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뉴욕, 런던 사람들도 똘똘한 집 한 채에 집착할까?

by 사소한 질문들


사람들이 똘똘한 한 채로 환승한 이유

이상기후 속 날씨 변화처럼 주택시장은 변화무쌍하고 예측도 어렵다. 2~3년 전까지는 갭투자가 답이라는 책들이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장식했다. 한 사람이 집 백 채를 갖는 것은 나머지 99명이 내 집을 마련해 안정적인 생활을 할 기회를 빼앗은 것이니 관점에 따라 충분히 비난받을 만하지만, 누구도 이에 대해 문제 제기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저자를 롤모델로 삼아 너도 나도 집을 사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이 앞다퉈 집을 사자 당연히 집값은 무섭게 상승했고, 올라가는 집값 속에서 영끌, 벼락거지 같은 신조어가 등장했다. 오죽하면 국내 포털 질문 란에 “내가 산 집이 몇 채이고 어디에 있는지 한 번에 알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는 질문까지 등장했을까?

그러자 2020년 여름, 이미 둑이 터져 물바다가 된 동네에 뒤늦은 수해 조치를 취하듯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가 강화됐다. 양도세는 집을 팔 때 내는 세금인데,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주택을 팔 때 보유 기간이 짧을수록 시세 차익에 중과세(보통 세금의 비율보다 더 많이 부과하는 세금)를 부가한 것이다. 또한 보유한 집에 대해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도 주택 수에 따라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했다. 집이 많을수록 세금이 높아지고, 집을 팔아 생기는 이익에 대해서도 중과세를 적용하자 집을 사는 사람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똑똑한 시장은 변화된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지방 도시에 3억짜리 집을 3채 갖고 있는 사람은 3주택이라서 중과세의 대상이 되지만 강남에 30억짜리 아파트가 하나 있는 사람은 1주택이기에 중과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보유한 아파트 여러 채를 팔아서 강남의 값비싼, 즉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탔다. 시장은 언제나 제도를 넘어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너무 비싼 대도시의 주거비

우리나라에서 집을 지칭하는 명사로는 주택, 주거, 부동산 등의 단어가 있다. 위에서 말한 갭투자를 통한 다주택 보유에서 어느 날 갑자기 강남 아파트 한 채로 사람들의 선호가 변화한 것은 사람들이 집을 부동산의 관점에서 바라봐서 일어난 일이다. 반면 주거는 그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이 포함된 단어다. “주거 환경이 좋은”이라는 표현은 쓰지만, “주택 환경 또는 부동산 환경이 좋은”이라는 표현은 영 어색하다.

부동산에는 경제적, 재산적 의미가 강하다. 세계의 주요 대도시에는 늘 많은 사람이 모이지만 땅의 크기는 정해져 있다. 사람이 생활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집이 필요한데 땅의 크기를 늘릴 수 없으니 지을 수 있는 집의 숫자도 한정되어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와 교육, 문화, 여가, 편리함이 있는 도시에 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세계 유명 대도시는 대부분 집값과 집세가 매우 높아 평범한 시민의 월급으로 집세를 감당하기 어렵다. 파리도, 뉴욕도, 런던도, 서울도 그렇다. 땅이 좁은 홍콩의 주택난은 더욱 악명이 높다. 과연 세계적으로 주거비가 높은 도시에서 사람들이 집을 소유하거나 거주하는 모습은 우리와 얼마나 비슷하거나 다르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

파리지앵의 비낭만적 주거 환경

파리의 회색 지붕 아래 작은 스튜디오에 머물며 도시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낭만적인 바람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곳에 여행객이 아닌 거주자로 산다면 그 주거 환경은 그다지 아름답지도, 만족스럽지도 않다. 오늘날 파리는 중세와 근대를 거치며 도시의 틀을 갖췄다. 지금처럼 자동차나 대중교통 수단이 발달하지 않았으니 도시는 크게 확산될 수 없었는데, 동시에 산업혁명 이후 수많은 빈민층이나 노동자 계층이 일자리를 찾아 파리로 몰려들었다.

