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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는 컬처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by 커피팟

지금 입고 있는 옷 중에 혹시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옷이 있나요? 유행 따라 늘 새로운 옷이 출시되는 패스트패션은 이제 일상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죠.

그중 오래 사랑받는 특정 아이템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유니클로(UNIQLO)입니다.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오프라인 점포를 중심으로 확장해 나가는 이들의 모습은 다른 브랜드와 확연히 차별화되어 있어요. 자라(ZARA)와 같은 대표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가격대를 조금씩 올리면서 리빙 영역으로도 확장하는 데 반해, 유니클로는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에 계속 집중하면서 성장하는 중이죠.

이번 아티클에서는 ‘옷’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유니클로의 비결을 살펴볼게요. 유니클로의 비즈니스를 넘어 패스트패션 산업도 새롭게 바라보실 수 있을 거예요.

오래가는 패스트패션을 만든 의류 창고

글로벌 SPA 업계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세계경제, 소비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나오는 중이지만 SPA 업계는 그런 걱정은 자사 브랜드와 상관없다는 듯 좋은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SPA는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줄임말이다. 전문점(specialty retailer)과 자사 상표(private label), 의류(apparel)를 합쳤다. 갭(GAP)이 1986년에 도입했다고 하는 이 개념은 생산 단가와 유통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획, 생산, 판매 등을 한 회사에서 모두 담당하는 것을 말한다.

한 시즌에 2~3번 정도 신제품이 입고되는 기존의 기성복 시장과 달리 SPA는 2주에 한번 꼴로 신제품이 출시된다. 그렇다, 2주에 한 번이다. 따라서 계절에 앞서 옷을 만들어 놓는 게 아니라 유행에 맞춰 바로바로 만들어 낸다. 마치 주문하면 금방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와 같다고 해서 SPA를 패스트패션이라고도 부른다.

즉, SPA는 빠르게 변하는 패션 트렌드를 반영한 옷을 저렴하게 파는 데 특화되어 있다.

△ 자라를 비롯한 대표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은 SPA를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 잡게 했다.

패스트 리테일링의 의미

SPA 중 유니클로는 패션의 본고장 유럽이나 패스트패션의 발상지 미국도 아닌, 이웃 나라 일본에서 탄생했다. 일명 플리스(fleece)*와 히트텍(HeatTech)이라는 히트 아이템들을 만들어 내며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하고 있다. * 유니클로에서는 일본식 발음인 ‘후리스’로 자사 제품을 팔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플리스’로 통일.

유니클로는 1984년 6월 히로시마에 있는 1호점이 그 시초이다. 당시 매장 밖에는 지금의 유니클로가 아니라, ‘유니크 클로딩 웨어하우스(UNIQUE CLOTHING WAREHOUSE)’라는 영문 표기의 간판이 있었다고 한다. ‘독자적인 의류 창고’라는 이름처럼, 다른 곳에서는 살 수 없는 질 좋은 캐주얼 옷을 자유롭게 골라 살 수 있는 브랜드의 지향점을 엿볼 수 있다. 유니클로 매장 인테리어가 화려하지 않은 대신, 공간을 강조하는 건 이런 맥락에서다.

유니클로라는 브랜드를 소유한 기업 이름도 ‘패스트 리테일링(Fast Retailing)’이다. 직역하면 빠르게 판매한다는 뜻. 즉, 어떻게 하면 고객이 요구하는 것을 신속히 제공할 수 있을지, 그 고민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니클로 브랜드 특징 중 하나는 앞서 언급했듯, 기본적인 아이템이 주류인 캐주얼만 고집한다는 점이다. 유니클로는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캐주얼 의류를 판매하면서 급성장해 왔다. 플리스든 청바지든 이런 옷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입는 기본적인 옷이다. 창업자인 야나이 다다시는 “입는 사람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파는 사람 입장을 우선시하지 않고, 판매자가 구매자의 요구에 맞추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기본 캐주얼이 주력 품목이라는 점은, 실은 남녀노소 모두가 고객이 된다는 면에서 판매자에게도 큰 장점이자 전략이 된다.

△ 유니클로는 플리스와 히트텍 등의 대히트 상품을 통해 세계적으로 더 큰 브랜드가 되었다.

평범함으로 만든 확장성

SPA 브랜드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2010년대이다.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대중에게 어필했던 스페인 인디텍스(Inditex)의 대표 브랜드, 자라(ZARA)는 특히 젊은 여성들이 자주 찾았다. 유명 럭셔리 브랜드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 한다는 오명이 있었지만, 패셔너블한 디자인을 소비자에게 합리적 가격대로 제공하는 건 금세 큰 매력으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유니클로는 특정 성별과 연령층에 인기가 국한되지 않았다. 브랜드의 정체성이 캐주얼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매년 크게 유행을 타지 않는 기본 아이템들을 꾸준히 판매할 수 있었고, 그중 꼭 구입해야 하는 ‘머스트 해브(must have)’ 아이템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대표 제품이 플리스와 히트텍이다. 지금도 잘 팔리는 유니클로의 플리스는 2000년도에 일본에서만 2,600만 장이 팔렸다. 당시 일본 인구는 약 1억 2,000만 명. 일본인 다섯 중 한 명이 구입한 셈이다.

