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을 그리는 사람 그래픽

본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부캐는 NFT 아티스트

by 스텔라언더바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은 삶의 큰 위안이 된다

스텔라언더바쓰. 나의 NFT 아티스트 활동명이자, NFT 커뮤니티 닉네임이자, 인생 첫 부캐다. 원래 사용하던 영어 이름 ‘스텔라'에서 따왔는데 공교롭게도 커뮤니티 내에서 동일한 활동명을 쓰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서로를 구분하기 위해 스텔라 뒤에 언더바(_)를 붙였다. 

커뮤니티에서는 나를 ‘스텔라언더바’라 부르기 시작했고 곧 스텔라언더바보다 ‘스텔라언더바쓰(s)’가 입에 더 잘 붙는다는 걸 발견했다. 마치 누군가를 친근하게 부를 때 이름에 ‘~쓰'를 붙여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날 이후 나는 주로 스텔라언더바쓰, 때로는 스텔라, 때로는 스텔라언더바로 불린다.

부캐로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늘 궁금했었다. 30여 년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살아온 나의 본캐.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는 세 번째 회사이고, 25년째 근속 중이다. 역량과 실력을 냉정히 평가하는 이 업계에서 살아남아 커리어를 이어왔다. 이런 본캐의 생활에 과도하게 매몰되어 피로감이 쌓이지 않도록 도와주는 건 부캐다.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파악해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이 본캐의 본분이라면, 부캐는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동료와 내 책상을 구분해 주는 파티션처럼 나의 본캐와 부캐는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나눠 수행한다.

스텔라언더바쓰의 ‘설레임'. 누구에게나 시작은 설렘이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작가가 도전했던 여러 흔적이 한 공간에 모여 봄의 기운으로 연결되어 있다. 설렘 가득한 봄의 공간에서 또 다른 설렘을 준비하는 작가의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이미지: 스텔라언더바쓰

사람들은 ‘스텔라언더바쓰'의 나이도, 직업도,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 웹쓰리 세계에서 또 다른 자아를 키우며 자유롭게 지내는 일이 이렇게 짜릿할 줄이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은 삶의 큰 위안이 된다. 그렇게 나는 스텔라언더바쓰라는 이름으로 웹3.0*세계를 유영하며 살고 있다.

*'탈중앙화'와 '개인의 콘텐츠 소유'가 주요 특징으로 하는 차세대 인터넷

가랑비에 옷 젖듯 NFT 세계로

미국 주식을 공부하던 2021년의 어느 날, NFT라는 단어가 자주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립토펑크(Crypto Punks)가 소더비 경매에서 145억 원에 팔리고, 마돈나, 에미넴, 저스틴 비버 같은 유명인들이 원숭이 프로필 그림으로 출시한 BAYC(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를 사들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NFT가 뭔지는 잘 몰라도 높은 금액에 거래되고 있는 걸 보니 호기심이 생겼다. 게다가 NFT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에어드랍' 이벤트가 있다는 걸 알게 된 후에는 호기심을 넘어 NFT를 꼭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립토펑크를 에어드랍 받은 사람들이 소위 ‘대박 났다'는 뉴스가 꽤 흥미로웠다.

‘에어드랍으로 NFT 받으면 나도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건가?’ 에어드랍만 받으면 대박 날 것 같았지만, 에어드랍을 받는 절차부터 쉽지 않았다.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들뿐이라 신생아가 된 기분이었다. 포기만 하지 말자는 심정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가랑비에 옷 젖듯 NFT 세계를 탐색하다 보니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등 굵직한 키워드와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무렵 샤이고스트스쿼드를 만났다. 국내에 재밌는 NFT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무엇보다 커뮤니티 열기가 대단했다. 웹3.0 안에서 의기투합, 주체할 수 없는 끼와 에너지로 연출하는 창작활동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커뮤니티 안에서 매일 쏟아지는 창작물을 보며 신나게 즐겼다. 하지만 곧 예상치 못한 자괴감과 소외감이 찾아왔다.

웹3.0 세계에서는 디지털로 표현하지 않으면 정체성을 드러낼 길이 없었다. 사람들은 본인의 NFT인 고스트를 활용해 다양한 이미지 창작 활동을 하고 있었고, 고스트를 부캐처럼 활용해 인스타그램을 만들고 그 안에서 새로운 놀이문화가 생겨나고 있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도, 대부분의 소통이 이뤄지는 메신저 디스코드도 내게는 생소할 뿐이었다.

