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산업, 그 너머를 바라보는 토스페이먼츠 개발팀을 만나다
ㆍby 금혜원
“기술 기반 기업 토스페이먼츠,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결제 회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토스페이먼츠 개발자
2020년 8월, 토스가 LG유플러스의 전자지급결제(PG) 부문을 인수하며 설립한 회사, ’토스페이먼츠’ 가 공식 출범했습니다. 토스페이먼츠 팀은 LG유플러스 PG 업무를 인수인계 받는 후속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토스페이먼츠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병행하며 결제 산업 혁신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는데요. 압도적으로 쉽고 편리한 결제 서비스와 수준 높은 기술을 지향하며, ‘기술 기반 기업’을 실현해나가는 중입니다.
결제라는 익숙한 산업군 내에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로 일하고 있는 토스페이먼츠 개발팀을 모시고, 제품의 방향성부터 페이먼츠팀이 제안하는 결제 산업의 미래, 그리고 그들이 일하는 방식까지 자세하게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함께 보실까요?
Q.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강병훈: 토스페이먼츠 Head of Technology 강병훈입니다. 토스페이먼츠가 기술적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방향성을 고민하며, 팀원들과 함께 하나씩 실현해 나가고 있습니다. 토스페이먼츠 합류 전에는 토스 타임라인(내 소비) 서비스를 만들었고요. 토스팀 오기 전에는 포털, 게임회사 등 다양한 산업군을 경험했습니다.
이현섭: 토스페이먼츠 프론트엔드 개발자 이현섭입니다. PX(Payment eXperience) 사일로에서 자바스크립트 SDK, 결제 연동 가이드 문서 등의 제품을 다루고 있어요. 페이먼츠팀에 오기 전에는 토스 내 보험 조회 서비스를 개발했고, TDS(Toss Design System) 다크모드 작업도 했었습니다. 토스팀 오기 전에는 프로토타이핑 도구를 만드는 스타트업에서 일했었어요.
김재민: 토스페이먼츠에서 결제 시스템의 코어 플랫폼 서버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김재민입니다. 토스에서 간편 결제를 담당했고 더 큰 꿈을 펼쳐보고 싶어 토스페이먼츠에 합류하게 됐어요. 토스팀 합류 전에는 컨텐츠, 온라인 커머스, 푸드테크 등 다양한 IT서비스 기업에서 메인 트래픽을 담당하는 서버 개발자로 일했습니다.
하태호: 토스페이먼츠 코어 플랫폼 서버 개발자 하태호입니다. 토스팀에 오기 전에는 메신저 기업에서 플랫폼 개발 업무를 했습니다. 사용자들이 메신저를 통해 주고받는 영상, 이미지, 오디오 파일 등 다양한 미디어 컨텐츠를 업로드 받아 잘 가공하고 저장해 딜리버리하는 시스템을 담당했어요. 토스팀에서는 페이먼츠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코어 플랫폼, 예들들면 은행이나 카드사 등 다양한 금융 기관의 중재자 역할을 담당할 서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Q. 얼마 전 출범한 만큼 토스페이먼츠가 지향하는 모습, 토스페이먼츠 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특별한 색깔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강병훈: 저희 방향성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기술 기반 기업’이에요. 사실 결제 산업군은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경험하는 행동이기에,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찌 보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이런 산업군 내에서 우리 팀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기술’이라 생각합니다. 비즈니스 관점 뿐 아니라 함께하실 동료를 모시고 있다는 관점에서도 승부수가 될 거라 생각하고요.