2008년에는 도레이(Toray)와 공동으로 개발한 기능성 속옷인 발열 내의, 히트텍이 출시 2개월 만에 2,800만 장이 팔리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9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11월에 품절됐다. 너무 순식간에 계획된 물량이 소진되면서 정작 한겨울에는 판매를 못 했다고 한다.

그즈음 일본 내수 시장에서 비슷한 보온성과 기능성을 갖춘 속옷이 3,000엔(약 2만 8,000원)에 팔리고 있었는데 히트텍은 790엔, 1,000엔, 1,990엔 등 훨씬 저렴하고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출시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2017년까지 10년간 히트텍의 누적 판매량은 총 10억 장에 이른다. 이는 평균 판매 단가를 1,000엔(약 약 9,300원)으로 가정해도 히트텍 단일 품목으로 10년간 매출 1조 엔, 즉 10조 원에 가까운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 유니클로의 매장은 어딜 가나 비슷하다.

인디텍스와 다른 오프라인 점포 전략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젊은 소비자에게 어필하던 인디텍스는 자라의 인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캐주얼 브랜드를 출시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점포 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비효율 점포는 과감히 닫고, 고효율 점포의 면적은 늘렸다. 그리고 온라인 채널에 집중하는 방법을 택했다.

특히 인디텍스는 중국에서 주력 브랜드인 자라를 제외한 여타 브랜드 점포를 과감히 줄이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실행했다. 유럽과 북미에서 매출의 80%가 안정적으로 나오는 인디텍스 입장에서 중국의 부실 매장 정리는 타당한 구조조정 전략이었다.

한편, 아시아에서 이렇게 힘을 빼는 인디텍스와 달리 패스트 리테일링은 이 틈을 타 출점에 박차를 가했다.

△ 자라(인디텍스) 점포 수 현황. 자라도 온라인에 집중하면서 점포를 점점 줄이고 있다. 유니클로는 반대로 점포를 늘리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잘 성장하는 중이라, 이들의 전략 차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데이터: 자라 IR 및 실적 보고서)

패스트 리테일링은 현재까지 이렇다 할 대규모 점포 구조조정이 없었다. 이는 애초 인디텍스처럼 자라 외에도 마시모 두띠 등 여러 개의 서브 브랜드를 가지고 문어발식 출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패스트 리테일링에는 비효율 매장이 (거의) 없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노재팬(No Japan) 운동으로 한국에서 부진을 겪었던 2020년 회계연도*에도 중화권(Greater China)**과 동남아시아 지역*** 매장은 76개 증가했다. 당시 한국의 유니클로 매장 25곳이 문을 닫았지만, 해외 매장은 60개나 순증했다. 즉, 해외에서 새로 문을 연 매장이 85개라는 뜻이다. 2021년에는 코로나 여파에도 불구하고 중화권과 동남아시아, 양 지역에서 매장 88개가 순증했으며 2022년에도 이 추세가 지속되었다. * 2019년 9월 ~ 2020년 8월. ** 유니클로의 IR 자료 기준, 중화권은 중국, 홍콩, 대만을 포함하고 있다. *** 유니클로의 IR 자료 기준, 동남아시아는 전체 아시아 지역 중 중화권, 한국, 일본을 제외한다.

△ 패스트 리테일링 지역별 점포 수. 해외에서 점포 수 확장 속도가 빠르다. 비효율적인 매장이 거의 없었고, 오프라인 성장이 중심이 되고 있다. (데이터: 패스트 리테일링 IR 및 실적 보고서)

확장 효과는 영업이익률에 반영 중

남녀노소 모두가 구매하는 확장성이 뛰어난 이 캐주얼 브랜드는 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사랑받으며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당연히 손익 개선도 동반했다.

2019년 7%였던 동남아시아 지역의 매출 비중이 2022년에는 10%까지 상승하면서 수익성도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2021년 영업이익률은 10%를 달성한 후, 2022년에는 영업이익률 19%를 기록하며 가장 수익성이 높은 지역이 되었다.

그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던 북미와 유럽 지역도 2021년에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2년에는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까지 상승하며 전사 손익 개선에 크게 기여하기 시작했다.

이제 해외 곳곳에서도 유니클로의 확장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에 이미 이익에 큰 기여를 하고 있던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뿐 아니라 해외 각 지역의 점포들 손익이 동시에 개선되면서 동남아시아, 북미, 유럽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2019년 7%에서 2022년 26%까지 상승했다.

