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질문들〉 여름호: 광복, 경제적 시선으로 기억하기
ㆍby 사소한 질문들
올해는 광복 78주년입니다. 광복은 ‘빛을 되찾다'라는 뜻이라고 해요. 빛을 되찾은 지 8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우리는 가장 어두웠던 시기에 빛을 밝힌 사람들과 이야기에 여전히 주목합니다.
사전을 만들기 위해 전국 팔도 우리말을 모았던 조선어학회 이야기는 영화<말모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운동가 남지현, 김원봉의 이야기는 1,000만 관객 영화<암살>을 통해 조명되었죠. 어두웠던 시대적 배경에 상상력을 더한 이야기들도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항일운동을 소재로 한 웹툰<고래별>은 독자들의 반응에 힘입어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해요. 광복과 독립에 대한 이야기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고, 바래서도 안 된다는 것을 뜻하겠죠.
국가보훈처는 2016년부터 8년째 이달의 독립운동가를 선정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낯선 이름을 마주할 때마다 부끄러운 마음과 동시에 얼마나 많은 이름과 희생들이 묻혀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용기와 굳센 마음, 숭고한 희생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기억하는 것. 이것이 광복절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사소한 질문들>이 광복절을 맞아 광복과 독립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광복이 갖는 큰 의미 중 하나는 ‘경제적 주권’을 되찾았다는 것에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사람들은 조선에서 발행하던 백동화와 엽전 대신 일본의 화폐를 써야 했고, 통화 정책이 일본에 완전히 종속됩니다. 강제 동원으로 수많은 조선인들은 살인적인 노동을 견뎌야 했으며, 노동력 무단 착취뿐만 아니라 금과 은을 포함해 전쟁 물자 생산에 필요한 철, 석탄과 같은 조선의 자원을 수탈하기도 하고요. 일본은 지속적으로 상권을 확대했고, 일본 기업의 독점으로 조선의 기업들은 점차 경쟁력을 잃게 될 수밖에 없었죠. 경제적 주권을 되찾는다는 건, 이와 같은 불합리한 일들에서 해방되어 국가 경제를 키울 힘을 되찾은 것과 같습니다.
경제적 주권을 되찾기 위해 조선인들은 자발적으로 모금 활동을 펼쳤고, 목숨을 걸고 일본군과 직접 싸워 돈을 강탈하기도 했습니다. 해방 후에는 일본이 아닌 우리 손으로 직접 생산과 공정을 담당하는 산업의 기반을 닦았고요. 그 결과,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도움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됩니다. 민족의 뿌리와 정체성을 지켜낸 ‘광복'. 이 밝고 높은 단어 속에는 경제적 의미가 크게 자리합니다.
오늘 우리는 많은 것을 이루고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1945년 8월 15일, 눈부신 그날을 더 많은 이들과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소한 질문들〉 여름호를 시작합니다.
글 이지영 기획 심용환역사N교육연구소 이지영 주소은 그래픽 이은호 함영범
-해당 콘텐츠는 2023.8.7.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세상의 중요한 발견은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태어납니다. 작고 익숙해서 지나칠 뻔한, 그러나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를 조명하며 금융과 삶의 접점을 넓혀갑니다. 계절마다 주제를 선정해 금융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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