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왜 광고 사업을 할까?
ㆍby 커피팟
세상의 모든 것을 파는 아마존. 이제는 광고 사업으로도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기업 중 하나가 됐어요. 올해 아마존의 광고 사업 매출만 430억 달러(약 56조 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거든요.
넷플릭스의 매출이 약 321억 달러(약 42조 4,200억 원), 광고 수익이 대부분인 알파벳의 유튜브 매출이 약 292억 달러(약 38조 6,000억 원)임을 보면 이 숫자가 얼마나 큰 숫자인지 비교해 볼 수 있죠.
이렇게 큰 사업을 아마존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 생각일까요? 아마존은 광고 사업이 핵심인 알파벳과 메타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공격적으로 확장 중인 광고 사업
아마존닷컴이라는 거대한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브랜드와 셀러는 오늘도 열심히 광고를 하며 자신의 상품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그동안 자사 플랫폼을 통해 축적해 온 퍼스트 파티 데이터를 이용해 자체 검색과 광고 제품을 다듬었고, 광고 사업의 비중은 나날이 커지는 중이죠. 어느덧 아마존이 핵심으로 키워온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의 성장 속도를 앞지를 만큼이요.
이제 아마존에게 광고 사업은 이커머스나 클라우드 사업만큼이나 공격적으로 확장할 영역으로 보여요.
큰 숫자들부터 잠깐 챙겨보면
올해 아마존의 광고 사업 규모는 알파벳과 메타의 광고 사업에 견줄 정도로 커졌어요. 2023년 기준으로, 세 회사의 광고 사업 매출은 아래와 같아요. 참고로 알파벳과 메타는 광고 사업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업이에요.
- 아마존 광고 매출: 430억 달러(약 56조 8,000억 원) (예상)
- 알파벳 광고 매출: 2,200억 달러(약 290조 7,300억 원)
- 메타 광고 매출: 1,100억 달러(약 145조 3,700억 원)
아마존의 연간 매출액은 5,380억 달러(약 710조 9,700억 원). 광고가 아직까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은 아니지만, 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마존의 ‘이익’을 책임지고 있는 클라우드 사업인 AWS(아마존 웹 서비스)의 절반에 해당하는 비중까지 성장했어요. 지난 분기 AWS는 221억(약 29조 2,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광고 사업은 107억 달러(약 14조 1,4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죠.
아마존은 지난 2021년부터 광고 사업 매출을 별도로 분리해 공시하기 시작했어요. 광고 사업은 앞으로도 아마존의 성장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퍼즐 조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이유는 수익성에 있습니다.
테크 애널리스트 베네딕트 에반스는 구글의 광고 사업 영업이익률 68%*를 아마존의 광고 사업에 대입할 수 있다고 봤는데요. 실제 70%까지 이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50%는 훌쩍 뛰어넘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마존은 광고 사업의 이익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50%만 되어도 2분기 광고 사업의 영업이익은 53억 달러(약 7조 원)가 넘어요. * 연구개발비와 트래픽 획득 비용(TAC, traffic acquisition cost) 제외. 여기서 트래픽 획득 비용은 광고를 위해 다른 기업의 자산(광고 공간)을 대여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뜻한다.
아마존이 낮은 마진에도 불구하고 이커머스 사업을 계속, 공격적으로 확대할 수 있었던 까닭은 AWS의 이익 덕분이었어요. 여기에 어느덧 광고 사업이란 기반이 더해진 셈이에요. 자신들의 플랫폼에서 운영되는 광고 사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계속 내는 것은, 더 과감하게 이커머스 사업을 확대해 나갈 기반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고요.
광고 사업을 시작했던 이유
아마존이 애초에 광고 사업을 시작했던 배경에는 구글의 검색 시스템이 있어요. 당시 사람들이 주로 구글 검색을 통해 자사 플랫폼으로 왔거든요. 처음에는 아마존도 사람들이 상품을 구글에서 검색하면 노출이 잘 되도록 경쟁했어요. 그러다 구글의 위력을 실감하고 자체적인 광고 사업을 만들기 시작했죠.
디인포메이션은 아마존의 광고 사업 성장을 조명하는 기사를 통해 이들이 내부적으로 ‘구글 의존도(Google Reliance)’ 지표를 만들어 분석했다고 전했어요. 아마존이 사용자를 끌어오기 위해 구글에 내는 광고 비용을 분석한 지표이고, 구글이 자체적으로 이커머스 사업에 진출하면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죠.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광고와 광고 비용을 극도로 싫어했어요. 그는 2005년부터 광고 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결심을 하고 조직을 정비한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광고 사업을 키우려면 사용자들이 아마존에서 ‘검색’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해결책을 도출했고, 아마존의 검색 기능을 강화해 나가기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10년 후인 2015년, 당시 기타 매출로 잡히던 광고 사업의 매출이 드디어 10억 달러(약 1조 3,200억 원)를 돌파하면서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해요. 아마존은 자신들의 플랫폼 자체가 커지면서 그 광고 시스템을 플랫폼 안에 두고 있어야 장기적으로 건강한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겠다는 계산을 일찍이 했고, 그 계산이 맞았어요.