당시 이들이 생활하던 주거 환경은 말할 수 없이 열악하고 비위생적이어서, 좁은 방 한 칸에 여러 가족이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세느현의 지사 오스만이 기존의 좁고 비위생적인 도시 구조를 개조하기 위해 방사형의 넓은 도로를 뚫고 공공시설을 설치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건물이 헐려 주택이 더 부족해졌고, 주택 임대료는 일주일이 다르게 미친듯이 상승했다.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길가로 내몰려 유랑민을 이뤄 도시를 떠돌기도 했다. 그리고 이전의 낡은 건물이 철거된 자리에는 부르주아 계층이 거주하는 멋진 건물들이 자리잡았다. 이 건물들이 지금도 우리가 파리를 여행하며 마주치는 풍경이다.

약 40년간의 오스만 개조를 겪으며 파리는 새로운 도시계획과 매력적인 건축물을 지닌 도시로 재탄생했다. 오스만 스타일의 건물은 7~9층 정도의 높이로 지어지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었던 당시는 2~3층에 귀족 계층이 살았고,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서민, 하인 계층이 거주했다. 다른 도시에서는 계층별 거주지 분화가 주로 수평적으로 나타나지만, 도시가 집약적으로 발달한 파리에서는 한 건물 내에서 수직적으로 계층별 거주 분화가 발생한 점이 특징이다. 그리고 부르주아 계층은 이렇게 지은 “수익주택(immeuble de rapport)” 건물을 통해 높은 임대수익을 거뒀다. 부동산으로서 주택의 소유와 활용은 파리에서는 이미 19세기부터 부르주아 계층을 통해 발달한 것이다.

우리 눈에 낭만이 넘치는 파리의 옥탑방은 전통적으로 하녀가 거주했고, 지금도 “하녀방(chambre de bonne)”로 불린다. 여름에는 펄펄 타는 듯 뜨겁고, 겨울엔 손이 얼 듯 추운 이곳은 오늘날에도 돈이 없는 학생이나 젊은 층이 주로 거주한다. 멋지고 세련된 건물의 가장 윗층에 올라가면 좁은 복도에 작은 방들이 죽 붙어 있고, 화장실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좁고 빙빙 도는 계단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물과 식료품을 들고 올라가다 보면 아름다운 도시에 대한 감흥은 자취 없이 사라진다. 게다가 파리 한복판에서는 이런 공간조차 월세가 우리나라 돈으로 100만 원이 넘는다. 파리의 주거 현실은 전혀 낭만적이지 못하다.

△ 낭만적으로 보이는 파리의 풍경은 19세기 부르주아 계층이 임대료 수익을 얻기 위해 지은 건물 형태로, 2~3층엔 부르주아 계층이, 상층으로 갈수록 노동자, 하인 계층이 거주했다. 맨 위 옥탑층은 ‘하녀방’으로 불려, 지금도 학생과 청년들이 좁고 불편한 방에 거주한다.

파리 시민의 소득 대비 주거 비용을 살펴보자. 파리 시민의 가구당 1년간 중위소득은 28,570유로이니 매달 2,380유로(약 330만 원)를 번다. 파리의 1m²당 주택 월 임대료 평균은 24유로(관리비 제외)이므로, 방이 두 개쯤 있는 60m²(약 18평) 집에 살기 위해서는 월세로 1,440유로를 내야 한다. 그러면 중위소득 가구는 집세를 내고 나면 매월 1,000유로(약 140만 원)도 채 남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본 원고에서 이하 프랑스 및 파리 주택현황 자료는 “Fiches territoriales, Agence Départementale d’Information sur le Logement de Paris(파리시 주택정보청), 2022” 자료를 활용했다.

또, 파리의 주택 가격은 1m²당 13,455유로(약 1800만 원)이다. 이는 평균값으로, 누구나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중심지나 중산층이 사는 지역의 주택 가격은 훨씬 높다. 중위소득을 지니는 한 가구가 1년 동안 번 돈을 전혀 쓰지 않고 모두 모으면 한 평(3.3m²)도 채 안 되는 2m² 면적을 살 수 있다.

10년을 모으면 겨우 20m²의 원룸을 장만하고, 방이 하나 있는 40m² 작은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20년이 걸린다. 이렇게 집값이 비싼 곳에서 일반 서민에게는 똘똘한 한 채를 원하는지, 더 많은 집을 원하는지 묻는 것조차 무례한 일이다. 파리 시민의 자가거주율은 33%이고 프랑스 전체의 자가 보유 비율은 58.1%이지만, 파리의 일반 서민에게 내 집 장만은 멀고 먼 이야기이다.

