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경제, 진짜 10대가 보는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

생활과 경제, 진짜 10대가 보는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

by 송수아

‘생활과 경제’ 첫 방송 공지문

2023년 여름, 토스 유튜브에 새로운 과목 신설을 알리는 공지사항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10대를 타깃해 만든 유튜브 콘텐츠 ‘생활과 경제'가 론칭한 것인데요. 100만 유튜버 미미미누가 출연한 토스 오리지널 콘텐츠 ‘생활과 경제'는 10대의 소비 문화, 주식, 연애 비용, 재테크 등을 다루며 12회차로 막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2023년 12월, 생활과 경제는 금융감독원⋅신용회복위원회⋅경향신문이 공동주최하고 금융위원회가 후원하는 제18회 경향금융교육대상에서 청소년 금융지식 향상을 위해 맞춤형 금융교육을 실시한 공로를 인정받아 경향신문사장상을 수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23년 12월 집계 기준 유튜브 조회수 800만, 인스타그램 릴스 도달 1,000만을 달성하기도 했죠.

생활과 경제는 콘텐츠 시청과 참여 면에서 주 타깃으로 삼은 10대가 두드러지게 많았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었어요. 생활과 경제를 기획, 제작하고 마케팅한 콘텐츠 프로듀서 김태성, 콘텐츠 매니저 송수아, 브랜드 마케터 정다솔 님을 만났습니다.

모든 답은 10대에게 있다

시리즈 이름이 ‘생활과 경제'예요. 어떤 의미인가요?

‘10대를 위한 경제 웹예능을 만들겠다'라는 러프한 기획만 있을 때, 리서치를 하다 미미미누님이 경제교육에 대해 언급한 스트리밍 방송을 보게 됐어요. “학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생활과 윤리’가 생활과 윤리를 결합한 것 아니냐. 그럼 생활과 법, 생활과 정치, 생활과 경제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이야기하는데, 10대 친구들이 댓글로 공감을 하는 거예요.

경제라는 게 성인이 들어도 어렵게 느껴지잖아요. 어떤 지식을 알려줘야 쉽고 재밌게 전달이 될까 고민이었는데 영상을 보고 무조건 고등학생들의 생활과 연결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기획을 ‘실생활 속 돈 이야기'로 좁혔고 시리즈 이름도 ‘생활과 경제'라고 짓게 됐죠. 생활과 윤리가 워낙 많이 선택하는 과목이니까, 10대라면 친숙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미미미누님을 호스트로 염두에 두고 있었던 거네요.

맞아요. 저희 타깃이 10대이기 때문에, 무조건 10대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를 섭외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중에서도 10대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누구지? 경제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잘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등을 고려하다 보니 미미미누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결론이 나왔죠.

소재도 연애, 주식, 아르바이트, 탕후루, 패션 등 다양해요. 각각의 소재는 어떻게 정했나요?

토스앱에 청소년만 볼 수 있는 ‘머니 스터디카페(이하 머스카)’라는 서비스가 있어요. 10대가 자유롭게 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다양한 서베이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거기에서 “돈과 관련해 뭐가 제일 궁금해?”라고 물어봤더니 10대 친구들이 진짜 자기 고민을 보내주는 거예요.

‘실생활 속 돈 이야기'라고 했지만 저희는 여전히 예금, 적금, 청약 이런 거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서베이 결과를 보고 처음부터 소재를 다시 잡기 시작했어요.

연애 편의 반응이 특히 좋았던 것도, 10대 친구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가장 많이 대답해준 회차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또래 친구들의 평균 데이트 비용은 얼마인지, 데이트 비용이 부족할 때 부모님 카드를 써도 될지, 헤어진 애인에게 빌려준 돈을 못 받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연애 중이면 한번쯤 해봤을 고민들을 10대의 시선에서 디테일하게 답변해주는 것에 중점을 뒀어요.

많은 웹예능이 하나의 구성(토크쇼 등)을 정해놓고 쭉 가져가는 반면, 생활과 경제는 주제별로 구성이 달라요. 구성을 통일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이렇게 진행한 배경이 있나요?

출연자가 촬영을 진심으로 즐겨야 시청자에게도 그 재미가 온전히 전달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호스트인 미미미누님이 각각의 주제를 가장 재밌게 배울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다 보니 형식이 다양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청소년에게 주식을 가르쳐주는 방법은 여러가지잖아요. 그런데 직접 해보는 것만큼 주식을 재밌게 배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미미미누님도 실제로 주식을 안 해봤다길래 ‘이거다' 싶었죠. 바로 모의주식투자대회를 기획하기 시작했어요.

