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양복 입은 남자

실내 적정 온도를 찾는 일로 이익을 낼 수 있을까?

by My Money Story

씨드앤은 에어컨의 전기 소모량을 줄이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AIoT* 스타트업이다. 에어컨 주변이 아닌 사람 주변의 온·습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자체 소프트웨어와 기기를 통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평균 17% 이상 높이고 있으며, 나아가 “세상을 위한 적정 온도로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씨드앤 최현웅 대표는 건축공학 전공 후, 건물 에너지와 친환경 분야를 연구하다가 홍원진 부대표와 2015년 씨드앤을 공동 창업했다. * 사물인터넷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하는 융합 기술.

카페의 에어컨 아래에서 사람들이 담요를 덮고 추위를 피하는 모습을 보면서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그때 상황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대학을 졸업하고 연구소에서 건물 에너지 인증 컨설팅이나 친환경 분야의 국가 연구 사업들을 하던 때였어요. 우연히 카페에서 마주친 장면을 통해 “사람들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 온도는 무엇일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연구소에서 비슷한 주제의 연구들을 해오셨을 것 같은데요. 어떤 계기로 창업까지 결심했나요? 3년 정도 연구만 하다 보니 실질적인 솔루션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갈증이 있었어요. 논문 마지막에는 연구의 한계점과 향후 연구 방향이 들어가요. 대부분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적으며 끝내죠. 실내 적정 온도에 대한 솔루션을 직접 제공해 보자는 생각으로 창업했습니다.

그렇게 창업한 씨드앤은 어떤 회사인가요? 씨드앤은 건물의 에너지 운영관리를 최적화하기 위한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예요. 그 플랫폼은 ‘Seed AI’라는 소프트웨어와 ‘리프(Leaf, 아래 사진 중 오른쪽)’라는 하드웨어로 구성되어 있어요. 쉽게 말씀드리면, 건물 곳곳에 설치된 리프를 통해 온·습도 데이터를 수집하고요. 해당 데이터를 토대로 주기적으로 냉난방기를 제어해 적정 온도를 맞추는 동시에 건물의 전기료도 아끼는 구조예요. 이 솔루션을 현재는 단품으로 팔거나, 월 구독방식의 멤버십으로 제공하고 있어요.

적정 온도란 무엇인가요? 요즘은 냉난방기 기능 중에 알아서 온도를 맞추는 기능도 있던데요. 거꾸로 저도 질문을 드려봅니다. 한여름이나 한겨울에 일정 온도로 맞춘 다음,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리모컨으로 온도를 바꾸신 경험이 있나요?

네, 너무 춥거나 더워지면 다시 온도를 조절하거나 아예 전원을 껐던 것 같아요. 크게 기계 중심 제어와 사람 중심 제어로 나뉘어요. 앞서 말씀하신 냉난방기의 기능은 기계 중심이에요. 기계가 내뿜고 다시 흡입하는 온도를 감지해 이곳이 몇 도일지 판단해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기계 위주로 움직일 뿐 실제로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과는 별 상관이 없어요. 저희는 여러 센서를 공간 곳곳에 부착하여 특정 온도를 맞추기보다, 과냉방인지 과난방인지 판단하여 쾌적도를 맞춰요. 적정 온도란 바깥 날씨나 실내 열 환경, 냉난방기 운영에 따라 실시간으로 계속 움직이는 개념이에요.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거의 7~8년이 걸렸다고요. 초반에 투자 유치도 없이 어떻게 버티셨는지 궁금합니다. 당시 투자는 저희가 안 받은 게 아니라 못 받았어요. 특히 건물 에너지 분야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데이터를 골고루 검증하려면 최소 3~4년은 해야 알아서 대기업도 섣불리 투자하기 애매한 시장이었어요. 그렇다고 저희처럼 규모가 작은 신생 기업이 이렇다 할 레퍼런스도 없이 투자받기도 쉽지 않았고요. 공동 창업자 홍원진 부대표와 각자 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하면서 틈틈이 R&D를 지속했어요.

어떤 걸 하셨나요? 가령 에너지 컨설팅이나 인증 프로젝트 중에는 ‘급행’이라고 불리는 일들이 있어요. 업무 수행 기간이 너무 촉박해 아무도 받지 않으려는 용역들이죠. 그런 일들을 주로 처리했습니다. 부대표는 다른 회사로 출근해 돈을 벌어왔어요. 퇴근 후에는 다시 씨드앤으로 출근해 같이 일하면서 솔루션을 개선했고요. 한 달에 둘이서 50만 원씩 가져가는 식으로 몇 년을 버티다가 나중에는 서로 100만 원씩 가져갔어요.