서민이 밀려나지 않도록,
사회주택과 민간 임대료 규제

그럼 자가를 보유하지 않은 파리지앵은 어떻게 비싼 주거비를 감당하면서 생활할까? 파리 시민의 44%는 민간주택에 임차인으로, 18%는 사회주택(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에 해당)에 임차인으로, 나머지 5%는 무료로 주택에 거주한다. 프랑스는 2000년 이후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사회주택(logements sociaux)을 대부분 도시에 2025년까지 25% 이상 확보하도록 법률로 정했다. 파리시의 주택 중 사회주택 비율은 20.8%이고, 파리와 주변 지역을 포함한 그랑 드 쿠론(grande couronne) 지역의 사회주택 비율은 25.6%이다. 즉 네 집 중 한 집은 사회주택인 것이다. 프랑스의 사회주택은 소득에 따라 임대료가 차등화되기 때문에 소득이 낮아도 자신의 식구 수에 맞는 집에 거주하면서 자신의 소득에 맞게 임대료를 낼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하지만 더 이상 빈 땅을 찾아보기 어려운 파리에서 저렴한 사회주택을 기관이 계속해서 공급하기는 어렵다. 프랑스는 다주택자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높은데, 특히 5채 이상을 지닌 가구가 주택을 소유한 지역을 보면 파리, 리용, 릴과 같은 주택 수요가 높은 대도시에 몰려 있다. 또한 파리에서는 콩코르드 광장, 샹젤리제 같은 가장 부동산 가격이 높고 중심지인 곳에 몰려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프랑스는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너무 높아 주택시장의 긴장이 높은 도시에서 지자체장이 민간주택 가격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 법률의 시행에 앞장선 파리시는 2014년에, 그리고 다시 2018년에 민간주택의 임대료를 규제하기 위해 도시의 구역별로 주택 임대료의 기준과 상한선, 하한선을 제시하고 현재도 적용하고 있다.

사실 프랑스는 다주택자 비율이 높다. 법적으로 1년에 유급휴가가 35일이고, 아이들도 1년에 방학이 5번이나 되기 때문에 긴 휴가를 보내기 위해서는 시골에 작은 집이 있으면 매우 유용하다. 한국의 인구 1천명당 주택 수는 418.2호*인데, 프랑스는 548.5호이니 상대적으로 집이 여유 있는 편이다. 3주택 이상 9주택 이하 소유 가구를 합친 비율이 무려 18.3%이나 되며, 주택 5~9채를 가진 가구의 비율이 5%로 우리나라에서 3채를 가진 비율 4.7%보다도 높다.** 주변의 프랑스인 친구들을 봐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물려준 시골집을 휴가용 주택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국토교통부 ‘주택보급률’, 2022. **OECD Directorate of Employment, Labour and Social Affaire, 2020년 EU 인구 1천명 당 평균 주택수인 495호에 비해서도 프랑스의 주택 보급율은 여유 있다.

하지만 대도시의 주택은 이야기가 다르다.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부유층이 다수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주거 비용은 일반 서민이 감당하기에 너무나 높다. 이런 이유로 공공은 주택의 가격을 관리하고, 시장보다 훨씬 낮은 임대료의 질 좋은 사회주택을 계속 늘리고 있다. 또한 일반 서민이 일정한 가격 이하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이자가 거의 0%인 대출을 통해 자기 집을 마련하고 안정된 주거를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런 여러 지원을 통해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는 학생, 예술가, 일반 서민도 도시에서 밀려나지 않고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작은 집, 공동주택, 기업 중심의 뉴욕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인 뉴욕은 자가 거주 비율이 32.8%로, 미국 전체의 자가 거주 비율이 64.4%인 것에 비교하면 거의 절반일 정도로 임차인 비중이 높다. 뉴욕 주택의 월 임대료 중위값은 1,489달러(약 200만 원)이지만, 주택을 소유한 경우는 대출금을 갚기 위해 매달 3000달러(약 400만 원) 이상을 지출하는 가정이 43.2%에 달한다. 뉴욕시 가정의 중위소득이 2,791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의 규모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영끌에 해당한다.*
*이하 뉴욕 주택현황에 대한 자료는 다음의 자료를 참조했다. Matt Timmons, New York City Renters Statistics and Trends, 2022.05.12.

