출의 13%가 온라인에서 창출되는 반면, 에르메스는 온라인 매출이 3% 수준이다. 그동안 백화점 1층에서 고고하게 자리를 지켜온 명품업체들이 명품시장의 온라인화 추세에 어떻게 대응할지, MZ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앞으로 명품시장의 소비행태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온라인으로 명품을 사거나, 명품 중고 거래를 해 본 경험이 있나요? 앞서 샤넬 오픈런에 실패한 김명선 저자는 결국 더리얼리얼에서 중고로 샀다고 해요. 토스 인스타그램(@toss.im)에서 여러분의 경험을 들려주세요. 꼭 명품이 아니더라도, 중고 거래 혹은 리세일(resale)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고 있어요. 이 분야가 더 궁금하신 분들은 <글로벌 비즈니스 라운지> 4화 ‘점점 커지는 중고 거래 시장’ 아티클도 참고해주세요.

Edit 손현 Graphic 이은호, 김예샘(커버), 엄선희(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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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선

현 칸서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펀드매니저. 프랍 데스크와 운용사를 오가며 다양한 투자전략을 경험해왔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성장 산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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