기존 플레이어들이 만들어오던 제품과 ‘완전히 다른 성격의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PG 업계에 혁신을 가져다 주기 위해서는, 원래 하던 것보다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훨씬 더 큰 목표를 세우고 달성해야 해요. 그래서 결제 산업을 결제의 맥락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맥락으로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
지난 인터뷰 때 한번 말씀드렸는데요, 벤치마킹 대상 중 하나가 스트라이프(Stripe)입니다. 그들은 결제 산업을 ‘교환’이라는 조금더 큰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어요. “교환이 일어나는 모든 곳에 개입”하기 때문에, 결제를 단순히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로만 바라보지 않는거죠. 이런 관점에서는 ‘주식 거래’도 결제 영역으로 편입시킬 수 있습니다. 주식을 ‘교환’하는 거니까요. 이렇게 물건을 구입하는 것 이상으로 모든 금융 행위가 결제 산업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요. 제품의 한계를 두지 않는거죠. 이런 관점은 기술적 한계까지 극복해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토스페이먼츠도 이들과 비슷한 관점으로 결제 산업을 바라보고 있어요. ‘교환’은 실질적 가치가 있는 것들을 주고 받는거죠. 돈이 될 수도 있고, 물건이 될 수도 있어요. 지금은 온라인 결제/지불 수단에 제약이 있고 시스템 내에 추가하는 것도 어려운 환경입니다. 온라인 결제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서버, 물리적 장비 등 오프라인 시스템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편이고요.
수많은 제약을 없애고 의존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엄청난 기술 혁신이 동반되어야만 합니다. 무엇이든 혁신해낼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만들어 가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요. 이 엄청난 문제를 함께 풀어나갈 동료분들을 적극적으로 모시고 있고요.
Q. 결제 산업을 결제 그 이상으로 보고 기술 혁신에 집중하는 것, 정말 가슴 설레는 목표입니다. 이야기를 듣는 저도 결제 산업 자체를 바라보는 시야가 한결 넓어진 것 같고요. 장기적인 방향성과 더불어 단기 목표도 궁금한데요. 앞으로 결제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 계획이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강병훈: 예를 들어볼게요. 지금은 가맹점들이 PG를 연동하는 과정에서 막혔을 때, 이유를 찾기가 정말 힘듭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무엇을 잘못한건지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API가 제공되고 있거든요. 또한 API를 제공하는 PG 입장에서도 고객이 어떤 옵션을 원한건지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이렇게 API를 사용하는 쪽과 제공하는 쪽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는 것을 명확하게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개발자분들이 PG 연동 과정을 고통스럽게 느끼지 않도록이요.
이현섭: 실제로 PG 연동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프론트엔드 소프트웨어 개발하는 작업과 비교해봤을 때, 정말 힘든 작업이었어요. 도메인 지식들을 이해하는 과정 자체도 쉽지 않은데, 그들이 제공하는 예제나 SDK 같은 것들이 개발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방식이라 느껴졌어요.
그래서, 저희의 고객이 되어주실 개발자분들이 PG 연동 과정에서 “쉽고 편리하다” 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API를 만드는 것이 첫번째 목표입니다. 그동안 고통스러웠던 PG 연동 과정이, 쉽고 편리하고 빠르게 바뀔거예요. 자연스레 입소문이 나면서, 토스페이먼츠 API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해지겠죠.
고객들에게 신뢰를 드리는 설계 작업도 중요합니다. 기존 PG사들의 연동 경험을 돌이켜 보면, 변수명이나 모듈을 호출하는 방식이 주먹구구 식이고, 요청을 전송하는 방식에 일관성이 없다거나 등의 경험 때문에 데이터를 신뢰하기 어렵다 생각했어요. 이런 경험은 결국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불러오더라고요.
토스페이먼츠는 깔끔한 API, 편리한 연동 경험, 흔들림 없는 코어 플랫폼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이 모든 연동 과정이 막힘 없이 이뤄지는 것은 “쉽고 편리함” 그 이상으로 “신뢰”까지 쌓아나갈 수 있을거라 믿어요.
강병훈: 정말 중요한 지점을 짚어주셨어요. 개발자 입장에서 API를 접할 때 학습이 일어나길 원하거든요. 그런데 기존에 제공되던 API는 학습 과정이 너무 힘든 거예요. 사용할 때마다 도메인에 대한 이해도를 계속 높여줘야 하는데, 사용할수록 더 혼란스러워지는 거죠. 학습 비용은 비싼데 이득은 적고, 시너지가 안 난다고 느끼게 됩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동안 API를 만드는 입장에서 편한 관점만 생각했던 거예요. 고객들이 겪는 불편함은 뒤로 하고요.
