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사장님은 138만원 찾아갔대요

by 정경화

1화. 토스 ‘내 매장 장부’의 30X 폭풍 성장 비결
: 직접 사장님이 되어보다

토스 코멘터리 

토스는 오늘도 진화 중입니다. 간편 송금 앱을 넘어 다양한 금융 상품을 소개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이제는 증권사와 인터넷 전문은행 등 어엿한 금융업을 영위하게 되었습니다. 금융 소비자의 모든 필요를 충족시키는 수퍼앱을 꿈꾸며 수십가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요. 토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조각조각 떠도는 이야기만으로는 토스가 그리는 청사진을 읽어내기 어렵습니다. 토스피드 시리즈 <토스 코멘터리>는 토스의 수많은 서비스, 사업, 정책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혁신의 철학을 부연합니다. 여러분의 모든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요.

2020년 9월, 서울 역삼동 토스 사무실 안에 가방이나 옷에 다는 뱃지를 파는 가나상점이 문을 열었다. 오가던 토스팀원들이 뱃지를 한두개씩 골라 집더니, 직접 카드를 포스 단말기에 긁고 결제까지 했다. 50만원 어치 물건이 금세 팔려나갔다. 가나상점 주인은 몇달 전 토스팀에 새로 생긴 ‘사장님 사일로’였다.

사장님 사일로는 토스 앱에서 사장님을 위한 ‘내 매장 장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토스 앱에서 쉽고 간편하게 자신의 자산, 대출, 소비 내역 등을 확인하는 것처럼, 내 매장 장부는 사장님들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한눈에 보여준다. 식당이나 카페, 상점 주인, 개인 택시기사 등 사업자번호를 가진 모든 사장님이 이용할 수 있다. 내 매장 장부를 사용하는 사장님은 1년 만에 30만명으로 늘었다. 그야말로 폭풍 성장을 일군 사장님 사일로의 지난 1년을 돌아봤다.


가나상점 사장님이 되다

사장님 사일로는 우선 내 매장 장부의 고객이 될 사장님의 금융 생활을 온전히 이해하는데 시간을 쏟았다. 사장님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조사하고, 직접 사장님을 만나러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하지만 어딘가 부족했다. “우리가 직접 사장님이 되어봐야겠다.” PO 안지영 님이 사업자로 등록하고, 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고, 포스 단말기도 샀다. 가나상점에서 팔 물건도 도매로 떼왔다.

사장님의 금융 생활은 직장인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매달 정해진 날짜에 월급이 들어오고, 대출 이자와 카드값이 빠져나가는 걸 관리하는 건 ‘누워서 떡먹기’라는 걸 사장님이 되어보고 깨달았다. 사장님은 오늘 발생한 매출이 계좌로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는 데만도 며칠이 걸렸다. 카드 결제 대금은 각 카드사에서 직접 정산해 주는데, 입금되는 날짜와 시각은 8개 카드사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배달을 나가는 식당을 운영한다면, 주요 배달 앱마다 정산해주는 주기가 또 다르다. 오늘 사장님 통장에 찍히는 금액은 지난 2~3일에 걸쳐 발생한 매출의 일부분이다. 현금 매출을 따로 관리하는 건 덤이다.

만나본 사장님들은 말했다. “오늘 얼마 입금 될지는 며느리도 몰라요.” “첫째주 매출은 임대료, 둘째주 매출은 인건비, 셋째주 매출이 재료값, 마지막주 매출이 내가 버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두꺼운 종이 장부를 꺼내 보여준 사장님도 있었다. 결제 건건이 날짜와 금액, 카드사를 순서대로 적어두고, 카드사에서 해당 금액을 입금했다는 알림이 올 때마다 까만 펜으로 지우고 있었다.

가나상점을 열고 보니 훨씬 혼란스러웠다. 전체 매출이 수십만원에 불과했지만, 오늘 얼마가 입금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카드 매출이 누락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 내 매출이 누락되면 어쩌지’ 싶은 사장님들의 불안을 경험했다. 비로소 사장님의 마음을 이해한 것이다.

Server Developer 김신 님

“사장님이 되어보기 전에는,
상상에 의존해 장부를 개발했어요.
사장님에게 제일 의미있는 숫자가 무엇일지,
어떤 상황에서 장부를 열어볼지,
결제부터 승인, 매입, 입금까지 각각 얼마나 시차가 있는지 등이요.
가나상점을 운영해보니,
어떤 데이터를 사장님들에게 보여줘야 할지 감이 생겼죠.

