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덜 먹으면 환경에 도움이 될까?

by 사소한 질문들

“가격도 비싸고 맛도 떨어지는 대체 고기를 고기 대신 먹어야 할까?” 대체 고기 시장이 서서히 성장하면서도 대답하기 어려운 채로 남아있던 질문이다.

📌  대체 고기 (meat analogue, meat substitute, meat alternative)

대체 고기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주로 콩 단백질에 기반해 제조되며 흔히 ‘식물성 고기(plant-based meat)’로 불리는 식물육과 동물의 세포를 떼어낸 뒤 영양분을 주며 키우는 배양육(cultured meat)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2023년까지 글로벌 대체육류 시장은 229억 달러에 이르며, 2010년 대비 2배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앞으로 10년 이내 대체 육류가 전체 육류 시장의 1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축산업이 발생시키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비중(14.5%)은 그 어느 산업 분야보다 높다. 그뿐 아니라 축산업 운영을 위해선 동물이 먹을 식물 자원 재배가 필요하고, 막대한 양의 물도 계속 사용해야 한다. 가령 소고기 1 칼로리를 얻으려면 소에게 약 6 칼로리의 사료를 줘야 한다. 차지하는 토지와 그 오염 역시 문제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축산업과 육류 산업이 변해야 하고 기후위기 대응에 고기 소비를 줄이는 것이 결국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지만, 당장 먹는 음식에 변화를 주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대체 고기는 여전히 비싸기에 일반 고객 입장에서는 굳이 시도해볼 가치가 있는 상품이 아니었다. 결국, ‘지구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선심’에 기대야 하는 시장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많은 기관들은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빠른 시일 내 육류 섭취를 줄이고, 대체 고기를 먹을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기후위기를 자신의 문제로 느끼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식습관과 생활양식을 바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불과 10년 뒤에 전체 육류 시장의 30% 가까이, 20년 뒤에는 60%가 대체 고기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은 아무리 신뢰도가 높은 기관이라도 의아하다.

이런 예측과 전망이 두 가지를 전제하고 있다고 해보자.

  • 대체 고기가 고기보다 맛있어진다
  • 대체 고기가 고기보다 싸진다

이제 서두의 질문을 바꿀 수 있다. “(내가 즐겨먹던 고기보다) 품질 좋고, 가격도 저렴한 대체 고기를 먹을까?” 그리고 이 선택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해결책까지 된다는 점을 포함하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Yes”로 답할 것이다. 즉, 지금의 대체 고기 시장은 관련 기술의 발전과 향후 경제성을 확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팬데믹이 준 기회

대체 고기가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불과 2년 전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던 식물성 대체 고기 스타트업인 비욘드미트(Beyond Meat)가 2019년 기업공개(IPO)를 했고, 버거킹에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s)의 ‘임파서블 와퍼’, 던킨에 비욘드미트의 ‘비욘드 소시지’가 등장하면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리테일 시장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지만 회의론도 만만치 않았다. 주 내용은 안정적인 품질과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미래에 커질 사업이지만, ‘진짜 고기’ 시장의 점유율을 뺏으며 성장하기엔 이르거나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였다.

하지만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을 기점으로 대체 고기의 성장은 특히 눈에 띄었다. 물론 지난해는 식품 리테일 전반이 성장한 해이지만, 식물성 대체 고기를 구매한 가정 비율이 18%로 증가했고 총 판매액도 14억 달러(약 1조 5870억 원)로 커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2019년과 비교해 45%나 증가한 수치다. 대체 고기는 이제 미국 전체 리테일 판매 포장 육류의 2.7%를 차지한다. 아직 작은 비중으로 볼 수 있지만, 관련 기업들의 성장과 함께 투자도 증가하면서 이제 고기 시장에는 뚜렷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비욘드미트는 미국 리테일 시장의 선두주자 중 하나이지만, 팬데믹 동안 레스토랑 등 외식업 매출은 타격을 받았다. (출처: IRI, 블룸버그)


기존 육류 시장의 관리 문제가 대체 고기 시장에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했다. 작년 봄 대형 육류 가공 공장 내 바이러스 확산 관리가 되지 않으면서 육류 공급에 일시적으로 차질이 생겼다. 그리고 대체 고기 업체들은 진짜 고기를 대체할 기회를 놓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임파서블푸드와 비욘드미트는 이 틈을 타 각 리테일 매장의 매대 공간 비중을 높였고, 수천 개에 불과하던 리테일 공급처도 미국에서만 약 5만 개까지 증가했다. 더불어 기후위기 대응 흐름 분위기가 커지면서 대부분의 주요 패스트푸드 체인을 비롯해 스타벅스 등의 커피 체인은 이들과의 메뉴 협업을 장기적 관점에서 이어가고 있다.

공급이 늘어난 덕분에 대량 생산 체제가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장 확대를 위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가격 인하도 계속되고 있다. 대표 상품인 햄버거 패티의 공급가는 이제 파운드당 9~11달러를 이루고 있어 일반 소고기 패티 가격인 5~7달러에 가까워지고 있다. 올해에도 가격 인하가 추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장벽은 점점 빨리 사라질 것이다.

시장의 판도 커지다

지난 1년 간 촉진된 성장을 발판 삼아 임파서블푸드도 이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앞서 상장한 비욘드미트는 그동안 대체 고기 상품 출시에 소극적이던 세계 최대의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와 새로운 메뉴 라인업인 맥플랜트(McPlant)를 함께 만들기로 했다. 또한 비욘드미트는 펩시와도 새로운 상품 개발에 나서면서 공급 통로를 확장하고 있다. (성장 전개가 무척 빠른 것 같지만) 팬데믹은 이들이 만들어온 제품과 브랜드의 잠재력을 그만큼 크게 끌어내는 기회였고, 시장 전체를 키울 수 있게 해 줬다.

