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준비, 미리 계산해볼 수 있을까?
ㆍby 주소은
돈에 밝은 사람은 어디까지 준비해두고 퇴사할까?
얼마 전 유튜브 피드를 슥슥 내리다가 눈에 덜컥 걸린 제목이 있었어요. “대기업도 퇴사하게 도와주는 자산관리 비법 문서 3가지”. 구글에서의 커리어 성장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던 미키김이 퇴사 후 시작한 개인 채널에 올라온 것이었죠.
그는 ① 현재 내 자산을 확인하는 문서, ② 현재 내 소비생활을 파악하는 문서, ③ 내 자산과 소비생활을 기반으로 경제적 자유를 시뮬레이션해보는 문서를 소개하며, “많은 금융 서비스를 찾아본 뒤에 직접 이 양식을 만들었다"고 말해요. “세 번째 문서를 여러 번 업데이트한 끝에 마침내 20여 년의 회사생활을 끝내도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이대로 일하면 경제적 자유가 오긴 올까?’ 영상만으로 해소되지 않은 인생 최대의 궁금증을 어깨에 짊어지고 미키김의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퇴사 전에 어디까지 준비했는지, 노후 준비 시뮬레이션은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또 그러기까지 돈에 관한 경험은 어땠는지 차근차근 지혜로운 답을 들을 수 있었어요.
살아온 세월과 살아갈 날을 몇 가지 숫자로 계산하려니 두렵지만, “최대한 보수적인 숫자를 이리저리 넣어보며 여러 경우의 수를 굴리다 보면 안전한 미래가 그려지는 때가 온다", “어차피 몇 월 며칠부터 나는 경제적 자유! 하는 순간은 오지 않으니 계속 업데이트하며 노후를 가늠해보라"는 그의 조언과 함께 현재를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면, 막연히 달콤한 꿈 대신 ‘은퇴 준비 1단계 진입’이라는 손에 잡히는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요?
△ 이대로 일하면 언제쯤 내게도 '경제적 자유'가 올지, 계산해본 적 있나요? 구글의 총괄 디렉터였던 미키김이 대기업도 퇴사하게 해준 자산 관리 비법과 은퇴 시기 예측 방법을 공개합니다.
커리어, 그리고 돈에 대한 경험이 쌓인 시간
20여 년의 회사생활 마친 것 축하드려요. 요즘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회사 밖으로 나온 건 처음이라 저로서는 정말 큰 변화를 맞이했어요. 제일 달라진 게 있다면 시간을 100% 나를 위해 쓰고 있다는 거예요. 연차가 쌓일수록 '조율'하는 게 주 업무라서 남을 위해 쓰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면 소통해야 하는 사람도 무한대로 늘어나고, 힘들었죠.
요즘은 제 유튜브 채널인 미키피디아의 영상 만드는 데 시간을 가장 많이 쓰기 때문에 소통도 제작진과 많이 해요.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에서 돌아가는 일상이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워요.
인생 2막의 키포인트는 시간 통제권이 나에게 쥐어진 점이군요. 2막으로 넘어가기 직전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더 많은 나이가 되기 전에 회사를 떠나 독립적으로 활동해보고 싶은지는 꽤 되었는데 제가 모험심만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서, ‘만약 퇴사하고 더 이상 수입이 없거나 훅 줄어들면 몇 살까지 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를 계산해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보통은 60대 은퇴 후를 인생 2막으로 많이 표현하지만, 제게는 조직에 소속되어 월급받으며 생활한 게 1막, 밖으로 나가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 하는 게 2막으로 느껴졌고요.
퇴사를 결정하고 실제 퇴사날까지는 시간이 좀 있잖아요? 오랫동안 하고 싶은 걸 고민해왔기 때문에 저는 그 기간에 앞으로 운영할 법인 설립하고, 유튜브 제작사와 계약도 끝낸 상태였어요. 퇴사 바로 다음날부터 할 일이 있었던 거죠.
치밀한 퇴사 계획이네요. 평소 돈 관리나 재테크도 이렇게 계획적으로 하시나요?
경제 전문가는 아니지만 직장인으로 사는 동안 잘해온 점이 있다면, 누구나 알면서 잘 실천하지 않는 걸 해왔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수입이 들어올 때마다 저축할 돈을 미리 떼어두고 남은 돈에서만 소비하는 것, 내가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 제때 파악하고 있는 것 등이에요. 처음 사회생활할 때부터 지켜왔고 지금도 자산 관리하는 데에 기본이 되어주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직장생활을 하셨죠. 글로벌 대기업에 있으면 돈과 관련한 경험도 좀 남다른가요?
