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율이 뭐지?

by 김경곤

Editor’s Note

경제학 수업을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분들, 거시경제에 관심은 있지만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주목해 주세요. <매일 뉴스에서 보던 그 단어>는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거시경제 용어들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알려드릴게요. 3화에서는 ‘이자율’을 다룹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정기예금 이자가 조금 다르게 보일 거예요.

모 은행 앞에 아래 사진과 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 정기예금 특판 현수막 (사진 제공: 저자)

기간 한정으로 정기예금에 대해 2.0~2.2%의 이자율을 지급한다는 광고인데요. 여러분에게 지금 목돈이 있다고 가정해 보죠. 만약 그 돈을 해당 은행의 특판 정기예금에 예치한다면 1년 뒤 원금과 함께 원금의 약 2%만큼 이자를 받게 될 거예요. 1년 후, 은행 창구에서 원금과 이자를 수령한 뒤 지난 1년 동안 자신의 부(wealth)가 2% 정도 증가했다고 생각하며 은행 문을 나서겠죠.

이번에 다룰 주제는 이자율(interest rate)입니다.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정기예금 이자를 보는 여러분의 시각이 조금은 달라질 거예요.

먼저 이자율의 정의부터 알아보죠. 거시경제학에는 이자율을 정의하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요. 그중 가장 쉬운 개념은 ‘돈을 빌려주면서 받는 대가와 돈을 빌리면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이자율로 정의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을이라는 사람이 갑이라는 사람에게 100만 원을 빌리는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갑의 입장에서 보면, 을에게 100만 원을 빌려주는 대신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소비나 투자 등 다른 일을 포기함을 의미해요. 따라서 포기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대가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돈을 빌리는 을의 입장에서 보면, 빌린 100만 원으로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음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으로 투자가 있겠죠. 다만 100만 원만큼의 기회를 얻는 대신 ‘적절한’ 수준의 비용을 갑에게 지불해야 하고요. 이렇게 을이 생각하는 적절한 비용과 갑이 생각하는 적절한 보상이 서로 맞아떨어지는 지점에서 이자율 수준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시경제학에는 두 가지 이자율이 존재해요. 바로 명목이자율(nominal interest rate)과 실질이자율(real interest rate)입니다. 명목과 실질이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나요? 네. 맞습니다. 지난 시간에 인플레이션을 다루며 명목 GDP와 실질 GDP 개념을 소개해드렸죠.

혹시 명목 GDP와 실질 GDP의 차이를 기억하시나요? 명목 GDP에는 물가 수준의 변화가 포함된 반면, 실질 GDP는 물가 부분은 삭제하고 오로지 생산량의 변화만 측정하는 개념이라고 했었죠. 즉, 인플레이션의 포함 여부가 명목 GDP와 실질 GDP를 구별하는 기준입니다.

명목이자율과 실질이자율도 비슷합니다. 명목이자율은 화폐 단위가 기준이 되는 이자율이에요. 여러분이 일상생활 또는 뉴스에서 늘 보는 이자율은 모두 명목이자율입니다. 제가 글의 서두에서 보여드렸던 은행 앞 현수막의 정기예금 이자율도 당연히 명목이자율이고요. 만약 여러분이 여유자금 100만 원을 2%의 명목이자율을 지급하는 정기예금에 예치하면, 1년 뒤 100만 원의 2%에 해당하는 2만 원을 이자로 받게 될 거예요. 여러분 통장에는 102만 원*이 찍히겠죠.
* 원래 이자소득에 세금이 붙지만, 이번 글에서는 세금이 없는 걸로 가정할게요. – 저자 주

실질이자율은 화폐 단위가 아니라 재화 단위를 기준으로 측정하는 이자율을 말해요. 예를 들어, 평소 치킨을 즐겨 먹는 오치맥 씨가 여유자금 100만 원을 갖고 있는 경우를 생각해볼게요. 오치맥 씨는 항상 치킨을 몇 마리 먹을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치킨 가격이 2만 원이라고 했을 때, 그가 가진 100만 원은 치킨을 50마리 사 먹을 수 있는 돈이죠. 만약 그가 앞서 말씀드린 2% 명목이자율을 지급하는 정기예금에 100만 원을 예치할 경우, 화폐 단위 기준으로 2만 원을 이자로 받게 되겠죠.