토스페이먼츠 개발자
Q. 왜 그렇게 유지되어 왔을까요? 개발자가 고객인 만큼, 오히려 그들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요.
김재민: PG 역사가 오래 됐잖아요. 과거에 만들어졌던 시스템이 유지되는 것만 생각했던 것 같고, 발전시킬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소프트웨어는 계속 개선을 해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개선하지 않아도 굴러는 가니까 굳이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려는 의지가 없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오랜 기간 여러 기능이 쌓이고 추가되면서 코드가 이상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개선시켜 나가는 방식이라기보다는 빈 곳을 메꾸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코드거든요. 어제는 개발자 A가 a 방식으로 만들고, 오늘은 개발자 B가 b 방식을 활용하고, 내일은 개발자 C가 c 방식을 적용하게 된다면… 당연히 코드가 이상해질 수밖에 없겠죠.
강병훈: 더 적나라한 예시로 설명드리자면, 화장실인지 침실인지 구분하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을 계속 가져다 나른거예요. 맨 처음엔 침실로 설계했는데, 갑자기 변기가 필요해졌다면서 침대 옆에 두는거죠. 다음날엔 식탁이 필요하다며 변기 옆에 식탁을 가져다 두고.
무엇보다 변화가 두려웠을 거라 생각합니다. ‘뭔가 바꾸려 했다가 갑자기 잘못돼서 고객들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움이 컸을 것 같아요. 두려움은 가장 좋은 길보다는 가장 안전한 길을 선택하게 합니다.
하태호: 그래서 저희는 오래된 과거에 머물러 있는 기술을 현대화 시키는 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준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로 시스템을 진화시키고 있어요. 이 기반이 잘 다져지면 제품 혁신도 끊임없이 일어나겠죠.
Q. 결제 산업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겠다는 목표로, 하나씩 이루고 계시는군요. 이미 토스페이먼츠에서 제공하는 새로운 서비스들이 여러가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좀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앞으로 꼭 구현해내고 싶은 제품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이현섭: 결제 연동 가이드 문서 먼저 소개드리고 싶은데요. 이 문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따라하기만 하면, 쉽고 빠르게 PG를 연동할 수 있습니다. 다른 문서를 여러 개 읽을 필요도 없고, 그 문서 하나만 보면 결제 연동에 성공할 수 있어요.
이런 문서를 만들게 된 배경을 좀더 공유드리면, 맨 처음 유플러스에서 만들었던 문서들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결제 연동 가이드 문서만 약 50개였거든요. 그런데 내용들은 전부 비슷한 거예요. 업데이트될 때마다 변수만 조금씩 달라지면서 수많은 문서가 쌓이게 된거죠.
그래서, 이 가이드 문서 하나만 있으면 고객들은 편하게 결제 연동을 끝낼 수 있고, 문서를 관리하는 우리도 빠르게 업데이트 하겠다는 목표로 가이드 문서 작업을 했어요.
강병훈: 다른 하나는 토스페이먼츠 홈페이지입니다. 표면상으로는 홈페이지 기능만 보이지만, 가입 후 로그인을 하면 전자결제를 최대한 손쉽고 자동화할 수 있게 도와드리는 기능을 하는 제품으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토스페이먼츠를 찾아주시는 고객들이 결제 연동을 하고 싶을 때, 가입 후 첫 결제가 성공하는 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역할을 해줘요.
이전의 LG유플러스 페이지를 활용할 때는, 가입 후 실제 라이브 결제까지 8~10일 정도 걸렸어요. ‘청약 심사’ 과정이 어마어마하게 길거든요. 이 과정을 최대한 줄이려 합니다. 토스페이먼츠 홈페이지에서 가입하고 신청하면, 모든 청약 심사 과정이 이 곳에서 한 번에 진행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존에는 시스템이 아닌 사람이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느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게다가 8개 카드사에 연결되기 위한 콘솔에 각각 로그인해 신청서도 직접 제출하고 검사 완료되길 기다려야 했거든요. 이 모든 과정을 단 하루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8~10일 정도 걸리던 청약 심사 과정이 하루로 줄어든다면 고객들 입장에선 정말 혁신이지 않을까요? (이미 테스트 결제 과정을 확 줄인 경험이 있어요. 원래 3일 정도 걸리던 작업이었는데 저희 홈페이지에서는 단 하루 만에 끝납니다.)