좁은 도시에 많은 사람이 몰려 들어 함께 살기 위해서는 집의 크기가 작아지는 수밖에 없다. 뉴욕시의 평균 집 사이즈는 방 2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주택 규모인 25평형(85m²) 집이 보통 방 3개와 넓은 거실로 구성되는 것에 비하면 뉴욕의 집은 훨씬 더 작다. 뉴욕의 집은 69.9%이 방 2개 이하의 집이다. 집의 형태를 봐도 20호 이상이 한 건물에 있는 형태의 공동주택이 48.4%, 10~19호로 구성된 주택이 6.4%로, 아파트 천국인 서울만큼 공동주택이 많은 도시이다.

뉴욕에서는 집의 형태에 따라 거주 형태가 달라진다. 다른 집들과 분리된 단독주택에서는 대부분의 가구가 자신이 소유한 집에 거주한다. 즉 임대소득을 위해 주택을 빌려주는 비율이 낮다. 그러나 한 건물에 2가구 이상이 거주하는 주택 형태에서는 임차로 거주하는 가구 비율이 매우 높아진다. 한 건물 내에 20세대 이상이 함께 사는 경우 대부분 임차 가구가 거주하는 특징이 있다. 도심에 위치한 커다랗고 높은 건물에는 작은 집이 수십 채 있고 주로 임대주택으로 활용되는 반면, 도시 외곽에 위치한 넓은 규모의 단독주택은 부유한 계층이 직접 소유하고 거주하는 것이다. 도시의 형태와 구조가 시민들의 거주 형태를 자연스럽게 분화시키는 모습이다. 이는 파리와 인근 지역의 거주 모습과도 매우 유사하다.

그럼 이렇게 많은 도심의 임대주택은 누가 소유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와 달리 뉴욕은 건물과 주택을 소유하고 임대하는 대형 부동산 회사들이 크게 발달했다. 가장 많은 주택을 소유한 회사는 15,521호의 집을 115개 건물을 통해 보유한다. 10,000세대가 넘는 주택을 보유한 회사만 해도 4개가 넘고 주택 보유 20번째 순위의 회사도 4,388세대를 보유하고 있다. 상위 20개 부동산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택은 15만 호가 넘어간다.* 즉 우리나라처럼 개인이 갭투자와 똘똘한 한 채 사이를 오가면서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임대업이라는 커다란 시장이 기업 차원에서 작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Corina Stef, ‘Top 10 Manhattan Apartment Owners’, 2017.9.28.

뉴욕의 심장부인 맨하탄을 대상으로 주택 보유 물량을 봐도 개인이 보유한 주택의 비율은 67.7%이고, 다음은 정부기관, 부동산 투자 회사, 비영리단체의 순서로 주택을 보유한다. 정부와 비영리단체가 보유한 주택의 비율도 22.5%가 된다. 임대료가 가구 소득의 절반에 다다르는 뉴욕에서 평범한 서민 가정이 도심에 머물고 생활할 수 있는 비결은 여기에 있다.

경제력이 충분하지 못한 뉴요커들은 자본주의의 중심인 도시 뉴욕에서 시민들간의 연대를 통해 비영리단체를 만들고 정부와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 도시에서 머물 공간을 만든다. 지역주민 조합을 만들어 땅을 보유하는 공동체토지신탁,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함께 살 집을 짓는 공동체주택 등을 통해 예술가와 일반 서민들이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것은 뉴욕을 매력적인 도시로 만드는 또 하나의 특징이다. 이는 활기찬 뉴욕의 지속가능성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시민이 만드는 주택과 도시, 런던

런던 사람들이 자기 소유 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은 매우 높아 52.7%에 이른다. 런던을 여행하다 보면 부동산에 써 있는 집세를 보고 천문학적 숫자에 깜짝 놀라게 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런던은 이너런던과 아우터런던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를 합쳐서 그레이터 런던이라고 부른다. 그레이터 런던의 면적은 약 1,569천m²로 큰 도시에 속하는 서울보다도 두 배 반이나 더 넓다. 그래서 도시 중심부의 집값은 매우 높지만 상대적으로 외곽인 지역의 주택은 개인 소유가 가능한 것이다. 참고로 파리는 서울 면적의 1/6, 런던 면적의 1/15보다도 작으므로, 세계 대도시의 주택 가격과 거주 현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위험하다.