영상에 등장하는 기업의 기초 정보와 스토리, 주가에 영향을 줄 뉴스 등의 정보는 제작진이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면서 만든 거에요. 요즘 청소년들이 SNS에서 대부분의 정보를 얻는다는 점에서 착안해, 모의투자대회에서도 SNS를 통해서만 기업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세팅했는데요. 저희가 의도한 대로 정보가 읽히는지, 사람들이 정보의 모호함 때문에 오판할 가능성은 없는지 예상하기 위해 회사 동료들에게 부탁해 십수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려야 했어요.

모의투자대회 편만 두 달 가까이 기획했던 것 같아요. 카메라도 30대가량 사용했죠. ‘이렇게까지 한다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미미미누님을 포함해 모든 출연진이 너무 재밌게 즐겨주셔서 긴장감과 희노애락이 영상에 잘 담길 수 있었어요. 제작진이 의도했던 지점들을 출연진이 읽어내는 걸 볼 때 저희도 너무 즐거웠고요. 모의투자대회 편을 본 10대 중 한 명이라도 ‘모의주식투자가 저렇게 재밌는 거야?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런가 하면 덕질 편은 바이럴이 진짜 많이 됐다고 들었어요. 세븐틴 도겸님도 봤다는 게 사실인가요?

맞아요! 세븐틴 도겸님이 스토리에 생활과 경제의 한 장면을 캡쳐해서 올려주셨어요. 제작진들 모두 기쁨의 비명을 지른 사건이었죠.

덕질은 생활과 경제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소재라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어요. 10대가 모두 덕질을 하는 건 아니지만, 덕질을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끊임없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폭발력 있는 소재거든요. 문제는 ‘어떻게' 다룰 것이냐였죠. 처음에는 화제성을 위해 연예인을 섭외하는 것도 고려했어요. 그런데 생각할수록 생활과 경제의 한끝은 10대에게 직접 듣는 돈 이야기에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방향을 틀어서 덕질 비용을 파고들기로 했어요. ‘포카(포토카드)가 비싸다' 대신 ‘포카가 얼마고, 비싼 이유는 무엇인지'를 담기로 한 거예요. 실제로 가장 화제가 되면서 각종 바이럴 SNS에 공유됐던 내용도 ‘콘서트가 너무 비싸다’라고 팬이 외치는 영상이었죠.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한 건, 판단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왜 이렇게 덕질에 돈을 많이 써?”라고 묻고 가르치는 시선이 아니라, 게스트로 나온 10대 가은님에게 배우고 길거리에서 만난 팬들에게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더 좋은 반응이 나왔던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10대 친구들을 많이 만났잖아요. 기억에 남는 출연진이나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패션 편을 패션고등학교 학생들과 찍었는데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꿈을 위해 필요한 돈을 열심히 벌고 모아서 아낌없이 투자하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모두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아니까요.

10대의 소비 문화에 대해 섣부르게 판단했던 것을 반성하기도 했어요. 서베이에서 ‘수학여행 갈 때 입을 새옷 사려면 얼마 필요할 것 같냐'는 질문을 했었는데요. 진짜 현실적인 대답이 돌아오더라고요. 예를 들어 수학여행을 3일 간다고 하면 집에 있는 옷 이거이거 가져갈 거고, 이런이런 옷을 새로 사면 좋을 것 같고, 아이템 하나로 다르게 연출하면 되니까 5만원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이런 식으로요. 성인만큼이나 돈을 효율적으로 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걸 그때야 안 거죠.

콘텐츠의 함정에 빠지지 말 것

마케팅 활동도 다양하게 진행했어요. 모든 마케팅 협업 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썼던 포인트가 있다면요?

콘텐츠의 함정에 빠지지 말자는 거였어요. 이 시리즈의 궁극적인 목표는 10대에게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을 더하는 것이고, 콘텐츠는 그 수단일 뿐이에요. 그런데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프로젝트는 ‘기승전 조회수'로 이어지기 쉬워요. 같은 예산이 주어지면 새로운 접점을 만드는 시도보다 조회수를 높이는 활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죠.

그래서 처음부터 조회수와 브랜드 경험 중에 무엇을 더 우선순위로 삼을 것인지 치열하게 이야기했어요. 초반에 조회수가 잘 안나올 때마다 불안해하면서 ‘광고 더 태워야 하는 거 아니냐' 같은 이야기도 했었죠. 하지만 사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새로운 시도들을 더 해보자는 쪽으로 늘 의견이 맞춰질 수 있었어요.