브라질의 JBS, 미국의 타이슨푸드 등 ‘빅미트(Big Meat)’라고 불리는 세계 최대 육류 가공 업체들도 이제는 자체적인 상품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대체 고기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주목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JBS는 장기적 관점에서 독립 상품을 개발할 별도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기존 기업들도 위기의식을 드러내며 진지하게 대체 고기를 바라보고 있다는 신호다.

비교적 일찍이 시장에 진출한 네슬레를 비롯해 유니레버, 펩시 등의 다국적 식품 기업은 대체 식품 라인업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가능성을 보고 식물성 식품 회사를 인수했던 켈로그는 미국 시장에서 임파서블푸드와 비욘드미트보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식물성 대체 고기 사업자가 되기도 했다.

이번 팬데믹은 많은 기업들이 기후위기 대응 비즈니스를 포함하는 ESG 투자 흐름*을 더 의식하게 만들고, 각 기업들의 투자 확대 결정을 도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세계 대표 기업들의 연이은 사업 확대 행보에는 보다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대체 고기’라는 기후위기 대응 비즈니스가 미래에 꼭 점유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분명히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그들은 미래 수익과 회사의 지속가능성이 달린 사업으로 보고 있다.
* ESG 투자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ESG 투자가 중요한 이유’ 참고.

📌 ESG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 사회(Social) ·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 2021년 1월, 금융위원회는 한국도 오는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되며,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비재무적 친환경 사회적 책임 활동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앞으로 계속 커질 판 

싱가포르에서는 얼마 전 세계 최초로 배양육 판매를 허가하면서 앞으로 새로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가능성을 알렸다. 배양육 판매에 대한 기존 축산업과 육류 시장 내 반대는 아직 큰 상황이지만, 이번에 판매 허가를 받은 실리콘밸리의 잇저스트(Eat Just) 외에도 현재 전 세계에 50개 이상의 배양육 스타트업이 개발을 진행 중이고, 이들은 커질 시장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과 대체 식품 분야에 집중하는 임팩트 투자자인 블루 호라이즌(Blue Horizon)이 함께 낸 최근 리포트에 의하면, 식물성 대체 고기의 가격은 2023년이면 일반 육류 가격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제 시장에 진입 중인 (사용 자원을 최소화하면서 실험실에서도 기를 수 있는) 미생물 기반 대체 고기와 동물 세포 배양육의 가격도 머지않아 기존 가격 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비슷한 흐름의 예측과 전망은 최근 계속 이어져 왔다.

△ 현실적인 맛과 질감을 가진 대체 단백질은 2020년대 초부터 2030년대 초까지 기존 육류와 동등한 가격대로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 (출처: BCG & Blue Horizon, <Food for Thought>, 2021.3)

작년 한 해 주요 시장에서는 기후위기 대응 비즈니스에 대한 벤처 펀딩이 크게 증가했다. 식물성 대체 고기에서 시작된 ‘가짜 고기’ 시장은 이제 진짜 고기보다 더 진짜 같은 고기를 만들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계속 등장하면서 다국적 기업도 시장에 진입 중인 미국과 유럽 등지 그리고 미래 안정적인 식량 확보를 주요 국가 과제로 설정한 싱가포르 등에서는 이미 대체 식품의 확대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기후위기라는 큰 문제 앞에서

이 변화의 중심에 있는 임파서블푸드나 비욘드미트의 사업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한 번쯤 해보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고기 없이 살 수 있을까?”, “고기를 대체할 수 있을까?”, “고기를 덜 먹으면 기후위기 해결에 도움이 될까?” 막연한 상상 때문에라도 해보는 질문들이다. 이런 질문은 고기 섭취라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도, 우리 앞에 놓인 큰 문제인 기후위기 대응에 도움을 줄 방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허황된 이야기 같던 ‘진짜 고기의 대체’ 가능성은 어느새 높아졌다.

물론 현재와 같은 수준의 성장 흐름이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팬데믹과 이어진 벤처 투자 범람이 지금의 현상을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단기적으로 또 시장이 어려워지는 시기가 오면 당연히 극복해야 할 과제들도 생길 것이다. 없던 시장이기에 예측도 힘들다.

하지만 이들은 기어이 시장에 균열을 내서 자리를 잡았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확장을 계속해 가고 있다. 더군다나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도 적극 동참해 이끌어 가려는 기후위기 대응과 이에 대한 투자 확대 흐름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큰 흐름 속에서 변화의 속도는 이제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인 우리 손에 달려 있다.

Edit 손현  Graphic 이은호, 이홍유진


Writer 커피팟 (COFFEEPOT)

해외 비즈니스 뉴스를 전하는 뉴스레터 서비스이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세상을 바꾸고 있는 기업과 비즈니스의 맥락을 쉽고 재미있게 전한다. 테크와 새로운 비즈니스가 바꾸는 산업에 대한 분석과 더 깊은 시선을 포함한 아티클을 제공하는 유료 구독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의견 남기기
사소한 질문들

세상의 중요한 발견은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태어납니다. 작고 익숙해서 지나칠뻔한, 그러나 귀 기울여야할 이야기를 조명하며 금융과 삶의 접점을 넓혀갑니다. 계절마다 주제를 선정해 금융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필진 글 더보기

사소한 질문들 여름호 - 환경과 비용 다음 글

추천 컨텐츠

사소한 질문들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