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by 사소한 질문들

근로소득은 많은 이들의 경제활동에서 중요한 파이프라인이 됩니다. 재테크 전문가들 역시 꾸준하고 지속적인 근로소득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안정적인 근로소득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노동 기회의 다양성 부족, 열악한 근로환경, 낮은 임금, 짧은 근속 기간 등의 문제들을 마주하게 되죠. 

친환경 생활용품 브랜드로 잘 알려진 ‘동구밭’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랜시간 고민해왔습니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근속연수와 자립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죠. 동구밭은 매출이 늘 때마다 발달장애인 사원 채용을 늘려왔고, 전 직원의 50%를 발달장애인 사원으로 채용한다는 내부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근로소득은 경제활동의 가장 기본이 되기에, 동구밭의 고민은 단순히 일과 회사라는 노동적 개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일상을 위한 고민이기도 합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동구밭과 함께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미지=동구밭 제공

동구밭은 ‘발달장애인의 근속연수 해결’을 비전으로 삼아왔습니다. 발달장애 사원이 얼마나 오랜 기간 일하는지를 가치롭게 여긴다고요. 이런 비전을 갖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노순호(동구밭 대표):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많이 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중 근속 기간이 1년이 넘는 분들이 거의 없더라고요. 발달장애인은 왜 오래 일할 수 없을까? 근원적인 질문이 들었죠.  보통은 커피 만드는 기술만 익히면 발달장애인도 바리스타로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카페에서 일할 때는 손님도 응대해야 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소통도 해야 하잖아요. 자료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의 친한 친구 수는 평균 1.4명이라고 해요. 친구가 없다는 응답자가 60%가 넘고요*. 결국 관계 형성의 어려움이  해소되어야 하는데, 실제 노동 현장에서는 그렇지 못해서 오래 일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장애인개발원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나는 발달장애인입니다’

관계 형성의 어려움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노순호: 방금 이야기한 관계 형성의 어려움은 내재적 요인이라고 봐요. 외재적 요인은 냉정하게 보면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들의 경쟁력이 낮다는 거예요. 많은 곳들이 정부 지원을 통해서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소위 말해 지원금이라는 산소 호흡기를 떼버리면 살아남을 수 없는 사업들이 많죠. 결국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은 장애인이고요. 장애인이 더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매우 중요해요. 

고용률보다도 특히 근속연수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노순호: 예를 들어, 1명의 발달장애인이 24개월 일을 한 복지관과 12명의 발달장애인이 2개월씩 일을 한 복지관 중에 후자가 더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이러다 보니까 바리스타, 파티셰 등 그때그때 유행하는 사업으로 장애인 채용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요. 유행이 지나서 사업을 접으면 발달장애인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거고요. 근속 기간과 근로환경/여건 보다는 몇 명의 장애인을 고용했는지가 가장 중요한 지표로 여겨지며 악순환이 반복되더라고요. 20만 명의 발달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보다, 기업을 만들어서 단 10명의 발달장애인이라도 지속적으로 고용하는 사례가 더 의미있다고 생각했어요. 고용은 결국엔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시장 경제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하나의 플레이어로 역할 하고 싶었죠.

현재 동구밭에서 일하는 장애인 사원 중 가장 오래도록 일한 분이 궁금해요. 

박상재(동구밭 부대표):  2016년 10월에 입사하신 첫 발달장애 사원이 여전히 함께 하고 있어요. 올해로 7년 차네요. 그 누구보다 동구밭에 대한 애정이 큰 직원분이죠. (2022.4.기준) 현재 동구밭에는 총 34명의 발달장애인 사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평균 근속 기간은 2년 10개월이고요. 내부적으로 전 직원의 50%는 발달장애인 채용을 기준 삼고 있어요. 2016년 이후 매출이 오를 때마다 발달장애인 사원 채용을 늘려왔어요.

근로소득은 경제활동의 중요한 파이프라인이 됩니다. 발달장애 사원의 보상체계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박상재: 성과급은 분기별 한번, 전체 영업이익의 10%를 내부 인사평가를 통해 나누는 형식으로 지급됩니다. 고용 형태 또한 장애사원, 비장애 사원 동일하게 수습 3개월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 되고요. 당연히 4대보험 또한 모든 사원에게 적용됩니다. 

장애사원들이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돕는 특별한 문화가 있나요? 

