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계단을 오르는 사람 그래픽

웹3.0에 공장을 세웠습니다

by 누끼공장

사이버 친구들끼리 이렇게 합이 잘 맞을 일인가?

누가 알았을까. NFT에 관심 있어 발을 들였다가 공장까지 세우게 될 줄이야! 물론 눈에 보이는 공장은 아니다. 웹3.0 사이버 세상에 문을 연 ‘누끼공장' 이다. 말 그대로 이미지의 배경을 지워주는 일인 ‘누끼 따기'를 전문적으로 한다. 스칼렛, 제나, 타미, 수, 오월. 공장 크루는 이렇게 다섯. 에세이를 쓰기 위해 우리의  발자취를 돌아보니 지금도 웃음이 터질 만큼 믿을 수 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어쩌다 시작하게 됐지만 공장 가동만큼은 ‘제대로'인 누끼공장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NFT 씬에서 NFT를 소장한 사람들을 ‘홀더'라 부른다. NFT는 프로젝트에 따라 자신의 NFT에 대한 권리 가이드라인이 다른데, 우리가 활동하는 '샤이고스트스쿼드(이하 샤고스)'에서는 자신의 고스트를 이용한 2차 창작과 상업적 활용을 적극 권장한다.

샤고스에서 다양한 고스트 캐릭터를 NFT 형태로 발행하면 사람들은 고스트를 구매한다. 다양한 속성이 무작위로 배열된 고스트가 토큰 형태로 블록체인 지갑에 저장되는데,  우리끼리는 ‘고스트를 분양받는다' 라고도 한다. 분양받은 고스트를 내 유튜브 콘텐츠에 등장시킬 수도 있고, 고스트를 요즘 유행하는 부캐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무엇이든 콘텐츠가 되는 시대에 홀더들의 2차 창작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뜨겁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2차 창작은 사진에 고스트를 합성하는 것인데,  당시에는 휴대폰에서 누끼 따기 기능을 제공하지 않아 배경을 제거하려면 포토샵이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본인의 고스트를 활용해 이것저것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포토샵에 능숙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홀더들의 불편함을 해결하고픈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다섯 명이 됐다. 누구는 손님들 줄을 세우고, 누구는 누락되는 작업이 없도록 명단을 작성해 관리했다.  나이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이버 친구들끼리 이렇게 합이 잘 맞을 일인가? 일이 물 흐르듯 처리되는 모습에 ‘공장이야?’라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누끼공장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팀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각자 0.2만큼의 용기가 모여 완전한 1이 되는 기적. 각자의 어설픔이 모이니 아이디어가 되었고 각자의 망설임이 모이니 아이디어를 실현할 길이 보였다.

고스트의 안전한 등반을 위해 장인정신으로 한 땀 한 땀 만듭니다

샤고스에는 등산을 즐기는 소모임이 있다. 실제로 등산하는 사람은 모임장뿐이지만, 모임장이 등산하며 찍은 사진에 고스트를 합성해 다 함께 등산한 기분을 내는 모임이다. 등산 소모임을 보고 영감을 받은 우리는 고스트용 등산복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바타 옷 입히기처럼 홀더가 고스트 위에 옷을 얹을 수 있는 형태로 구상했다.

등산복 브랜드명을 패러디해 ‘더 누끼 페이스(이하 더누페)’로 이름을 정하고 오이, 약수터 바가지, 허리춤 라디오, 등산 스틱, 그리고 지도가 그려진 두건 등의 아이템을 선정해 총 4가지 등산복 메뉴를 만들었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특별한 나만의 고스트'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는데 '우리 애는 쿨톤이니 등산복은 퍼플로', '라디오는 레드로, 안에 테이프는 송가인 메들리로 부탁드려요.' 등 거의 오뜨꾸뛰르 급의 재밌는 개인 맞춤 주문들이 들어왔다.

누끼공장이 판매했던 등산복 메뉴판. 원하는 메뉴를 고르고 컬러, 아이템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했다/ 이미지: 누끼공장

우리는 커뮤니티에 새로운 시장 형성을 꿈꾸며 등산복을 유상으로 판매했다. 그동안 대부분의 2차 창작은 재능 기부 형태로 이뤄졌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단순히 NFT를 꾸미는 일이 아닌 ‘가상 자산 거래'라는 경험을 함께 제공하고 싶어 블록체인인 클레이튼 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판매했다.

