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만으로도 감동이 있는 소비: 박문치
ㆍby My Money Story
토스 / 먼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해요. 동시에 돈 이야기를 한다는 게 누구에게나 쉬운 주제는 아니라서, 인터뷰에 응하신 이유가 가장 먼저 궁금했어요.
박문치 / 그렇게 어렵게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평소에 인터뷰 하는 내용이 아니다 보니까 “재밌겠다!” 싶었어요.
평소에 주변 분들과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자주 하나요?
하면 좋아하고 영감이 떠오르지만 자주 하지는 않아요. 돈 이야기를 하다 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일단 열심히 살자!”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더라고요. 힙합에는 돈을 자랑하는 문화가 있다면, 저는 주변 뮤지션들과 “이번 달 저작권료 좀 따뜻~하던데” 같은 이야기를 자주 해요. 서로가 서로의 쇼핑 메이트라 저작권료 얘기하면서 그건 안 사는 게 낫지 않겠냐 같은 말들을 하죠.
그럼 문치 님이 다른 분들에게 돈과 관련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다들 돈 관리 어떻게 하시는지. 돈에 대해서도 의견이 많잖아요. ‘그냥 가지고 있는 건 바보다’라는 의견도 있고, ‘부동산으로 가야 한다’, ‘아니다 주식으로 가야 한다’, ‘가만히 있는 게 돈 버는 거다…’ 그래서 다들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긴 해요.
문치 님은 뭐가 제일 중요하다고 보세요?
일단 저는 사람 특성상 주식은 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을 할 때 무트코인*으로 돈을 다 잃었는데요. 뭇값이 얼마나 올랐는지만 계속 확인하고 있는 거예요. 진짜 주식을 해도 똑같을 것 같아서, 그쪽은 아예 없는 선택지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무트코인: 게임 내에서 무를 싼값에 산 뒤 비싼 값에 되팔아 시세 차익을 얻는 방법이다. ‘무주식’이라고도 불린다.
그럼 실제 돈 관리도 절약과 저축 위주로?
절약은 잘 모르겠고…아무래도 매달 들어오는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돈 관리하기가 쉽지 않아요. 예전에는 큰돈을 받으면 ‘없다 치고’ 통장에 분리해 넣어두었는데요. 지금은 귀찮아서 다 쓰고 있는 것 같아요. 결국 돈이 더 많이 들어 있는 통장에 카드 연결해서 쓰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그냥 앞자리 법칙 – 물론 어디 앞자리냐에 따라 좀 다르긴 한데 – 에 따라 앞자리가 바뀌지 않을 때까지만 쓰자는 마인드로 살고 있어요.
마포구에 살고 계시죠. 마포구로 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그건 확실하게 있죠. 죠지라는 친구가 “뮤지션은 마포구다!”라고 해서 그 이유 하나로 왔어요. 20대 초반의 뮤지션에게 마포구의 바이브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본고장에서 제대로 음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주변에 뮤지션 친구들이 많아서 새벽에 갑자기 “고?” 외치면 작업할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이사갈 집도 작업실과의 거리가 중요하겠네요.
그런데 사실 집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제 삶의 질이 잘 유지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인테리어도 열심히 하고 그러는 거예요.
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무엇인가요?
기운이 중요해요. 어둑한 기운은 절대 안 돼요. 옛날에 빛이 안 드는 곳에서 살아본 적이 있는데, 사는 것 같지가 않더라고요. 일어나도 아침인지 모르고. 저는 낮에 해를 못 보면 하루 종일 기분이 다운돼서, 아무리 리모델링을 잘 해놓았다 하더라도 채광이 있는 게 중요해요.
지금은 작업실에 좋아하는 걸 최대한 다 때려 박아 놓고 집은 에어비앤비, 호텔 느낌으로 심플하게 휴식만 취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원래는 집에서 작업했는데, 그게 계속되다 보니 일할 때 일하는 느낌이 안 들고 쉴 때 쉬는 느낌이 안 들어서요.
작업실에 좋아하는 걸 갖다 두셨다고 했는데, 어떤 것들이 있나요?