이런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내놓은 ‘내 매장 장부’는 간결했다. 오늘 사장님 통장으로 입금될 금액이 얼마인지 화면 상단에 제일 크게 띄웠다. 아래에는 이번 달 누적 매출액과 달력을 띄워 그날 그날 수입과 지출 내역을 보여줬다. 

글자 수도 파격적으로 줄였다. 장부를 이용하는 사장님들의 평균 연령은 53세로, 스마트폰 글씨를 크게 키워 보는 경우가 많았다. ‘매출이 집계될 예정입니다’  같은 메세지는 ‘집계 중’ 으로, ‘오늘 입금될 금액은 50만원입니다’는 ‘50만원 입금 예정’ 등으로 짧아야 한눈에 들어왔다. 


코로나가 사장님을 덮치다

그 해 가을, 내 매장 장부는 업데이트를 거듭했다. 사장님들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다. ‘1년 전 오늘 매출’ 기능은 회사 근처 백반집 사장님과의 수다에서 힌트를 얻었다. 사장님은 아침마다 작년 오늘 매출이 얼마였는지를 보고 오늘 밥을 얼마나 지을지 정한다고 했다. “카드 단말기는 최근 3개월치 매출만 보여주고, 그 전 내용은 사라져 버려요. 손으로 장부를 적어뒀다가 펼쳐봐야 알죠.” 

‘이거다’ 싶었다. 1년 전 매출을 찾아 보여주면 사장님들이 오늘 매출을 가늠해 볼 수 있겠구나. 토스가 가진 기술력으로 사장님께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역을 하나씩 발견해 나갈 때마다 팀원들은 기뻤다. 곧바로 기능을 개발하고, 사장님들에게 알림 메시지를 보냈다. ‘1년 전 오늘 매출을 확인해보세요!’ 앱을 하루 한번 이상 열어보는 사장님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꾸준히 진행되는 만족도 조사에서도 ‘장사 준비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상황은 곧 반전됐다. 겨울이 되면서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똑같이 ‘1년 전 매출을 확인해 보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내도, 정반대 반응이 쏟아졌다. ‘안 그래도 장사 안돼서 죽겠는데, 상황 봐가면서 푸시 보내세요!’ 영업 시간 제한, 인원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려움을 겪는 사장님들이 많아졌다. ‘작년 오늘은 100만원 매출이었어요!’ 라는 메시지가 사장님들을 괴롭게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Product Owner 안지영 님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반성했어요.
사장님들은 삶의 최전선에 서 계시는데,
나는 사장님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면서도
그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구나 싶었죠.
1년 전 매출 알림을 보내는 것은 그만 뒀어요.
지금까지도요.”

코로나 시국, 사장님들에게는 배달 매출이 점점 중요해졌다. 3대째 이어오는 전통 사골국밥 집 같은 식당도 배달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사장님 사일로도 우선순위를 조정했다. 카드 매출액만 보여주고 있던 ‘내 매장 장부’는 주요 배달 앱을 통해 발생하는 매출까지 집계할 수 있도록 개발을 서둘렀다. 웹 오토메이션 개발자 김용성님이 사일로에 합류하면서 데이터 연동이 빠르게 진행됐다.

Web Automation Developer 김용성 님

“사장님의 매출원과 지출처가 여러군데라
데이터를 불러와야 할 곳도 많아요.
제가 카드사와 배달 앱, 홈택스 정보를 정확하게 가져와야,
서버 개발자가 그 정보를 가공해
월 매출과 순이익 등을 제대로 계산해 드릴 수 있죠.
내 매장 장부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핵심이 되는 일이라 큰 매력을 느꼈어요.”


배달 매출을 연동하면서, 사장님들이 고민하는 지점을 하나 더 발견했다. ‘깃발을 어디다 꽂아야 하는가?’ 배달 앱에서 특정 주소 근처의 사용자들에게 가게가 더 많이 노출 되도록 광고하는 것을 사장님들은 ‘깃발 꽂기’라고 불렀다. 사장님들은 광고비로 매달 수십만원씩 지출하고 있었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사장님 사일로는 다시 머리를 맞댔다. “깃발을 꽂은 주소마다 매출액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고, 더 매출이 많아질 수 있는 주소를 알려드리면 어떨까요?” 사장님들에게 드릴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것이 분명했다. 그냥 “이번주 배달 매출이 얼마인지 확인해보라”는 메시지와 “지금보다 배달 매출을 더 늘릴 방법을 알려준다”는 메시지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어떤 사장님은 “토스가 한국 최고의 배달앱!”이라는 유쾌한 피드백을 전해왔다.