런던의 2019~2020년 평균 임대료는 1,425파운드이고, 2019년 중위소득은 36,797파운드로 연소득대비 주택구입기간은 12.1년이다.* 그러나 런던의 중심부인 웨스트민스터 지역의 주택구입기간은 21.8년이고, 킹스턴과 첼시 지역은 39.6까지 올라가 평생 일을 해도 집을 장만할 수 없는 살인적인 집값을 보인다. 이렇게 지역마다 편차가 큰 런던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거주할 곳을 마련할까?
*이하 런던 주택 현황 및 가격에 대한 자료 전반은 다음의 보고서 내용을 참조했다. “Georgie Cosh, James Gleeson, Housing in London 2020, Greater London Authority”

△ 우리가 여행할 때면 걷게 되는 런던 시내의 주택임대료는 파리시의 2~3배에 달할 정도로 무섭게 높다. 그러나 공적 주택이 20% 정도 마련되어 있어 소득이 낮은 시민도 도시에서 축출당하지 않고 거주할 방법이 있다.

런던 시민은 소득에 따라 다른 거주 모습을 지닌다. 소득 하위 20%와 40%에 속하는 계층은 사회주택에 임차인으로 거주하는 비율이 가장 높고, 대출을 지닌 상태로 주택을 보유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 반면 소득 상위 20%는 대출이 있는 자가 거주자가 많고, 민간주택에 임차로 거주하는 경우도 많다. 흥미로운 점은 대출 없이 자가를 보유한 비율이 소득 상위 20%와 소득 하위 20%에서 비율이 함께 높다는 점이다.

또한 주택 면적에 따라 자가와 임차 거주 유형이 크게 달라져, 50m² 이하의 주택에는 자가 거주 비율이 매우 낮고 민간임대주택 거주 비율이 가장 높은 반면, 110m²가 넘어가는 주택에는 자가에 거주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런던은 파리, 뉴욕과 마찬가지로 공적 주택의 비율이 20%를 넘어가 서민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데, 과거에는 지방정부가 직접 건설하고 관리하는 공공주택이 많았던 반면 1990년대부터는 공적 성격의 주택협회 중심으로 공공주택을 건설하고 관리하고 있다.

영국인들의 다주택 소유는 매우 낮은 편으로 약 3% 정도이다. 2주택 보유 목적은 주말주택으로 사용이 39%, 장기 투자나 수입 목적은 35%다. 그 외 16%는 기존에 해당 주택을 주요 거주 주택으로 사용했거나, 은퇴를 대비한 경우, 집과 일자리가 먼 경우, 가족구성원이 집과 먼 곳에 거주하는 경우 등이 2주택을 보유한 이유로 우리나라의 갭투자와는 거리가 조금 먼 모습이다.*
*“Number of second homes sees 30% climb in five years”, 2021. George Bangham, “Game of Homes: The rise of multiple property ownership in Great Britain”, 2019.6.15.

영국 주택 소유자들의 연령을 보면 35~45세가 11.2%, 45~55세가 15.4%, 55~65세가 19.2%로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보유 비율이 높아지다가 은퇴 이후인 65세 이상에서 35.1%로 급격히 높아진다. 즉 영국에서 집은 평생 노력한 결과로 나이가 들면서 축적한 재산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택 소유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층은 70~79세이지만, 주택 소유 수는 40~49세층에 가장 많이 보유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English housing survey 2018-2019, second home, ministry of housing communitis & local gouvernment

영국에서는 2000년 이후부터 쇠퇴한 도시나 지역을 재생하기 위해 주민 중심의 공동체주택(community led housing)과 공동체토지신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는 단순히 서민들에게 저렴한 임대료의 집을 마련해주는 것을 넘어 주민들 일자리까지 만들며 이를 통해 지역을 되살리고 있다. 공공이 지닌 땅을 저렴한 가격에 지역주민단체에게 임차해주고, 이를 지역 자산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의 중심에 일반 시민과 주택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 나가는 도시는 현 시점 런던의 도시계획에서도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다.

소유와 임차, 그 너머의 집

뉴욕, 파리, 런던의 주거비는 매우 높아서 서울과 마찬가지로 일반 서민이 한 푼, 두 푼 성실하게 월급을 모아 집을 장만하기가 쉽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세 도시 모두 약 20%에 달하는 공적 성격의 주택을 마련해 소득이 낮은 층도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 돕는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 임대와 소유의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원하는 집을 짓는 것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주거와 도시의 공공성을 넓혀나가는 방식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흔히 이런 거주 형태는 공동체주택이라는 제도 이름 아래 확장된다.

