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질문들〉 겨울호: 소비의 바다에서 살아남기
ㆍby 이지영
연말이면 비장한 마음으로 임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새해 목표 정하기’. 새해를 준비하는 일에 경제적 계획도 빠질 수 없죠. ‘무슨 일이 있어도 500만 원 모으기', ‘커피값 대신 주식 사서 수익률 올리기'처럼 목표금액을 정하고 신발끈 대신 허리띠를 질끈 조여봅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돈 쓸 곳이 한두개인가요?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 우수수, 더도 덜도 아닌 딱 남들만큼만 살려고 해도 소비할 게 어찌나 많은지요. 몇 달이 지나면 새해 목표는 무색해지고 연말에는 자책과 위로를 반복하죠. 어쩌면 우리의 계획이 실패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지도 몰라요.
새해 목표에는 원하는 ‘삶의 방향'이 담겨 있습니다. 운동을 하겠다는 목표는 건강한 삶을 살겠다는 다짐이고, 새로운 공부를 하겠다는 결심은 배우고 습득하는 삶의 태도를 지향해요. 그렇다면 경제적 목표는 어떠해야 할까요. 단순히 내가 갖고 싶은 돈의 액수나 수익률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숫자로 그려보는 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새해를 맞아 우리의 경제적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15년간 재무 코칭을 해온 박미정 트레이너는 재무 상태를 파악하고, 경제적 계획을 세우는 것은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나의 소비가 남긴 숫자들에 근거해 스스로를 파악하고 돈에 대한 계획을 세우면,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삶의 통제권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어느 날, 카드값 청구서를 받고 충격을 받아 생존에 필요한 것 외에 아무것도 사지 않는 도전인 '소비단식'을 시작한 서박하 님도 주체적인 소비를 위해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온전한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소셜 미디어만 열어도 나오는 수많은 상품과 제품. 소비의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온전히 잘 들여다본 후 외부 세계를 인지하는 것도 중요할 거예요. 《트렌드 코리아 2024》의 공저 한다혜 박사는 우리의 더 나은 소비생활을 바라는 마음으로 2024년 소비 키워드 5가지를 전해왔습니다.
비록 작은 물살에 허우적거리는 오늘일지라도, 언젠가는 소비의 바다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날을 꿈꾸며 사소한 질문들 겨울호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