Business Development Manager 신보람 님

“사장님들이 남겨주시는 피드백 채널을 열심히 챙겨봐요.
고심해서 넣은 기능을 알아봐 주시는 분이 나타날 때 제일 반갑습니다.
특히 깃발 추천 기능을 준비하고 있을 때,
비슷한 기능을 건의해주신 사장님이 있었어요.
‘짠, 사장님을 위해 준비했어요’ 하고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뻤죠!”



사장님의 언어

올 초 사장님 사일로는 ‘내 매장 장부의 10배 성장’을 새로운 OKR*로 정했다. PO 안지영 님은 ‘너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서버 개발자 김신 님은 ‘이 정도는 되어야 설레죠!’ 라고 말했다. 한번 달려보자. 가슴이 뛰었다.

*OKR (Objective, Key Result)

조직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Objective)와 그 달성 여부를 측정하기 위한 핵심 결과(Key Result)를 설정하는 것을 뜻한다. 구글에 OKR을 전수한 존 도어 클라이너퍼킨스 회장은 ‘조직 전체가 동일한 사안에 관심을 집중하도록 만들어 주는 경영 도구’라고 정의했다. 토스에서는 사일로별로 반기마다 OKR을 설정한다. 구성원 모두가 가슴 뛰는 목표를 한 문장으로 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4월, 2000만 토스 사용자 중 사장님을 찾아내는 노하우가 쌓여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사장님들을 만나면 통장 내역에 찍히는 ‘적요(摘要)’를 물었다. 카드사 별로 대금을 입금해 줄 때 따라오는 송금인 정보가 달랐다. 배달 앱들도 고유의 적요가 있었다. 이렇게 수십가지 방법으로 사장님으로 추정되는 고객들을 찾고 ‘내 매장 장부’를 사용해보라고 권했다.

5월, 새로 런칭한 ‘숨은 카드 매출 찾기’ 기능은 그렇게 찾아낸 사장님이 장부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만드는 전환점이 됐다. 며칠 전 매출이지만 아직 입금되지 않고 있는 금액이 얼마인지 보여주고, 해당 카드사에 문의할 수 있는 안내 페이지로 연결했다.

특히 사장님이 반응하는 언어를 찾아내는 데 공을 들였다. ‘아직 입금되지 않은 매출을 찾아보세요’ 보다는 ‘다른 사장님들은 평균 138만원을 찾았어요’라는 메시지를 열어보는 사장님이 거의 두 배 많았다. ‘138만원’에서 ‘138만6152원’으로 더 구체적인 숫자를 적자 오픈율은 더 높아졌다. 사장님 입장에서 ‘나도 그만큼 미입금된 매출이 남아있을까’ 궁금해지는 메시지였다. 내 매장 장부가 사장님에게 드릴 수 있는 가치를 조금 더 친절히 전달하자, 많은 사장님이 호응했다. 

이후 내 매장 장부는 성장의 궤도에 올랐다. 사장님 수는 매주 10%씩 증가해, 작년말 1만명에서 6월 말 30만명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 토스팀에서 30배 성장을 이뤄낸 제품은 내 매장 장부가 유일했다. OKR 달성이 확정된 6월 마지막 날 오후, 사장님 사일로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Product Owner 안지영 님

“한마디로 기분이 ‘째졌어요’!
토스팀에 합류한지 6년이 넘었지만,
OKR 달성은 처음이었거든요.
이제는 ‘장부’의 역할을 조금 더 확장해
사장님의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돕는 ERP로 발전시켜 나가려고 해요.
영세 소상공인도 거래처와 세금계산서를 주고받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 근로계약서도 관리해야 해요.
하지만 중소기업용 ERP는 비싸고 무거워서 현실적으로 사용하기가 어렵죠.
토스의 기술력을 소규모 자영업자 사장님들을 위한 완벽한 도구를 만드는데 쓰고 싶어요.”



옆집 사장님도
토스 ‘내 매장 장부’를 씁니다

오늘 입금과 지출 내역을 한눈에!

의견 남기기
정경화

토스팀이 품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더 많은 분들께 알리는 일을 합니다.

필진 글 더보기

토스 코멘터리 다음 글

추천 컨텐츠

아티클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