이렇게 신규 가맹점들을 유치하기 위한 결제 연동 가이드와 토스페이먼츠 홈페이지 외에도, 기존 고객들을 위한 제품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결제 현황 파악, 세금 처리 등의 업무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은 물론, 산업군 관련 정보를 깊이있게 제공하여 비즈니스 인사이트까지 얻어갈 수 있는 제품으로 고도화하려 합니다.
김재민: 저와 태호님은 코어 플랫폼 팀인데요. 저희는 고객 접점에 있는 서비스라기보다 그에 연결되는 기반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존에 노후화되어 있던 시스템을 분석해 완전히 새로운 코어를 만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토스 간편결제 서비스를 다룰 때도 쉽지 않았거든요. 저도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에, 고객 경험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코어 시스템의 뿌리부터 바꾸고 있습니다. 우리 코어를 기반으로 하는 수많은 서비스들이 물 흐르듯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고요. 간편결제 서비스를 만들 때, 토스가 아닌 곳에서도 우리 것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도록 독보적인 존재의 코어를 만드는 것이 두 번째 목표입니다.
하태호: 저도 재민님과 함께 바꾸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우선 지금 서버 쪽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부터 해결하고자 합니다. 바로 프로그램 코드레벨 그리고 서버 모듈 사이의 ‘의존성 관리’인데요. 지금의 코어 시스템은 의존성 관계도 안 보이고 관리도 잘 안 되어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서로 영향을 적게 주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어렵습니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엮여 있거든요.
이렇게 의존성이 통제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개발자는 본인이 만든 시스템인데도 불구하고 시스템 변경하는 것이 두려워집니다. 당연히 고객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빠르게 대응하기가 어렵겠죠. 그래서 빠르게 의존성을 식별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선행한 후에, 제품을 현대화 시키고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토스페이먼츠 개발자
Q. 일반 고객들 관점에서는 어떤 혁신을 경험할 수 있을지도 궁금한데요.
이현섭: 결제창은 아직 예전 것을 쓰고 있는데요, 이 역시 완전히 개선될 예정입니다. 그동안 가장 큰 문제였던 가맹점 고객의 연동 경험을 개선하는 데에 집중했으니, 이제 대고객 대상 결제 경험 또한 편해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죠.
고객 입장에서 어떤 PG사 결제창보다 쉽고 편리하게, 제품 디자인 관점에서는 토스의 PP(Product Principle: 제품 원칙)를 잘 녹여내려 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결제창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죠.
예를 들면 카드 등록 후 결제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모두 바뀔 수도 있고, 가상 계좌 결제 방식도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해당 방식을 선택하면 문자가 오고, 계좌 번호 복사+붙여넣기 하거나 직접 입력해서 송금까지 하는 방식으로 결제가 진행되는데, 토스페이먼츠는 이 과정에 토스를 붙일 수 있습니다. 문자가 오면 토스가 자동으로 열리고 결제까지 쭉 진행되도록 할 수 있는거죠. 혁신적인 결제 서비스, 곧 경험하실 수 있게 됩니다.
사실 UI가 투박한 것과는 별개로, 현재 PG 결제창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기능들이 많은 편이에요. 모바일 결제창에선 뒤로 가기가 되지 않는다거나, 카드 번호나 휴대폰 번호 입력할 때 키보드가 올라와있는 상태가 지속되어 결제창이 가려지는 등 문제가 발생합니다. 웹 상에서 비정상적으로 구현되는 동작들을 고치는 것이 우선순위라 생각해요.
‘비정상의 정상화’가 우선되어야 하고요. 아직 준비 단계이지만 이뤄내고 싶은 목표가 너무 많고 모두 멋진 방향의 제품이라, 토스가 그래왔던 것처럼 저희가 가장 좋은 결제창을 만들 수 있을거라 확신합니다.
Q. ‘정상화된’ 결제 시스템을 경험해볼 수 있는 날이 정말 기다려집니다. 이런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토스페이먼츠 팀 개발 직군은 어떻게 일하고 계신가요? 일하는 문화, 협업 방식이 궁금합니다.