또한 공동체주택을 짓기 위한 토지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공동체토지신탁을 활용하기도 한다. 시민들이 정부와 공공의 지원을 받아 저렴하게 주택을 짓고, 그곳에 살다가 이주할 경우 다음 거주자가 저렴한 임대료와 주택 가격을 이어받아 계속 살 수 있는 것이다. 올라간 집값에 대한 이익을 개인이 취하는 것이 아니라, 낮은 집값과 땅값을 그 지역에 계속 유지하도록 하는 메커니즘이 핵심이다. 공동체주택을 짓는 과정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집을 머리를 맞대고 함께 의논하면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사람들은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사람이 살 만한 도시환경은 이렇게 참여하는 주택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을 임차인에게 매각하여 주거 안정을 돕는다. 만약 그 집을 취득한 사람이 경제적으로 문제가 생길 경우 공공주택 관리기관이 다시 그 집을 매입하고, 거주자는 그 집에 계속 임차인으로 거주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적용하기도 한다. 영국도 사회주택을 임차인이 취득할 수 있도록 해 주거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제 주택은 소유냐, 임차냐를 떠나 거주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엔데믹 시대의 똘똘한 집이란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세계 모든 도시와 사람들은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야 했다. 사람간 교류는 줄었고, 물건을 사거나 외식을 해도 가급적이면 사람이 적고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하게 됐다. 상가는 텅텅 비었지만 공원은 북적였다. 재택근무도 도입되었다. 이제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사람들은 이전으로 회귀하지 않고 어느새 익숙해진 새로운 생활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주택 분야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세계 대부분의 대도시에서 팬데믹 기간 동안 도시 내 이동은 감소했고, 도시 외곽으로의 인구 이동이 현저하게 증가했다. 파리와 런던에서도 대도시의 좁고 답답한 아파트를 벗어나 더 넓은 교외 지역으로 이주하기 위해 부동산을 구입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더 많은 녹지에 둘러싸여 있고, 같은 비용으로 훨씬 넓은 면적의 집과 자신의 정원까지 누릴 수 있으며, 재택근무로 굳이 회사에 출근할 필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파리와 런던의 주택 가격은 하락했다. 프랑스 전체의 부동산 가격은 2022년 4월 기준 한 달간 0.3% 상승했지만 파리의 집값은 0.5% 하락했다. 2020년 파리의 주택 가격은 4% 하락했으니, 팬데믹 기간 동안 진행된 부동산 시장의 변화가 고착화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대도시의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이 상황이 서민에게는 다행스러운 것일까? 어쩌면 경제적인 여건이 되는 사람들은 더 넓은 주택을 찾아 외곽으로 떠난 반면, 교통비에 높은 비용을 지불하거나 넓은 집을 찾아갈 여력이 없는 서민, 재택근무가 보장되지 않는 직업을 지닌 사람들만이 도심에 남겨졌는지도 모른다.

남겨진 곳이 어디든, 그곳이 먹고살기 바쁜 도시라면 더더욱, 주거 환경을 기반으로 서로를 돌보고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 생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1~2인 가구가 늘어도 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커뮤니티가 풍부한 도시라면 우리는 더불어 즐겁게 생활할 수 있다. 엔데믹 시대의 똘똘한 집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함께 나누는 삶이 싹트는 집일 것이다.


Edit 주소은, Graphic 이은호, 조수희, 엄선희

Writer 최민아

도시계획가 겸 건축가. 삶의 공간인 도시와 건축, 주택에 관한 글을 쓰고 연구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의 수석연구원으로, 프랑스 파리 8대학교에서 건축학 박사, 파리 라빌레트 국립 건축학교에서 건축사 학위를 받았다. 최근에는 공동체주택, 사회주택, 공동체토지신탁, 토지임대부, 신도시 자족기능 등을 연구했다. 저서로 ⟪메트로폴리스 파리, 메트로폴리스 서울⟫, ⟪도시는 만남과 시간으로 태어난다⟫, ⟪눈 감고, 도시⟫, ⟪우선 집부터. 파리의 사회주택⟫, ⟪앞서지 않아도 행복한 아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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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질문들

세상의 중요한 발견은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태어납니다. 작고 익숙해서 지나칠 뻔한, 그러나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를 조명하며 금융과 삶의 접점을 넓혀갑니다. 계절마다 주제를 선정해 금융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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