귀여운 것들이 많고요. 수상한 것들도 많아요. ‘이런 건 어디서 났지' 싶은 것들을 좀 많이 갖다 놓은 것 같아요. 놀러 온 사람들이 계속 눈을 뗄 수가 없는 그런 작업실이에요. 최근에 연희 사러가마트에서 작은 코끼리 물뿌리개를 샀어요. 식물도 없는데.
혹시 그런 소비들이 문치 님에게 영감을 주나요?
그렇기 보다는… 기분이 좋아지는…? 제 영감은 확실하게 있습니다. 데드라인(마감일) 아니면 휴식. 너무 많이 쉬다 보면 ‘어? 이제 음악 할 때 됐는데?’ 이러면서 이것저것 많이 하더라고요.
지금 굉장히 바쁘시잖아요. 최근에 ‘그래도 오래 쉬었다’ 했던 때가 언제인가요?
2018?19?년쯤인데, 제가 본격적으로 일 시작하기 전에 반지층에 살았어요. 마포구로 이사 오자마자 돈이 없으니까 피아노랑 행거 하나 놓을 수 있는 진짜 조그마한 방에, 컴퓨터 책상 밑으로 다리 넣고 자고 그랬죠. 그랬는데도 저는 엄청 좋았어요. 말 그대로 눈 뜨면 앞에 컴퓨터가 있는 거잖아요. 그 컴퓨터로 오늘은 어떤 새로운 거, 재밌는 거 해보지? 이런 생각만 했어요. 그때가 제일 많이 쉬면서, 놀면서 했던 것 같고… 그건 일을 했다기보다는 놀았던 시간이라고 말하는 게 더 맞는 것 같아요.
문치 님 인터뷰 중에 진짜 인상 깊었던 말이 있어요. “기타로 밥 먹고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작곡을 배워야겠다.” 이 생각을 언제 하신 거예요?
고 1? 이제 슬슬 ‘진짜 나 뭐 하지’ 할 때였어요. 제 인생의 가장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나. 그 나이 때 할 수 있었던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더 신기했던 건 제가 당시에 음악을 했던 게 아니었거든요. 그런데도 기타를 치든, 베이스를 치든 결국에는 내 음악을 할 것 같은 거예요. 그럴 바에는 아예 작곡으로 시작을 해버리겠다는 말이었어요. 그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신기해요.
원래 실용 음악 학원도 미디를 배우러 간 건데, 재즈 피아노를 배우게 됐어요. 미디 전공이랑 작곡 전공은 또 다르거든요. 그렇게 컴퓨터를 잘할 줄 모르는 작곡 전공이 된 거죠. 컴퓨터 작업은 학교 간 뒤에 늦게 시작했어요. 진짜 컴퓨터 없이는 밥 먹고 살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처음에는 혼자서 삽질을 많이 했는데, 원래 누구한테 배운 거 말고 내가 삽질해서 얻으면 절대 안 까먹고 더 잘 쓰잖아요.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 하고 싶은 것, 재밌는 것들을 하기에 지금 수입이 적당하다고 느끼나요?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비용이 뭐… 안 드는 건 아닌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느낌은 아니에요. 특히 재밌는 걸 할 때는 돈이 더 안 들죠.
그래도 장비 사는 데는 돈이 좀 들지 않을까요?
저는 장비를 되게 싼 걸 썼어요. 학교에서 어떤 분이 군대 가기 전에 스피커를 60만 원에 팔더라고요. 그걸 사서 몇 년 쓰면서 속된 말로 ‘뽕’을 몇백 프로 뽑은 것 같거든요. 그걸로 ‘놀면 뭐하니’도 했고요. 작업실을 옮기고도 그걸 쓰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제발 바꾸라고~ 바꾸라고 해서 그 뒤에 오래 쓰려고 비싼 걸로 바꿨어요.
그래도 만약 문치 님에게 무한의 돈이 생긴다면, 어떤 장비를 살 것 같아요?
장비 아무거나 딱 하나? 저는 최고급 사양의 컴퓨터를 사겠습니다. 그냥 속 편하게.
소비 질문을 좀 더 드려볼게요. 지금 어디에 가장 소비를 많이 하고 있나요?
제가 토스 어플에서 봤거든요. 쇼핑이에요. (고백하는 어투로) 제가 옷을 참 많이 삽니다.
한 달에 몇 벌까지 사는 것 같나요?