강병훈: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주고받고 있어요. 예를 들어, 엔지니어링 데이 때 다같이 모여 아이디어 주고 받으면서 3년차 이하 개발자를 모셨던 NEXT 2020 문제를 만들기도 했고요. 코드리뷰는 물론, 소프트웨어와 아키텍쳐 다루는 스터디도 다양하게 하고 있습니다. 클라이언트 라이브러리 구조를 분석한다거나, 기술적으로 어떤 강약점이 있는지 분석할 수 있고, ‘기능은 똑같은데 왜 3K가 더 무거운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수 있습니다.
고전 에세이를 함께 읽으며 토론하는 것도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저희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제품의 뿌리를 찾아보고, 우리만의 생각으로 재해석하는 노력을 해보는 겁니다. 더 먼 미래까지 고민해볼 수 있는 혜안까지 가질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요. 스터디 방법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먼저 읽어올 필요 없이, 자리에서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는 방식으로 토론했어요.
가장 최근에는 스트라이프 창업할 당시 사용됐던 개발 언어 LISP(LISt Processor) 관련 에세이를 읽었는데요. 당시 LISP 기반으로 결제 API를 재설계했는데, 너무 심플하고 간결하게 나와서 감동했다 하더라고요. LISP라는 언어는 스트라이프 창업자들의 멘토이자 기술적 영감을 부어준 폴 그레이엄이라는 사람이 만든 거예요. 지금의 스트라이프가 될 수 있었던 심플한 결제 경험의 아이디어와 기술의 근간이 된거죠. 우리의 롤모델이 될 수도, 언젠가는 경쟁사가 될 수도 있는 회사의 창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팀원들과 같이 읽어보고 싶었어요. 나중엔 스트라이프 코드를 같이 보는 페어 리딩(pair reading)도 하고 싶어요.
이렇게 다양한 엔지니어링 활동을 애자일 방식으로 시도해보면서 실제 일을 하는 데에 도움되는 지식을 나누고 있습니다. “저는 이 지식이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이렇게 도움이 된 것 같은데, OO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서로의 의견을 계속 주고 받는거죠. 엔지니어의 삶을 더 낫게 이끌어주는 환경이 저희가 추구하는 협업 방식의 지향점입니다.
이현섭: 프론트엔드 쪽도 비슷합니다. 지금은 아주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데, 토스페이먼츠로 옮기기 전 토스에서 서비스를 만들 때에는 코드리뷰가 정말 활발했어요. 옮긴 후에는 토스에 계신 분들과 자발적으로 코드리뷰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서로 다루는 제품의 종류과 기술이 달라지다 보니 지식 배경이 부족하거나 이해도가 달라 이전처럼 코드리뷰를 진행하기는 어려운데요. 서로 관심있는 분야가 일치할 때는 얼마든지 코드리뷰를 요청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페이먼츠팀에 더 많은 프론트엔드 개발자분들이 합류하시면, 페어 프로그래밍을 꼭 해보고 싶어요. 토스에서는 2~3번 정도 경험했었는데요. 할 때마다 정말 좋았어요. 제가 드라이버일 때는 완전 집중해서 코딩할 수 있고, 네비게이터일 때는 잘 알려드릴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함께하는 동료들이 좋았어서 그런 것 같아요.
김재민: 코드리뷰의 경우, 단순히 코드가 개발되어 있고 여기에 테스트 코드를 붙이는 수준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와 코드 아키텍쳐 레벨에서 전체적인 리뷰를 한다거나, 오프라인 뿐 아니라 온라인 리뷰도 적극 활용한다거나, 소프트웨어 레이어 관점에서 코드 레벨을 넘어서 모듈, 설계, 논리적 계층에 대한 리뷰까지 함께 진행하거든요.
단순히 코드를 본다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더 깊은 부분을 보려 합니다. 예를 들면 지금 짠 코드가 동작되긴 하는데, 아키텍쳐 적으로는 어떤 것이 더 나을지 같이 이야기해보는 거예요. 동작 방식은 어떤 것이 나을지, 어떤 것이 더 효율이 좋을지, 이 아키텍쳐를 다른 계층으로 옮기는게 좋을지 등 동료분들이 활발하게 토론에 참여해주십니다.