30년 가까이 디자이너로 살아왔지만, 디지털 세계에서 내가 창작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답답했다. 하지만 나는 정년에 관계 없이,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형태로 일할 수 있는 노마드 워커를 향한 오랜 꿈이 있었다. 자괴감과 소외감을 뒤로 하고, 망망대해같은 웹3.0 세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방문에 메모 한 장을 붙였다 ‘웹3.0 게이트'

아이패드 한 대를 샀다. 샤이고스트스쿼드 커뮤니티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필요한 기본적인 툴과 프로그램을 깔았다. 3주 동안은 아무런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아이패드 쓰는 법부터 익혀야 했기 때문이다. 유용한 기능과 사용법을 터득해야 원하는 작품을 그릴 수 있을 텐데. 고구마를 100개 먹은 기분이었다.

퇴근 후 집에 와 저녁 식사를 하고 나면 조용히 내 방으로 들어가곤 했다. 방문에는 메모를 붙여두었다. ‘웹3.0게이트'.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내가 만나는 또 다른 세상이 있는거야.” 남편과 아이들은 웹3.0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는 스텔라언더바쓰가 되는 셈이었다. 스텔라언더바쓰를 웹3.0 세계에 사는 외계인처럼 느꼈을 가족들을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난다.

그렇게 아이패드를 활용해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우고 연습하며 NFT 아티스트 지망생을 위한 스터디 커뮤니티 uRock에 합류했다. 8주 동안 작품을 만들고 공부한다. 이미 전업으로 미술을 하고 있는 사람을 포함해 사진작가, 건축, 인테리어, 프로그램개발자, 학생, 마케터, 래퍼, 사무직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각자의 배경은 다르지만 디지털 아티스트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으니 서로의 작품을 보며 용기도 주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도움을 받기도 한다.

8주의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기본적으로 나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했고, 본업과 병행하며 과제를 해내는 것이 벅찼다. 또 나름 오랜 시간 인테리어를 해왔는데 작품이 너무 허접하면 안 된다는 자존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각자의 능력을 활용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때, 불쑥불쑥 감동이 찾아오곤 했다. 순수미술을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NFT아트씬은 비교적 자유롭다고 느낀다. 새로운 작가들이 입문하는데도 순수미술에 비해 그 문이 넓은 듯하다. 서로 기회를 만들어 주고, 아직 초반인 NFT아트씬을 같이 잘 쌓아가보자는 마음으로 연대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2023년 1월, 첫 전시를 열고 난 후 작가라는 호칭이 생겼다. 오랜 시간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해오면서도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마음 한켠에 있었다. 클라이언트의 주문을 받아 일을 하다 보니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가 될 기회를 만들지 못했었다. 첫 번째 전시와 함께 시작된 아티스트로서의 여정은 아직 생경하지만 다행히 현업에서 디자인을 하며 쌓은 경험과 영감들이 자양분이 되어주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처럼 목표가 주어진 일 대신 원하는 작품을 창조하는 아티스트로 사는 것이 내 인생의 새로운 목표다. 그 여정의 첫발을 NFT 아티스트로 내딛었고 노마드의 꿈도 놓지 않고 있다. 노마드의 꿈을 이루게 된다면, 가장 먼저 오로라를 보러 가고 싶다.

스텔라언더바쓰의 ‘Happy Dream #04_evergreen’. Evergreen 같은 존재에 둘러 쌓인 공간에서 행복이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초록 천정은 꿈의 실현과 행복을 향한 꾸준한 열정을 상징한다. 관람객과 작가의 꿈에 대한 응원을 담고 있다. /이미지: 스텔라언더바쓰

작가로서 나의 작품 세계도 단단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자면 ‘행복'이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모든 사람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사람들이 행복해지도록 행복을 그림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나 역시 영감을 받기 위해 행복한 것을 보고, 행복한 일을 떠올리게 된다. 결국 행복한 에너지의 선순환인 셈이다. 그 선순환을 계속해 그리며 작가로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 나가는 것이 스텔라언더바쓰, 나의 소중한 부캐의 목표다.

혹시 NFT 아티스트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가랑비에 옷 젖듯 경험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짧은 시간에 큰 것을 이루려는 욕심 때문에 결국 포기하게 되는 경우를 본다. 천천히, 나만의 속도대로 무엇이든 꾸준히 시도해 보는 편을 추천한다.

나는 여전히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기 어렵고, 테크닉이 부족해 생각하는대로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꾸준히 그림 연습을 하고, 전시회에 참여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천천히 찾아가는 중이다. 내가 경험한 NFT 아트씬은 서로가 잘되길 응원해주는 곳이다. 서툴러도 함께 으쌰으쌰 나아가자는 마음들이 모여있는 곳. 망설이고 있다면, 그런 마음들을 믿고 도전해 보길 바란다.


Edit 이지영 Graphic 이은호 함영범

– 해당 콘텐츠는 2023. 6. 21.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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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언더바쓰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터, 공간기획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리고 NFT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웹3.0에서 '행복'을 키워드로 사람들의 꿈을 실현해줄 수 있는 디지털 공간을 기획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행복을 꿈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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