쉽지 않은 기간이었겠어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솔직히 돈 많이 벌 줄 알았죠. (웃음) 부대표는 저의 30년 친구이기도 해요. 나중에는 부대표랑 “우리 이거 왜 하고 있지? 돈도 못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것도 아니고….”란 대화도 꽤 많이 나눴어요. 상대적으로 시간은 많았으니까요. 한편 우리의 대화는 늘 ‘망할 때 망하더라도 우리가 하려던 걸 매듭짓고 망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나더군요.

망하더라도 매듭짓고자 했던 건 무엇인가요? 건물의 실내 적정 온도에 대한 솔루션을 완성하는 일이에요. 솔루션을 완성하려면 가설과 개념을 직접 증명하는 PoC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정작 참고할 만한 현장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이 워낙 다양하니까 제품 호환성을 검증하려면 실내 공간 규모도 다양해야 하고 설치 지역도 분산되어 있어야 했거든요.

초반에는 어떻게 테스트했나요? 개인이 운영하는 매장들부터 찾아갔어요. 심지어 일주일에 두세 번은 경상남도 양산까지 다녀오기도 했어요. 그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님께서 저희에게 제품을 테스트해 볼 기회를 주셨거든요.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광범위한 현장 데이터를 확보하기엔 보다 큰 규모의 고객이 필요했을 텐데요. 처음으로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한 곳이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 투썸플레이스였다고요. 어떻게 계약을 성사시켰나요? 그동안 지인들이 운영하는 공간을 통해 한두 군데 제품을 설치하거나, 콜드콜로 매장을 찾아가는 식으로 영업도 해봤지만 번번이 실패했었어요. 그러던 차에, 투썸플레이스의 IoT 인프라를 총괄하는 분에게 연락이 먼저 왔습니다. 알고 보니 그분은 저희가 창업 초기부터 고군분투한 과정을 블로그에 올린 걸 꾸준히 지켜봐 오셨던 거예요. 조용히 ‘좋아요’만 누르시면서요.

정말 감사한 분이군요. 저희를 5년 정도 지켜보면서 솔직히 망할 줄 알았대요. 그런데 너무 독하게 하는 걸 보면서 결과가 어떻게 되든 한 번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하시더군요. 마침 본인도 투썸플레이스로 직장을 옮기게 됐으니 성과가 필요했을 겁니다. 딱 두 개를 주문했어요. 매장 적정 온도를 유지하면서 냉난방비도 절감할 것. 전국의 1,000개 매장 중 일부에서 PoC를 진행하고 결과가 좋으면 본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죠. 김포에 있는 매장을 시작으로 10곳부터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결과는 어땠어요? 첫 달 운영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어요. 마침 거래처랑 회식 중이었는데 밤 8시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서 요금 고지서가 메일로 도착했어요. 공동 창업자랑 잠시 밖으로 나가서 메일을 열었습니다. “18% 절감” 그 순간 거래처가 근처에 있는 줄도 모르고 저희 둘이 소리 지르면서 기뻐했던 기억이 나요. 5~6년 동안 해오던 작업을 제대로 검증해 본 건 처음이었으니 스스로도 많이 불안했거든요. 이날 귀가해서도 아내를 붙잡고 펑펑 울었어요.

계약은 건물 단위로 체결하나요? 고객사*마다 모두 달라요.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곳이라면 오피스 등 건물 단위로 계약하고요. 프랜차이즈 사업체는 가맹점 단위로 계약을 하기도 해요. 저희 사업은 냉난방기가 들어간 모든 공간에 다 적용되어서, 계약 형태도 다양한 편이에요.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씨드앤에는 별도의 영업 인력이 없어요. 외부 문의가 종종 들어와서, 요즘은 들어오는 수요만 감당하기에도 벅찬 상황이 됐어요. * 씨드앤은 투썸플레이스를 시작으로 이후 커피빈 등 대형 프랜차이즈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H&M 등 로드숍 매장에도 리프를 설치하고 있다. 현재 리프는 전국 250여 개 건물에 설치돼 있다. (관련 기사)

현재 건물 관리나 에너지 관련 시장에서 수요가 꽤 있군요. 올해는 유독 수요가 더 높아진 느낌이에요. 한전에서 전기요금을 인상했는데, 앞으로 더 오를 거란 전망이 있거든요. 한국의 전기요금은 OECD 국가 대비 여전히 낮은 편이에요. 언제든 다시 인상할 가능성이 있어요.