박상재: 사실 특별한 문화는 없어요. 무언가를 자꾸 도입하려고 하는 건 비장애인 관점 같고요. 인위적으로 만들려는 문화가 우리 세대에게는 좋지 않은 환경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직장이니까 일하면서 서로 의견 충돌이 있을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고 자연스럽게 일하고 있어요. 

다른 기업과 비슷하게 코로나 이전에는 워크숍, 회식을 진행했었고요. 호칭도 요즘 많은 기업들처럼 서로의 이름 부르면서 일을 하는데요. 이름을 부르는 것에 대해 발달장애 사원분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요. 보통 발달장애인은 비장애인을 부를 때, 나이가 많건 적건 무조건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거든요. 복지관 같은 곳에서 그렇게 교육을 한대요. 동구밭에서는 일할 때 서로 이름을 부르다보니까 자립심,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근무시간은 유연하게 조절하고 있어요. 8시간 일을 하는 분도 있고, 4~5시간 일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추가 근무를 희망하는 경우에는 야근하거나 주말 근무를 하시는 분도 있고요. 

장애인은 직업선택, 노동 기회의 다양성이 적은 편인데요. 선택의 폭이 넓어져야 더 나은 경제활동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체감하는 긍정적인 변화들이 있는지 궁금해요. 

박상재: 발달장애인 근로자는 보통 제조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요. 37% 정도가 제조(조립, 포장, 운반 등) 일을 하고요. 18% 정도는 서비스(배송, 진열, 서빙 등) 업무를 한다고 해요*. 저희도 생산, 가공, 포장 업무가 대다수인데요. 공장에서만 고용을 하기에는 한계점들이 분명 있거든요. 그래서 업무 유형 개발을 위해 내부적으로 여러 실험들을 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오프라인 매장을 낸다면, 서비스 응대를 한다거나 디자인을 잘 하시는 사원의 경우 과제 수행을 하면서 업무 확장을 위한 시도들을 하고 있는 중이에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2021년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

노순호: 저희도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고 있지만, 장애 사원 수가 40~50명이다 보니 더 많은 기업들이 고민을 함께해 줘야 할 것 같아요. 직업선택, 노동 기회의 다양성을 넓히기 위한 방법을 집중적으로 고민하는 기업들도 계속 생겨나면 좋겠고요. 

기술이 발전하며 의료 보조 기구 등의 도움으로 많은 분들이 불가능했던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예측이 있는데요. 과거에 비해 장애인이 일을 하며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노순호: 현재 장애인 심볼이 휠체어에 타고 있는 모습이잖아요. 앞으로 이 심볼이 바뀔 거라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정신장애를 제외하고, 신체적인 장애는 가까운 미래에 사라지거나 의료 보조 기구를 통해서 극복 가능할 거라고 이야기 해요. 그런데 제조업 관점에서 보면 기술 발전이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조업에서는 한 사람이라도 덜 쓰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잖아요. 그렇게 보면 발달장애인을 채용하는 건 경제적인 선택은 아닌 거죠. 그런데 기술이 발달하고, 생산성이 아무리 높아져도 모든 것을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서로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리며 일하고 살아갈 것인지, 이런 인문학적 고민 또한 점차 짙어질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동구밭은 이상적인 구조는 아닐 수 있지만, 결국은 이게 미래지향적인 구조라는 생각은 듭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에게 지속 가능한 경제력이 중요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박상재: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동일한 이유로 지속 가능한 경제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취미생활을 즐기고, 생존에 필요한 활동들을 하는데 경제력이 필요하잖아요. 때문에 시혜적 차원의 복지를 넘어서 지속 가능한 고용과 같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순호: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에게 근로소득과 지속 가능한 경제력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발달장애인 사원의 경우 근로소득을 얻는 과정에서의 만족감 또한 큰 것 같아요. 근로의 기회를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나를 인정받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한편으로는, 많은 발달장애인이 근로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일이라도 하는 나는 행복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가슴이 조금 아프기도 해요. 그래서 지속 가능한 경제력을 위해 장애 사원분들이 더 오래,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자 합니다. 

이미지=동구밭 제공

동구밭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하는 지속 가능한 일상’을 주제로 화보 촬영을 진행했어요. 장애인의 날 이벤트가 궁금하시다면, 🔗 링크를 눌러 만나보세요. 

Interview 이지영 Edit 이지영 Graphic 엄선희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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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질문들

세상의 중요한 발견은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태어납니다. 작고 익숙해서 지나칠 뻔한, 그러나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를 조명하며 금융과 삶의 접점을 넓혀갑니다. 계절마다 주제를 선정해 금융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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