하태호: 모르는 것을 언제든 자유롭게 물어볼 수 있는 동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아요. 기술적 토론을 이어갈 수 있는 동료들이요. 단순히 결과물을 내기 위한 수준의 공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토론이 이어집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귀찮을 수 있는데요, 이런 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정말 중요해요. 연차와 상관없이 서로 자유롭게 물어보고 답변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모두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새로운 기술이나 관점에 대한 폭을 넓힐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 이런 토론 문화가 잘 자리잡아야 ‘역량 있는 회사’가 됩니다. 소프트웨어는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물론 연차에 따라 기술 역량 차는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이 격차가 줄어들수록 그 회사의 코드는 더욱 좋아집니다. 여러 사람이 짠 코드라도, 한 사람이 짠 것과 같은 코드가 나오게 되거든요. 어느 누가 들어와서 보더라도 바로 이해할 수 있고, 유지 보수 또한 수월해집니다. ‘통제 가능한 소프트웨어’가 되는 것이죠.
Q. 각자의 사일로에서, 팀에서, 챕터 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긴밀한 협업을 하고 계시네요. 일하는 과정에서 “토스팀에서 일하면서 이런 점이 정말 좋더라” 고 느끼신 부분이 있는지 궁금한데요.
김재민: 저는 토스팀이 10번째 회사인데요. 속도 관점에서 차원이 다른 곳이라 생각해요. 정말 모든 일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그리고 독보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 모든 일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본인)와 DRI 덕분에 모두가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좋아요.
그리고 뛰어난 동료들이 정말 많다는 걸 느껴요. 특히 페이먼츠팀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데도 이 정도로 일이 진행되는 것을 봤을 때, 대단한 실력자 분들이 모여 계시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하태호: 질문에 대한 평균적인 응답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아직 토스팀 합류한지 얼마 되지는 않아서, 모르는 것이 생길 때가 많은 편인데요. 슬랙(사내 메신저)은 물론 주변에 있는 동료들에게 바로바로 질문할 수 있는 문화가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모르는 업무 히스토리나 정보 파악을 위해 질문하면 굉장히 빠른 답변이 오기 때문에, 저도 빠른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하고 업무를 진행할 수 있어요. 이런 부분에서 토스의 속도감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토스팀은 빠른 업무를 위한 프로세스가 잘 마련되어 있다기보다는, 그런 ‘문화’가 잘 마련되어 있는 것 같아요.
강병훈: 태호님이 좋은 포인트를 짚어주셨는데요, 스타트업 린(lean) 문화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 토스팀입니다.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1위를 유지하다가 어느 시점 도요타에게 역전을 당했다고 해요. 1위 탈환을 위해 도요타에 찾아가 그들의 프로세스를 배우고, GM에 그대로 적용했대요. 그런데도 여전히 도요타 제품이 더 나은 거예요. GM이 다시 벤치마킹하러 가봤더니, 이전에 본인들이 도입했던 프로세스가 거의 안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또 그 시기에 맞는 프로세스로 바뀌어 있었어요. 불필요한 부분이 보이면 바로 제거하고, 현재 수준 스냅샷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스냅샷을 만들기 위해 계속 프로세스가 튜닝되는 조직이었던 겁니다. 그 시점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나가는 도요타는, 프로세스가 있다기보다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프로세스’만 있던 겁니다. 그 방법론을 잘 정리한게 린(lean)이에요.
토스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은 계속 발전하는 단계라 과거 프로세스에 대한 미련이 없는 팀인 것 같아요. 일하는 방식을 문서화해두기보다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디벨롭시키는 데에 집중하는 단계라 생각합니다.
이현섭: 저도 일하는 사람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는 면에서, 불필요한 형식적 프로세스가 없는 문화를 좋아하는데요. 불필요한 절차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가장 잘하는 방법을 활용해 일할 수 있는거니까요.
그리고 회사가 직원을 신뢰하기 때문에 가능한 문화라 생각해요. “우린 당신을 100% 믿기 때문에, 프로세스를 만들기보다 당신이 일을 가장 잘할 수 있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에 집중합니다.” 팀이 나를 이렇게까지 믿어준다는데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죠.