△ 패스트 리테일링 지역별 영업이익 기여도. 자국 매출 비중보다 해외 매출이 비중이 커졌다. 앞으로 해외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패스트 리테일링 실적 보고서)

시장 흐름과는 다른 움직임

글로벌 시장에서 유니클로의 승승장구는 같은 캐주얼 브랜드를 판매하는 갭과 매우 대비된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갭의 아시아 지역 매장 수는 2020년 1월, 358개였으나 2023년 1월, 232개로 감소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가 갭의 중국 점포 철수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대형 쇼핑몰에 입점해 있던 갭의 매장들이 많이 사라진 걸 보면 글로벌 시장에서 갭의 점포 폐쇄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걸로 보인다.

한국의 갭 매장은 2013년 55개, 2019년 32개로 줄었다가 지금은 26개만 운영되고 있다. 갭은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북미에서조차 갭의 주요 브랜드 3개(갭, 올드네이비, 바나나 리퍼블릭) 매장을 최근 3년 사이 303개나 폐점했다. 이는 세 브랜드의 북미 지역 점포 수 2,453개의 12%에 해당하는 수치다.

△ 감소하는 갭 점포 수 현황. 인디텍스와 달리 갭의 점포 감소는 안 좋아지는 실적의 영향이다. (데이터: 갭 IR 및 실적 보고서)

유니클로와 갭은 기본 아이템을 취급하는 캐주얼 브랜드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경쟁력 면에서 결정적 차이가 있다. 그 결과, 유니클로는 첨단 기술 소재들을 이용해 히트텍과 같은 글로벌 히트 아이템을 만들어 내면서 갭과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누적 판매량 10억 장 히트를 기록하는 아이템은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큰 기여를 하지만, 소싱을 저렴하게 할 수 있어 합리적 가격대의 제품 양산이 가능해지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량 생산으로 납품 단가를 낮추는 기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의 높은 마진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선순환을 이끈다.

△ 패스트 리테일링 vs. 갭 영업이익률 추이. 경기 상황에 따라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갭의 추락은 계속되었고 가팔라졌다. 패스트 리테일링의 영업이익률도 놀라운 수준이다. (데이터: 각 회사 실적 보고서)

유니클로가 바라보는 미래

패스트 리테일링은 최근 중장기 미래 전략을 발표하면서 5년 내 매출 5조 엔(약 46조 5,000억 원) 달성, 그리고 궁극적으로 10조 엔(약 93조 원)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5년 안에 5조 엔 매출을 달성하려면 연간 20% 수준의 성장을 이어가야 하는데 2023년 상반기 매출 성장률이 20%임을 고려하면 일단 첫 시작이 순조롭다.

2022년 기준, 패스트 리테일링의 매출액은 2조 3,000억 엔(약 21조 원)으로 인디텍스 326억 유로(약 46조 원)와 H&M 2,236억 크로네(약 27조 원)에 이어 글로벌 3위를 기록 중이다. 시가총액은 인디텍스가 1,166억 유로(약 150조 원), 패스트 리테일링이 11조 엔(약 100조 원), H&M이 2,572억 크로네(약 31조 원) 순으로, 패스트 리테일링이 H&M을 한참 따돌리고 2위를 기록 중이다.

△ 주요 글로벌 어패럴 기업 매출 추이. 환율은 1달러=148.3엔, 1유로=147.6엔. 1크로네=13.5엔 적용. (데이터: 각 사 실적자료, 2022년 10월 기준)

SPA 브랜드사 중 글로벌 시장에서 매장 출점 여력이 있는 기업은 현재로서는 패스트 리테일링이 유일한 듯하다. 갭뿐 아니라 인디텍스와 H&M도 계속 점포 수를 줄이는 상황이라, 오프라인 출점 상황만 보면 패스트 리테일링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패스트 리테일링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매년 80개에서 100개 정도의 점포를 출점하는 데 가능한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북미와 유럽에서 매년 20~30개씩 확장하겠다고도 말했다.

패스트 리테일링이 목표한 대로 매출 10조 엔의 기업이 될 수 있을지 지금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수년 내로 전 세계 사람들이 유니클로가 만든 옷 하나쯤 입고 있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각 가정에 하나쯤 있는 브랜드를 ‘컬처 브랜드’라고 한다. 의류 분야의 대표적인 컬처 브랜드로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꼽을 수 있다. 세계 어디에서나 취향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합리적 가격에 접근할 수 있는 옷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유니클로가 컬처 브랜드가 될 수 있을지 그 성장 경로를 지켜봐야겠다.

Writer 조디 커피팟에서 소비재 산업과 그 안의 주목해야 할 지표, 그리고 주요 기업들의 현황을 분석하는 [조디의 리테일 우화]를 쓰고 있다. 조디의 이름은 유정현이다. 증권사 리서치 부문에서 20여 년간 소비재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국내외 소비 시장을 분석하며, 국내와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소비재 기업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경제 주간지들이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매년 선정되기도 했다.


Edit 손현 Graphic 함영범, 이은호

본 글은 2023년 7월 13일에 발행된 커피팟 뉴스레터에 기반해 2023년 7월 28일(금) 기준으로 재편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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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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