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계단을 올라가는 사람 그래픽

나의 커리어 여정에는 유령이 함께한다

by 조이아

꿈 찾아 삼만리

나는 어릴 적부터 다양한 꿈을 꾸었다. 순간순간 멋지고 재미있는 일을 발견할 때마다 그것을 장래희망 삼곤했는데, 초등학생 때는 연극 수업이 너무 재밌어서 배우가 되고 싶었다가 세상을 멋지게 바꾸고 싶어서 대통령도 되고 싶었다. 이외에도 피아니스트, 외교관 등 다양한 직업을 꿈꿨지만, 나는 교사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

학부생 때 우연히 교육학 수업을 들으며 학생들이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주는 교사의 역할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교생실습을 마치고 교원자격증을 받은 후 중・고등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만족도가 높았다. 학생과 함께 성장해 가는 시간은 교사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느낄 정도였다. 그래서 교사가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임용고시를 준비하려던 해에 전공과목의 전국 TO가 0명이 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목표로 하던 시험이 사라지니 머리가 멍해졌다. 처음으로 진득하게 목표로 하는 꿈이 생겼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지다니. 그날 느꼈던 허무함은 내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평생 살아온 나라를 잠시 떠나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기로 결심했다. 내가 살아온 세상의 바깥에는 어떤 일들이 있을까. 나와 다른 모습,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새로운 문화 안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나의 길을 찾아가고 싶었다.

우연히 만난 유령에게 정을 붙이기로 했다

호주 워홀을 준비하던 시기에 우연히 SNS에서 샤이고스트스쿼드(이하 샤고스)가 진행하는 NFT 관련 커피챗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기술과 개념이 흥미로워서 새로운 지식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그러다 블록체인 기술로 소유권이 투명하게 보장되는 디지털 자산인 NFT의 개념과 그것을 활용한 다양한 사례를 알게되었는데, 특히 해외의 BAYC* 프로젝트가 눈에 들어왔다. 한 홀더**가 프로젝트 세계관을 확장해 소설을 연재한 사례를 듣고 어려서부터 디즈니, 픽사, 지브리 등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나는 캐릭터가 그려진 NFT 이미지에 스토리텔링을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Bored Ape Yacht Club(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의 약자로, 미국의 한 블록체인 스타트업에서 만든 PFP(Profile Picture) NFT 컬렉션이다.

**NFT를 소장한 사람들을 ‘홀더'라 부른다.

이런 배경으로 우연히 알게 된 샤이고스트스쿼드에서 내 생에 첫 NFT를 구매하게 됐다. 샤고스의 NFT는 구매버튼을 누르면 랜덤 이미지가 지갑에 들어오는 시스템이었다. 나는 어떤 유령 이미지를 받게 될까 설레는 마음으로 구매 버튼을 눌렀는데 시커멓고 밋밋한 유령을 보자마자 실망감에 탄식했다.

‘아니, 나 지금 15만 원 주고 이 못생긴 유령 이미지를 산 거야..?’

나의 첫 NFT ‘KOZI’. Korean(한국인)+Aussie(호주인)을 합친 말로 발음으로 연상되는 단어 ‘cozy’가 주는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이 좋았다. 무엇보다 발음하기 쉬워서 좋았다. 코지는 유명해질 거기 때문에 발음이 어려우면 안된다/ 이미지: 조이아

하지만 한번 구매한 이상 무를 수 없다. 일단은 우연히 만난 유령에게 이름을 주고 정을 붙여 보기로 했다. 그렇게 ‘코지’라는 캐릭터가 탄생했다. 당시 새로운 도전을 위해 모험을 결심했던 나였기에 NFT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갈 도구가 되어줄 수 있겠다고 느꼈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파 떠나온 곳에서 나만의 작은 세상을 만들었다

그렇게 코지와 함께 시작한 호주 워킹홀리데이. 처음 1년은 안정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현지인 집에서 머물며 아이 돌보기, 집안일을 하고 약간의 보수를 받는 오페어(au pair)를 했다. 오페어 가정의 가장은 그 당시의 나보다 어린 나이에 스페인, 미국, 홍콩 등 전 세계를 다니며 커리어를 쌓아온 능력 있는 여성이었다. 그는 어드바이저, 혹은 프로젝트 리더로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일을 했고 그중에는 NFT 프로젝트도 있었다.

NFT를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나는 우연히 살게 된 곳에서 또 한 번 NFT와 관련된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을 만나 정말 신기했다. 그는 늘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나는 네 나이 때 정말 많은 경험을 했어. 지금은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봐’ 나는 취업에 대한 고민은 내려놓고 현재 내가 좋아하고, 경험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푹 빠져보기로 했다. 그래서 새롭게 발견한 NFT의 가능성을 활용해 내가 시도해 볼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코지를 활용해 다양한 2차 창작을 하면서 커뮤니티에 코지의 존재를 알리고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을 즐겼다.

시간이 나면 동네 도서관이나 해변으로 나가 3~4시간 정도 몰입해서 코지를 주인공으로 한 웹툰 ‘코지툰'을 그렸다. 샤고스의 다른 홀더의 신청을 받아 그들의 고스트를 웹툰에 출연시키기도 하고, 다른 홀더의 세계관을 투영해 에피소드를 그리기도 했다. 내가 만든 콘텐츠를 좋아하고 반응해 주는 커뮤니티에 소속감을 느꼈고, 코지를 좋아해 주는 익명의 사람들과 실제로 닿아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즐겁게 작업했다.