관련 있는 전공은 아니었지만 학생 때 IT덕후였어요. 그래서 삼성전자에 취업했던 거고, 미국 MBA를 교두보 삼아 글로벌 IT회사로 이직했고요. 축구선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어보고 싶고, 야구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보고 싶은 것처럼 저도 가장 큰 리그에서 일하고 싶다는 욕망이 자연스럽게 생겼던 거 같아요. 로망을 이루면서 연봉도 높였으니 좋은 케이스였죠.
15년 전 구글은 빠르게 성장해서 주목받긴 했지만 지금 같은 규모도 아니었어요. 다른 대기업에 비하면 안정적이지 않은 점을 감수하고, 이제 막 상장해서 스타트업 티를 아직 벗지 못한 단계에 합류했기 때문에 회사가 성장하는 동안 저도 스톡 등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었고요. 요즘 한국에서도 스타트업에 취업하는 분들이 늘어나서 그때 리스크를 끌어안은 제 선택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아실 거 같아요.
실리콘밸리에서 일할 때 주변 사람들이 돈에 있어 달랐던 점을 꼽자면 소유하는 것보다 경험하는 것에 돈 쓰는 동료가 많았다는 거예요. 연봉이 높아도 명품이나 비싼 자동차를 사는 일이 드물더라고요. 좀 잘 풀리면 차부터 바꾸는 분위기와 되게 다르지 않나요? 대신 집이나 여행 같은 자신의 시간을 좌우하는 것에 크게 소비하는 거죠.
또 한 가지 구글에서 일했기 때문에 갖게 된 돈 씀씀이는 ‘투자'예요. 실리콘밸리에 있으면 작은 동아리 같은 스타트업이었다가 크게 성장하는 회사들을 가까이서 목격하잖아요. 그래서 동료들은 항상 투자할 대상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어요. 그 영향으로 저도 엔젤 투자✱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고요. ✱엔젤 투자: 개인들이 돈을 모아 창업하는 벤처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고 주식으로 그 대가를 받는 투자형태.
안 그래도 궁금했어요. 그런 사람들을 옆에서 보면서 나도 창업 한번 해봐야지, 로켓 한번 띄워봐야지! 하는 생각은 없었나요.
소위 ‘대박'이 주변에서 일어나니까 잠깐 생각은 해보게 돼요. 하지만 성공할 가능성을 따지면 섣불리 할 수 있는 결정은 아니었고, 대신 창업하는 사람들에게 투자를 했어요. IT회사에서, 그것도 신사업 개발과 제휴를 담당하니까 초기 창업가들 만날 기회가 많았거든요. 그들과 대화하고 친해지다가 구글 합류한 지 2년 만에 투자 기회가 있었고, 아내에게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해보자"고 했어요. 운 좋게 엑싯✱까지 할 수 있었고요. ✱엑싯(exit): IPO나 인수합병 등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얻는 것.
보통 인생 2막을 위해 1막에서 돈을 최대한 많이 벌어 놓으려고 할 때, 직장인은 이직을 통해서 연봉 점프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미키 님은 한 회사에만 15년 몸담았는데 그런 투자 기회를 잡는 걸로 갈증을 해소한 건가요.
그렇죠. 외부 자극에서 오는 갈증은 투자로 충족했고, 또 그것보다 회사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그 안에서 점프할 기회가 많았어요. 성장하는 조직에 있느냐와 성장하지 않는 조직에 있느냐는 직장인에게 정말 큰 차이인 거 같아요. 그냥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라 회사가 같이 커주니까 저에게 오는 기회도 많았고, 속도를 내야 하는 만큼 윗선의 결재가 중요하기보다는 일하는 사람에게 칼자루가 쥐어져 있었어요. 직접 의사 결정하며 일하는 게 재밌으니까 입사할 때만 해도 ‘여기 5년쯤 있다가 다른 데 가지 않을까' 생각했던 게 어느덧 15년이나 다니게 된 거예요.
인생 2막 시작, 진짜 은퇴를 계산해본다면
포춘(Fortune)지 인터뷰에서 “내가 생각한 경제적 자유에 도달했다"고 말씀하셨어요. 기준이 있었나요?
제가 공개한 자산 관리 양식을 가끔 업데이트하면서 얼마나 모았는지 트래킹한 지 몇 년이 흘렀어요. 그동안 자산이 계속 늘었고, 그걸 보면서 마음의 여유도 조금씩 늘었어요. 어느 순간 그 여유의 크기가 커졌을 뿐이지 “나 오늘부터 경제적 자유!” 하는 날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삶이 끝나지 않는 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또 예상하지 못한 큰돈이 나갈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명확한 기준이 있었던 건 아니고, 인생 2막의 핵심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1막에서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느냐'였기 때문에 자산 관리, 소비 관리, 경제적 자유 시뮬레이션 문서를 업데이트해보다가 예를 들면 ‘이제부터 일을 안 해도 100세까지 지금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겠구나’ 판단한 순간이 있었던 거예요.