△ 한국과 해외 전기요금 비교. 물가를 고려한 실질구매력인 구매력평가지수 기준으로 비교할 경우, 한국의 주거부문 요금은 독일의 37%, 영국의 38% 수준, 산업부문 요금은 독일의 57%, 영국의 56%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출처: OECD-IEA, Energy Prices and Taxes Statistics Database, 2023년 8월 기준)

건물이나 공간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비용을 줄여야겠어요. 규모가 큰 업체일수록 판관비도 크게 늘어요. 판관비 중 전기비만 거의 20~30% 올랐거든요. 오프라인 매장의 데이터를 보면 그동안 매달 전기비로 300만 원 내던 곳은 이제 400만 원을 내야 하고, 400만 원 내던 곳은 거의 5~600만 원을 내야 할 거예요. 이걸 전 지점으로 확대하면 타격이 더 크겠죠. 비용 절감을 고민 중인 기업들은 저희 쪽에 연락해서 미리 대비하려는 중입니다.

판관비 상승은 결국 소비자 물가에도 반영이 되겠군요. 맞아요. 비즈니스로 접근하기 전에 한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많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느껴요. 물론 저희에게는 시장 기회일 수 있겠지만, 경기도 좋지 않고, 기후위기로도 다들 고통을 받고 있으니까요.

△ 연도별 주택용, 산업용 전기요금 추이 (자료: 한국전력통계)

앞으로도 씨드앤이 기여할 영역이 충분히 많겠군요. 혹시 씨드앤의 영업이익률은 어느 정도인가요? 40~50% 수준이에요.

40~50%요? 꽤 높은 수치인데요! 저희가 7~8년 동안 버틴 이유죠. 이런 숫자를 만들려면 하드웨어 제조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자체 원천 기술로 가지고 있어야 해요. 대개 둘 중 하나만 보유하고 나머지를 외주로 맡기곤 해요. 그럼 이미 외주로 인한 마진이 붙어 상품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상품가격이 비싸면 사람들이 안 살 테고 재고가 쌓이겠죠.

이론적으로나 가능해 보이는 모델을 실현했다는 게 놀라워요. 이제야 자재 사입부터 생산, 원가 관리,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인하우스로 다 하고 있지만, 그전까지 수업료도 많이 냈어요. 하드웨어 시제품 하나 개발하려면 금형*이 필요한데, 금형 값으로만 1~2억씩 들거든요. 매출이 없을 때에도 국가지원사업을 수주하면서 R&D를 소홀히 할 수 없었어요. * 똑같은 형태의 결과물을 반복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틀 중 금속으로 만들어지는 형틀.

△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 설치된 리프

“세상을 위한 적정 온도로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합니다”를 현재 기업의 미션으로 삼고 있어요. 최근 기후위기를 실감한 적이 있나요? 이미 몇 년 전부터 여름 날씨가 특히 많이 변했어요. 올해 여름 역시 장마가 길어 해가 별로 나지 않았고, 열대성 기후에 가까웠죠. 게다가 지난 9월은 거의 마지막 주까지 폭염이었어요. 뉴스에서 ‘재폭염’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습니다. 얼마 전 수능 날도 그렇게 춥지 않았던 것 같고요.

회사나 개인 차원에서 일상에서 실천 중인 것도 있을까요? 사내 캠페인이나 행사는 매일 하고 있어요. 요즘은 전기 스위치를 잘 끄고 다니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고요. 평소에 개인 양치 컵 쓰기, 회사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등을 실천하고 있어요.

‘남 좋은 일 하면 돈을 못 번다’는 세간의 인식이 있어요. 비록 높은 영업이익률을 만드셨지만, 인내의 시간을 지나온 대표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 임팩트 회사이기 때문에 돈을 못 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일단 회사가 사업 모델을 만드는 일 자체가 너무 어렵거든요. 세상에 널리 알려진 수익 모델은 많은 기업들이 가지고 있어요. 뭔가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걸 세상에 설득하기가 쉽지 않죠. 그리고 ‘남 좋은 일’이라는 말에는 내가 가진 걸 먼저 내줘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요.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지속할 수밖에 없지만, 누군가 그 가치에 공감하고 제값을 지불하도록 해야 장기적으로 손해가 줄어들고 이익이 생길 거예요. 적어도 회사라면 이익이 발생할 때까지의 시차를 고려하면서 기본적으로 돈 벌 궁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dit 손현 Photo 김예솔, 조수희

My Money Story - 사회를 위해 돈 버는 사람들 시리즈는 '헤이그라운드'와 함께 만듭니다. 헤이그라운드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체인지메이커'들이 입주하는 커뮤니티 오피스로, 세상의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개인과 회사가 함께 모여 시너지를 내고 성장하는 커뮤니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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