덕분에 해본 새로운 시도들이 있다면요?

‘생경고등학교 반배치고사'라는 게 있어요. 첫 화에서 미미미누님이 ‘생활과 경제’ 과목의 모의고사를 보는데 절반도 못 맞추거든요. 그걸 본 사람들도 풀어보고 싶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만든 온라인 테스트예요.

생경고등학교 반배치고사
점수에 따라 배정되는 반소개

테스트 자체에도 공을 많이 들였어요. 사람들이 테스트를 풀다 이탈하지 않도록 원래 시험지보다 훨씬 쉽게 바꿨고요. 시험을 다 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낼 수 있도록 위트를 더한 학생증을 발급해주기도 했죠.

그리고 10대 친구들에게 이런 테스트가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진짜 10대가 찾는 채널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어요.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다른 마케터 분들도 공감하실 텐데, 분명 20대 때는 공부를 했을지언정 10대가 어디 가면 있는지 알았거든요. 그런데 30대가 되니 정말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구글에 ‘10대 인플루언서'를 검색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현타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냐면 SNS에서 10대 친구들을 찾고, 그 친구들이 팔로잉하는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가 누군지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찾아낸 게 왹냐(협업 사례), 베베(협업 사례) 같은 크리에이터예요. 저희가 보기에도 10대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댓글에도 10대가 많더라고요. 하나씩 찾고, 판단하고, 발굴하는 과정을 거친 덕분에 생활과 경제 타깃에 맞는 사람들을 조금씩 모을 수 있었어요.

(c) 왹냐 트위터(@oeknya)
(c) 베베 인스타그램(@bebe_the_ori)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플레이브'라는 버추얼 아이돌도 처음 알게 됐어요. 제게도 조금 낯선 개념이었던 거죠. 데뷔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여서 PPL을 진행한 경험도 없고요. 그래도 모니터링을 하다 보니 플레이브 팬들이 우리 타깃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플레이브 측에도 연락을 하고, 팀에도 슬쩍 던졌죠. “제가 이런 친구들을 찾았는데 진행해보는 거 어떠세요?” 하고요.

그런데 아무도 모르잖아요. 광고를 안 해봤으니 데이터도 없고. “나는 진짜 모르겠다” 하는 의견들도 나왔거든요. 그래도 마케터가 “될 것 같은데 한번만 해보자"라고 했을 때 흔쾌히 “해봅시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사전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자고 이야기한 덕분이었어요.

(c) 플레이브 공식 인스타그램(@plave_official)

마침 시기가 좋았던 게 새 앨범 콘셉트가 학교고, 그에 맞춰서 라이브 방송도 ‘시험 끝난 날 ‘콘셉트로 진행한다는 거예요. 플레이브 멤버들이 라이브에서 자연스럽게 저희 시험지를 풀어볼 기회가 생긴 거죠. 그 과정에서 팬들이 ‘어, 나 생각보다 경제 잘 모르네?’ 덕분에 많이 알아간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들이 와서 모두가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플리(플레이브의 팬덤명) 분들께 감사한 게, 라이브가 끝나고 생활과 경제 콘텐츠를 보러 많이 와주셨어요. 댓글 이벤트 영향도 있었겠지만, 저희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와서 이벤트 중인 영상뿐만 아니라 다른 회차들도 봐주시고, 댓글도 많이 달아주셔서 시리즈 초반에 좋은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10대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는 법

생활과 경제 시리즈를 통해 거둔 성과가 있다면요?

유튜브 콘텐츠 총 조회수 800만 뷰, 토스 유튜브 좋아요 수 1위, 인스타그램 릴스 도달 천만 뷰, 세븐틴도 본 예능, 경향금융교육대상 수상. 정량적으로 이런 결과들이 나온 것도 기쁘지만, 무엇보다 정말 10대가 보는 콘텐츠를 만들어냈다는 게 가장 뿌듯해요.

토스가 10대를 향한 브랜드 활동을 시작한지 3년이 넘었어요. 2022년에는 돈 버는 10대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번Z>를 만들었는데요. 그때 가장 크게 얻은 러닝이 ‘10대를 위한 브랜딩을 하려면, 10대가 봐야 한다’였거든요. 저희가 10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말고, 10대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생활과 경제를 통해 이뤘다고 생각해요.

브랜딩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에요. 그 시간들을 차곡차곡, 조금씩 배우고 성장하면서 잘 쌓아나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의미이지 않을까요?


Interview 정경화 Graphic 이은호 윤여진

송수아 에디터 이미지
송수아

토스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금융이 더는 불편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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