치맥 씨는 늘 치킨만 생각하는 사람이라 이자로 받는 2만 원보다는 그 돈으로 치킨을 얼마나 사 먹을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만약 치킨 한 마리 가격이 여전히 2만 원이라면, 정기예금에 대한 이자는 치킨 1마리가 되겠죠?

이처럼 화폐 단위가 아닌, 치킨과 같은 재화 단위로 이자율을 계산하는 것을 실질이자율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위 예시에서는 치킨 50마리에 해당하는 돈을 예금해서 1마리를 사 먹을 수 있는 이자를 받았으니, 실질이자율은 명목이자율과 동일한 2%(1마리/50마리)가 되겠네요.

그런데 여기 한 가지 변수가 있었어요. 1년 뒤 은행에서 정기예금의 원금과 이자인 102만 원을 찾은 뒤, 곧바로 치킨집으로 향한 치맥 씨는 충격과 분노에 휩싸입니다. 치킨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죠. 치맥 씨가 100만 원을 정기예금에 넣어둔 1년 동안 치킨 1마리 가격이 2만 원에서 2만 1천 원으로 5% 올랐어요. 예금에 대한 이자로 받은 2만 원으로는 이제 치킨 1마리도 사 먹을 수 없게 된 셈이죠.

게다가 1년 전에는 자신이 가진 돈으로 50마리의 치킨을 사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제 정기예금의 이자로 받은 돈을 다 합쳐도 치킨을 48마리와 반 마리밖에 사 먹을 수 없게 됐어요. 치킨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 1년 동안 치맥 씨의 부는 오히려 더 줄어든 걸로 보이지 않나요? 우리가 일상에서 늘 마주치고 있는 명목이자율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실질이자율도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실질이자율은 여러분들이 뉴스나 은행에서 목격하는 명목이자율에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의 영향을 제외한 이자율을 말합니다. 이것을 식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아요.

  • 실질이자율 = 명목이자율 – 인플레이션율

서두에서 말씀드린 정기예금의 경우, 이자율이 2%였잖아요? 그러면 위의 식에서 명목이자율이 있는 자리에 2%를 넣으면 됩니다. 그리고 만약 정기예금에 돈을 넣어둔 1년 동안의 인플레이션율이 1%였다면, 실질이자율은 1%(명목이자율 2% – 인플레이션율 1%)가 되겠죠. 만약 지난 1년 동안 인플레이션율이 3%였다면 어떻게 될까요? 실질이자율은 -1%가 되어, 단순히 이자율로만 접근하면 예금을 하는 게 오히려 손해일 수도 있어요.

아래 표는 1961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의 명목이자율과 실질이자율 추이입니다. 1970년대에 명목이자율과 실질이자율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네요. 예를 들면 1975년에 명목이자율은 약 7.8%인 반면, 실질이자율은 약 -1.2%입니다. ‘실질이자율 = 명목이자율 – 인플레이션율’이라는 관계식에 따르면, 1975년에 굉장히 큰 폭의 인플레이션이 있었다는 걸 유추할 수 있습니다.

△ 미국의 명목이자율과 실질이자율 추이(1961~2020) / 자료: International Monetary Fund, International Financial Statistics 및 data.worldbank.org / 명목이자율은 IMF가 제공하는 대출금리(lending interest rate) 자료를 사용하였으며, 실질이자율은 명목이자율에서 GDP 디플레이터로 측정된 인플레이션을 조정해준 값임. 단위는 %.

1981년 지표를 살펴볼까요. 명목이자율이 무려 18.8%로 치솟았고, 실질이자율도 약 8.6%나 되네요. 명목이자율과 실질이자율의 관계식을 이용하면, 1981년의 인플레이션율은 10% 정도인 걸로 보여요.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2020년의 명목이자율이 1970년대의 명목이자율에 비해 낮지만, 실질이자율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1970년대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인플레이션이 높았던 것일까요? 정답을 살짝 알려드리면, 오일 쇼크 때문이에요.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다룰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미국의 명목이자율과 실질이자율의 과거 추이를 보면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 여러분도 느꼈을 거예요. 특히 실질이자율과 명목이자율의 관계식은 가능하다면 꼭 외워 두실 것을 추천해요. 분명 앞으로도 두고두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예요.