광고 시장의 큰 흐름도 바뀜
2020년 미국과 영국, 유럽 주요 국가, 그리고 호주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상품 검색을 가장 먼저 시작하는 사이트로 아마존을 꼽았어요. 이 수치는 지금도 물론 유효하거나 엔데믹을 지나면서 더 올랐을 가능성도 있어요.
물론 너무 많아지는 광고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광고가 고객의 쇼핑 경험을 헤치기 때문에, 아마존이 그렇게 강조하는 ‘고객 집착’ 원칙과도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죠. 하지만 플랫폼과 어마어마한 양의 퍼스트 파티 데이터를 계속 쌓고 있는 아마존은 전체 수익에 광고가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치는지 계속 분석하면서 이를 조정해 나갈 수 있어요.
애플이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을 발표하고, 퍼스트 파티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된 이후 이커머스 플랫폼을 비롯한 리테일 분야의 광고 비중은 더 확대되는 중이에요. 다시 한번 애플의 당시 결정이 한동안 힘들었던 메타뿐만 아니라 인터넷 산업 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실감할 수 있죠. * ATT, app tracking transparency. 애플이 iOS 14.5부터 도입한 정책으로, 맞춤형 광고를 허용할지, 차단할지의 여부를 자사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월마트는 27억 달러(약 3조 5,700억 원) 규모의 광고 사업을 운영 중이고, 우버와 같은 플랫폼도 올해 10억 달러(약 1조 3,200억 원)의 광고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돼요. 인스타카트는 광고가 전문인 CEO인 피지 시모를 메타에서 영입하고 지난해 7억 4,000만 달러(약 9,800억 원)에 이르는 광고 매출을 올렸어요. 이는 인스타카트 전체 매출의 29%에 달해요.
즉, 리테일 플랫폼 모두 광고를 핵심 사업으로도 삼고 있고, 자체 데이터를 착실히 모으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런 흐름은 더욱 커질 것이고 한국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의 대표적인 이커머스 플랫폼과 각종 배달 앱도 광고를 확대하는 모습을 쉽게 살펴볼 수 있으니까요. 앞서 이야기했지만, 광고 사업은 마진이 워낙 좋기에 모두가 키우길 원하는 사업이에요.
리테일 광고 시장의 흐름
전체적인 광고 시장은 계속 커지는 중이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한 광고 비중은 줄어들고 있어요. 그리고 이 비중을 이커머스를 비롯한 리테일 플랫폼들이 차지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광고 에이전시인 그룹M의 리포트에 의하면, 전 세계 리테일 광고 시장은 10% 가까이 성장해 전체의 14.4%가 될 것으로 예상돼요. 구글도 가까운 미래에 서드 파티(third-party) 쿠키*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고,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장치들이 각국에서 계속 강화되면서 이런 흐름은 더 커질 거예요. * 사용자(client)가 방문한 웹사이트가 아닌, 다른 웹사이트에서 발행한 쿠키 파일. 각기 다른 사이트의 사용 내역을 쿠키에서 가져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광고 등에 사용할 수 있지만,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결정적 단점이 있다. 이에 구글은 2023년 말까지 크롬에서 모든 서드 파티의 쿠키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은 구글과 메타와의 격차도 계속 줄여나가고 있어요. 아마존의 광고 사업은 여전히 성장세가 크고, 앞으로 광고를 입힐 수 있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이커머스 플랫폼을 포함해 아마존은 소비자들이 구매를 고려하는 마지막 단계의 플랫폼을 다양하게 보유한 기업이거든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광고 구독제도 내놓을 예정이고, 3,500만 명의 사용자를 가진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인 트위치를 포함해 여러 스트리밍 플랫폼도 소유하고 있어요. 또, 광고 슬롯이 비싼 미식축구 리그(NFL)의 중계권도 가지고 있어요. 아마존은 앞으로 스포츠 중계권을 더 많이 확보해 나갈 가능성이 높아요.
디지털 광고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중입니다. 기업들은 마케팅 비중을 모두 디지털에서 늘리는 중이고, 이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예요. 지금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리테일 플랫폼으로 그 광고 비중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아마존이라는 빅테크의 광고 사업이 더욱 성장할 것임을 보여줘요. 동시에 구글과 메타 그리고 아마존, 이 3개 업체의 광고 지배력이 계속 커질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Edit 손현 Graphic 이은호, 함영범
본 글은 2023년 9월 3일에 발행된 커피팟 뉴스레터에 기반해 2023년 9월 14일(목) 기준으로 재편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