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가르칠 수 없다
ㆍby 황준호
<투자의 환상과 진실> – 5편
지인이 내게 왜 유튜브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강의가 아니더라도 실시간 매매를 보여주거나 투자자의 일상 브이로그도 많다며, 내가 투자하는 법을 보여준다면 배울 게 있지 않겠냐고도 덧붙였다.
내 생각은 달랐다. 나는 아무나 유튜브를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매매도 매일 하지 않으며, 내 일상은 특별할 게 없다고 얼버무렸다. 사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데, 투자는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1. 종목이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떤 종목을 사야 할까?” 지인들의 질문에 수없이 답해줬지만, 결과는 항상 똑같았다. 결국엔 모두가 돈을 잃었다.
가. 말해줘도 어차피 안 산다 종목 A를 추천하면, 관심종목에 넣고 오르는지 본다. 그들은 신중한 투자자니까 바로 사지 않는다. 그러다가 A가 오르면 A와 비슷한 B를 다시 묻는다. 역시 사진 않는다. 신중, 신중, 또 신중… B도 오르면 그제야 다른 C를 묻고, 진짜로 매수한다. C는 하락한다.
나. 사도 많이 안 산다 간혹 처음부터 A를 사는 사람도 있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다. 소액의 A를 사고 오르는지 본다. A가 오르면 더 사지 않은 것을 한탄한다. 대신 B의 비중을 늘릴지 묻고, 결국 C의 비중을 가장 늘린다. C가 하락하면서 전체적으로 손실을 본다.
다. 남이 알려준 종목으로 벌면 그게 가장 큰 문제 마지막으로 제일 많이 돈을 잃는 사람은 A에 모든 투자금을 넣은 사람이다. A, B에서 수익을 보고 성공한 투자자로 등극한 뒤 레버리지를 써서 C까지 투자한다. 결국 남은 건 한때 돈을 벌었던 계좌의 캡처 화면과 빚뿐이다.
가, 나, 다 모두 신중해 보이지만, 이들은 단순히 과거의 추천 종목이 유효했는지, 그렇지 않은지 검증할 뿐이다. 이런 사람들을 속이기는 너무 쉽다. 과거에 올랐던 종목의 차트를 보여주면 된다.
‘종목을 잘 고르면 돈을 번다’는 생각은 판타지다. 이들은 페라리가 있어야만 멋진 추격전을 벌일 수 있다고 불평하는 영화배우와 같다.
모두가 오르는 종목을 고르는 데에 모든 노력을 집중한다. 하지만 열 번 오르는 종목을 맞춰도 열한 번째 잘못 판단하면 수익을 모두 날릴 수 있는 게 투자다.
오히려 종목을 제한해야 실력이 는다. ‘한 종목만 매수, 매도할 수 있다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부터 시작해야 한다. 종목을 제한하면, 투자 비중 조절과 손실 방어에 집중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2. 투자자는 전문직이다
“지금 뭐 사야 해?”, “지금 당장!”, “언제 사고 팔지만 알려주면 돼.”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세계에서 투자는 너무나 단순한 일이다.
- 오를 종목을 고르고,
- 싸게 사서,
- 비싸게 판다.
- 그리고 반복한다.
투자자가 하는 일을 밖에서 본다면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이는 마치 피카소의 그림 그리는 법을 스케치하고, 물감을 칠하고, 말리는 정도로 단순화했다고 할 수 있다. 피카소가 며칠 만에 그림을 완성했더라도, 그의 능력은 수십 년에 걸쳐 쌓인 것이다. 투자자가 내리는 결정들 역시 다르지 않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투자자는 전문직이다. 의사, 변호사, 셰프, 비행기 조종사, 사업가의 능력과 유사하다. 카톡 몇 마디로 복잡한 투자 결정의 과정을 모방할 수 없다. “나는 10억 원도 없고, 세계 최고의 투자자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야. 그저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원할 뿐.”과 같은 태도가 가장 위험하다.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지 않는 셰프에게서 나올 요리는 뻔하기 때문이다.
3. 결정적 순간에는 본인의 판단을 벗어날 수 없다
성석제의 단편소설 ‘꽃의 피, 피의 꽃’에는 전자 도박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집에서 쫓겨난 도박 중독자가 나온다. 도박 중독자는 십만 원짜리 수표 몇 장으로 마지막 승부를 걸지 쥐약을 사서 호텔에서 죽을지 고민하던 차에 전자오락실 근처에서 어떤 사내를 만났다.
사내는 전자 도박 기계의 칩을 제조하던 직원이라며 자신을 소개했고, 칩의 비밀을 알기에 여러 도박장에서 ‘타짜’로 기피인물이 되었다. 그는 자기 말대로만 하면 돈은 따놓은 당상이고, 번 돈을 반반 나눌 조건으로 대신 게임을 해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4. 투자는 본인이 가진 선택의 로직을 따라간다
전자오락실이 아닌 주식시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평소에는 투자 대가의 방식을 추종해도 절박한, 결정적 순간에는 본인만의 선택 방식을 벗어날 수 없다. 이것이 투자를 가르칠 수 없는 결정적 이유다. 오롯이 본인이 선택하는 로직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로직은 그동안 스스로 투자하면서 쌓은 성공 경험에서 나온다. 폭락장에서 추매 후 반등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음 폭락장에 추매를 한다. 친구가 말해준 종목으로 대박이 난 사람은 그 친구의 또 조언을 구한다. 변동성 높은 자산으로 돈을 번 사람은 변동성 높은 또 다른 투자처를 찾는다.
확률적으로, 그리고 이런 선택을 반복했을 때 여전히 성공할 확률이 높은지 무시하고, 이미 발생한 성공 경험으로 인해 왜곡된 확률을 인지하지 못한다. 이렇게 좋든 나쁘든, 성공 경험은 그 사람의 선택 방식을 길들이고 결정적 순간에 고개를 내민다.
투자는 남이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어떻게 길들이냐의 문제다. 확률과 반복적인 선택의 싸움이다. 결국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경험들로 스스로를 길들인 투자자만이 살아남는다.
Edit 손현 Graphic 이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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