3가지 문서 양식을 공개하겠다고 생각한 이유는요?
가끔 자산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소셜미디어에 올릴 때마다 후속 질문이 쏟아졌어요. 짧은 글로 알려드리긴 한계가 있다 보니 자세히 설명하는 영상을 찍고 싶었는데 제 숫자들을 낱낱이 공개하긴 어렵잖아요. 그럴 바에야 누구나 적용해볼 수 있도록 템플릿을 공유하는 게 훨씬 실용적이라고 생각했지요.
자산 관리랑 소비 관리 문서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이지만 경제적 자유 시뮬레이터는 기존에 나와 있는 수많은 계산기를 체험해보고 만족스럽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소를 넣어서 Chat GPT의 힘을 빌려가며 함수를 만든 거기 때문에 꼭 사람들이 써봤으면 했어요. 물론 저는 이렇게 쓰고 있지만 정답은 아니니까 여러분들에게 맞게 바꿔가며 쓰셨으면 해요.
자산 관리 문서를 기록하다 보면 리밸런싱✱하게 되기도 하나요.
네, 처음에는 위쪽에 있는 항목별 입력 란만 있었다가 자산별 비율을 체크하려고 아래쪽 란을 만든 거예요. 퍼센테이지를 보면서 조정하려고 노력하죠. 예를 들면 저는 아무래도 테크 주식 비율이 엄청나게 높아요. 그럼에도 아직 현금 비중을 높일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좀 더 산업군을 다양하게 하거나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인덱스 투자를 늘리려고 하고 있어요. ✱리밸런싱(Rebalancing): 주기적으로 현재 포트폴리오의 자산별 비중을 목표 비중으로 조정하는 것.
어디에 돈을 썼는지도 구체적으로 기록하시더라고요.
이 항목들은 제가 오랫동안 가계부를 쓰면서 이 정도로는 파악하고 있어야겠다 싶은 돈의 용도를 써둔 거예요. 더 디테일한 가계부 프로그램들도 있지만 이렇게 딱 7가지가 한눈에 보기에도 편하더라고요.
연 단위로 어디에 돈을 얼마나 썼는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지출을 관리할 수 있어요. 내가 얼마 있는지도 알아야 하지만 얼마 쓰는지도 알아야 하거든요. 이렇게 기록해두면 “내가 작년에 밥값으로 얼마 썼지?” “옷값은 얼마 썼지?”에 대해 스스로 답할 수 있어요.
작년에 의류비에 너무 많이 썼다면 올해는 옷을 사고 싶을 때마다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요, 코로나 때 휴가비를 거의 못 써서 그 다음해에는 평소보다 풍족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죠.
소비 기록은 3인 가구 기준인가요?
아내와 버는 돈, 쓰는 돈을 따로 관리하기 때문에 그 몫은 안 들어가 있어요. 다만 교육비 등 아이에게 쓰는 돈이 많이 반영되어 있어서 3인분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죠.
저는 카드값 정도만 겨우 확인하는데… 이번 기회에 꼭 사용해볼게요. 소비는 매달, 자산 관리와 경제적 시뮬레이터는 분기에 한 번씩 업데이트하는 거죠?
맞아요. 소비를 조절하면서 자산을 키워가는 게 목표여야겠지요. 자산이 늘어났다면 자연스럽게 경제적 시뮬레이터도 제일 중요한 변수가 변했으니까 한번 또 입력해보게 되죠.
경제적 자유 시뮬레이터를 사용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한 2년 정도 되었어요. 제가 지금 47살인데, 45살 무렵부터 생각이 정말 많아지더라고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40대 중반이 되니까 ‘이제 정말 나이 들어가는 시기'라는 생각도 들었고, 회사도 예전같지 않고, 돈은 어느 정도 벌었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 1막을 접을 때가 된 거 같았어요.
그래서 2막 설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한 거죠. 제 성격이 계획을 안 하면 못 참아요. 지금은 1막, 2막 이렇게 분명하게 구분해서 말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뿅 나온 건 아니고 몇년간의 고민이 이제 정리된 거예요.
“이제부터 4~5년 안에는 접자. 그리고 2막을 시작하자. 그럼 나에게 뭐가 필요하지?” 했을 때 첫 번째로 필요한 게 경제적 자유였어요. 그래서 경제적 자유 계산법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죠.