코지를 활용해 여러 콘텐츠 아이디어를 만들고 기획했다/ 이미지: 조이아

차츰 삶의 리듬이 안정되기 시작하던 때에 문득, 내가 이곳에서 완벽하게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함께 사는 호주 가족들, 새로 사귄 친구들, 오며 가며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이상하게 채워지지 않는 어떤 외로움 같은 것을 느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외로움을 코지라는 캐릭터에 이입하면서 풀어냈던 것 같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자 호주로 떠나온 곳에서 나만의 작은 세상을 만들며 소소한 행복감을 느꼈다. 그 작은 세상이 커져서 그 안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내가 만든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며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

통장 잔고는 3만 원이 되었지만, 이탈리아의 세니갈리아로

코지툰을 업로드하며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중, 우연히 샤고스 파트너였던 뉴욕의 한 스타트업 파운더와 인연이 닿았다. 그는 글로벌 도시 캠페인에 함께할 사람들을 여러 나라에서 모집하고 있었다.

캠페인 기획 장소는 이탈리아의 세니갈리아라는 한 작은 마을이었고, 나는 그곳에 가기 위해 호주 통장에 있던 돈을 다 털어서 한화로 3만 원 정도만 남기고 비행기표를 끊어 훌쩍 떠났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했지만 당시에 새로운 꿈을 찾아 호주로 떠났고, 그곳에서 발견한 기회가 나에게 큰 터닝 포인트가 되어줄 거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호주든 뉴욕이든 이탈리아든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는 곳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탈리아로 가는 길. 지금 생각하면 무모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공간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사진: 조이아

그런 용기 덕분에 파운더로부터 스타트업 설립 과정에 3개월 동안 함께할 것을 제안받았고, 새로운 기회에 기꺼이 응하면서 나는 단기간에 서비스 기획, 프로젝트 매니징,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팅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커뮤니티 기반의 NFT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일로 시작했으나 3개월 과정 동안 서비스 방향이 달라지고 무산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좀 더 분명하고 일관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추구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밀도 높은 3개월을 보낸 후,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나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고자 단기간의 뉴욕 출장을 끝으로 계약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3개월 동안 치열하게 일했더니 단기간에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어 당분간은 내가 좋아하는 일인 코지툰 연재 및 본격적인 코지 IP 브랜딩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이 과정에서 처음으로 샤고스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코지만을 위한 독자적인 세계관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코지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캄캄한 어둠을 헤치고 세상에 나온 코지

코지 이야기의 세계관은 까만 유령이 누군가의 심연에서 탄생했다는 컨셉에서 시작된다. 코지는 한 아이의 내면 깊은 곳에 숨어있는 외로움과 상처에서 탄생했다. 그 아이는 내가 호주에서 같이 살았던 가족 중 5살짜리 막내를 통해 영감을 받아 만든 캐릭터다. 누군가의 숨겨진 어둠에서 탄생한 까만 유령들은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어둠 속에서 더 자유롭다.

앞으로 코지 이야기는 사람들의 내면 속 어둠을 유유히 날아다니며 따뜻한 빛 조각을 남긴다는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막막하고 앞이 보이지 않던 시간 속에서도 결국엔 길을 찾아 나아갔던 지난 시간 속에서 ‘어둠'과 ‘빛'이라는 키워드가 내 마음에 떠올랐고, 그 키워드를 코지에 투영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호주에서 만났던 5살 아이에게 영감을 받아 리뉴얼한 코지의 세계관/ 이미지: 조이아

그렇게 코지의 독자적인 세계관을 만들어 가던 어느 날, 오롤리데이 공식 계정에 올라온 해피어타운 이라는 NFT 프로젝트의 CM 공고를 발견했다. 해피어타운은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행복을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로, 행복을 키워드로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확장해온 오롤리데이의 NFT 신사업이었다.

지난 1년 동안 내가 제일 흥미를 느끼고 즐겁게 작업했던 일은 NFT를 활용한 일이었고, 앞으로 이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보았기에 관련 일을 좀 더 본격적으로 경험해 보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망설임 없이 지원서를 작성했다. 이렇게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면 몸을 움직여 직접 경험하고 느끼면서 나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고 있다.

커뮤니티 매니저는 커뮤니티 구성원이 소통하는 채널인 디스코드를 운영하고, 프로젝트 전반의 기획 및 운영 업무를 한다. 일을 하면서 느끼는 건 교사와 커뮤니티 매니저 업무에 교집합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다. 담임 교사의 태도와 운영 방식이 반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듯이, CM은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주체로서 커뮤니티 문화를 주도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 그래서 커리어 전환이 되었지만 크게 어려움 없이 업무에 적응하며 즐겁게 일하는 중이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나는 순간순간 내가 행복하고 가슴 뛰는 일에 향해 움직이면서 내게 맞는 길을 찾아갔다. 샤고스를 만나 처음으로 NFT를 구매했는데 이제는 어느덧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NFT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기획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CM이라는 타이틀을 계속 가지고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일을 하면서 또다시 한번 내가 잘할 수 있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찾는 안목을 기르게 되지 않을까.

이 모든 여정을 함께해 온 코지는 좋은 기회를 만나 7월 말, 코지의 세계관을 소개하는 전시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도 코지 IP를 활용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나씩 해나가고 싶다. 동화책, 굿즈, 이모티콘 등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로 코지를 만날 수 있도록 말이다. 코지와 함께 만들어 갈 새로운 여정을 기대해본다.


Edit 이지영 Graphic 이은호 함영범

– 해당 콘텐츠는 2023. 6. 21.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 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토스팀 브랜드 미디어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이아 에디터 이미지
조이아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포착되면 몸을 움직여 실행하는 프로 실천러. 현재는 행복을 파는 오롤리데이에서 커뮤니티 운영&기획 업무를 하며 까만 유령 코지와 함께 세상을 탐험하는 중입니다.

필진 글 더보기
0
0

추천 콘텐츠

연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