실질이자율과 명목이자율의 관계는 경제학자 어빙 피셔(Irving Fisher)의 이름을 따서 피셔 방정식(Fisher Equation)이라고 불러요. 피셔 방정식의 원래 형태는 이렇습니다.

  • 명목이자율 = 실질이자율 + 인플레이션율

지금까지 명목이자율과 실질이자율의 차이를 살펴봤어요. 거시경제학에서 이자율은 주로 언제 사용될까요? 경제 전반의 투자(investment) 수준을 결정할 때 이자율을 중요하게 살펴봐요.

어떤 기업(firm)이 새로운 공장을 지어 신규 투자를 하려는 경우를 가정해볼게요. 이 기업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부족해서 투자금 전액을 은행에서 빌려야 하는 상황이며, 이번 투자를 통해 투자금 대비 5%만큼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어요.

만약 은행에서 제시한 대출 이자율이 6%라면 어떻게 될까요? 기대 수익률 5%에 비해 대출 이자율이 1% 포인트 높기 때문에 아마 이 기업은 해당 투자를 취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대출 이자율이 3%라면 기대 수익률이 이자율보다 더 높으므로 대출을 통해 투자금을 조달해서 계획대로 투자를 실행하겠죠.

기업뿐 아니라 가계(household)도 투자의 중요한 주체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부동산 투자인데요. 부동산 가격은 개인들의 소득에 비해 엄청 비싸기 때문에 보통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구입 비용을 조달해요.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율은 부동산 투자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아파트를 새로 매수하려는 사람이 대출을 통해 기대하는 연간 수익률이 5%인데, 이자율이 7%라면 어떻게 될까요? 매년 대출 이자로 나가는 비용이 아파트 매수를 통해 기대하는 대출금의 수익보다 크기 때문에 해당 매수 건을 보류할 가능성이 높겠죠. 반대로, 대출 금리에 비해 기대 수익률이 높다면 어떨까요? 아마 계획대로 부동산 투자를 실행할 것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다든지요. 이번 글에서 우리가 살펴본 이자율의 관점에서도 아파트 가격 상승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대출을 통해 구입한 부동산의 기대 수익률이 대출 이자율에 비해 많이 높았다면, 이자율 역시 부동산 투자의 증가 및 아파트 가격 상승의 요인 중 하나로 볼 수도 있을 거예요.

이와 같이 거시경제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이자율이 낮을수록 투자는 증가하고, 이자율이 높아질수록 투자는 감소한다고 생각합니다. 단, 이때 투자에 영향을 주는 이자율은 실질이자율입니다. 2화에서 경제성장을 다룰 때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실질 GDP를 사용한 것처럼,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이자율로는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제거한 실질이자율을 사용한답니다.

참고로, 실질이자율과 투자의 관계를 그래프로 표현하면 아래 그래프처럼 서로 반비례하는 모양이에요.

△ 실질이자율과 투자량의 관계

지금까지 이자율에 대해 살펴보았어요. 이제부터 은행 앞을 지나가다가 명목이자율에 대한 광고를 발견한다면, 그 안에 감추어진 실질이자율의 존재를 꼭 함께 생각해보세요. 지금까지 다룬 GDP, 인플레이션과 마찬가지로 이자율도 앞으로 다루게 될 다른 거시경제 변수들과 계속 연결될 예정이에요. 특히 실질이자율과 명목이자율의 관계, 그리고 이자율과 투자의 관계를 잘 기억해 두시면 좋겠어요.

그럼 다음 시간에 만나요.

Edit 손현 Graphic 김예샘, 박세희

토스피드 외부 기고는 외부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피드 외부 기고는 토스팀의 블로그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피드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의견 남기기
김경곤

한국국방연구원(KIDA) 재정분석연구실에서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방예산, 거시경제, 국제금융입니다. 미국에서 학부생들에게 7학기 동안 중급 거시경제학을 가르쳤으며, 현재는 한국외대 Language & Diplomacy 학부에서 경제학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필진 글 더보기

매일 뉴스에 나오던 그 단어 다음 글

추천 컨텐츠

아티클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