어떤 게 나오던가요?
제일 처음 본 건 ‘4퍼센트의 법칙'이에요. 간단히 설명하면 내가 1년에 필요한 돈에 25배가 자산으로 있으면 경제적 자유가 가능하다는 법칙인데, 여러 변수를 감당하기에는 단순한 계산법이었어요.
그래서 다양한 계산기를 참고하다가 제가 생각하는 변수가 다 들어간 버전을 만들게 된 거죠. 경기 침체 주기도 넣고, 그럴 때마다 제 재산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도 넣다 보니까 지금의 모델이 완성됐어요.
물론 이대로 완성본은 아니에요. 예를 들어 나이가 들면 의료비가 많이 필요하겠지만 대신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들 테니까 그걸로 대체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병원비가 얼마나 들지는 모르는 일이라서… 때가 되면 병원비를 또 올려서 넣어볼 거고, 그럼 예상했던 경제적 자유 모델이 틀어질 수도 있을 테고, 다른 소비를 줄이겠다는 결론을 낼 수도 있겠죠. 이런 식으로 평생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뮬레이터에 ‘은퇴 나이'는 몇 세로 해뒀나요.
수입이 없어지는 나이는 55세로 넣어뒀지만 숫자를 바꿔가면서 시뮬레이션을 해봐요. 15년 다닌 회사를 떠난다는 게 큰 결정이었던 만큼, 그 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을 정도로 보수적인 숫자들을 넣어본답니다. 예를 들면 침체 주기도 짧게 해보고, 침체가 오면 내 전체 자산이 10%, 15%씩 확 줄어든다는 가정을 해보는 거예요.
팬데믹 이후 주식 시장이 그렇게 안 좋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런 부정적인 변수들을 최대한 넣고도 90살, 100살까지 지금의 생활을 유지하면서 살 수 있는지 계산해본 거죠. 이게 정답은 못 주더라도 ‘이 정도면 돈을 많이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내 페이스대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게 목적이 되어도 되겠구나'라는 결론을 내게 해줬어요.
‘2막을 시작하려면 나에게 필요한 첫 번째'가 경제적 자유였다고 하셨는데, 두 번째는 뭐였나요.
제가 하고 싶으면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거였어요. 재밌어서 하는데 돈도 버는 게 뭘까. 그걸 찾아보는 게 2막을 계획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예요.
예전부터 콘텐츠 만드는 일을 좋아했고, 노하우나 지식 나누는 일도 좋아했어요. 그래서 블로그에 기록을 열심히 했고, 10년 전에 ⟪꿈을 설계하는 힘⟫이라는 책도 써봤고요. 방송이나 강연도 하고, 소셜미디어에 글도 꾸준히 썼어요. 내 콘텐츠를 전달하는 도구가 뭔지만 바뀌어 온 거죠.
그러다 유튜브의 시대가 왔고, 해보고 싶었지만 회사 다니면서 채널 운영을 하는 건 무리였어요. 그런데 마침 친한 사이인 조승연 작가의 제안으로 ‘조승연의 탐구생활'에 게스트로 나갔고, 그게 반응이 좋아서 제가 고정으로 출연하는 코너(탐구생활 MMM)를 만들게 됐던 거예요. 이런 재료들이 쌓여서 지금의 미키피디아 채널을 시작하게 됐고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로 너무 재밌어요.
△ 퇴사 후 영상 기획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 그는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까 0에서 1 만들어본 지 정말 오래되었다. 바닥부터 내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이 크다"고 말한다.
만약 아끼는 후배가 퇴사를 준비한다고 해도 시뮬레이터부터 권할 건가요.
네, 저와 똑같이 2가지 재료를 준비하라고 할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돈.
요즘 친구들은 더더욱 회사생활을 오래 하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상황이 다르겠죠. 저는 20년 걸린 케이스인데 돌아보면 2년 정도는 더 빨리 했어도 됐다는 생각을 해요. 내가 하고 싶은 것 확실히 있고 예산도 준비됐다면 더 이상 1막에 있을 이유가 없는데… 하지만 그때만 해도 그런 결정을 하기가 어려웠어요.
언제나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상위 개념으로 둔다면, 그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돈, 돈을 위한 일, 이렇게 화살표가 흘러 가는 시기를 누구나 보내요. 그 시기를 잘 보내다가 일이 돈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시작하면 그때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 적당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Interview・Edit 주소은 Graphic 이은호 허유진 Photo 김예솔
– 해당 콘텐츠는 2023.10.23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