세 본 적이 없어요. 항상 옷 살 이유를 만들죠. ‘이 옷 사서 인터뷰할 때 입어도 되고… 아니면 비디오 찍을 때?’ 이런 거는 하나쯤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싶을 때도 있고. 세상에는 귀여운 게 너무 많잖아요.
보고 “귀엽다!” 하면 사는 편?
태세 전환이 좀 웃긴데 “너 이거 꼭 사야 해, 보민아*?” 하다가도 “그럼 당연하지. 이거 살려고 돈 버는 건데”의 싸움이 계속돼요. *박문치의 본명
집에 옷이 엄청 많을 것 같은데 한 번씩 처분도 하나요?
네, 처분합니다. 갖다 팔거나 아니면 엄마 집에 좀 갖다 놔요. 중고 거래도 가끔 했는데 제가 파는 걸 되게 귀찮아해서 주변 친구들에게 주는 경우도 많아요.
귀여우면 산다고 했잖아요. 그럼 어떤 감정이 들 때 그 옷들을 처분하게 되나요?
그런 거 있지 않나요? “야, 이거 솔직히 안 입잖아” 하면서 그 옷이랑 나랑 눈싸움하는 거. 가지고 있는 건 좋은데 잘 입지도 않아요. 그러다가 옷이 너 안 입잖아, 하면 인정하면서 어떻게든 처분을 하려고 하죠.
그다음으로 많이 소비하는 곳이…
먹는 데 돈 진짜 많이 들죠. 일단 작업실에 친구들이나 손님들 오면 맛있는 거나 커피 사는 비용도 있고. 그다음이 장비일 것 같아요. 액수로 치면 장비가 비쌀 수도 있는데, 한 번 비싼 걸 사두니 바꿀 일이 없어서 장비를 자주 사는 것 같지는 않아요. 지금 있는 거라도 다 써보고 사야죠. 아, 옷을 이렇게 샀으면 절약할 수 있었을 텐데.
아까 귀엽고 수상한 것들을 좋아한다고 하셨어요. 제일 오래 가지고 있는 애착 아이템도 있나요?
여러 개가 있는데 지금 생각나는 건 미도파에서 빈티지로 샀던 조명이 있어요. 농구하는 캐릭터인데 입이 길어서 그 안에 전구가 있는. 요즘엔 정착해서 나름 잘 안 사긴 하는데, 이상하다 싶으면 또 살 것 같아요. (이미 충분히 밝은데 계속 사시는…) More bright (눈이 시릴 만큼…) 전 더 밝은 걸 원해요! 진짜 어두운 건 못 참겠어요.
사전 답변 중에 ‘사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있는 소비'라는 키워드를 보내주셨잖아요. 조명이 그런 감동을 주는 물건인가요?
맞아요. 저는 그거예요. 시킬 때도 기분 좋고, 시키고 나서 기분 좋고, 기다릴 때도 기분 좋은 거. 이거는 진짜 나를 위한 소비인 거잖아요. 몸 건강도 중요하지만 이런 소비로부터 오는 정신 건강이 결국 몸 건강도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해요.
음악을 하고 싶은데 금전적인 어려움이 있어서 망설이는 분들이 있을 거잖아요.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하나 해준다면요?
비용적인 어려움이라는 게 요즘에는 그렇게까지 와닿지는 않는 것 같아요. 옛날 방식으로 고수한다면 비용이 많이 들 수도 있는데, 요즘에는 플랫폼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유튜브에 ‘how to’로 검색하면 정보를 잘 구할 수 있어요. 사실 이건 열정의 문제인 것 같아요. 공짜로도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음악을 너무 하고 싶은데 비용적인 어려움 때문에 못 한다는 건 성립하지 않는 명제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문치 님이 고등학생 때 생각했던 것처럼,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을까 봐 음악을 하기가 망설여진다면요?
이것도 비슷한 맥락인데 어떻게든 벌 생각을 하면 벌어지는 것 같아요. 음악으로 돈을 버는 길이 히트 작곡가가 되는 게 아니어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음악으로 돈을 버는 게 목표라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Interview 송수아⋅김수지, Edit 송수아, Visual 심석용, Title Design 권영찬, Video 김창선, Photo 성의석, Assist 정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