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향과 남서향, 역세권과 학군, 로열동과 비로열동, 가성비 있는 선택은?

by 김병권

누구나 지하철역 가까운 대단지에, 좋은 학군에 속하며 상업시설 인프라가 두루 잘 갖춰져 있는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갖춘 곳은 드물고, 있다고 해도 가격이 너무 비싸다. 한정된 자금으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조건의 집을 선택하기 위해 공부가 더 필요한 이유다. 또, 내가 들어가 살 때도 중요하지만 ‘팔 때 비슷한 매물 중 얼마나 잘 팔릴지, 얼마나 더 받을 수 있을지' 또한 중요하므로 고민이 깊어지곤 한다.

오늘은 선택의 순간에 도움이 되도록 사람들이 집을 고를 때 영향을 미치는 ‘남동향 vs 남서향’, ‘학군 vs 역세권’, ‘로열동+로열층 vs 비로열동+로열층’의 장단점을 비교해보자.

1. 남동향 vs 남서향

주택에서 ‘향’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빛이 들어오는 양의 기준이 되어 일조권을 판단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남향’을 가장 선호하지만 정남향이 없는 단지도 있고, 물리적, 경제적 여건 때문에 차선책으로 ‘남동향’과 ‘남서향’을 두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각자의 생활 패턴과 환경에 따라 향의 장점과 단점을 살펴보고 자신의 조건에 따라 향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동향: 더위에 약한 사람에게 추천

동향의 특성상 오전 일찍 해가 뜨고 오후 일찍 해가 진다. 남동향의 일조시간은 이른 아침부터 이른 오후까지이며,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평균 약 7시간의 일조량을 가져다준다. 남향과 거의 비슷한 일조량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남동향은 오후에 해가 일찍 지기 때문에 정남향보다 여름에 해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시간이 적어 상대적으로 시원하다. 반대로 겨울철에는 남향보다 추울 수 있다. 해가 일찍 뜨기 때문에 아침형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에게 적합하고, 야간에 일한 뒤 낮 시간대에 잠을 자야 하는 사람에게는 남서향이 낫다.

남서향: 추위에 약한 사람에게 추천

서향의 특성상 오전에 해가 비교적 늦게 뜨고 오후 시간대에 해가 더 길게 집 안에 머물러 있게 된다. 즉 남서향의 일조시간은 남향보다 다소 늦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해가 머물러 남동향과 마찬가지로 하루에 7시간 정도의 일조량을 가져다준다.

남서향은 해가 늦게 떠서 오후 늦은 시간까지 집 안 깊숙이 햇볕이 들어오므로 겨울에 정남향보다도 더 따뜻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여름철에는 남향보다 덥다. 그러므로 더위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남서향보다 남동향을 택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향과 구조’ 순위는 아래와 같다. ① 남향 + 판상형 ② 남동향 + 판상형, 남서향 + 판상형 ③ 남향 + 타워형 ④ 동향 + 판상형, 서향 + 판상형 ✱판상형은 아파트 동이 도미노처럼 나란히 서 있는 형태로, 집 구조 또한 일자로 지어져 거실과 부엌이 마주보는 경우가 많다. 탑상형이라고도 부르는 타워형은 아파트 단지나 한 동이 Y자, ㅁ자 등 독특한 형태로 지어진다. 2면 또는 3면 개방형으로 설계해 조망권 확보에 용이한 경우가 많다. 서로 장단점이 존재하기에 요즘은 판상형과 타워형의 장점을 최대한 취하는 혼합형으로 짓기도 한다.

2. 학군 vs 역세권

최대한 교통이 좋은, 특히 지하철역과 가까운 역세권과 좋은 학군 사이에서도 많이들 고민한다. 여기서 말하는 학군이란 ‘좋은 학교에 배정되는지', ‘학교까지 가는 길이 위험하지 않고 가까운지'뿐 아니라 기본적인 사교육이 가능한 ‘주변 학원들의 수준과 거리'까지 포함한 넓은 의미를 뜻한다. 자녀가 없어도 학군이 좋으면 거래가 활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부동산 거래 시 고려하는 것이 좋다.

20평형대 소형이라면 역세권

소형 아파트는 역세권에 위치한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가 가장 좋겠지만, 그중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한다면 역세권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평수가 작은 주택일수록 혼자 사는 직장인, 신혼부부, 젊은 맞벌이 부부 등의 수요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녀가 없거나 있어도 어리기 때문에 학교보다는 출퇴근 편리성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다. 임대든 매매든 결국 중요한 것은 수요고, 소형 평형 아파트의 주요 수요층은 젊은 직장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30평형대 중형이라면 학군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현재 살고 있는 집보다 조금이라도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원한다. 아이를 보다 쾌적한 공간에서 양육하기 위함도 있지만, 아이 한 명이 태어날 때마다 짐이 엄청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충분한 생활공간 확보를 위해 30평형대 이상 중형주택으로 이사를 계획하게 된다.