가상화폐 거래,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가장 먼저 누끼공장 공용의 가상화폐 지갑을 열었다. 가상화폐 지갑은 은행 계좌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다. 가상화폐 지갑 자체는 통장, 가상화폐 지갑주소는 계좌번호, 개인키(시드문구)는 개인을 인증해 주는 공인인증서와 같은 역할을 한다. 다만,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지갑을 만들 때 은행처럼 신원 인증에 관련된 절차나 서류가 필요 없다. 우리는 공용 지갑이더라도 보안을 위해 개인키를 절대 공유하지 않았고 지갑 주소만으로 누구나 거래 내역 열람이 가능해서 자금 투명성을 확보했다.

가상화폐 거래는 일반 계좌 거래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등산복을 구입하는 고객은 송금할 주소와 금액을 정확히 입력하면 끝이다. 하지만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하면 송금이 되지 않는 중앙화 시스템과 달리, 가상 자산 거래는 주소 하나만 틀려도 그대로 엉뚱한 지갑으로 송금되기 때문에 송금 시 지갑 주소와 금액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송금 내역을 확인하는 일은 매우 간단하다. 체인별 블록 탐색기 사이트에 접속해 우리 지갑 주소만 입력하면 누구나, 모든 거래 내역을 볼 수 있다. 대신 입금자명을 볼 수 있는 은행 계좌와 달리 송금한 지갑 주소에 이름표가 달린 게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 확인을 위해 우리는 등산복 주문서에 미리 고객의 지갑 주소 6자리를 써달라고 요청했다.

무엇이든 한 번만 해보면 별거 아니지만, 시도하기 전에는 너무나 어렵게 느껴지는 법. 알고 보면 간단한 과정이지만, 고객과 판매자 모두 가상 자산거래에 한걸음 가까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특히나 진입장벽이 높은 블록체인, 크립토 분야에서 우리의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한 번만 해보면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더누페 프로젝트는 194클레이(당시 시세로 약 20만 원)를 수익으로 만들고 판매를 종료했다. 논의 끝에 수익은 공용 투자 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우리는 클레이튼 체인을 사용하는 다른 프로젝트의  NFT를 구매했다. 가상화폐 특성상 가격변동이 있어 프로젝트 직후보다 5분의 1로 금액가치가 하락해 투자는 실패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경험을 했다는 관점에서 만족하고 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을 사랑하게 될 줄 알았나요?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일상 속 친구들에겐 낯설게 느껴질 내 모습도 편견 없이 받아들여 주는 여행지에서 마주한 사람들. NFT를 매개로 디지털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도 그렇다. 우리는 평소 스스로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서로의 장점으로 봐주기도 한다. 추진력이 다소 부족하다면, 신중한 성향으로 바라봐 준다. 후회가 많다면,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더 탄탄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으로 봐주기도 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어쩌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나의 긍정 조각들을 찾아준다. 누끼공장의 사훈은 ‘나도 쓸모가 있을걸’이다. 서로 긍정의 조각을 찾다 보면, 혼자서는 할 수 없던 일을 함께 해내며 자신감을 얻는다.

누끼공장의 다섯 멤버들/ 이미지: 누끼공장

각기 다른 다섯 명이 모여 함께해 온 누끼공장의 여정은 어디로 튈지 전혀 예상조차 어려웠지만, 뒤돌아보니 우리의 세계는 이전보다 더 넓어져 있었다. 웹3.0 세계에 진입하는 걸,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걸, 그 사람들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행을 떠나는 걸 망설였다면 우리의 세계는 그대로였을 테다. 무엇이든 할까 말까 망설이는 일이 있다면, 일단 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인생에 의미 없는 경험은 없고, 용기 내서 얻은 경험들이 삶을 살아가며 지치는 순간에 멋진 응원으로 다가올 테니.


Edit 이지영 Graphic 이은호 함영범

– 해당 콘텐츠는 2023. 6. 21.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 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토스팀 브랜드 미디어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누끼공장 에디터 이미지
누끼공장

모가지 빼고 다 따는 놈들. NFT 프로젝트 샤이고스트스쿼드 속에 지어진 광기와 생산성의 공장입니다. 홀더들이 2차 창작 활동을 더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무상으로 누끼 작업을 제공하며, 함께하는 즐거움을 원동력으로 커뮤니티 생태계 활성화라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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