Q. 토스페이먼츠 팀에서 꼭 이뤄내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김재민: 토스페이먼츠가 성장해 가면서, 다른 PG사들 또한 자연스럽게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결제 산업 전체적으로 기술적 성장을 이뤄내고 개혁이 일어나면 좋겠고요. 우리가 만드는 시스템이 당연한 방식이 되길 기대합니다.
하태호: 저는 코어 플랫폼을 다루다 보니 사용자에게 가치를 직접 전달하기 어렵지만, 현 시스템을 대고객 서비스에 연계된 기반 시스템의 기본인 ‘무중단’, ‘무장애’ 상태를 항상 유지할 수 있는 견고한 시스템으로 변화시켜 나감과 동시에 제품팀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최단시간에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을 만들어 사용자에 가치를 전달하는 일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이현섭: 토스페이먼츠 팀과 서비스가 커가는 과정에서 저도 기술적인 성장을 이뤄내고 싶어요. 토스 서비스를 다룰 때엔 토스 앱 내 들어가는 웹 페이지를 만들었는데요, 페이먼츠에서는 온전히 웹 자체에 집중을 할 수 있거든요. 여기서만 경험할 수 있는 신기술도 많아서, 다룰 수 있는 기술의 영역을 넓힐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강병훈: 기본적으로 토스페이먼츠를 끊임없이 성장시켜야겠죠. 여기엔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저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같이 열심히 하는 문화는 본 적이 없거든요. 이런 회사가 실패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제대로 된 방식으로 열심히 일하고, 가치있는 것에 더 오래 집중하는 회사가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요.
6개월에서 1년 정도면 결제 산업에서 최고가 될거라 봅니다. 오래된 레거시들은 2년 내 어느 정도 정리될거라 보고요. 통제 가능한 소프트웨어 레벨로 올라오게 되면, 3년째 되는 해에 기술 혁신을 해낼 수 있습니다. 토스페이먼츠가 3년째 되는 시점, 우린 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핵심 기술 플레이어가 될 겁니다. 확신해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토스페이먼츠에 관심있는 예비 지원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이현섭: ‘결제’라는 도메인 자체가 장점이라 생각해요. 사실 웹 개발자라면 결제 시스템을 마주칠 기회가 정말 많거든요. 결제가 안 붙어 있는 사이트는 거의 없고, 웹 시스템에서 가치를 가장 직관적으로 창출해내는 영역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 도메인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져가는 것이 커리어에 있어 엄청난 도움이 될거라 생각해요.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역할을 ‘보기 좋은 UI를 만드는 사람’ 이상으로, ‘동작하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사람’이라 생각한다면 이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실 거예요. 복잡도를 다루며 내 소프트웨어 코드로 녹여내는 과정에서, (이전에는 할 필요 없었던) 코드 단위의 고민을 하게 되는데요. 이런 과정에서 기술적 성장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성장을 이뤄내고 싶은 분들이라면 망설이지 마세요.
하태호: 수십 년 간의 기술을 짧은 시간 내 함축적으로 경험해보고 싶은 기술자라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과거 기술부터 최신식 기술까지 직접 경험해보면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 프레임워크가 왜 더 좋은지 인지할 수 있는 기반을 쌓을 수 있거든요. 최신 기술이 왜 이렇게 설계된건지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요.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고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역량 향상에도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김재민: 토스페이먼츠는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걸 잘 아는 팀입니다. 그리고 뛰어난 동료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팀이라 확신하고, 개인적인 성장도 기대하실 수 있습니다.
강병훈: 토스페이먼츠 엔지니어 동료분들, 정말 모두 출중하신 분들이에요. 각자의 기술적 강점도 명확하고, 배울 점이 정말 많은 환경입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기술 혁신을 추구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습니다. 팀은 기술 혁신이라는 여정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최고의 지원을 아낌없이 제공해주고 있고요.
무엇보다 여기 계신 동료들이 “토스페이먼츠에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어보겠다”는 목표와 포부를 가지고 모여 계세요. 이런 분들과 함께한다면 지금 상상하는 것 그 이상으로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거라 자부합니다. 결제 산업의 미래, 함께 만들어 보시죠.
토스팀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을 콘텐츠로 선보이고 있어요. 좋은 콘텐츠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굳게 믿고, 혁신을 일으키는 서비스는 우리 삶과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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