또한 자녀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 교우관계, 교육문제 등 때문에 처음 자리 잡은 곳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기가 어렵다. 그래서 출산 전후로 이사할 때,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오래 살 생각으로 무리해서라도 넓은 평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초등학생을 둔 부모라면 아이가 등교할 때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지 등 고려할 조건이 계속 늘어난다. 30평형대 매물을 찾을 때는 3~4인 가구의 수요를 염두에 두고 ‘좋은 교육환경인지'까지 살펴보자.

3. 로열동의 로열층 vs 비로열동의 로열층

향과 뷰, 그리고 구조 등이 좋은 로열동과 로열층에 대한 선호도는 높다. 그래서 흔히 RR 혹은 특로열이라고도 표현하는 ‘로열동의 로열층’은 다른 매물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특로열을 매수할 것인가?’ 아니면 ‘가성비를 생각해서 비로열동으로 갈 것인가?’는 집을 알아볼 때 흔히 하게 되는 고민이다. 이때 집을 매수하는 목적이 실거주인지, 투자인지에 따라 선택의 기준이 달라진다.

실수요 목적이라면 특로열

실수요 목적일 때는 가급적 로열동의 로열층을 매수하는 것이 좋다. 매매가는 보통 10% 정도 비싸지만 실제 살아보면 분명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로열동의 로열층 세대는 단지 내에서 가장 선호하는 집으로, 일반적으로 향, 뷰, 채광, 단지 내 편의시설과의 접근성 등이 좋다. 구입할 때는 가격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나중에 팔 때도 그만큼 비싼 가격으로, 그리고 상대적으로 빠르게 팔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득인 점이 많다. ✱로열동은 일조량을 확보할 수 있는 남향, 앞뒤로 가리는 건물 없이 조망 확보, 소음을 피해 단지 내 가운데 쪽 위치, 버스정류장, 지하철역, 주변 편의시설과 가까운 거리, 같은 단지에서도 주차공간 여유 등의 조건을 갖춘 동일수록 로열동으로 여겨진다. 로열층은 일반적으로 1~3층의 저층과 탑층을 제외하고 중간층을 뜻한다. 판상형의 경우 가운데 라인 세대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투자 목적이라면 싸게 사는 게 최고

투자 목적이라면 비로열동의 로열층도 상관없다. 단,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예를 들어 로열동의 로열층인 세대의 매매 가격이 8억 원이라고 했을 때, 비로열동의 로열층 세대는 보통 5~10% 정도 저렴하게 7억 2,000만~7억 6,000만 원 선에 매물이 나온다.

그런데 전세가는 차이가 거의 없거나 5% 이내인 경우가 많다. 즉 로열동의 로열층 전세 가격이 5억 5,000만 원이라면 비로열동의 로열층은 5억 3,000만~5억 5,000만 원 선일 것이다.

실거주용 집을 살 때는 편안한 거주 및 시세 차익이 가장 중요하지만, 임대는 적은 투자금으로 효율적인 시세 차익을 얻는 것이 주목적이다. 비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도 좋지만 반대로 싸게 사서 약간 싸게 팔면 된다. 중요한 것은 적은 투자금으로 얼마의 투자 수익률을 올렸느냐다. 예시에 넣지 않은 비로열동의 비로열층의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임대 관리의 편의성과 매도 시 신속한 거래를 고려해야 하므로 매수자들에게 선호도가 낮은 1층과 탑층은 파격적(중간층 대비 15% 이상)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가격적 메리트가 있지 않는 한 선택에서 제외한다. 물론 시세보다 월등히 저렴하면 매수를 고려해볼 수 있다.

참고로 중개업을 하다 보면 아파트 전세를 구하러 오는 손님들의 첫 질문은 대부분 “몇 층이에요?”이다. 즉, 향도 중요하지만 층을 더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남향 저층보다는 동향 중간층이 더 높은 전세가로 더 빨리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높다. 집을 매수하는 목적이 실거주일 때는 가심비로 로열동의 로열층을, 투자라면 가성비로 비로열동의 로열층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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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권

2004년 부동산중개업에 입문해 전월세·매매, 재개발·재건축, 빌라 신축, 경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와 투자 경험을 쌓았다. '부동산아저씨'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부동산 지식을 나눈다. 저서로는 《부동산 대백과》,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할까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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